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이주민 서울대 심리학과

인간의 본질 탐구하는 심리학, 뇌·유전자 이해하려 <생명과학Ⅱ> 선택했어요

이주민 | 서울대 심리학과(경기 양명여고) 

 

심리학과는 수시에서 마니아들이 많이 지원하는 학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주민씨는 서울대를 비롯,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를 심리학과로만 지원해서 합격했다. 많은 학문이 우리 사회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만, 그중에서도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본질을 탐구하는 심리학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심리학에 빠져들었다. 빅데이터와 뇌과학까지 공부하며 심리학에 대한 열망을 불태웠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

 

 


좋은 사회를 만드는 심리학 

 

주민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프로파일러(범죄 심리분석 수사관)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TV 프로그램에서 범인의 심리에 따라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을 재미있어하다가 프로파일러의 학문적 기반이 되는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추상적인 말처럼 들리겠지만, 우리나라를 행복한 사회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예요. 그러려면 범죄를 줄여야죠. 범죄 심리학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심리학을 공부해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회를 개선하려면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인 심리학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심리학에 끌렸어요.”

 

주민씨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는 일관되게 심리학을 향했다. <통합사회> 과목에서 서유럽 해안 지역의 사람들은 햇볕을 쬘 수 있는 일사량이 부족해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을 배운 후 환경과 심리학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학교 학술탐구대회에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주변 공간을 재설계하는 연구를 친구들과 함께 준비했다. ‘주거 환경이 건강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 등을 참고해 탐구 실험을 기획하고 색과 인구 밀도가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산소포화도와 맥박으로 측정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고 <생명과학Ⅱ>에서 배운 내용을 추가해 3학년 심화탐구반의 자율 주제 탐구 활동으로 연구를 지속했다. 

 

“심리학을 통해 어느 분야에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 늘 생각했어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 제안에도 관심이 많아요. 심리학을 좋아한다, 심리학과 관련된 활동을 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학을 통해 제가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일관되게 보여주려 했어요.” 

 

주민씨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연관된 책을 많이 읽었고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경기꿈의대학’에서 뇌과학에 관한 대학 강의를 찾아 들었다.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 앞 횡단보도에 바닥을 노랗게 칠한 옐로 카펫을 설치하도록 제안했고, 횡단보도 집중 조명 시설인 투광기도 안양시청에 직접 제안했다. 심화탐구반의 교과 융합 활동으로 위기 청소년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학생회와 연합한 캠페인을 벌여 학교 친구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자연 계열 학급으로 찾아가 수강한 <생명과학Ⅱ>

 

주민씨는 심리학에서 뇌와 유전자의 비중이 꽤 크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어졌다. 3학년 때 인문 계열 학생 중 혼자 <생명과학Ⅱ>를 신청했고 같은 반 친구들이 <세계지리>를 듣는 시간에 자연 계열 학급의 교실 뒷자리에서 수업을 들었다.

 

“<생명과학Ⅱ>도 시험을 보려면 암기할 분량이 많았지만 사탐 과목들과는 공부하는 방법이 다르더라고요. 개념을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생각하며 공부했어야 했다는 것을 중간고사 보면서 알았어요. 기말고사 때는 개념 응용과 문제 풀이에 좀 더 집중했더니 한 문제 틀리고 다 맞았어요. 유전자가 복사되는 과정이 참 재밌더라고요.”

 

코로나19 때문에 주민씨 역시 등교하는 날이 많지 않았다. 2학년 때는 학교에 안 간 날이 간 날보다 많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회와 활동들이 취소돼 속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비대면으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서 했어요. ‘침묵의 나선 이론’ 실험도 온라인으로 하고, 친구들과 후배들을 초청해 학생 멘토 강연을 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보려고 애썼어요. 덕분에 고2와 고3 때 심리학 관련 활동이 집중적으로 많아졌더라고요. 수업 시간에도 마이크를 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제 화면을 공유하면서 발표했어요.”

 

 

서울대 일반 전형으로 오랜만에 합격한 사례

 

주민씨는 서울대를 일반 전형으로 지원했다. 지역 균형 선발 전형으로 합격한 고등학교 선배들은 계속 있었지만, 일반 전형으로 합격한 선배들은 거의 없었다. 지역 균형 선발 전형의 추천 카드가 먼저 들어왔지만 주민씨는 일반 전형으로 지원하고 싶었다.   

