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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김고은

화장품과 연계한 나만의 공부법,   화학이 달리 보였어요

김고은 |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전남 목포혜인여고

 

화장품공학과는 흔하지 않은, 생소한 학과다. 전국 4년제 대학의 화장품 관련 학과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화장품 관련 학과 진로를 희망하는 대다수 학생들은 화학공학과를 지원한다. 진로에 따른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학과를 준비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한데 건국대 화장품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고은씨는 고1 때부터 줄곧 화장품 개발 연구원을 꿈꿨다고 했다. 화학공학과에 맞는 인재라고 에둘러 설명하기보단 화장품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역량을 학생부에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도전적인 과목 선택, 각 과목에서 보여준 화장품에 관한 관심과 열정으로 이뤄낸 고은씨의 합격 스토리를 담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김고은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전남 목포혜인여고


여드름으로 낮아진 자존감, 화장품이 가져온 변화


고은씨는 초등학교 때 여드름이 나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얼굴에 생긴 여드름은 외모뿐 아니라 내면까지 위축시켰다.
“여드름에 좋다는 화장품을 다양하게 사용했어요. 극적인 효과는 없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화장품을 쓰면서 피부가 좋아졌어요. 신기한 게 여드름이 없어지고 피부가 좋아지니 자존감도 생기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겉으로 보여주는 외면이 내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화장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틱한 효과를 가져온 화장품을 묻자, 고은씨는 피부 상태를 제대로 몰랐던 이유를 들었다. 피부가 건성인데 지성으로 알고 있었고, 그 탓에 지성용 화장품만 줄곧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피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좋은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


고은씨는 시간이 날 때면 화장품 가게에 들러 여러 제품을 사용해본다, 테스트해본 제품 중에는 피부 트러블을 유발한 제품도 있고, 보습이나 발림이 정말 좋은 제품도 있는데 그럴 때면 성분을 확인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꼭 테스트해본다는 고은씨, 그의 화장품에 대한 열정은 학생부 곳곳에 기록돼 있었다.

 


지루했던 화학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화학에서 화장품과 관련된 다양한 화학 반응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화학Ⅰ>의 첫인상은 지루했다. 화학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반응으로 사용되는지 궁금했던 고은씨에게 물질의 성질과 구조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을 다루는 <화학Ⅰ>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화학Ⅰ>을 접했는데 재미가 없는 거예요. 화학을 잘 공부할 수 있을까 겁나더라고요. 그러다 내 방식대로 화학을 즐기는 공부법을 찾게 됐어요. 예를 들어 산과 염기 개념을 배울 때 클렌징폼을 연상하는 거예요. 보통 pH 7보다 높으면 알칼리성이고 낮으면 산성이라고 해요. 피부는 약산성을 유지해야 외부로부터 오염을 막아줘요. 보통 클렌징폼에는 약산성과 알칼리성 두 종류가 있는데, 약산성은 피부 표면에 피지 막을 형성해 외부 균을 차단하고 피부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지만, 세정력이 떨어져요. 반면, 알칼리성은 세정력은 좋지만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죠.”


그 밖에도 온도와 반응 속도의 관계를 이용해 부촉매의 기능을 첨가하는 효소 프라이머 제품, 완충 용액을 이용해 피부의 pH 변화를 막는 미스트, 구리를 이용한 펄 아이섀도 등 화학적인 관점에서 화장품에 접근해갔다.


“나만의 공부법으로 화학에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죠.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화학 과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화학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 결과 <화학Ⅱ>는 물론이고 <고급화학>까지 배우면서 화학 공부를 심도 있게 해나갔죠. <고급화학>을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했을 때는 선생님들이 힘들지 않겠냐며 말리셨어요. 어려웠지만, 지금 공부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학생부의 다양한 기록, 아이디어는 이슈 검색부터


목포혜인여고는 호주의 학교와 화상으로 결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어 회화가 가능한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동아리 형태로 운영하는데, 호주 학생들의 화장품 문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색조 화장이 발달했지만, 호주와 미국 등은 윤곽 정도만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화장을 선호해요. 국가별로 화장의 목적이 다르더라고요. 그들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화장을 하지만, 우리는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경향이 커서 구매하는 화장품의 종류, 화장 기법 등이 다르더라고요.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니 신기했죠.”


