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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따라잡기] 정치외교학과

공동체와 국제사회를 이해·통찰하는 정치외교학과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면 정치는 필요 없다. 정치는 공동체가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구성된 집합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바르게 작동하는 정치 체계 속에서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법적 지위와 안전을 보장받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정치외교학과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정치·사회 현상의 분석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낸다. 정치외교학과의 교육과정, 특징, 졸업 후 진로 등을 살펴봤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도움말 이재묵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자료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어디가·커리어넷

 


정치외교학과
정치·외교 분야에서 활동할 전문 인재 양성

 


정치외교학과에서는 정치학과 국제정치학, 두 가지 학문을 통합해 배운다.국내외 정치 현상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공부하고 정치·외교 분야에서 활동할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정치학은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외교는 세계 각국 간 정치를 연구한다. 국외 대다수 대학에서는 정치외교학과 대신 정치학과로 개설돼 있다. 외교를 정치학의 세부 분야인 ‘국제정치’로 배우는 것이다.


정치외교학과라는 학과명으로 개설된 것은 민주화 이전, 군부 독재 시대를 거치며 정치학과 대신 중립적으로 인식되는 행정학과를 많이 개설한 것과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국들 사이에서 외교력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관계가 있다.

 


정치사상, 국제정치, 비교정치, 정치학방법론 분야가 대표적

 

정치외교학은 정치학 이론에 기초해 다양한 현상을 체계적·논리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정치학이 관심을 둔 영역은 공동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간관계 속 권력, 이익, 갈등, 권리 등 방대하다. 이 방대한 영역을 현실 문제에 적용해 대응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정치외교학은 크게 정치사상, 비교정치, 국제정치, 정치학방법론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정치학의 뿌리는 정치사상으로 시작되며 고대 그리스 플라톤부터 근대 시민사회의 홉스 로크 루소를 거쳐 마르크스 엥겔스 등에 이르기까지 대가들의 철학·사상을 공부한다. 국제정치는 외교사, 안보론, 국제기구론, 국제정치경제론 등으로 세분화해 배우게 된다.


비교정치는 각 나라의 정치제도를 배우면서 서로 다른 여러 나라의 정치제도를 비교·분석하는 분야로 정치체제, 선거정치, 공공정책 등을 다룬다. 한국정치도 비교정치에서 공부하나 대학에 따라 따로 분류해 비중있게 배우기도 한다.
비교정치는 정치학의 주류에 해당하며 정치외교학과 교육과정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정치학방법론은 정치사상·이론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연구다.


연세대는 국제정치 분야에서 우위를 보이고, 고려대는 교육과정 중 비교정치 분야가 70% 정도를 차지하며, 한국외대는 지역정치·국제정치에서 강점을 보인다.

 

 

읽기, 토론하기, 쓰기, 참여 활동이 강조된 수업

 

고등학교 <정치와 법> 수업에서는 삼권분립이 무엇인지를 배웠다면, 정치외교학과에서는 ‘왜 삼권분립을 하는가’에 대한 철학과 사상을 배운다. 문제 상황을 냉철하게 비판하고, 바꿀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들어나가는 학문의 특성상 다양한 자료·책을 읽고 토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많다. 자신의 추론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할 경우도 많아 비판적·논리적 사고력이 중요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참여 활동이다. 정치를 현실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이재묵 교수는 “<정치학과 현장학습>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민주시민 교육을 독려한다. 국내에서 3년간 거주하면 투표권이 생긴다는 사실을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생들이 서울 대방동, 안산 등의 다문화가정의 유권자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코로나19로 현장 활동이 어려운 요즘은 공공외교 특강을 듣고 한국의 매력을 어떻게 알릴지 기획·발표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러한 참여 활동을 통해 표면적인 학습을 넘어 심층적 이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많은 토론, 팀별 참여 활동, 동아리 활동을 통해 소극적이었던 학생들도 졸업할 무렵에는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길러진 적극성은 정치인·외교관 같은 공적 서비스 영역뿐만 아니라 기업 취직, 창업 시에도 도움을 준다. 다수의 정치외교학과에서 전공 필수 과목을 줄이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 교수는 “학제 간 벽을 허무는 융·복합 시대에 맞춰 전공 필수 과목을 줄여 학생들이 폭넓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생들이 개인의 관심과 계획에 따라 여러 전공을 넘나들며 수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영역이 방대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공을 살리기 힘들다는 평도 있다. 전공 필수 과목이 줄어 수강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여 뚜렷한 진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외교관·국제기구 근무 선호도 높아 

 

외교관을 희망하며 정치외교학과를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외교관이 되기 위한 첫 단계로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을 응시해야 한다. 시험 과목인 국제정치학 국제법 경제학을 정치외교학과에서 배울 수 있다. 또한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서는 지역 언어에 능통한 전문 인력 선발을 위해 ‘지역외교’ 인원을 따로 두는데, 제2외국어 전공이 많은 한국외대 출신의 합격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 교수는 “특정 언어를 전공하면서 정치외교학과 과목을 수강하거나 복수 전공해 외교관선발시험에 합격하는 사례들이 보인다”고 전했다. 그 밖에 한국과 외국 간 각종 교류사업을 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정부 차원의 대외 무상 협력 사업을 전담하는 코이카(KOICA)와 같은 정부기관에 취업하기도 한다.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이 되거나 국회의원 보좌관, 정당 당직자로 진출하기도 한다. 학업을 계속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대학교수나 외교통상부 통일부 등 정부 부처 산하 국회 연구원에서 연구원이 될 수도 있다.