 

“심리학에 쏟은 제 열정을 평가자가 알아주지 않을까 싶었어요. 학생부의 한 글자 한 글자에 제 노력이 들어가 있잖아요. 3년 동안 주체적으로 만들어낸 저의 기록이 뿌듯했어요.”

 

주민씨는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를 심리학과로 지원해서 다 합격했다. 연세대 심리학과는 학생부 종합 전형 활동 우수형이 아니라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지원하라고 아버지가 일러줬다. 연세대 교과 전형은 1단계에서 교과 성적 100%로 5배수를 선발하며,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어 교과 전형 합격 컷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주민씨는 1단계를 통과할 만한 내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뜻대로 교과 전형으로 지원했는데, 경쟁률이 4:1을 기록해 지원자 전원이 1단계를 통과했다. 

 

어머니는 <내일교육> 6년 구독자로 심리학 전공과 관련된 정보를 비롯해 주민씨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사를 포스트잇으로 표시하고 중요한 부분에 동그라미를 쳐서 전해줬다.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어머니는 저를 위해서 온갖 입시와 교육 정보를 부지런히 챙기셨어요. 제가 힘들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되어주셨죠. 저의 정신적 지주예요. 부모님이 입시를 공부해 핵심적인 내용을 알려주신 덕분에 저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당락을 결정지은 심층 면접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의 종합 전형 2단계는 심층 면접을 봐야 한다. 주민씨는 세 대학의 면접 기출문제를 시간을 재면서 다방면으로 풀어봤다. 

 

“탈관료제, 혐오범죄, 디지털 리터러시, 기후위기 등 여러 사회 이슈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융합적 이렇게 여러 입장에서 근거와 제 의견을 요약해 노트에 정리했어요. 무엇보다 교과서를 열심히 읽었어요.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교과서를 샅샅이 읽으며 교과서에 실린 주요 개념이 제 답변에 녹아들도록 연습했습니다.”

 

주민씨는 연세대 교과 전형에서 입시 기관이 공개한 점수상으로는 자신의 1단계 점수가 높지 않았지만 최초 합격했다며, 면접이 당락을 결정지은 것 같다고 했다. 고려대는 다양한 제시문에서 핵심 키워드를 찾아야 했으며, 그 키워드가 맞으리라 믿고 답변을 이어나갔다. 

 

“서울대 심층 면접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어려웠어요. 깊이 있는 사고력이 필요한 문제였거든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야 잘 대답할 수 있는 문제였어요. 무엇보다 면접관 교수님과 많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했죠. 추가 질문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기회이니, 이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시문 면접이지만 전공과 연관시켜 답변할 줄도 알아야 하더라고요. 학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낼 수 있잖아요.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_<국어> 범죄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사람의 행동과 성격은 생물학적 원인보다 환경적 원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라는 논설문을 작성함. 정신병의 심리적 치료, 새의 날개, 인간의 환경적 적응력을 근거로 제시함. <통합사회> ‘남을 의식하면 불행하지만 나를 의식하면 행복해진다’라며 물질보다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면 만족감이 더 커진다고 주장함. 관광지의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찬반 토론에서 노약자와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찬성하며 반대 측 입장도 경청함.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_ <수학Ⅱ> 수학교과부장으로 정적분 계산에서 적분 변수는 다른 문자를 사용해도 된다는 것과 적분 상수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 등 적분의 실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활용하려 함. <사회문제탐구> 위기 청소년을 위해 논문을 읽고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학생회와 연합해 캠페인을 벌임.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_ <사회·문화> 지역 사회의 환경을 바꿔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탈을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함. <생활과 윤리> 신경 윤리학에 대해 배우면서 뇌의 손상이 비도덕적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됨. 비도덕성과 관련된 편도체 손상을 치료해 정신질환자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함. <생명과학Ⅱ> <이상심리학>을 읽으면서 정신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성질과 구조를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윤리적 토의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발표함. 

 

 

 선택 과목 

 

▒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행복한 사회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궁금했으며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동서양 철학자들의 견해를 보며 현재 윤리적으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 <정치와 법>  법과 정치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좋은 수단 중 하나이며 정의·원칙·법을 좋아해 가장 배우고 싶었던 과목이다. 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 <확률과 통계>  심리학에서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통계다. 복잡하고 다양한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선 많은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가공해야 하니 통계학이 심리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 <생명과학Ⅱ>  심리학의 과학적 접근법에 대해 공부한 후 생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껴 수강하게 됐다. 유전자와 심리학의 관계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심리학과를 희망한다면 <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를 차례대로 듣기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