학생부 곳곳에는 고은씨의 관심 분야가 잘 드러난다. 교과 수행평가나 세특 기록을 위한 발표 자료를 찾을 때 교과서는 기본, 여기에 최신 뉴스를 더하며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과학탐구실험>에서 자외선이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음을 배우며 선크림이 자외선을 차단하는 방법이나 선크림을 고르는 방법, 선크림에 쓰여 있는 SPF 지수와 PA 지수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고2 때는 가습기 사태와 관련해 탐구 활동을 했다. 물통의 물때를 막기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서 심각한 피해를 유발했는데, 그렇다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물때가 생기지 않는 물통을 개발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때가 생기지 않도록 무언가로 코팅 처리를 한다면 안전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죠. 그때 생각한 게 연잎이었어요. 연잎은 다른 잎보다 매끄럽고, 발수성 코팅제로 덮여 있어 잎 속으로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거든요. 만약 연잎의 이런 독특한 구조를 이용해 물통에 코팅을 하면 물때 걱정 없는 가습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제 연잎 구조를 활용해 제작하려니 막막했다. 그래서 화학공학과, 신소재공학과가 개설된 대학의 교수님에게 이메일로 도움을 요청했다. 


“정말 많은 이메일을 보냈는데 유일하게 부산대 고분자공학과 하창식 교수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진짜 감사했죠. 그때 비슷한 효능이 있으면서 연잎보다 공정이 수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해조류를 이용해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해조류를 이용하면 바닷가라는 지역의 특성도 살릴 수 있어 좋겠더라고요. 여름방학 때 교수님을 찾아뵙고, 고온에서 부착용 필름을 찍어냈어요. 그때 해조류와 동백잎을 같이 탐구했는데 동백잎은 색소가 나중에 빠져 적합하지 않더라고요. 이런 탐구 결과로 창업 아이템 경진대회에 참여해 대상을 받았어요.”

 


개방형 교육과정, 다양한 선택 과목으로 호기심 탐색


고은씨는 <생명과학Ⅱ>에서 세포막을 통한 물질의 출입을 배우면서 리포솜 화장품이 현실적으로 효능이 있는지 살펴봤다.
“리포솜은 세포처럼 지질 이중막으로 이뤄진 아주 작은 구조물인데 여기에 항노화나 미백 효과가 있는 성분을 넣어 캡슐화하는 거예요. 그러면 리포솜이 피부 각질층을 이루는 세포 사이로 침투해 피부 깊숙이 도달한다는 거죠. 그런데 논문이나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리포솜 화장품을 발라도 각질층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해요.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이 많은데,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따져보는 자세도 중요한 것 같아요.”


고은씨는 고교 3년간 다양한 과목을 이수했다.학교마다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목포혜인여고는 학기제 편성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혀나갔다. 공통 과목 중심으로 운영되는 고1 때 선택 과목은 예체능을 제외하고 10개 남짓 됐지만, 고2 때는 18과목, 고3 때도 선택 과목이 14과목에 달했다. 


“공부해야 할 과목이 많아서 힘들었지만, 덕분에 다양한 과목을 접할 수 있었어요. 과학 시간에는 주로 이론 중심의 수업을 하는데, <생명과학실험> <화학실험>은 생명과학, 화학에서 배웠던 이론을 실험으로 접하니 도움이 많이 됐죠. 실험 과목은 정말 추천해요. <생활과 과학>은 다양한 분야를 과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진로 연계하기 좋은 과목이죠.”


