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놀이 같았던 수학, 인공지능 공부하려 어려운 과학에도 도전”
한만욱 | 인하대 인공지능공학과, 경기 상현고
“고등학교 3년, 나의 학교생활은 ‘수학과 코딩’ 두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한만욱씨는 올해 인하대 인공지능공학과에 합격했다. 대입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을 묻자 의외로 평범한 대답이 돌아온다. 관심 분야인 컴퓨터로 큰 틀을 만들고 그에 맞춰 동아리와 독서, 탐구 활동 등 할 수 있는 것들을 학교 안에서 찾아 꾸준히 실천했을 뿐이라는 것. 덕분에 컴퓨터에서 인공지능 분야로 진로를 더 구체화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대입과는 별개로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도 깨달았단다. 대학이 학생부 종합 전형을 통해 찾고자 하는 인재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호기심과 궁금증을 안고 만욱씨를 만났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 이의종
놀이처럼 즐긴 수학, 화학 원소도 방정식의 미지수로 느껴
“과목 간 성적 차가 큰 편이었어요. 수학이 너무 재미있는 반면, 국어나 영어 과목은 자신이 없었죠. 수학 공부를 줄이고, 그 시간을 다른 과목에 더 투자하자는 생각으로 학교생활을 했어요. 하지만 암기 과목 공부하다가 잠깐 머리 식힐 때 수학 문제를 풀 정도로 수학은 제게 휴식 그 자체였죠.”
쉬는 시간에도 수학 문제 푸느라 책상에서 일어나는 법이 거의 없었다. 따로 시간을 할애해 공부하기보단 쉬는 시간에 마치 놀이처럼 문제 풀이를 즐겼다. 친구들의 질문을 받아 설명해주면서 본인의 취약한 부분을 깨닫고 채워가는 즐거움도 컸다. 하지만 고민이 없진 않았다.
“수학을 잘하면서 과학 성적도 좋은 친구들이 많지만, 전 그렇지 않았어요. 컴퓨터를 전공하려면 물리를 알아야 할 것 같아 <물리학Ⅱ> 수업에 욕심을 냈더니, 따라가기 힘들 것 같다며 과학 선생님이 말리셨을 정도니까요. 제 뜻대로 수업을 들었지만 너무 어려웠고, 신청 인원까지 적어 좋은 등급을 받진 못했어요. 하지만 제 진로에 꼭 필요한 과목을 겁내지 않고 신청해 수강했다는 면에서 뿌듯합니다. 다행히 화학 수업은 원소가 방정식의 미지수처럼 느껴져 <화학Ⅱ>까지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어요.”
내신 성적은 2등급 후반에서 3등급 초반으로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유지했다. 학생회와 자율동아리 등 학교생활에 충실할 것을 목표로 고교 3년을 보냈다.
국내 생태계 보존하는 모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인공지능으로 진로 구체화
“초등학생 땐 주로 한글과 파워포인트 활용을, 중학교 자유학기 진로 탐색 수업 시간에는 아두노이드 프로그래밍을 접했어요. 고등학생이 되어 대입을 준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컴퓨터공학과에 가고 싶었죠. 1, 2학년 때까진 학생회 활동하느라 전공 연계 활동에 몰두하기 어려웠는데, 3학년이 되고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를 시작하면서 인공지능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사회문제융합탐구동아리에서 국내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 문제의 해결을 위한 모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게 결정적이었다. 만욱씨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은 휴대폰으로 외래종을 촬영해 공유하면 구글 이미지 검색 시스템을 활용해 외래종의 명칭을 알려준다. 구글의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취합한 외래종의 명칭이나 위치 정보 등을 환경 관련 기관에 전송해 데이터화하는 방식을 프로그래밍했다.
“우리나라의 토종 말벌이 미국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신문 기사를 접한 뒤, 반대로 국내 생태계를 해치는 외래종은 뭘까 호기심이 생겼죠. 그 무렵 인공지능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와 관심이 컸는데, 대기오염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한 우간다의 사례를 알게 됐어요.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인공지능을 활용해 외래종 문제를 해결하는 모의 앱을 만들게 됐죠.”
이 활동을 통해 그는 협업의 중요성도 새삼 깨달았다. 뛰어난 코딩 실력으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인책이 있어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 이때 마케팅 분야로 진학을 준비하는 동아리 친구에게 모의 앱 활성화 방안 이벤트에 관해 피드백을 받으며 느낀 점이 많다. 의견이 다른 상대와의 토론처럼 깊이 있는 대화 안에서 더 많은 지식이 쌓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휴대폰에 학생부 파일 저장하고 틈틈이 내용 숙지하며 면접 준비
수시 6장 중 5장의 원서를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인공지능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에 지원해 모두 합격했다. 추가 합격한 대학도 몇 곳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 기쁜 건 가장 입학하고 싶은 일순위 선택지였던 인하대 인공지능공학과에 최초 합격해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 2021학년 신설한 학과여서 진학 정보가 많지 않았지만, 지원을 적극 추천한 담임 선생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시 원서 쓸 때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학과 선정은 물론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나 면접 평가 여부도 꼼꼼히 따져 제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주셨죠. 교과 내신에 비해 조금 저조한 수능 성적과 면접에 강점이 있는 부분까지 고려해 지원 전략을 세웠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하하.”
