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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이화여대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 김지민

요양원 봉사에서 접한 알츠하이머,  뇌질환 정복의 목표로 이끌었어요

김지민 | 이화여대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 서울 언남고


별생각 없이 요양원에 봉사 활동을 갔다가 한 할머니가 건네준 사탕을 받았다.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자신을 손녀라고 착각하는 모습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안타까움도 잠시, 알츠하이머라는 질환에 오기 비슷한 감정이 생겼다. ‘대체 어떤 병이길래’ 하는 마음으로 각종 인터넷 영상과 책을 찾아가며 탐구했다. 평소 품고 있던 생명과학과 화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도 한몫했다. 미래 인재 전형으로 이화여대 스크랜튼대학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에 합격한 김지민씨는 “고교 시절 문헌 자료 조사는 물론 실험에 도전하고 보고서도 열심히 써봤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이화여대 뇌·인지과학전공에 지원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말한다. 뇌 과학 정복을 꿈꾸며 생명과학연구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씩씩하게 전진 중인 지민씨를 만났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 이의종

 



알츠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뇌 과학 탐구로 확장되기까지


뇌 질환에 호기심이 생길 때만 해도, 대학 전공으로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하진 못했다. 고등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실험 활동과 보고서 작성을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로에 대한 목표와 확신을 갖게 됐다.


“뇌 질환 실험을 하기엔 한계가 있어서 주로 선행 연구를 참고해 알츠하이머에 대해 탐구했어요. 2학년 과학 거점형 선택 교육과정으로 <생명과학실험>을 수강했는데, 본격적으로 뇌 과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한 출발점이 된 것 같아요. 뇌 해부 수업을 앞두고 예습 삼아 뇌 구조를 공부하다가 국내 연구진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을 통한 뇌척수액의 배출 경로를 밝혀냈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해당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과제 연구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늙은 생쥐는 림프관의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과 노년기의 알츠하이머 발병률 증가의 연관을 추론한 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해보면 좋겠더라고요.”


과제 연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TED 강의를 찾아보다가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척수액을 통해 배출된다는 점을 알았고, 이 내용을 보고서에 추가했다. 계획 단계에서 추론한 인과 관계가 타당한지 밝혀내는 과정은 험난했지만, 고생한 만큼 잊지 못할 성취감이 밀려왔다. 


“<생명과학Ⅰ>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즐거움도 컸어요. 과제 연구에서 알게 된 내용과 잠자는 동안 뇌척수액의 배출이 활발해진다는 점, 알츠하이머의 흔한 증상 중 하나가 수면장애라는 사실을 연결해 알기 쉽게 설명했죠. 발표가 끝나자 한 친구가 ‘잘 자는 것 외에는 알츠하이머 예방법이 없냐’고 묻더라고요. 그 질문에서 다시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후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 체내 인슐린 농도를 낮추는 알츠하이머 예방법에 대해 후속 탐구를 이어갔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깊게 공부하면서 확장적 탐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기존에 알던 지식과 새로 얻은 지식이 서로 맞물릴 때 배움의 즐거움이 배가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국어·영어·과탐 ‘선택과 집중’ 전략, 결과는 성공적 


내신 성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험이나 보고서 작성이 많다 보니 교과 연계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도 많았다. 특히 자연 계열을 희망하는데도 불구하고 수학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해 고민이 깊었다. 


“웬만한 과목은 시험 기간에 암기만 해도 괜찮은 성적이 나왔지만, 수학은 3등급까지 떨어졌어요. 3학년이 돼 지원할 전형을 결정한 뒤부터는 어느 정도 마음을 접고, 제가 잘하는 과목 중심으로 공부했죠.”


수시에 올인하기로 결정한 뒤부터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을 목표로 국어·영어·탐구 영역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다행히 작전은 성공했다. 수능에서 국어와 영어는 1등급, 탐구 과목으로 선택한 <화학Ⅰ>과 <생명과학Ⅰ>은 각각 2등급을 받았다. 3학년 평균 내신이 1.6 정도였으니 수학만 빼면 수능 성적도 비슷하게 나온 편이다. 


“‘하다 보면 되겠지’가 제 좌우명이에요. 무슨 일이든 물 흐르듯 편하게 하는 편이죠. 돌아보면 고등학생 때 죽기살기로 뭔가 열심히 해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굳이 가장 힘들었던 일을 꼽으라면 자기소개서 준비였던 것 같아요. 작성이 어려웠던 건 아니고, 제가 좀 게을러서요. 부끄럽지만, 미루다 미루다 결국 원서 접수 마감일 아침에 완성한 자기소개서도 있어요.”


그의 학생부에는 이런 모습을 제대로 설명한 선생님들의 표현이 제법 많다.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의 ‘가끔 망중한을 즐기는 느긋한 성격과 엉뚱하면서도 창의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등 인간적인 매력도 겸비한 학생’ ‘적당한 장난기와 진지한 자기 성찰, 진실한 겸손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뒤섞여 있는 와중에 반짝이는 총명함을 숨길 수 없는 학생’ 등의 문구가 대표적이다. 



별명은 ‘야자실 곰팡이’,  과학 영상 번역 동아리에서 영어 특기 활용


만날 야간자율학습실의 구석 자리에 앉아 뭔가 달달 외우는 지민씨의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은 ‘야자실 곰팡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암기’와 ‘언어적 감각’은 타고난 특기인 것 같다고. 


“한 번은 모의고사 전날 실험보고서를 쓰느라 밤새 한숨도 못 자고 비몽사몽인 상태로 1교시 국어 시험을 치렀어요. 너무 졸려서 후다닥 문제를 푼 다음 검토도 안 하고 책상에 엎드려 잤는데, 나중에 결과를 보니 제가 국어 영역에서 우리 학교 1등을 했지 뭐예요. 저는 물론 친구들도 깜짝 놀랐죠. 국어나 영어는 공부에 들인 시간에 비해 확실히 점수가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에 비해 지문을 빨리 읽는 편인데, 어릴 때부터 다져온 습관이에요.”


