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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숭실대 기계공학부 이민형

“데니스 홍처럼 소통하는 기계공학자 되고 싶어요”

이민형 | 숭실대 기계공학부, 경기 포곡고 

 

영어 시간에 가우디의 글을 접하며 건축가를 꿈꿨고, 고2 땐 데니스 홍의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를 읽으면서 소통할 줄 아는 로봇공학자, 기계공학자를 꿈꿨다.  로봇공학과 기계공학 사이에서 고민됐지만, 공학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기계공학부로 진로를 정했고, 2021 수시에서 6곳 모두 기계공학부에 지원했다. 과거에 기계는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수동적인 임무를 수행했다면 현대 사회에서 ‘기계’는 인간과 공생해야 하는 존재가 됐다. 데니스 홍이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만들었듯, 로봇, 자동차, 드론 등에 특정 기능을 가미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계를 설계하고 만들고 싶다는 이민형씨를 만났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가우디로 인해 꽂혔던 건축학, 공학보다 디자인이더라


민형씨는 건축가에서 로봇공학자로, 고3 땐 기계공학자로 진로가 변했다. 건축가를 꿈꾼 건, 영어 시간에 가우디와 관련된 글을 접하면서다. “가우디의 건축물과 영향력에 끌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건축, 건설 설계 하면 멋있어 보이잖아요. 하하. 건축학과 관련된 교과목을 학교 수업에선 만나기 어려워 고민하던 차에 경기 꿈의 대학 프로그램 중 <건축설계 프로그램 Auto CAD를 이용한 내집 설계>를 신청했어요. 강남대에 가서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미리 대학생활을 경험하는 느낌이었고, 깊이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그런데 관심을 가질수록 제가 생각했던 건축가와는 괴리가 있는 거예요. 건축학은 공학적 성격이 강할 거라 생각했는데 알아갈수록 디자인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내 길이 아니구나 싶었죠.”


민형씨는 건축학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수학과 물리학을 토대로 한 기계공학이나 로봇공학, 전자공학이 더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종합 전형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진로 변경이 걱정됐던 건 사실이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기계공학은 공학 계열의 기본이라 생각했어요. 실제 대학의 교육과정을 보면 공학 계열의 여러 학과 내용을 폭넓게 배우더라고요. 현재는 특정 분야에 관한 관심보다는 기본을 갖추자는 생각에 기계공학을 선택했어요. 진짜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공부하면서 찾아야죠.”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라니!


대학이 공개한 전공 적합서에 따르면 기계공학은 수학과 물리, 화학을 좋아하고 잘하며, 독서를 통한 인문학 소양으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기계를 접할 때 작동 원리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 잘 맞는 전공이다. 민형씨의 학생부를 보면 기계공학부에서 제시하는 항목들과 제법 맞아떨어진다. 공학도를 꿈꾸지만 공학 관련 책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의 책들을 즐겨 읽었고, 수학과 물리학을 좋아하며, 기계의 작동 원리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실제 만들어보는 활동을 줄곧했다. 민형씨가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데니스 홍의 <로봇다빈치, 꿈을 설계하다>를 읽고 난 후였다.


“읽었던 책 중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책이죠. 책에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이야기가 있어요. 시각장애인이 운전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지율주행자동차냐고요? 아니에요. 데니스 홍은 자동차가 도로 상황 등 운전을 위한 정보를 인식하고 계산해 그 정보를 시각장애인에게 전달하는 인터페이스를 구축했고, 앞을 보지 못하는 운전자에게 소리와 진동, 압력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비시각적 인터페이스를 전달해요. 정말 대단하죠.”


데니스 홍의 사례를 보며 융합적인 시각, 인문학적 소양이 공학도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정보 중심의 공학 관련 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타인을 공감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탐구하고, 만들어보고 


종합 전형을 준비하다 보면 학생부의 모든 기록이 진로와 연결되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민형씨의 학생부 교과 세특은 억지로 진로에 끼워맞춰진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보다 각 교과의 역량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 느낌이다. 
<국어> 세특에서는 자신의 감상을 전달하는 능력과 경청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려는 태도가 쓰여 있고, <수학>에서는 스스로 풀어보려는 과제 집착력과 수학 개념을 일상생활에 적용해보는 활용 능력을, <영어>에서는 가우디의 글을 읽고 가우디를 설명하는 단어를 골라 이유를 설명하거나 영어 기행문을 작성했던 경험 등을 통해 각 교과에서의 핵심 역량을 드러냈다.


