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과 크라우드 펀딩, 관심 분야 탐구 활동으로 부족한 내신 보완했어요
김영홍 | 서울과학기술대 산업공학과 산업정보시스템 전공, 경기 저현고
학생부 진로 희망 사항란은 ‘응급구조학 분야-신소재 연구원-산업공학 분야’로 다소 다채로웠지만(?), 학교 활동만큼은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내신 4등급이라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각종 교내 대회와 동아리 활동에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과학기술대 산업공학과 산업정보시스템 전공에 합격한 김영홍씨는 고3 1학기를 맞을 때까지 희망 학과를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설혹 실패하더라도 재미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라는 넘치는 패기로 관심 분야를 파고들다 보니, 어느새 학생부에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사회 변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멸종 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활동까지 펼친 영홍씨는 대학이 원하는 ‘융합형 인재’에 한발 다가서 있었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 이의종
선택의 여지 없는 학생부 종합 전형 6장의 원서
“성적이 좋지 않아 내신 4등급 선이었어요. 2학년 마칠 때까지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고 싶은 전공이나 진로를 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늘 막연하게 생활했던 것 같아요. 목표 의식이 없으니 동기부여도 안 되고, 성적이 좋을 리 없었죠.”
교과 성적이 좋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학교 활동으로 만회해 학생부 종합 전형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6장의 원서를 모두 종합 전형으로 지원했는데, 서울과학기술대를 포함해 3개 대학에 최종 합격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원 학과는 학생부 내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과가 어디일까 하는 전략적 고민 끝에 결정했어요.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 자율학부로 나눠 지원했는데, 가장 간절히 바라던 서울과학기술대에 합격해 너무 기뻤죠.”
지원 학과 결정은 조금 늦었지만, 관심 가는 대로 학교 활동을 열심히 했기에 자기소개서 준비는 누구보다 빨랐다. 학생부를 꼼꼼히 분석해 큰 틀을 짜고 꼭 담을 내용을 추려나갔다.
“2학년 겨울방학에 학생부를 꺼내 그 안에 드러난 제 장점과 단점을 쭉 적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동안 진행한 활동과 연계해 3학년 1학기에 심화 활동을 계획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식으로 생활했죠.”
‘스쿨존 캠페인’ 경험 삼아 ‘멸종 위기 동물 보호 크라우드 펀딩’ 기획
1학년 때 학급 특색 활동으로 ‘옐로카펫’의 개념과 의의를 알리는 캠페인 활동을 기획했다. 횡단보도 바닥의 노란 페인트칠을 통해 어린이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그 경험을 살려 2학년 초에 ‘멸종 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디자인과 홍보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배지, 에코백, 팔찌를 제작해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관련 단체에 기부했죠. 1학년 때 진행한 옐로카펫 캠페인과는 전혀 다른 희열과 성취감을 느꼈어요. 무엇보다 수익금 기부라는 형태로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는 생각에 보람이 더 컸습니다. 나중에 정규 동아리로 다시 개설한 뒤부터는 더 많은 인원과 시간,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부실한 응급 의료 체계, 유기 동물 보호,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불편 등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고 크라우드 펀딩과 학술제까지 준비했죠.”
특히 유기 동물 보호 펀딩은 이전 활동의 경험을 살려 다른 학교와 교류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 직접 제작한 북 보틀 200개를 모두 판매하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영홍씨는 이런 스토리를 요약해 자기소개서 3번에 정리했다. 4개 항목 중 본인을 가장 효과적으로 그려낸 문항이어서 더욱 뿌듯했다.
쉽지 않았던 <물리학Ⅱ> 이수
내신 기간에는 모든 학교 활동을 멈추고 시험 준비에만 집중했지만, 생각만큼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선택 과목을 결정할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물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고2 때 <물리학Ⅰ>을 수강하지 않았지만, 고3에 올라가 <물리학Ⅱ>를 선택했다. 학교 안에서 <물리학Ⅰ>을 건너뛰고 Ⅱ과목을 이수한 유일한 학생이었다.
“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없지 않았고, 무엇보다 종합 전형으로 공대에 지원하려면 물리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학기 시작 전에 기본적인 물리 공식을 외우고 이해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까지 <물리학Ⅰ> 교과서를 들고 다니며 독학했고 <물리학Ⅱ>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2학년 때 교육과정에서 <물리학Ⅰ>을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물리학Ⅱ> 수업에 도전해 수업에 집중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 자기 주도 학습을 통해 <물리학Ⅰ> 내용을 병행해 공부하고, 과학 도서를 찾아 읽으며 관련 배경지식을 넓힘.’ 3학년 물리 담당 교사는 영홍씨의 학생부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 이렇게 적었다.
(과학 교과 선택 과목은 위계에 맞게 이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리학Ⅰ>을 배운 뒤 <물리학Ⅱ>를 이수하는 것이 정상적인 이수 경로이기에 실제 영홍씨 사례를 놓고 과학 교과 교사들이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쳤다는 점을 밝힌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 신기술 향한 열정으로
“고1 무렵 사회적으로 비트코인 붐이 크게 일었는데, 그때 암호화폐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창의융합교실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고서를 작성했죠.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방안’을 주제로 한 내용이었어요. 블록체인 기술을 온라인 음원, 중고 거래, 기부 산업에 적용하는 방법을 제안했고, 학술제에서 발표한 뒤 학교 문집에 과학 논문으로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뿌듯함을 느끼던 것도 잠시, 어느 날 읽게 된 과학 기사 하나로 큰 혼란에 빠졌다. 구글에서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를 발표하면서 ‘양자우위(양자컴퓨터가 가장 강력한 기존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양자컴퓨터의 등장으로 현대 암호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의미였고, 이 발표는 당시 비트코인 관련 주가에도 큰 타격을 줬다.
