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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유니스트 박유정

“생명과학·화학 공부하는 즐거움, 꿈꾸는 법 배운 고교 3년”

박유정 | 유니스트, 부산 낙동고 졸업

 

‘이거다’ 싶은 꿈은 없었다. 공부는 ‘내 길’이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언젠가 찾아올 내 꿈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고1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을 알게 됐다. 막연히 인문 계열 성향이라고 생각했지만, <통합과학>을 배우며 과학에 강한 흥미를 느낀 것. 상승곡선을 그린 성적은 자신감을 심어줬다. 하고 싶은, 끌리는 공부를 하면서 꿈도 생겼다. 하나가 아니었다. 의사, 인공장기 연구원, 화장품 연구원까지 다양했다. 유니스트 1학년 박유정씨의 이야기다. 고교 입학 후 배우고 경험하며 자신의 길을 찾는 법을 배웠다는 유정씨. 그 이야기는 유니스트 입학 뒤 다시 쓰이고 있다. 유정씨를 꿈꿀 줄 아는 사람으로 바꿔놓은 고교 3년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이의종

 

박유정 유니스트, 부산 낙동고 졸업


수학 약한 내가 자연 계열 성향?!   


고등학교 입학은 유정씨에게 전환점이 됐다. 특별한 꿈은 없었지만, 선택 폭이 좁아지지 않도록 성적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책상에 앉는 훈련을 시작으로 어려운 개념 용어는 국어 사전을 찾아보며 공부한 결과, 1학년 1학기 성적이 1~2등급으로 높게 나왔다. 성취감을 맛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얻은 것은 성적뿐만이 아니었다. <통합과학>에 흥미를 느꼈다. 수학이 취약해 스스로 인문 계열 성향이라고 생각한 유정씨에게 일대 사건과 같았다. 

 

“유독 과학 교과서가 재밌었어요. 그림 자료가 많고, 추가 정보나 개념 확인 파트가 곳곳에 있는 데다 탐구 활동 거리도 다채롭게 제공했죠. 교과서를 쭉 읽는 것만으로 개념은 물론 실생활에 어떤 과학 원리나 현상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스스로 ‘왜 이렇게 될까’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면서 깊이를 더할 수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수학도 답을 빨리 내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연결되는 개념이 무엇인지, 풀이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니 길이 보이더라고요. 하나의 답을 찾는 데 여러 방법을 쓸 수 있음도 알게 됐고요. 특히 두 교과 모두 복잡한 과정을 식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는 게 참 흥미로웠어요. 반면 사회 교과는 눈길이 안 갔어요. 제 성향이 자연 계열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생명공학> 배우며 사람을 살리는 의학에 끌려


과학 교과 중에서도 일상과 가까운 <생명과학>에 끌렸다. 성적에 대한 자신감, 과목에 대한 흥미로 유정씨는 진로로 삼고 싶은 분야를 찾았다. ‘의학’이다. 당시 가족 중에 환자가 여럿 있어 더 눈길이 갔다고. 

 

“<생명과학Ⅰ> 수업에서 암세포를 접했어요. 암세포는 면역 기능을 회피하는 PD-L1이 있어요. 인간의 면역을 지켜주는 T세포 표면에 PD-L1의 PD-1이 결합되면 T세포의 기능이 억제돼요. 이를 차단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사멸할 수 있죠. 면역 관문 억제제가 암치료에 쓰이는 원리죠. 이를 조사하면서, 사람의 생명을 직접 구하는 의학이 공부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학교에서 진행한 다양한 창의적 체험 활동은 유정씨의 진로를 구체화했다. 별다른 꿈이 없던 유정씨를 ‘꿈많은 학생’으로 거듭나게 한 시작점이기도 했다. 

 

“제가 졸업한 낙동고는 진로 교육을 신경 썼어요. 1학년 때 부산 지역 대학을 찾아 대학생 선배들로부터 학과·입시 정보를 듣게 했죠. 매해 심리검사를 해 성격과 성향에 맞는 공부법과 진로를 찾아줬고, 여러 명사들의 진로 특강은 사회·산업 변화를 함께 알려줬어요. 이를 통해 임상의에도 여러 분야가 있고, 연구의도 있음을 알게 되면서 의학에 보다 진지하게 다가갔죠.”

 

그중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제로 한 진로 특강에서 알게 된 의학 발전에 있어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는 코로나19 완치자 중 상당수가 폐와 뇌 등이 손상됐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인공장기’를 주목하게 했다. “장기 이식이 필요한 사람은 많지만 공여자는 적어요. 이식 후 부작용도 종종 발생하죠. 환자의 줄기세포를 활용한 인공장기가 해법이라 생각했어요. 의사를 꿈꾸다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의공학, 그중 인공장기 연구로 진로를 수정했어요.” 