“진로와 관련된 활동은 주로 동아리에서 했어요. 고2 때 무선 충전기의 원리를 탐구하고, 무선 충전기를 만들어봤죠. 물리 시간에 배웠던 패러데이 전자기 유도 법칙을 활용한 거더라고요. 현재는 무선 충전 패드에 올려두는 것이 일반적인 충전 방식이지만, 자기공명이나 전자기파 방식이 상용화되면 충전 패드에 올려놓지 않아도 들고 다니면서 충전할 수 있죠.”


과학 동아리 행사에서는 ‘압전소자를 이용한 야구공 다트’를 제작해 부스를 운영했다. 압전소자는 압력이나 진동이 가해지면 이온의 위치가 바뀌면서 전하가 생기고 그 전하로 LED에 불을 켤 수 있다. 압전소자를 붙인 다트판에 야구공을 던져 압력이 가해지면 해당 점수에 불이 들어오는 방식인데 호응이 좋았다. 


고3 땐 간단한 무선조종 자동차를 설계, 제작했고, 여러 책과 논문을 찾아가며 평소 관심 있었던 자동차의 엔진과 동력 전달 장치를 탐구했다. 코너를 돌 때 바퀴의 안쪽과 바깥의 회전 수의 차이를 담당하는 차동기어에 관해서도 탐구했다.


“자동차의 내연 기관을 공부하다 보니 물리 시간에 배운 열역학이었더라고요. 진로와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은 활동 중 하나는 차동기어에 관한 연구였어요. 보통 자동차의 엔진에서 발생한 회전력은 동력 전달 장치인 변속기, 추진축, 감속기어, 차동기어, 구동축을 통해 바퀴로 전달돼요. 그런데 동력 전달 장치를 공부하면서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 바퀴의 안쪽과 바깥쪽이 같은 회전 수로 돌아가면 바깥쪽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이를 막기 위한 장치가 차동기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죠.”


차동기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기계공학 탐구 동아리를 결성했다. 베벨기어, 링기어, 유성기어, 태양기어 등 다양한 기어를 나무판으로 제작해 차동기어를 만들었다. 제작한 차동기어가 코너를 돌 때 안쪽 바퀴의 회전 수와 바깥 바퀴의 회전 수를 달리해 미끄러지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적분> 수업 땐 드론의 PID 제어와 관련해 발표했어요. PID란 P(비례) 제어, I(적분) 제어, D(미분) 제어로 각각의 장단점을 조합한 제어 방법이에요. 예를 들어 드론이 공중에 떠 있을 때 바람 등의 외부 조건에도 중심을 유지하거나 뒤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수평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바로 PID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이거든요. 동아리에서 여러 주제로 탐구하고, 부품을 실제로 만들어 작동해본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뿌듯해요. 물론 만들었던 무선 충전기나 차동기어 등의 퀄리티는 작동이 되는 딱 그 정도 수준(?)이었지만요.하하.”

 


<물리학Ⅱ> <화학Ⅱ> 전공 공부와 연결


민형씨는 과학 교과에서는 고2 땐 <생명과학Ⅰ> <물리학Ⅰ> <화학Ⅰ>을, 고3 땐 <물리학Ⅱ> <화학Ⅱ>를 선택했다. 암기할 내용이 많은 지구과학이나 생명과학보다는 물리학과 화학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고, 고3때도 고민 없이 <물리학Ⅱ> <화학Ⅱ>를 선택했다. 현재 대학에서 <물리학 및 실험>과 <일반화학> <컴퓨팅적 사고>를 배우는데 고교 때 <물리학> <화학> <정보> <프로그래밍>에서 배웠던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고.

