지구 밖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 우주 개발 프로젝트 도전할래요
이선호 |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경기 태광고)
물리학, 지구과학, 우주과학을 좋아하던 중학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세 학문을 아우르는 ‘항공우주공학’에서 답을 찾았다. 선호씨는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한 항공기 설계를 탐구하며 ‘항공 제어’ 분야로 목표를 구체화했다. 국내에 항공우주 관련 학과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교 3년 내내 뚝심 있게 탐구 활동을 이어간 결과, 4년 장학금과 함께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우주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연구자를 꿈꾸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선호씨를 만났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기숙사에서 배운 스스로 공부하는 힘
선호씨는 부모에게 의존하기보다 주도적으로 고교 생활을 꾸려가고 싶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은 집과 거리가 있는 기숙사형 일반고였다.
“통학이 가능한 고교에 입학했다면 하교 후에는 자연스럽게 학원으로 향했을 것 같아요. 모교인 태광고는 기숙사형 일반고로, 금요일 하교 후 외출했다가 일요일에 복귀하는 시스템이라 평일에는 학교 안에서 궁금증을 해결해야 했어요. 다행히 기숙사 내에 부족한 과목을 보충해주는 수업이 개설돼 있었고, 선생님들도 상주해 계셔서 수업 시간에 이해하지 못한 내용은 그날그날 질문하며 해결할 수 있었어요.”
기숙사 생활은 학업뿐만 아니라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보충수업과 학생자치회, 전공 소모임 활동으로 관심 분야를 탐색했고, 비슷한 진로를 꿈꾸는 친구들과 협업하며 시야를 넓혔다. 4명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는 맡은 역할에 책임을 다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소통하는 법을 자연스레 익혔다.
“부모님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선택한 학교였어요. (웃음) 그런데 그 선택이 저를 성장시키고 좋은 대입 결과까지 이끈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학원이나 부모님께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친구와 선생님과 소통하며 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기를 수 있었으니까요.”
교과목 넘나들며 항공우주공학을 향한 호기심 키워
선호씨에게 선택 과목은 진로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이었다. 기계와 우주과학에 관심이 많아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지구과학Ⅰ·Ⅱ>를 선택했고,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고급물리학>까지 도전했다. 고3 때는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를 배우며 기초 역량을 다졌다.
“수학과 과학이 진로의 뼈대였다면, 국어와 영어 시간은 항공우주공학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됐어요. 특히 <문학> 시간에 <마션>을 읽고 진행한 가상 인터뷰가 기억에 남아요. 주인공이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식량과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조사하면서, 과학적 사고뿐만 아니라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포기하지 않는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았거든요.”
<영어Ⅰ>과 <영어독해와 작문> 시간 역시 탐구의 연장선이었다. 영문 학술 자료를 직접 분석하며 ‘달 기지 건설의 필요성과 기술적 도전’을 주제로 영어 토론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우주 탐사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는 동시에 글로벌 의사소통 능력도 기를 수 있었다. 다만, 모든 과정이 평탄하진 않았다. 고2 때 도전한 공동 교육과정 <고급물리학>에서 성취도 C를 받은 것은 뼈아픈 경험이었다.
“물리학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열정만 앞섰던 것 같아요. 막상 부딪쳐보니 벡터와 미적분 개념이 필수적이더라고요. 당시 <물리학Ⅰ>과 <미적분>을 배우기 전이라 내용을 소화하기가 어려웠죠. 고3 때 <미적분>과 <물리학Ⅱ>를 배우면서 비로소 <고급물리학>에서 막혔던 개념들이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연결되기 시작했어요.”
고3 <확률과 통계> 수업에서는 서로 다른 진로를 희망하는 친구들과 ‘우주 탐사를 향한 확률적 여정’이라는 공동 탐구를 기획했다. 로켓 발사부터 대기권 진입, 화성 착륙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의 성공 확률을 예측하며 학문 간 경계를 허물었다.
“같은 우주라는 주제를 두고도 전공에 따라 관점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다른 분야의 친구들과 소통하며 시야를 한층 넓힐 수 있었죠.”
