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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한찬희 서울대 경제학과

수학 역량 키우려 <기하> 이어  <미적분>까지 도전했어요

한찬희 | 서울대 경제학과  (경기 인창고)

 

돈을 많이 벌면 공부를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중학생 때 처음으로 주식 투자에 눈길이 간 이유다. 세뱃돈 등 용돈을 모으고 모아 주식을 사봤다. 결과는? 손실이 더 컸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배운 것은 많았다. 경제를 움직이는 요인은 복합적이었다. 주식 역시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경제 전반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양한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으면서 경제학 자체에 흥미가 생겼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데 필요한 수학 역량을 키우기 위해 <확률과 통계> 외에도 <기하>와 <미적분>에 도전했다. 1~2학년 수학 성적은 1~3등급을 오르내릴 만큼 기복이 있었지만, <기하>는 성취도 A, <미적분>은 2등급을 받았다. 문제 유형을 익히고 반복해 풀기보다, 경제학에 수학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고드는 공부 성향은 수학을 심화해 배우는 데 더 유효했다. ‘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첫 번째 주인공, 일반 전형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에 합격한 한찬희씨를 만났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한찬희 서울대 경제학과&nbsp; (경기 인창고)


호기심에 시도해본 ‘무모한’ 주식 투자, 결과는? 

 

막연하게 상경 계열을 생각했던 찬희씨가 경제학 전공을 결정한 데는 학교에서 진행된 ‘선생님과 함께 책 읽기’의 영향이 컸다.  “2학년 때 선생님과 함께 책 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본주의를 다룬 책을 읽고 토론하는 활동을 했어요. 아무래도 혼자 읽기보다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읽으며 토론하다 보면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기대했던 대로였죠. 경제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게 이때부터였어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호기심은 여전해 주식 투자를 다시 해봤지만 결과는 역시 좋지 못했다. 주식 시장의 가격 변동이 어떤 경제 원리로 작동하는지 궁금했다. <무엇이 주가를 춤추게 하는가>를 읽고 가격이 계속 변동하는 이유는 가격과 가치가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식 시장 밖의 정부 부채 등 주변 상황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경제 전반을 더 배우고 싶어졌다. 

 

“경제학은 숫자라는 언어로 이야기한다는 말처럼 어려운 수학적 표현들이 많았어요. 수학을 꾸준히 공부하긴 했지만, 1~2학년 성적에 기복이 많은 편이었죠. 1학년 1학기 때 <수학> 2등급을 받고 난 뒤, 2학기 때는 수학 공부에 더 신경을 썼어요. 수학 성적은 그대로였어요. 대신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다른 과목의 성적은 떨어졌고요. 하하.” 

 

2학년 때 배울 과목을 선택해야 할 시점에 자신의 수학 역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보고 싶었다. 상경 계열을 고려했지만, 주로 이공계로 진학할 학생들이 선택하는 <기하>를 배워보기로 했다. 

 

“<기하>는 다른 과목보다는 선행학습의 영향권 밖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노력한 만큼 내 수준을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여기서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수학이 덜 중요한 학과로 가리라 마음먹고 한 도전이었는데, 어렵긴 했지만 성취도 A가 나오더라고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3학년 과목으로 <미적분>까지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선생님들께서 지금보다 석차등급이 내려갈 수 있고, 대학 지원 시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이 점은 알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고민은 됐지만 경제학을 전공하려면 어차피 해야 할 공부니 가보기로 했죠. 이공계로 갈 친구들과 함께 듣는 만큼 다 같이 열심히 하는 분위기여서 수업 자체는 쉽진 않았지만, 재미있었어요.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다행히 2등급이라는 성적으로 나타나더라고요.” 

 

 

수학에 자신감 붙으며 경제학과 접목해 탐구 

 

수학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경제학에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수학Ⅱ> 시간에 미분을 배우면서 무차별곡선의 한계대체율에 미분이 활용된다는 것을 조사한 적 있었어요. 독립 변수에 따른 종속 변수의 변화 정도를 파악하는 데 미분이 용이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미적분> 시간에는 분수함수의 미분법으로 무차별곡선의 한계대체율을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겠다고 추측했는데, 다항함수의 개형으로 나타나지 않는 현상들도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경제수학> 시간에 미분을 활용한 이윤 극대화 등의 개념을 배우니 경제학에서 적분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궁금해졌어요. 적분으로 넓이를 나타낼 수 있다는 개념을 이용해 수요공급곡선에서 생산자 잉여와 소비자 잉여를 구하는 방법을 <미적분> 시간에 발표했죠.” 

