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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로 알아보는 선택 과목] 여행지리

확장성 높은 수행평가로 지역과 더 나은 삶 고민

수행평가로 알아보는 선택 과목 6  |  여행지리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하는 이름의 <여행지리>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사회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이다. <사회문제탐구>와 <고전과 윤리> 등 다른 사회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에 비해 개설 비율이 높은 편이다. 6개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다양한 여행을 통해 자연·인문 환경의 특징과 인간의 삶의 모습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행지리>의 수행평가는 주로 포트폴리오, 주제 탐구, 진로 여행 등의 큰 틀 안에서 홍보 팸플릿·카드 뉴스·UCC·여행 자료집 제작을 비롯해 도서관과 연계한 독서 활동 등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서태동 교사(전남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신승진 교사(울산 삼일여자고등학교)

이명준 교사(경기 성일고등학교)·제현지 교사(경기 진건고등학교) 

자료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선택 과목 안내서> 


블렌디드 러닝 수업 확대·자연 계열 학생 수강 크게 늘어

 

<여행지리> 수업은 지역과 여행에 관한 정보 수집·정리 방법과 함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미래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관광학이나 지리학뿐 아니라 문화인류학, 외교학, 도시 계획학, 건축학, 지역학 연구 등의 학문을 이해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6개의 단원 안에서 여행의 의미, 지형·기후와 인간 생활 관계, 여행 산업의 지역 변화, 여행 관련 직업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내용을 배운다(표 1·2).


전남대사대부고 서태동 교사는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라는 말이 있다. 인생 자체가 하나의 여정이자 여행이라고 볼 때 <여행지리>가 얼마나 매력적인 과목인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교사의 운영 방식에 따라 다양한 활동 중심의 평가와 수업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문·이과 통합 수업이 보편화하면서 자연 계열 진로 학생의 선택 비중이 크게 늘었다. 


 수행평가 사례로 <여행지리> 엿보기 

지난 2019년부터 <여행지리>를 개설해 운영 중인 경기 성일고도 지난해부터 2학년 자연 계열 진로 희망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명준 교사는 “자연 계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여행 관련 앱 분석·기획’ ‘기후변화 포트폴리오 제작’ 등의 활동을 1학기 수행평가로 진행하고 있다. 2020년에 수행평가 100%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 전환으로 이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는 예상 외로 높게 나타났다. 수업 방식에 관계없이 과목의 취지를 살려 수업한다면 학생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지난해에는 지필평가 40%, 수행평가 60%로 평가했다. 자연 계열 학생들까지 아우르는 즐거운 수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이 지속되면서 <여행지리>의 수행평가 방법과 형식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울산 삼일여고 신승진 교사는 “온라인 수업은 교실 안에서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며 진행하는 통상적인 수업은 아니지만, 기존 인터넷 강의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수업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한다. 실시간 쌍방향 강의로 진행하려면 교재 개발이나 수업 방법 연구 등 교사의 부담이 크다. 하지만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보장과 교사의 전문성 함양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Case 1  여행자와 여행지 주민 모두 행복한 ‘울산 홍보 UCC’ 만들기


울산 삼일여고 신승진 교사’s Comment


<여행지리> 5단원 ‘여행자와 여행지 주민이 모두 행복한 여행’의 핵심 내용을 토대로 울산 홍보 UCC 제작 수행평가를 실시했다. 다양한 여행 상품 개발 사례를 분석해 내가 사는 지역 울산에 적용하는 활동이었다. 

 

울산 홍보 UCC 제작을 위한 비주얼싱킹과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스톱모션을 이용한 UCC 제작, UCC 편집과 발표 등 크게 3가지 요소 안에서 평가를 진행했다. 요소별 점수는 5~3점까지, 항목별 합계 만점은 15점, 최저점은 9점으로 정했다. 학생들은 <여행지리>라는 과목 안에서 V-LOG, 드로잉, 드론 등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미디어 계열을 진로 희망하는 학생들도 많이 신청한다. 2019년에는 학생들이 만든 영상이 ‘울산 홍보 UCC’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Case 2 나만의 여행 떠나는 ‘진로 계획 여행’ 활동

 

경기 진건고 제현지 교사’s Comment


코로나19로 여행이 극히 제한됐던 2020년의 경우, 여행의 가치와 실천을 강조하는 수행평가 내용에 공감하지 못하는 학생도 간혹 있었다. 진로선택 과목임에도 9등급제 평가라 변별을 둬야 하는 상황도 불가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진로선택 과목이 성취평가제로 전환되고 백신 접종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의 완화 조짐이 보이는 만큼,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내적 동기가 높아진 것 같다.