<생활과 과학>에서 친환경 화장품에 대해 배울 때 ‘화장품에 유산균을 넣어 피부에 유산균을 바른다’는 뉴스를 접한 뒤 미생물을 이용한 화장품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고교 3년, 고은씨는 다양한 선택 과목과 경험을 통해 진로에 확신을 얻었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한 경험 덕분에 지금은 진로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고교 때 진로를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절대 그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나가길 응원할게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선택 과목


▒ <실용수학>  
팀이나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생활에 숨어 있는 수학을 배우고 탐구하는 수업으로 수학의 흥미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 <생활과 과학>  
생활 속 다양한 과학을 접할 수 있는 과목으로, 진로와 연계하기 좋은 과목이었다. 화장품과 과학 단원을 배우면서 화장품 안전 기준에 관한 규정과 화장품 개발의 한계를 알게 됐다. 미생물을 활용한 화장품 개발에 관심이 생겼다. 


▒ <생명과학실험>  
생명과학 이론을 실험에 적용해볼 수 있는 과목으로, 생명과학 이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한 과목으로, 모둠별로 실험 주제를 정하고 진행했다. 멸치와 바지락을 이용해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 해부 실험을 했다.


▒ <화학Ⅰ> <화학Ⅱ> <고급화학>  
화학 이론 자체는 어려웠지만, 화장품의 성분이나 기능 등을 연결해 공부하니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됐다. 고3 때 공동 교육과정으로 <고급화학>을 선택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좋아하는 과목의 심화 공부를 위해 선택했다.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화장품 연구 동아리 차장을 맡아 약산성과 알칼리성 클렌징폼의 차이점을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함, 화장품 방부제 사건을 접하고, 화장품 방부제에 숨겨진 비밀을 주제로 나라별 화장품 판매 전략과 성분 표기 사례를 발표함. 호주 결연 학교와의 글로벌 화상 교육을 통해 10대의 성형이나 화장품 인식 등 각국의 문화를 공유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실생활 속 수학’ 주제 발표 활동에서 비너스의 황금비가 화장품 용기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화장품과 수학의 연관성을 조사함, <실용수학> 경제적 불평등을 계수화한 지니계수와 일기예보에 등장하는 식중독 지수, 부패 지수를 조사, 발표함. <과학탐구실험> 선크림의 SPF 지수와 PA 지수를 알아보고, 자외선을 차단하는 방법을 연구함.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자율동아리에서 나노 기술에 관심 있는 친구와 함께 화장품과 의학을 결합해, STEAM 주간에 ‘나노, 의학과 화장품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강연함, 가습기 사태와 관련해 물때가 끼지 않는 소재에 관해 연구함,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제안하고 실제 모형을 만들어 창업 아이템 경진 활동에 참여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의 문학 세계와 표현 방법을 조사하고 50~60년대 문학 작품과 비교함, <영어권문화> ‘미국인의 화장품 구매 성향’을 주제로 한국인과 미국인의 화장품 사용 인식 차이를 탐구함, 우리나라와 미국 청소년의 화장품 구매와 인식 차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료 탐색 및 재구성 능력이 돋보임.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손 소독제로 인한  TV 내부 고압선 화재와 각막 화상 사건 및 피부 건조증을 접하고 안전한 손 소독제 창업 활동에 참가함. 구리의 항바이러스 성질을 활용하기 위해 나노 큐브 화장품 기술과의 융합을 제안함. 수업에서 학습한 과학적 지식을 활용한 문제 해결력이 뛰어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생명과학Ⅱ> 세포막을 통한 물질의 출입 내용과 연계해 리포솜 화장품을 탐구함, 항노화, 미백 성분을 첨가한 리포솜 화장품의 과학적 원리와 한계를 소개함, <생활과 과학> ‘화장품에 유산균을 넣어 바른다’는 뉴스를 접한 뒤 미생물을 이용한 화장품 개발을 주제로 발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