 

“<기하>를 선택하진 못했어요. 2021 수능에서 <기하>가 제외돼 선택 인원이 매우 적어 부담되더라고요. 이제는 진로선택 과목이 성취도 평가라고 하니 듣고 싶거나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는 게 부담이 덜할 것 같아요. 수시 전형을 고를 때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많지만 오히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해요. 내가 출제한 시험지를 푸는 느낌이랄까요?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학교생활이나 교육과정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진로에 대해 고민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성장하는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급 특색 프로그램으로 ‘영어 단어 300개 익히기 30일 프로젝트’ ‘수학 150문제 30일 프로젝트’를 제안해 성공적으로 운영, 2학기 경기꿈의대학 <건축설계 프로그램 Auto CAD를 이용한 내집 설계> 20시간 이수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과제 수행 능력이 우수하고 토론 수업 시 적극적인 발표와 경청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려는 태도를 지님, <영어> 가우디와 관련된 내용을 배운 뒤 가우디의 작품과 다른 건물의 차이, 왜 아직도 가우디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조리 있게 발표, <과학탐구실험> ‘청각과 시각 중에 어느 것의 반응이 더 빠를까?’라는 주제로 페입랩 영상 제작 발표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암페어’ 동아리 활동으로 전자공학에 대한 기초 지식을 열심히 배움, 학교 축제에서 ‘압전소자를 이용한 야구공 다트’를 주제로 부스를 만들고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감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도시의 승리>를 읽고 ERRC 분석 활동을 통해 다각도로 내용을 구조화하고 이해함, <수학Ⅰ> 실생활에 활용된 다양한 수학 사례를 발표, 그래프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남, <물리학Ⅰ> 트럭과 소형차의 충돌 결과 차이를 분석하는 논술에서 작용 반작용의 개념과 충격량의 공식을 이용해 충격량과 운동량의 변화량 관계를 유도함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기계공학탐구 동아리 반장으로 활동의 주제를 선정하고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됨, 주제 발표에 특정 주파수를 이용한 정보의 교란을 발표함. 기계공학 동아리를 개설해 자동차 부품과 그 쓰임에 관해 연구하고, 실제 제작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정교한 기계를 만들기 위해 수학적 활용 능력을 키워나감, 실생활 속 수학 연구에서 무인항공 드론의 제어시스템과 쓰임새에 대해 설명, <프로그래밍> 주어진 과제를 시간 안에 해결하는 등 집중력 있게 임함, 대소문자 변환 프로그램, 보안 카드 접수 프로그램, 정수 계산기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활용


선택과목


▒ <건축설계 프로그램>  

고1 때 건축학과 진로를 생각하며 건축 관련 교육과정을 찾다가 경기 꿈의 대학 프로그램을 선택해 이수했다. Auto CAD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설계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 의무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선택한 과목이라 더 열심히 했고, 대학생활을 미리 경험해보는 값진 시간이었다.

 

▒ <정보>  

앱 인벤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움직임을 감지해 이미지를 변화하는 앱이나 이미지를 누르면 여러 소리로 출력되는 앱 등 다양한 앱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 <물리학Ⅱ>  

고2 때 <생명과학Ⅰ> <물리학Ⅰ> <화학Ⅰ>을 듣고, 고3 때 <물리학Ⅱ> <화학Ⅱ>를 선택했다. 기계공학의 기본 과목이라 생각했다. 암기 위주의 과목보다 공부하는 것이 좋았고,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 <생명과학Ⅰ> <물리학Ⅰ> <화학Ⅰ>  

<지구과학Ⅰ>에 흥미가 없어서 나머지 과목을 선택했다. 과학을 배우며 현상들의 원리가 설명되는 것이 좋았다. 수능에서도 <물리학Ⅰ> <화학Ⅰ>을 선택했다.

 

▒ <미적분>  

당연히 배워야 하는 과목이라 생각했고,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처음에는 <미적분>이 우리 생활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었는데 정교한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학적 활용 능력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생활 곳곳에 <미적분>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프로그래밍> 

 2학년 때 배운 <정보>의 심화 과정 느낌이었다. 성적 관리 프로그램, 대소문자 변환 프로그램, 정수 계산기 프로그램 등 여러 프로그램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