인하대 미래 인재 전형은 최저 기준이 없고 현장 비대면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합격을 예단하긴 어려웠다고. 다만 오래 공들여 준비한 내용을 큰 실수 없이 펼쳐보였다는 생각에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인공지능의 기법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데, 다행히 예상 질문으로 뽑아 미리 답변을 연습한 내용이었어요. 인공지능과 딥러닝, 머신러닝의 개념 등을 정확히 짚은 다음, 예시를 들어 대답했습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을 보고 얘기하니 내 얘기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불안하긴 했어요. 다행히 교내 모의 면접에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은 보람이 있었습니다. 학생부 내용 숙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휴대폰에 학생부 파일을 저장해놓고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틈나는 대로 읽고 또 읽으며 연습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코딩 프로그램 개발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파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한 시간 역시 그를 한 뼘 더 성장하게 했다. 상대방과 생각을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논리적이고 예의 바르게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익혔다.
“학생회 윤리부 부장으로 교내 자판기 관리를 맡았을 때의 일이에요.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판매하려는 업체 쪽과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선생님들이 도와주시긴 했지만 학생 신분으로 학교 밖 어른을 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자판기 음료의 가격도 비싼 편이었기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라도 학생회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죠. 학교 대표로 여러 차례 만나 회의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내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는 방법, 특히 세대가 다른 어른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반듯하고 예의 바른 모습이 돋보인 만욱씨는 후배들을 위한 멘토링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모교인 경기 상현고를 찾아 후배들에게 본인의 대입 준비 경험담을 전하는가 하면, 메일이나 SNS로 들어오는 중·고생들의 진로와 입시 관련 질문을 흔쾌히 받아주는 멋진 선배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수학과 코딩 사랑이 뜨겁다.
“학교 수업 중 <객체지향프로그래밍>이라는 코딩 과목이 가장 재미있어요. 앞으로 이쪽 분야 공부를 쭉 이어갈 생각입니다. 수학 문제를 재미있게 풀 듯 우리 앞에 놓인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코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제 목표예요. 더 깊이 공부해 코딩으로 다양한 시도도 하고 관련 앱도 개발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1학기 경기 꿈의 대학(스마트폰 앱 개발을 통한 논리력·창의력 향상) 20시간을 이수함. 자율 활동 독서 토론 시간에 관심 분야인 프로그램 개발자의 세계에 대한 책을 급우들에게 소개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2학기 수학 프로그램을 이용한 모둠 학습에서 모둠장 역할을 수행했으며 y=x 대칭과 점과 점 사이 거리의 최솟값과 관련된 문제를 선정해 풀이 과정을 프로그램 언어로 전환하는 역할도 수행함. 모둠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풀이 과정을 모둠원들에게 설명하는 등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이 돋보임.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생자치회 윤리부 부장으로서 회장단과 함께 학교행사를 진행함. 특히 교내 자판기 관리 업무를 맡아 학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도왔으며, 학생들의 학교생활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함. 또래 멘토링 활동에 수학 교과 멘토로 참여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어 멘티에게 자신의 학습 성과를 나누고 학습 어려움과 학교생활 고민을 함께 극복하는 성장의 시간을 가짐.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히파르코스가 지구 크기를 측정한 방법의 원리를 분석했으며, 컴퓨터를 활용해 원을 직접 그려 반지름을 구하고 원둘레의 길이를 구함. <확률과 통계> 항상 꾸준한 수업 태도와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강점인 학생임. 매 지필평가 후에 자신을 분석하고 발전 방향에 대해 담당 교사와 면담한 후 다음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모습을 보임. 수업 시간 모둠 활동에서 멘토로 활약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관심 있는 시사 검색 활동에서 AI를 사용해 아프리카의 대기 오염을 해결한 엔지니어의 기사에 흥미를 느낌. 대기질 센서를 설치해 인공지능 예측으로 오염 피해를 줄이고 개선한다는 사실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 시스템 구축에 집중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언어와 매체> 수학 관련 인쇄 매체 ‘인공지능의 수학 실력’을 읽은 뒤, 인공지능의 실험을 통해 수학적 추론 능력이 부족함을 제시하고 머신러닝의 인공지능에서 딥러닝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피력함. <화학Ⅱ> 수업을 마치고 나면 따로 교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학생으로 품성이 돋보임. 컴퓨터를 이용해 과학이라는 현상을 이해하고 수학을 접목해 방정식을 통해 풀어나가는 계산화학에 흥미를 느끼고 탐색함.
선택 과목
▒ <물리학Ⅱ> 2학년 때 배운 <물리학Ⅰ> 수업의 개념도 쉽지 않아 어려울 거라 예상했지만, 희망 진로 분야인 인공지능과 연관 있는 내용이 많다고 생각해 3학년 1학기에 선택했다. 수강 신청 인원이 적어 좋은 등급을 받진 못했지만, 배우고 싶은 학문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 <화학Ⅱ> <지구과학Ⅰ> 지구과학은 과학 교과 중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다. 어릴 때부터 우주와 천체에 관심이 많았는데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어 좋았다. <화학Ⅱ>는 화학 원소가 마치 수학 방정식의 미지수처럼 느껴져 더욱 재미있었다. 특히 수업을 통해 계산화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커졌다.
▒ <기하> <미적분> 희망하는 컴퓨터 분야의 공부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신청한 과목들이다. 특히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수학적 이론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끌렸다.
▒ <프로그래밍> 2학년 때 교육청의 클러스터 수업으로 방과 후에 수강했다. 로봇 주행에 관한 코딩이나, 심화 과정의 로봇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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