 

 

화학에 대한 애정, 화장품에 꽂히다   


유정씨의 꿈은 하나가 아니었다. <생명과학>만큼 좋아했던 <화학>을 파고들면서, 또 하나의 길을 찾았다. 시작은 고2 때 활동한 화학 동아리에서의 다양한 실험이었다. 주제를 결정하고 교과서, 유튜브, 논문 등을 다양하게 조사해 실험을 설계한 후, 실험 과정을 기록하고 결과를 분석해 보고서로 남기기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끼리 진행했다.  

 

“녹말, 아황산수소나트륨, 아이오딘산칼륨을 섞어주면 화학반응에 의해 색이 바뀌는 ‘아이오딘 시계 반응’은 매우 간단한 실험인데도 결과가 안 나왔어요. 시료들의 비율이 안 맞아서요. 몇 번이나 양을 조절해야 했죠. 사실 화학 공부는 <생명과학>만큼 재밌지 않았는데, 실험을 해보니 다르더라고요. 눈에 변화가 보이고, 실패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니까요. 화학물질의 분자 모형도 귀엽게 느껴졌고요.”

 

실험을 통해 가까워진 화학 공부는 날이 갈수록 즐거웠다. 고3 <화학Ⅱ>에서 화학적 평형 상태를 유지하는 법칙인 ‘르샤틀리에의 원리’를 배우면서 교과서 귀퉁이에 살짝 언급된 잠수병이 궁금해 따로 조사했을 정도. 단순한 발병 원리나 치료법 외에 깊은 수심에 사는 고래의 잠수병도 살폈다. 잠수함 음파 탐지기의 음파를 접하면 고래가 놀라 급속도로 심해에서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잠수병으로 죽게 된다는 사실을 파악, 고래의 원인불명 집단자살의 한 요인이 아닐까 추측했다. 이를 통해 어려운 과학 원리는 예를 통해 이해하면 된다는 걸 확인했다고.  화학에 빠져들었던 고3, 수시 원서를 준비하던 중 매일 쓰는 화장품이 달리 보였다.

 

“화장품이 화학과 관련 깊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어요. 아토피나 여드름 등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는 친구들도 생각났고요. <생명과학>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죠. 화학공학을 공부해 누구나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두 가지 꿈을 갖고 도전한 대입

 

인공장기와 화장품, 두 가지 꿈 중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유정씨는 주어진 수시 원서를 두 가지 전공으로 나눠 내기로 결단했다. 일반 대학 6곳 중 3곳은 생명공학·의공학, 3곳은 화장품공학·화학공학과에 지원했다.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이라 원서 6장 제한에 포함되지 않는 유니스트는 1학년 때 특정 학부로 선발하지는 않지만, 연구 중심 학교의 특성을 고려해 의공학 분야 진로를 강조했다. 모두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응시했다.

 

“고3 때도 학생회장,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만큼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했는데, 이를 더 높이 평가해주는 전형이라고 생각했어요. 진로가 달라져 걱정됐는데, 학생부를 돌아보고 필요한 내용을 골라 자기소개서에 학과 지원 이유를 설명하려 애썼죠. 고등학생이 꿈이 바뀌는 건 당연하고, 생명과학과 화학에 대한 관심은 꾸준했음을 강조했어요. 면접까지 남들의 두 배로 열심히 입시를 준비한 것 같아요.” 결과는 절반의 승리였다.

 

“화장품공학과와 화학공학과로 넣은 3곳 중에선 1곳만 합격했어요. 유일하게 면접을 본 학교였죠. 아무래도 서류만으론 진로 변경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면접 준비가 부담스러웠는데 결과를 보니 오히려 저를 한 번 더 설명할 기회였던 것 같아요. 후배들이 면접이 있는 전형을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진로 꿈꾸게 한 대학생활 


수시에서 합격한 여러 대학 중 유정씨는 유니스트를 선택했다. 최첨단 연구 시설을 갖췄고, 기숙사 환경이나 장학금 등의 혜택도 우수했기 때문. 2학년에 진급하며 전공을 선택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학에서 1학기를 보내며 진로가 또 바뀌었단다.  

 

“무더위나 폭우 등 기후 변화가 매일 체감돼요. 고향이 부산인데, 해변 모래사장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게 눈에 보이고요. 과학 연구를 통해 환경을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지금은 도시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2학기가 지나면 또 바뀔지도 모르죠. 하하.”

 

유정씨는 지난 학기에 일반물리학I , 일반화학 I , 미적분학 I 등의 기초 과목을 배웠다.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고교 시절에 대한 아쉬움도 느꼈다. 