수행평가는 포트폴리오(20%), 주제 탐구(20%), 진로 여행 계획(20%) 등 총 60% 안에서 진행해 지필평가 40%와 합산한다. ‘포트폴리오’에서는 가치관 자석을 활용한 ‘여행에 관한 예문 카드 만들기 활동’ ‘지리 이미지 카드를 통한 나의 희망 여행지 선정과 그 여행의 분류’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주제 탐구’에서는 자신의 관심사와 진로 방향에 키워드 ‘여행’을 융합시켜 시사·이론을 탐구하는 활동을 했다. 6단원 ‘여행과 미래 사회 그리고 진로’의 내용 요소를 담은 ‘진로 여행 계획’은 학생들이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 관심 분야를 발견하고 확장하기 위해 여행 계획을 짜보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건축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존경하는 건축가의 발자취를 따라 나만의 여행을 계획해보는 식이다. 평가에 대한 부담은 줄고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진 만큼 학생들의 수업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MINI INTERVIEW _ <여행지리> 수행평가 해보니

 

“대륙과 국가 정보 토대로 교육학을 탐구하고 싶어요”  

 

최연우

경기 진건고 졸업

<여행지리> 수업에서 기대한 점이 있다면?


교육학과 진학을 목표로 했는데, ‘여행’이라는 단어에 끌려 선택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세계 각 지역에 대한 이해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하고 싶었다. 특정 지역에 대한 정보가 취약하거나 혹은 충분한 이유를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 찾는 활동이 내겐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주제 탐구’에 이어 후속 활동을 계획한다면?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인식 수준을 수치로 데이터화하고, 정보가 취약한 대륙과 국가를 중심으로 그 지역의 문화를 익힐 수 있는 ‘유아 대상의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 ‘스크래치’라는 코딩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당 국가 아이들의 대화 모습을 담고, 그 안에서 각 지역의 지리적·문화적 정보를 수록한 콘텐츠를 만들어 학습교구로 활용하는 탐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후배들에게 <여행지리> 수강을 추천한다면?


<여행지리>를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현명한, 준비된 여행자를 육성하는 과목’이라고 말하고 싶다. 수업을 듣는 내내 ‘힐링’의 느낌을 주는 과목이다. 몸은 교실에 있지만, 마음은 전 세계를 탐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의 진로와 큰 관련이 없더라도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쉼’을 원한다면 <여행지리> 수강을 추천한다. 


 Case 3  체험학습과 연계한 ‘수학여행 사전답사 자료집’ 만들기

 

경기 성일고 이명준 교사’s Comment


2019년에는 도서관 연계 수업인 ‘나만의 인생 여행기 찾기’ 활동을 비롯해 ‘수학여행 사전답사 자료집 만들기’ ‘학급별 체험학습 기획안 공모전’ 등의 수행평가를 진행했다. ‘수학여행 사전답사 자료집 만들기’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체험하는 여행을 <여행지리> 교과와 연계해보고자 기획한 수업이다. 수학여행 때 방문할 11곳의 장소를 6개 학급에서 조별로 나눠 맡은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나중에 우수 보고서를 추려 실제 수학여행 자료집으로 제작했는데, 보고서를 작성한 학생들의 이름도 수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어려웠던 2020년에는 ‘자연경관을 담은 상표 디자인하기’ ‘젠트리피케이션 탐구 프로젝트’ ‘진로 여행 계획 세우기’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그중 ‘젠트리피케이션 탐구 프로젝트’는 5단원 ‘여행자와 여행지 주민이 모두 행복한 여행’에 해당하는 수업으로 유명 관광지에 사는 지역 주민의 변화 모습을 통해 사회적 이슈인 젠트리피케이션을 생각해보는 활동이었다. 

 

학생들은 카카오맵 로드뷰 기능을 활용해 일정한 연도 단위로 해당 지역의 경관 변화를 조사했고, 로드뷰에서 본 지역과 관련 있는 신문 기사를 찾아 해당 지역의 변화 모습을 파악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개념과 해결 방안 등을 공유한 뒤, 마지막으로 내가 사는 지역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대응할지 정리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했다. 

MINI INTERVIEW _<여행지리> 수행평가 해보니

 

“명동 상권 분석한 ‘체험학습 공모전’이 기억에 남아요” 

김동욱

경기 성일고 졸업

<여행지리> 과목을 선택한 이유와 계기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삶과 새로운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여행지리>는 여행을 주제로 각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과목”이란 선생님의 소개 말씀에 끌렸다. 특히 이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활동형 수업으로 진행하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수행평가 내용과 본인이 맡은 역할은?


‘학급별 체험학습 공모전’이라는 수행평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과 모둠을 만들어 우리 학급이 체험학습하게 될 장소에 대해 세부 활동 계획을 고안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명동 일대 상권의 특징을 비교하는 모둠에 속해 백화점 상권 분석과 보고서 작성·발표 등을 맡았다. 흥미로운 활동을 통해 명동에는 상가 거리를 비롯해 백화점과 남대문시장 등 서로 다른 상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습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수행평가였다고 생각한다. 


본인 진로와 <여행지리>의 연관 관계를 설명해준다면?


<여행지리>라는 수업을 통해 ‘나는 어떤 지리 교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다.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에 관해 고민하는 과목인 만큼, 나중에 지리 교사가 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수업을 기획하고 싶다. <여행지리>는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인간의 삶’을 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과목이다. 후배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