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공 따라잡기] 신소재공학과

청동기, 철기… 인류 문명은 소재가 좌우했다!_ 첨단 산업 핵심 소재 연구로 융합 활발

 

석기·청동기·철기 시대, 돌이켜보면 인류 문명의 발전은 당시 사람들이 사용했던 도구의 재료와 활용 능력에 의해 좌우됐다. 현대에도 재료·소재의 발달은 한 나라의 산업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한 자동차와 조선공업은 철강 재료로부터, 도시 건설 발전은 각종 세라믹 재료와 함께했다. 최근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나노 기술, 항공·우주, 바이오 등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신소재 연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신소재공학과의 특징과 전망, 진로 등을 살펴봤다.

 


취재 이지연 리포터 judylee@naeil.com
도움말 이규형 교수(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자료 학과 홈페이지·전공 가이드북·커리어넷

 


신소재공학과
소재 연구뿐 아니라 타 분야와도 연계

 


신소재공학은 다양한 소재의 성질을 융합·개발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거나 기존 소재의 성능 개선을 목표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산업 재료와 첨단 신소재를 연구하고 개발한다. 신소재공학과의 영문 학과명은 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MSE)이다. 공과대학에 속해 있는 타 학과들과 달리, 기초 과학(Science)과 응용 과학(Engineering)의 성격이 결합돼 있다.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이규형 교수는 “신소재공학은 21세기 산업의 핵심 소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독립적인 공학 분야이다. 더불어 화학·물리 전기·전자 화공·생명 컴퓨터·환경시스템 건축·토목 등과 같은 다른 이공학 분야와 학문적으로 연계해 그 과학과 기술을 융합하고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분야로서도 큰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신소재공학은 물질의 조성과 조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소재의 물리 화학 전자기 생물학적 성질을 이해하고 이를 기능·융합해 유용한 소자와 시스템을 개발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이·공학 지식이 요구된다. 신소재공학자라면, 재료의 성질을 잘 이해할 뿐 아니라 각 재료들의 성질을 조합하여 유용한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설계 능력, 개발된 재료를 상용화할 수 있는 공정 기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시대에 발맞춰 학과 성격 달라져

 

신소재공학과의 학과명이나 연구 분야는 산업 발전과 맥을 함께했다. 과거엔 철강 산업이나 건설 산업의 호황에 발맞춰 금속공학과, (무기)재료공학과 등이 개설됐다. 최근에는 첨단 산업의 발달로 신소재 연구가 보다 활성화되면서, 대학의 학과명도 신소재공학으로 대부분 변경됐다. 교과 과정은 학과 교수들의 전공 분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소재공학과 교과 과정은 물리, 화학, 수학 등의 공학 기초 분야와 열역학, 상변태, 고체 역학, 열·물질이동 등의 기초 전공 분야를 토대로 한다. 이후 나노 재료, 정보통신 재료, 전기화학 및 에너지 저장 재료, 첨단 구조 재료, 생체 재료 등 다양한 재료를 이해하고 응용하는 교과를 배우게 된다.

 

 

소재, 유사 학과에서도 다루나 접근 달라

 

최근 융복합 연구의 활성화로 화학공학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유사 학과에서도 소재 관련 연구를 한다. 주로 개발된 소재를 활용하거나 기기에 적용하기 위한 공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반면 신소재공학은 재료를 심도 깊게 이해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거나 이를 합성, 가공, 소자화하는 것이 주된 연구 분야다. 이 교수는 “화공이나 전기전자에서도 재료를 다루지만 재료 사용이 주 목적이다. 반면 신소재는 어떤 재료를 어떤 소자로 쓰느냐가 중요하다. 학과 간 활용 목적이 명확히 구분된다”고 설명한다.

 

 

학위에 따른 전문성 차이, 취업에도 영향

 

신소재공학과 졸업생은 금속, 세라믹, 폴리머 소재를 제조하는 소재 전문 기업뿐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의 기간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철강 등 소재 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취업하고 있다. 소재 연구·개발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어 대학원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경우 기업체 선행 연구소, 정부 출연 연구소 및 대학으로의 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신소재공학과는 학위 이수 여부에 따라 취업 기회가 달라진다. 연세대는 학사 졸업생 중 약 35%가 대학원에 진학하는 편이다. 학사 졸업 시 주로 대기업에 취직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삼성전기 SK이노베이션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이다. 흔히 전기전자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공생들이 진출하는 기업체도 신소재공학과 졸업자를 10% 이상 뽑는 편이다.

 

기기에 대한 소재 연구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는 소재 관련 기업체뿐 아니라 연구소로도 많이 진출
한다. 반도체 선행 연구소나 종합 기술 연구소 같은 곳은 최소 박사급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박사 후 연구(Post Doctoral researcher)급을 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전한다.

 

 

수학·과학·외국어 역량 중요

 

신소재공학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전자, 생체·의학 등 거의 모든 공학 분야와 관련돼 있다. 신소재공학을 전공하면 다른 여러 공학 분야와 기술을 두루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학 전반에 대한 지식과 과학적 분석 틀을 습득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각종 실험, 실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분석적 사고력도 중요하다. 서울대 전공 가이드북에 따르면, 재료공학부에 지원하려는 학생은 수·과학을 좋아하거나 응용에 관심이 많고,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며 탐구심을 가져야 한다.