“이후 저는 양자컴퓨터와 블록체인 기술의 우열에 대해 정확히 탐구해보고 싶었어요. 3학년 진로 시간에 양자컴퓨터에 대해 알아봤고, ‘양자컴퓨터의 등장과 블록체인 기술’을 주제로 다시 보고서를 작성했죠. 그 내용과 탐구 과정이 다소 난해해 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일을 계기로 깨달은 게 있어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는 늘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올바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이로운 측면이 훨씬 더 많다는 거예요.”
그때의 경험으로 영홍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나오는 신기술의 개념을 제대로 알고 깊이 탐구하는 즐거움에 눈떴다. 신기술의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하는 일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꿈을 품은 것도 그 무렵부터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협업의 즐거움 누리며 일하고파
서울과학기술대에 4차 추가 합격으로 최종 합격하기까지 영홍씨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마음을 졸였다. 면접장을 나설 때만 해도 합격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고. 학생부 세특에 언급된 내용 중 ‘드 무아브르 정리’나 ‘사이클로이드 곡선’ ‘토매 함수와 디리클레 함수’처럼 어려운 개념의 심화 질문에 대비해 대학 교재까지 뒤적이며 면접 준비를 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한 질문을 받았다.
“가뜩이나 위축된 마음에 부러 쩌렁쩌렁 큰 목소리로 인사하며 면접장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우리 대학에 지원하기엔 성적이 부족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완전히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죠. 다행히 우리 학과의 특성이나 장점 등에 대해 사전에 조사한 게 생각나, 그 내용을 포함해 제 간절함을 표현했어요. 물류 중심의 산업공학이 아니라 IT와 빅데이터에 무게를 두는 우리 학과 특성에 대해 언급한 다음, 입학해서 꼭 관련 공부를 하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씀드렸죠.”
본인 표현처럼 ‘운 좋게’ 대학에 입학한 영홍씨는 고교 3년의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젝트를 기획해 완성하는 것의 재미를 깨달았다.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해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하고 싶은 일 역시 그쪽 분야다.
“아직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게 많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IT계열의 기업체에서 기획 업무를 하면 보람 있을 것 같아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협업하는 즐거움도 추구하면서요. 두려움을 접고 도전을 이어가는 일, 고등학교 때부터 다져온 제 특기를 살려 앞으로도 쭉 전진할 겁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급 특색 활동의 일환으로 ‘캠페인 텔러’를 조직해 학교 인근 초등학교 횡단보도 초입에 칠해진 노란 페인트에 주목함. ‘옐로카펫’의 목적과 효과, 현황 등을 조사한 뒤 홍보물을 만들어 게시하고 아침 조회 시간에 브리핑하는 등 급우들이 옐로카펫과 스쿨 존의 교통안전을 인식할 수 있게 캠페인 활동을 진행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강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틀에 박힌 것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찾으며 하는 공부를 좋아함. <통합과학> 우리나라의 황사 예방대책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과학 탐구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성과물을 제출하는 과학적 탐구 자세가 돋보이는 학생임.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사회 공헌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중심으로 ‘멸종 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주제로 동아리를 구성하고, 디자인, 홍보, 제작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각 구성원에 맞는 역할을 분담, 공동 작업을 완성하는 소통의 리더십이 탁월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확률과 통계> 통계적 분석 능력과 자료 해석 능력이 뛰어남. <수학Ⅱ> 도형의 넓이의 최댓값을 구하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상황을 그래프로 나타내고 문제의 의미를 분석한 뒤 미분을 이용해 원하는 결과를 구함. 이처럼 복잡한 상황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수식을 계산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임.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진로 탐구 활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우려와 양자컴퓨터의 대두’라는 주제로 탐구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함. 블록체인 기술과 양자컴퓨터의 개념과 동작 원리에 대해 친구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 통찰력이 있어 사물을 보는 시각이 깊이 있고 표현이 뛰어남.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고민하고 보완해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임. <기하> 구와 평면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체도형을 그리고, 그중에서 필요한 부분만 가져와 평면 위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우수한 수학적 사고력을 보임.
선택 과목
▒ <물리학Ⅱ> 2학년 때 <물리학Ⅰ>을 이수하지 않았지만, 평소 물리학에 관심이 있었고 3학년 수험생활을 시작하며 대입에 꼭 필요할 것 같아 신청했다. <물리학Ⅰ>을 독학하며 공부를 병행하는 게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 <고급수학Ⅰ> 고등학교 일반 교과와 달리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 개념을 미리 맛보는 시간처럼 느꼈던 수업이다. 친구들과 함께한 조별 과제가 특히 재미있었다. 복소평면에서 나오는 다양한 명제들을 증명하고, 극형식을 바탕으로 드 무아브르 정리를 이해한 것도 의미 있었다.
▒ <철학> ‘철학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근복적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 신청했다. 특정 철학 주제 안에서 파생되는 여러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었다.
▒ <영어독해와 작문> 영어부장으로 활동해 기억에 남는 수업이다. 자유 선택 과제 시간에 학술지의 글을 읽었는데, 산업혁명을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로 분석하면서 산업 경영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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