글을 정확히 빨리 읽는 덕분에 긴장되는 시험 시간, 낯선 지문에도 쉽게 당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수능 당일, 국어 시험을 치를 때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영어는 지민씨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자주 접했고 좋아하는 과목이다. 고2 때 했던 병원 행정 업무 보조 봉사 활동에서는 급히 출국을 앞둔 외국인이 우리말을 몰라 곤란해하는 걸 보고 통역을 도왔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특히 영어로 제작된 과학 영상 유튜브에 한글 자막 넣는 걸 즐긴다. 고3 때는 이 취미를 본격화해 과학 영상 번역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탁구 동아리 ‘핑핑퐁퐁’ 결성하고  서울시 탁구 대회 출전해 3위 입상  

 

고교 3년의 시간 중 가장 의미 있었던 기억을 물으니, 의외로 방과 후 스포츠 클럽 얘길 꺼낸다. 


“1학년 때 친구와 함께 탁구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다가, 학교에 건의해 방과 후 스포츠 클럽 수업까지 개설됐어요. 일이 더 커져서 나중엔 서울시 탁구대회 학생 부문에 학교 대표로 출전해 2년 연속 3위에 입상하기도 했죠. ‘핑핑퐁퐁’이라는 클럽 이름도 제가 지은 거예요. 그만큼 애착을 갖고 즐겁게 활동했습니다.”


본인은 치열한 면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재미를 느끼는 일에는 두 팔 걷어붙이고 덤비는(?) 지민씨다.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벌써 깊이 애정하는 과목도 생겼다. 


“온라인이긴 하지만 <일반생물학>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강의를 들을수록 고등학교 때 두루뭉술하게 배우며 생긴 의문과 질문들이 하나씩 풀리는 느낌이랄까요. 전공 중 가장 기대되는 수업은 <뇌 질환 이해의 기초>예요. 고등학교 때 알츠하이머 공부를 나름 한다고 하긴 했지만 독학이나 다름없었어요. 나중에 생명공학도 복수 전공할 계획인데, 뇌 과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다양한 곳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싶은 욕심도 있다. 대학에 합격한 후 고1 학생의 내신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미련 없이 정리하고 집 근처 빵집에서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주일에 사흘을 즐겁게 일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주변에서 저를 평가하는 시각은 아주 다양해요.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게으른 친구’로 통합니다. 물론 저도 인정하고요. 하하. 하지만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죠. 어찌 보면 학교생활 안에서 끌리는 것들에 충실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한발씩 내딛다 보면 제가 원하는 대로, 뇌 과학을 탐험하고 뇌 질환 정복에 기여하는 생명과학연구원이 돼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같은 조언을 건네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교내 과학탐구발표대회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에어컨 사용 절감 목적의 태양열 차단 단열재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실험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우수상을 수상함. 방과 후 학교 스포츠 클럽으로 여자 탁구반 ‘핑핑퐁퐁’ 결성을 주도하고 활약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과학탐구실험>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앓고 있는 유전질환에 대해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유전자와 염색체에 이상이 생기는 유전질환을 여러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탐구 능력이 돋보임.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과학 과제 연구 동아리에서 프로폴리스를 이용해 항생제 내성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으로 확인함. 따라 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어 직접 실험을 설계했고, 익숙하지 않은 세균 배양 실험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재실험을 거쳐 관찰할 만한 결과를 얻어내 끝까지 마무리한 것을 칭찬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생명과학실험> 2학기 동안 ‘선행 연구 조사를 통한 알츠하이머 예방 방안 탐구’를 주제로 다양한 문헌 조사를 해 우수하게 발표함. 보고서 형식과 내용이 우수하고 PPT가 뛰어남. 연구 계획이 체계적이고 뇌척수액에 관한 최신 연구 동향을 잘 분석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과학 영상 번역 동아리에서 과학 이슈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SciShow의 유튜브 영어 영상 Alzheimer’s Memory Loss(in mice)(7분)와 약리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Speed Pharmacology의 영상 Drugs for Alzheimer’s Disease(8분)을 시청하고 분석한 후 우리말로 번역한 자막을 제공해 한국어 자막이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될 수 있도록 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생활과 윤리> 뛰어난 이해력과 사고력을 바탕으로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 분야에서도 깊은 사고를 하는 통합적인 역량을 지닌 학생임. 수명 연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고 지적하며, 생명과학의 발전과 함께 사회 문제 해결을 고민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글을 작성함. 항상 성실한 자세로 노력하는 학생인 만큼 관심 분야에서 높은 성취를 보일 것이라 기대됨.



 선택 과목 


▒ <생명과학Ⅰ·Ⅱ > <화학Ⅰ·Ⅱ>  평소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일 뿐만 아니라, 진로 목표인 생명과학연구원과도 밀접한 과목이어서 선택했다. 


▒ <물리학실험> <생명과학실험>  2학년 1, 2학기에 걸쳐 한 학기씩 과학 거점형 선택 교육과정으로 수강했다. <물리학실험>은 1학년 때 <통합과학>에서 배운 내용이 전부여서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친구들에게 질문하며 공부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생명과학실험>은 이전에 배운 내용을 심화해 익히는 시간이어서 뜻깊었다. 지금 대학에서 배우는 <일반생물학>을 공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 <생활과 윤리>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생명과학을 공부할 때 윤리적인 태도와 자세가 필요할 거라 생각해 수강했다. 3학년 선택 과목으로 인문 계열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지만, 1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수업 내용도 재미있고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