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독서
취재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도움말 정상태 편집자(쌤앤파커스)
전공 파헤치기
희생과 봉사의 아이콘 NO
간호학에서 다루는 영역은 광범위하다. 신체적 질병 상태에 대한 간호 행위를 넘어 생로병사와 관련된 인생의 모든 영역이 학문의 대상이다.
즉 몸이 아픈 사람에 대한 간호 행위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모든 요소가 간호학의 대상인 셈. 그렇다 보니 사회 전반에 관한 포괄적인 이해와 함께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까지 두루 요구되는 게 현실. 하지만 간호사도 한 명의 직업인일 뿐 슈퍼맨이 아니다.
개인의 한계를 넘는 무한한 희생과 봉사는 잊어야 한다. 단,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간호사들을 보면 투철한 사명감 없이는 힘든 일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전공 적합‘생’ 되려면?
적성에 맞는지부터 고려하길
인간 존재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함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면 일단 첫 관문은 통과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강조하는 역량은 의외로 강인한 체력이다.
몸을 쓰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 또 환자·보호자·의사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만큼 감정을 절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전공 선택 전 현실적인 직업 세계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선배들의 조언이니 참고하자.
ONE PICK! 간호학과 전공 적합서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지은이 김현아
펴낸 곳 쌤앤파커스
간호학과 진로 적합성에 대한
판단을 돕는 책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 못 오게.”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우리 사회에 커다란 감동을 몰고 왔던 ‘간호사의 편지’의 한 구절이다. 그 편지를 쓴 주인공이 바로 이 책의 지은이다. 20여 년간 외과 중환자실 간호사로 살아온 지은이는 책을 통해 치열하면서도 열악한 간호사의 업무 현장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
그때를 꼭 닮은 지금, 코로나19 사태의 한가운데에서 간호사를 꿈꾸고 있는 학생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백의(白衣)의 천사’가 아니라 100가지 일을 해야하는 ‘백(百)일의 전사(戰事)’라고 불리며,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는 삶을 사는 간호사들의 현실 세계를 외면하고 싶어진다면 진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책을 펴낸 쌤앤파커스의 정상태 편집자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간호사가 되면 어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며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을 기대했다면 이 책에서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헌신과 열정을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각종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마음으로 돌보며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지은이의 깊고 그윽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간호사라는 직업이 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직업’인지, 간호사가 된 이후에 어떻게 다시 ‘간호사’로 태어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추천사를 전해왔다.
선배가 들려주는 나의 독서와 진로 이야기
가천대 간호학과 2학년 | 최해솔
"<간호사라서 다행이야> <어쩌다 간호사> 추천해요”
Q 간호학과로 진학하게 된 동기는?
A 어렸을 때 천식으로 입원한 경험 때문에 간호사라는 직업에 존경심을 갖게 됐고,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고1 때 광고기획자라는 다른 꿈이 생겨 문과로 진학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대학에 지원서를 낼 때 간호사와 광고기획자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광고기획자에 대한 꿈은 잠시 접어두고 간호사라는 직업에 먼저 도전해보기로 했죠.
처음엔 문과 출신이라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까 봐 걱정도 됐지만 문·이과를 모두 아우르는 내용들을 고루 배우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어요. 간호학과 진로를 준비 중이라면 여러 경로를 통해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충분한 직업 탐구 후에 진학하더라도 전공 적합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대학생이 예상 외로 많거든요.
Q 고교 때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A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는 간호학과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이 생긴 후 읽은 책이에요. 제목과 달리 고된 병원 일을 해내야 하고 일명 ‘태움’을 당한 일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간호사라는 직업이 무척 힘든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마인드와 도전정신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제게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죠.
입시를 마친 후 제목에 이끌려서 읽었던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도 기억에 남아요.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나간 책이죠. 메르스가 유행했을 당시 간호사들의 노고와 행적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그런지 책에 대한 기억이 더욱 선명하네요. 국가적 재난의 최전선에 있는 간호사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고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책이에요.
Q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A 생과 사의 경계에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무너지지 말고 무뎌지지도 말고>를 추천합니다. 중환자실 간호사가 되고 싶은 후배들이 꼭 읽어봤으면 해요.
어쩌면 대형병원 간호사 중 가장 힘들지 모를 중환자실 간호사의 업무에 대한 이모저모를 자세히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물론 중환자실 간호사를 꿈꾸지 않더라도 간호사의 직업 세계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어쩌다 간호사>는 제가 진로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던 시기, 소위 ‘대2병’이 왔을 때 읽은 책이에요. 현실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후 전공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서 말 그대로 ‘어쩌다’ 간호학과를 준비하게 된 후배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두껍지 않고 그림과 짧은 문구로 된 책이라서 가볍게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간호사가 내 인생 직업’이라고 다짐하고 간호학과에 진학하지 않았더라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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