이 교수는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 수업도 50 % 정도 된다. 수업 수강이나 해외 논문 활용 등을 위해 외국어 역량도 중요하다. 올해의 입시 변화로, 학과 공부에 꼭 필요한 <미적분> <물리Ⅱ> <화학Ⅱ> 를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도 입학하게 된다. 방학 특강이나 전공 필수과정의 수준 조정 등을 학과 차원에서 고민 중이다”라고 전한다.

 

 


MINI INterview 
“신소재공학은 모든 공학의 출발점이자 다양한 학문의 집대성”

김수민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박사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2년 근무 중



Q.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면?

삼성전자 DS부문 생산기술연구소에서 반도체 설비 및 패키징(Packaging) 공정 기술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반도체 미세화 기술의 한계와 인공지능, 자율주행, 5G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기술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수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패키징 공정이 차세대 반도체 사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 되고 있다.

 

패키징 기술 수준에 따라 고용량, 초고속, 저전력, 소형화, 고신뢰성의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TSMC, 인텔, 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앞다퉈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Q. 신소재공학과를 전공하게 된 동기는?

고등학교 때 물리와 화학 둘 다 좋아했고 자신 있었기에, 둘 중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둬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신소재공학은 모든 공학의 출발점이면서 물리, 화학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등 다양한 학문이 집대성된 학문이고, 재료의 본질과 물성에 대한 탐구를 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나의 관심 분야에 따라 향후 진로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신소재 공학을 선택한 이유였다.


Q. 신소재공학과에서 배운 내용과 현재 업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반도체 기술은 소재의 특성을 기반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소재의 이해가 필수다. 학부 시절 다양한 학문이 결합된 과목들을 수강하고 공부했기에 다른 학과 출신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박사 과정 동안 해당 학문에 대해 보다 깊이 탐구하고 공부했기에 연구소 내에서도 미래 기술 개발과 관련된 특화 연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실제 내가 속한 그룹은 구성원 대부분이 다양한 분야의 박사들이다.


Q. 현재 하는 일(반도체 패키징 분야)에 필요한 역량과 적성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전망은?

반도체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기술 수명이 매우 짧다. R&D 투자를 통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없다면 시장을 석권한 기업이라도 빠르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반도체 기술 경쟁이 초미세 공정에서 패키징 분야로 옮겨가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도록 많은 학생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Q. 반도체 산업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반도체 관련 직무를 희망한다면 신소재공학 전공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신소재공학과에서 다양한 학문들을 공부하며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연결 지어 유기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늘 관심을 가지고 트렌드를 파악했으면 좋겠다. 학부 과정에서 세부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대학원 진학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면, 주체적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MINI INterview 
“유독 많았던 호기심, 소재 개발로 이어져 학과 지원”

김나연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2학년

 

 

Q. 신소재공학부를 지원한 동기는?

“왜 만날 쓸데없는 걸 궁금해해?” 유독 호기심이 많은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꼭 듣는 질문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상들이 왜 일어나는지 궁금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왜 냄비 손잡이는 뜨겁지 않지? 열전도율이 낮은 소재 때문이라면, 그 소재의 열전도율이 낮은 이유가 정확하게 무엇이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 때문에 학교 공부를 하다가도 자주 다른 주제로 새곤 했던 것 같다.

 

재료의 결정 구조와 물성의 관계를 배우고, 그것을 기반으로 재료의 특성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이론을 배울 수 있는 신소재공학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Q. 신소재공학부를 지원하기 위해 했던 고등학교 활동은?

재능 기부 봉사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직접 만들어보는 실험을 했다. 실험을 준비하면서 태양전지에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차세대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재료와 기술을 공부해 학과 공부에 조예를 더했다.


또한 당시에 <물리Ⅱ>를 선택하지 않아 이를 보완하고자 <물리실험>이라는 소인수 과목을 신청해 이수했다. 이 밖에 화학 실험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확인하며 얻어진 데이터들을 분석하는 기법을 익히는 등 학과와 관련된 경험을 쌓았다.



Q. 학과 공부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과목을 소개한다면? 어려웠던 점은?

신소재공학의 바이블이라고도 불리는 재료과학이 흥미로웠다. 이 과목에서 재료의 결정구조를 바탕으로 강도, 경도, 연성 등 기계적 성질과, 물성을 변화시키는 메커니즘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영화 <타이타닉>을 소개하시면서, 타이타닉호의 침몰 원인에 대한 여러 설들 중 하나인 온도변화 이론을 설명해주셨다. 금속의 강도와 경도가 온도가 낮을수록 급격히 약해져 취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빙하의 충돌로 선체가 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안전과 필요를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재료의 특성들을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려웠던 점은 영어 전공 수업이다. 아무래도 과학·공학과 관련된 전문 용어가 많은데 영어로 수업을 듣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익숙해지면 한국어로 번역된 내용보다 원문이 이해하기 수월한 경우도 많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Q. 현재 관심 있는 분야 또는 진로 계획에 대해 소개한다면?

최근 관심이 있는 쪽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다. 반도체 공정 설계와 회로 설계에 흥미가 생겨 학과 내 학술 동아리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 타 학과 수업이지만 반도체 소자와 회로에 관련된 과목을 수강하고 싶어 다중전공을 고려 중이다.

 

 

Q. 신소재공학부를 지원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화학과 물리 과목은 꼭 배우고 오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전공 과목이 고등학교 물리·화학 지식을 기초로 확장해나가기 때문에, 고등학교 물리·화학 과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또한 학과 특성상 수식을 통해 이론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미적분 개념도 잘 숙지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겁먹지는 않아도 된다. 입학 후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잘 따라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