 

찬희씨의 이 같은 접근은 <미적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 ‘이과생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음. 미적분이 사회과학 분야에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강조함’이라고 기록됐다.  인창고의 학교 특색 프로그램 중에는 ‘교과 통합 심화 융합형 자율 탐구 수업’이 있다. 찬희씨는 이를 활용해 <확률과 통계> <화법과 작문> 교과를 통합, 미국의 사례를 통해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잡고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실물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시행한 적극적 재정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초기에는 변화가 없다가 최근 대폭 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의 전망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 상황에 수학을 적용해보고 싶어 잡은 주제였어요. 통화량이 증가하면 소비자 물가지수가 오를 거라는 가정하에 기간별로 그래프를 만들어 비교했는데, 이것만으로는 일치하지 않더라고요. 이것저것 뒤져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연관 지어보니, 소비자 물가지수는 통화량 증가 외에도 백신 접종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백신 접종률 증가가 주는 기대 심리가 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 거죠. 경제적 수치만이 아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요인들을 활용하면 경제 원리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느낀 경험이었어요. 경제통계학, 국제금융론, 심리적 요인 분석 등 다양한 경제 분야들을 전문적으로 배워 경제 전반을 통합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나의 흥미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잘 따라가보길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서울대 오세정 총장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는 찬희씨는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공정성’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대학 진학과 교과 성적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니 선택형 교육과정에서도 이수자 수가 적은 과목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어떤 면에선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죠. 입학 전 서울대 오세정 총장님의 강의를 들었을 때도 학생들이 ‘공정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 질문에 ‘수능이라는 일정한 수준의 문제를 맞히기 위해 반복적으로 암기하는 방식은 국가적 손실로 받아들여진다. 서울대가 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그런 면에서 우리 대학 종합 전형이 공정성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답하더군요.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 100% 전형이 공정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정은 과연 공정한지 다양한 질문을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기하>를 통해 수학 역량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선행학습의 영향력을 덜 받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처럼요. 지금의 학교 환경에서는 교과 등급 역시 입시에서 지나치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후배들에게는 자신의 흥미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잘 따라가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도 어떤 가수를 좋아하면 그 장르를 보게 되고, 그 장르 안의 또 다른 가수로 확장되잖아요. 무언가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만 움직이기보다, 자신의 흥미가 이동하는 방향을 잘 따라갔으면 좋겠어요. 전 학교 동아리로 2년 동안 전통 활을 다루는 ‘국궁’도 했을 만큼, 하고 싶으면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로의 방향이 보일 것이고, 이 과정은 학생부에 자연스럽게 나타날 거라고 봐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영화 <큐브>에 나오는 장면 중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로 소수를 구하는 방법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며 수업 시간에 배운 공식을 응용해 영화의 한 장면을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됨, <과학탐구실험> ‘연대별 한반도의 기후 변화 경향성 파악하기’ 활동에서 국가기후데이터센터의 통계 자료를 토대로 한반도 평균 기온의 증감량을 예상해 발표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Ⅱ> 미분계수의 정의를 이용해 문제를 만들어보는 활동에서 ‘소비자 선택 이론’을 접목해 발표, <정치와 법> 헌법재판소 판례 분석하기 활동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다루는 판례 분석, <팀 프로젝트> 주요 국가의 코로나 위기 대응 경제 정책의 특징과 시사점, 유동성 공급 정책의 영향을 주제로 보고서 작성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  <화법과 작문> 완전 경쟁 시장을 가정한 상태에서의 기업, 가격, 평균 비용 곡선 등에 대한 지문을 선정해 보고서 작성, <확률과 통계>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소득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한 기사 작성, 2017년과 2020년 순자산 10분위 점유율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 보고서 작성, <사회·문화> 모든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전제지만, 경제 현상도 사회·문화 현상으로 어떤 경우에는 인간이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점을 사회·문화 현상의 가치 함축성, 확률의 원리 등을 통해 설명 

 

 선택 과목 

 

▒ <기하>  경제학 전공에 필요한 수학 역량을 갖췄는지 확인하고 싶어 선택한 과목. ‘인문 사회 계열을 선택한 학생임에도 수학에 관심이 높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뛰어난 학업 성취도를 보임. 전공 분야의 수학적 분석과 이해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으리라 판단됨’이라고 세특에 기록될 만큼 열심히 공부했던 과목이다. 성취도 A를 받으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 <미적분>  경제학을 전공하려면 언제가 됐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 성적 부담은 있었지만 도전한 과목이다. 이공 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에게는 생소할, 수요공급곡선의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를 이해하기 쉽게 발표하는 등 2등급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 <경제수학>  미분을 활용하는 이윤 극대화 등의 개념을 배운 뒤 경제학에서 적분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해졌고, 이는 <미적분> 수업에서의 수요공급곡선 관련 발표로 이어졌다.  

 

▒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사회정의 파트에서 다루는 경제학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생활과 윤리>를 선택했다. 재미도 있고, 성적도 잘 나와 연장선에서 <운리와 사상>을 골랐다. 

 

▒ <정치와 법> <사회·문화>  <경제>를 배우고 싶었지만 선택자 수가 적어 폐강되면서 <정치와 법>으로 결정했다. <사회·문화>는 다루는 범위가 워낙 넓어 충분히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정치와 법> 선생님이 추천해주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