 


MINI INterview 
“정치·사회 현상 이면에 대한 깊은 이해, 보좌관 일에 도움돼”

정진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국회의원 보좌관



Q.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면?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국회의원의 모든 활동을 보좌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보좌진들은 국회의원이 회의에서 법안을 심사하고 행정부의 업무와 예산이 적절하게 쓰이는지 확인하고, 잘못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회의에서 발언할 자료들을 준비한다.

 

회의가 없는 평소에도 법을 만들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 법안으로 만들고, 공무원들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현안을 이해하고 개선 방향을 찾는다. 국회의원 보좌진 9명이 일을 분담한다. 국회의원 1인은 보좌관 2인(4급 상당), 비서관 2인(5급), 비서 4인(6·7·8·9급 각 1인씩), 인턴 1인 등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Q. 보좌관 일을 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국회의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일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의 하루는 많이 바쁘고 국회의원을 돕는 보좌진도 바쁠 수밖에 없다. 특히 일이 갑자기 몰릴 때가 많다는 점이 힘든 부분이다. 예를 들어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 현안이 생기면 관련 상임위원회나 국회의원이 속한 정당에서 특별위원회나 TF팀이 구성된다.

 

회의 일정이 갑자기 잡히는 경우도 많은데 보좌진들은 1~2시간 안에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관련 부처 공무원에게 긴급하게 자료를 요구해 받고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자료를 참고해 불과 몇 시간 내에 보고서를 만들어낸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 체력도, 정신도 급격히 쇠약해진다.


Q. 보좌관 업무에 필요한 역량과 적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국회의원 300명의 보좌진을 보면 이력과 전공이 다양하다. 역량, 적성보다 중요한 것이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성실성, 겸손,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우선 의정 활동을 보좌하다 보면 여러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맡은 바 일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성실성이 필요하다.


또한 겸손이 요구된다. 보좌진은 상황에 따라서는 국회의원을 대리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하는 것이 마땅하고 보좌진 또한 그런 자세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 국회의원은 정부와 상대 정당의 주장을 비판·견제하고 보좌진들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자료를 만든다. 다수의 합의로 만들어진 법과 제도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피해를 보거나 불합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누군가는 불공평하게 특혜를 받을 수도 있다.

 

어떤 현상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것인지,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냉철하게 분석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Q. 보좌관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국회의원 보좌진이라는 직업이 다소 고된 면도 있지만, 큰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다. 내가 다뤘던 법안, 지적했던 사안이 반영돼 법과 제도가 개선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혜택을 받게 될 때다.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300개 국회의원실의 채용 공고가 있으니 국회의원 보좌진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국회를 직접 경험하게 되면 매체를 통해 전달됐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MINI INterview 
“정치가 가진 타협과 조정의 힘을 믿어”

이정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Q.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항상 내가 속한 공동체에 관심이 많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친구들과 함께 바꿔보려고도 했다. 그러다 ‘나의 공동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점차 넓어져 사회 전반의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알면 알수록 나와 무관하지 않은 문제라 느꼈고,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의 곁에서 이를 함께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정치외교학과를 지망했다.


Q. 가장 좋았던 전공 과목을 소개한다면?

작년에 수강한 <현대정치철학>이란 전공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치학을 공부하다 보면 내용은 유익하고 흥미롭지만 이것을 당장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될 때가 있다.

 

려대 정치외교학과의 전공 분야는 정치사상, 비교정치, 국제정치로 크게 나뉘는데 특히 정치사상 분야를 배울 때는 관념적인 내용이라 현실과 조금 먼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강의를 들으며 지배, 혐오, 기회구조 등의 주요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지 배웠다.


Q.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기에 사안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요구되는 학과이다. 어떻게 관련 역량을 키웠는지?

관점을 영어로 하면 ‘point of view’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관점은 결국 내가 ‘어느 위치에 서서 현상을 바라보는가’를 의미한다. 그래서 관점은 곧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완벽하게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인 입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보다 ‘정치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하나의 사회적 이슈를 표면적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각각 서로 다른 입장의 차이를 만들어낸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Q. 입학 전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치외교학과 전공 수업의 특징 중 하나는 읽어야 할 자료가 많다는 것이다. 수업을 위해 읽어야 할 논문 등인데, 정치외교학과에서는 주로 미국 학자들의 이론을 배우기 때문에 자료 역시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다. 주요 표현들에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괜찮지만 학술적인 영어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

 

 

Q. 대학 졸업 후 진로 계획은?

로스쿨, 대학원 진학, 혹은 정당 활동 등을 폭넓게 고민하고 있다. 현실 정치에 관심이 많아 관련해 기반을 쌓을 수 있는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 정치외교학과의 특성상 넓은 정치 영역에서도 자신의 전문 영역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어느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을지 고민 중에 있다. 평소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 현재 학생회, 동아리, 정당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Q.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를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정치학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를 볼 때면 정치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정치에 비판적인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아닌 다른 길은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왜 정치인가?’라는 고민을 한다면 정치가 가진 타협과 조정의 힘을 보여주는 <정치를 옹호함>과 사회적 갈등을 정치로 해결해야 함을 설명하는 <민주주의의 시간>을 권한다. 정치외교학과에서 공부하며 느낀 정치학의 매력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