기계공학과 항공우주공학 사이, 나의 길을 찾다
선호씨가 항공우주공학으로 진로를 구체화한 결정적 계기는 ‘진로·전공 특강 프로그램’이었다. 유사한 듯 다른 기계공학과 항공우주공학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특강을 통해 두 전공의 본질을 탐색했다. 이어 한국항공대 장조원 교수의 <하늘에 도전하다>를 읽으며, 자신이 비행체의 핵심인 ‘항공 제어와 추진 분야’에 유독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은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흰색 비행운이 생기는 이유’ ‘비행기 속에 숨겨진 장치’ 같은 흥미로운 질문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요. 스마트폰의 GPS 기반 지도 서비스, 자동차의 ABS 브레이크, 골프공의 작은 홈 등이 항공우주공학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항공우주 분야에 관심이 있는 후배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선호씨는 항공우주공학이 기계공학과 완전히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기계공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첨단 기술이 융합된 고도의 분야라는 점을 깨달았다. 핵심 역량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자 진학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항공우주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많지 않더라도 기계공학이나 기계로봇에너지공학 등 연계 학과를 통해 원하는 연구를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진로를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탐구 과정이 자신감 된 면접
선호씨는 수시 모집에서 항공우주공학과를 비롯해 기계공학과,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등 관심 분야와 관련 있는 학과에 지원했다. 이때 서류 100% 전형보다는 면접이 있는 전형에 주로 지원했다. 탐구 과정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 덕분이었다.
면접 준비도 철저히 했다. 학생부에 기록된 활동들을 하나하나 출력해 붙이며 자신만의 ‘면접 노트’를 만들었다. 노트에는 해당 활동과 관련된 학업적 개념, 그리고 탐구 과정에서 느낀 점과 성장한 부분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항공우주공학과에 합격한 것도 기쁜데, 4년 전액 장학금까지 받게 되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입학했어요. 지난해 11월 누리호 4차 발사 때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개발한 큐브위성 ‘인하로셋’이 탑재됐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던 터라 가슴이 더 뛰더라고요. 이제 그 도전의 바통을 이어받아, 우주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항공우주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사회> 민간 기업이 우주 산업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다룬 경제 기사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현황을 우주 강국들과 비교하고 단계별 발전 전략을 심도 있게 분석함 <통합과학> 중력이 기상 현상, 우주 비행, 물체의 운동, 태양계 행성의 운동 등 다양한 자연현상에 적용됨을 배우고, 역학적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탐구함
2학년
<문학> 가상 인터뷰 영상 제작 활동에서 <마션>을 읽고 우주비행사인 주인공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제작함. 화성에 고립되는 위기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밝힘 <수학Ⅰ> 위성 궤도 계산, 항공기 자세 제어, 항법 시스템 설계 등에 삼각함수가 활용됨을 소개하고, 누리호 발사 프로젝트의 비행 궤적 계산 방법을 탐구함 <영어Ⅱ>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의 위성과 우주선에 미치는 위험과 유인 우주 임무 및 새로운 위성 배치의 어려움을 영어 신문 기사 형식으로 작성해 발표함
3학년
<미적분> 로봇팔의 각 관절 회전각을 변수로 설정하고, 삼각함수를 활용해 로봇팔 끝단의 위치를 2차원 함수로 표현한 뒤 이를 시간에 따라 미분해 속도와 가속도를 구함 <확률과 통계> ‘우주를 향한 확률적 여정’을 주제로 로켓 발사부터 타 행성 착륙까지의 과정을 확률과 통계를 활용해 수학적으로 모델링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미적분> 항공 제어 장치를 해석하려면 미분과 적분, 삼각함수 등 <미적분>을 제대로 이해해야 해 충실히 학습했다. <미적분>은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 과목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 <물리학Ⅱ> 고2 때 공동 교육과정으로 <고급물리학>을 이수할 당시에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데 고3 때 <미적분>과 <물리학Ⅰ>을 배운 뒤 <물리학Ⅱ>를 공부하면서 벡터를 비롯한 수학 개념과 물리학 개념을 접목해 이해할 수 있었고, 물리학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 <영어독해와 작문> 수업 시간에 진로와 연계해 영어 작문과 발표를 할 기회가 많았다. 기계·항공우주 분야의 이슈를 찾아 영어로 독해하고, 관심 있는 주제로 작문과 발표를 하면서 영어 의사소통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나를 성장시킨 모교의 특색 활동 | 진로·전공 특강 프로그램
“모교는 학년별로 진로·전공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1학년 때는 진로 독서 활동과 전공 멘토링 특강에, 2학년 때는 진로·전공 특강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항공우주공학과와 기계공학과의 특성과 전공 공부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탐색할 수 있었어요. 기계공학과 항공우주공학 전공 수업을 들으며 열역학, 동역학, 고체역학, 유체역학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해하게 됐고, 비행체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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