 

“<기하>와 <물리>를 안 배웠어요. 성취도 평가였지만, 선택 인원이 적고 난도도 높아 부담이 됐어요. <생명과학Ⅰ·Ⅱ> <화학Ⅰ·Ⅱ>를 선택하면 다른 과학 과목에 도전하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했고요. 선택한 과학Ⅱ과목도 수능 대비와 병행하느라 충분히 배우지 못했어요. 대학 입학 전 과학과 수학 교과를 따로 공부했지만, 학과 수업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네요. 후배들은 여건이 허락된다면 대학 공부에 필요한 교과를 제대로 공부해보면 좋겠어요. 학교생활에도 최선을 다하길 권해요. 해보면 경험은 남잖아요.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입시에도 도움이 돼요. 포기하거나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길 바라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전교 학생회 부회장으로 각종 교내 행사를 주최, 교내 구성원 간 가교 역할을 함. 교내 또래교사제에 영어/수학 멘토로 참가해 멘티와 주1회 지속적인 협동 학습을 한  결과 멘티의 학력이 대폭 상승함. 수학과학체험관에서 생활 속 과학 원리를 찾아내는 탐구 능력을 키우는 한편,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원리를 조사해 체험 활동 보고서를 작성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이차부등식에 대한 개념을 미리 공부해 핵심 개념을 정리하고 2개 이상의 풀이 방법을 연구함. 이를 토대도 급우들의 학습을 도울 동영상을 제작, 수업 시간에 공유하고 피드백을 진행. <통합과학> 분광기 모형을 제작해 수소 헬륨 네온의 선 스펙트럼 및 태양 형광등의 선 스펙트럼을 관찰, 제작한 모형 분광기와 간이 분광기의 관찰 결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함. 산화환원 실험, 중화반응실험 수업에서 조원들을 주도함.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정규 동아리 ‘Chemistry2(화학부)’에서 브릭스-라우셔 진동 반응, 혈흔 분석(루미놀 반응) 조사 및 예비 실험을 하고 부원들에게 직접 실험 지도 수업을 함. 매주 1시간 주제 탐구 활동을 통해 통그라미와 국가 통계 포털 사이트를 활용한 생활통계 수업을 듣고, 통계 자료를 활용해 의약품공학자에 대한 진로 탐색 통계 보고서를 작성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일정 비율로 감소하는 산소 농도 양 측정과 관련해 상용로그를 활용하면 일정 시간 후 산소 농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활용,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조사, 실내 환기의 중요성 등에 대한 탐구 보고서를 작성함. <수학Ⅱ> 과학과 미술에서의 수학 활용법에 관심을 갖고 지오데신 돔과 에셔의 작품에서 수학적 내용을 조사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생회장으로 재학생 건의를 반영한 내부 조직 개편 등 능동적이고 민주적으로 학생회 운영을 주도함. 자율동아리 Kaiser에서 DNA의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연구해 화학의 수소 결합과 생명과학의 DNA 사이 연관성을 찾아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생명과학Ⅱ> 동식물 세포에서 볼 수 있는 공통 세포 소기관을 찾아보고, 동식물의 형태나 영양방식의 차이를 학습기에 기록함. <보건> ‘100년 주기의 전염병’이라는 주제로 1720년부터 2020년까지의 전 세계 전염별 실태를 조사. 발병 감염 경로와 사망자 수 등을 도표와 그래프를 통해 효과적으로 정리해 눈길을 끔. 자료 조사와 분석 과정에서 조원들과의 협업을 이끌었음.

 


 선택 과목 

 

▒ <미적분>  

2학년 2학기 때 공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이 듣는 과목이기에 심화된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신청했다. 꽤 어려웠지만 배우면서 끈기 있게 문제에 접근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 <생명과학Ⅰ·Ⅱ>  

의학에 대한 관심으로 2~3학년에 걸쳐 수강했다. 근육 수축·이완 원리, 유전 질환 등 인간의 신체나 질병과 관련해 기초 지식을 쌓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암세포에 대해 연구하면서 의학도의 꿈을 키웠다. 

 

▒ <화학Ⅰ·Ⅱ>  

2, 3학년 과학 교과 선택 과목이었다.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개인적으로 ‘나의 인생 과목’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 <영어Ⅱ> 

의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대학 입학 후 원서로 공부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했다. 어휘부터 문법까지 소리 내 읽으면서 공부했는데, 인터뷰나 수행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원서로 수업하는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 <미술창작> 

가상현실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3D 프린터와 베이킹소다-식초의 화학반응을 활용한 공룡 시대 화산 폭발을 재연했다. 배운 과학·수학 지식을 미술 작품으로 구현할 수 있어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2학년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