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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vs 종합 전형 간극 큰 과탐 선택법

<지구과학Ⅰ> <생명과학Ⅰ>, 과탐 선택 1위 엎치락뒤치락 

수능 vs 종합 전형 간극 큰 과탐 선택법 


고1 때 <통합과학>을 배우고, 고2 때 보통 과학 Ⅰ과목인 <물리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화학Ⅰ> 중에서, 고3 땐 Ⅱ과목과 <과학사> <생활과 과학> <융합과학> 등 진로선택 과목 중에서 선택한다. 학교에 따라 개설 과목이나 선택 과목 수는 차이가 있다. 2022 수능에선 응시자의 44.1%인 21만1천427명이 과학탐구를 선택했으며, <지구과학Ⅰ> 선택자가 <생명과학Ⅰ>보다 조금 많았다. 반면, 교육과정에선 공학 계열 진로를 생각하는 경우 대학 수업과의 연계를 고려해 <물리학Ⅰ>의 선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탐구 과목들은 사회탐구 과목들에 비해 대학 전공과 연계성이 높은 편이다. 과목별 특징과 수능 선택 비율의 변화, 종합 전형 서류 평가에서의 영향 등을 통해 수능과 교육과정에서의 과탐 선택 기준을 살펴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강현식 교사(서울 동북고등학교)·박세근 교사(충남 호서고등학교)·채용석 교사(서울 배명고등학교) 

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0~2022학년 수능 선택 과목별 지원자 현황>

 

 

 




교육과정에선 진로에 맞춰 선택하는 추세


고교에 따라 자연 계열은 과학탐구 위주로, 인문 계열은 사회탐구 위주로 선택하거나 경계 구분 없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다수 고교에서는 자연 계열 진학을 염두에 둔다면 고2 때 과학Ⅰ과목을 2~3개는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분위기다. 


충남 호서고 박세근 교사는 “수시 모집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염두에 둔 학생들은 대체로 진로와 연계된 과목을 선택한다. 지역의 경우 대다수 학생이 정시 전형에 주력하기보다는 수시 중심의 대입을 준비한다. 과탐 과목은 진로나 학업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진학하려는 계열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학 계열을 생각한다면 물리학을 필수로 선택하고, 의학 계열이나 보건 계열을 생각한다면 생명과학을 우선 선택한 뒤 나머지 과목을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북고 강현식 교사는 “대학에서 공학 계열에 진학하려면 물리학 과목을 공부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2~3년 전과 비교하면 교육과정에서 <물리학Ⅰ>을 선택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고3 때 선택하는 Ⅱ과목이 진로선택 과목이 됐다. 등급이 아닌 성취도로 표기돼 학업 부담이 크게 줄었고 <물리학Ⅱ> 를 선택하는 학생 역시 증가했다. 단위 학교 기준으로 보면 이전 교육과정 대비 1.5~2배는 증가했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고2 때 과학탐구에서 2~3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장 공부가 수월하도록 2과목만 고르기보다는 3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진로 탐색이나 수능 과목 선택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과목을 선택할 때는 무조건 학습량이 적고 이수자 수가 많은 과목보다는 본인의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해 결정해야 수능까지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 



선호도 높은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성별에서도 선택 차이 두드러져


최근 수능 과학탐구에서 선택 인원이 많은 과목으로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이 1위를 다툰다. 2020학년 수능에선 16만1천101명이 선택한 <지구과학Ⅰ>이 13만9천655명이 선택한 <생명과학Ⅰ>을 앞질렀고, 2021학년엔 <생명과학Ⅰ>이 13만1천684명으로, 13만71명이 선택한 <지구과학Ⅰ>을 앞질렀다. 2022학년 수능에선 다시 <지구과학Ⅰ> 선택 인원이 <생명과학Ⅰ>보다 1천378명 더 많았다. 


반면 2022학년 수능에서 <물리학Ⅰ>은 8천539명이 증가한 6만8천433명이 선택했고, <화학Ⅰ>은 82명이 줄어든 8만7명이 선택했다(표). 


강 교사는 “수능에서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의 선택 인원이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 <물리학Ⅰ>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수능에선 선택 인원이 많은 과목이 안정적인 등급과 백분위를 받기 유리하다. 따라서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와 연계해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아졌지만, 수능에선 여전히 인원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수능에서 특정 과목에 선택 인원이 쏠릴수록 해당 과목의 킬러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남학생은 공학 계열을, 여학생은 생명과학 계열 진학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성별에 따라 과학 선택 과목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서울 배명고 채용석 교사는 “성별에 따른 과학탐구 선택 비율을 조사했더니 여학생은 <생명과학Ⅰ>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남학생은 <지구과학Ⅰ>의 선호도가 가장 높긴 했지만, 여학생에 비해 <물리학Ⅰ>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다. 2022 수능 기준 남학생은 <지구과학Ⅰ> 33.07%, <생명과학Ⅰ> 26.44%, <물리학Ⅰ>19.45%, <화학Ⅰ> 16.70% 순이었고, 여학생은 <생명과학Ⅰ> 40.28%, <지구과학Ⅰ> 30.88%, <화학Ⅰ> 18.41%, <물리학Ⅰ> 7.30%였다. 2021학년과 비교하면 여학생의 경우 <화학Ⅰ>의 선택 비율이 소폭 줄어든 반면 <물리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은 소폭 증가했다. 남학생의 경우 <생명과학Ⅰ>과 <화학Ⅰ>의 선택 인원이 소폭 감소하고, <물리학Ⅰ>과 <지구과학Ⅰ>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과학탐구 과목별 특징과 수능 선택 기준 


강 교사는 “학생들은 과학탐구 선택에 대한 유불리를 고민한다. 물론 표준점수가 선택 과목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서울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이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 표준점수를 반영해 과목별 유불리가 크지 않다. 아무리 선택 인원이 많아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오랜 기간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과학탐구는 어떤 과목을 선택하든 11월까지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한다면 배신하지 않는 정직한 영역이다”라고 조언했다.


수능 과학탐구는 1~17번 문제까지는 대체로 평이하고, 18~20번 문제에서 난도를 조절한다. 30분 안에 20문항을 풀고, OMR 마킹까지 완료해야 한다. 보통 17번 문제까지 10~15분 내외로 풀고, 나머지 시간을 3문제에 매달린다. 따라서 킬러 문제의 접근성이나 풀이 시간, 목표 등급 등을 과목 선택 시 고려해야 한다. 


 <물리학Ⅰ>  자연 계열, 특히 공학 계열을 진학하고자 한다면 필수다. 어렵다는 선입견이 강하지만 개념이 정확하게 잡히면 학습량이나 난도에 대한 부담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같은 공부 시간을 투자했을 때 안정적인 등급을 받기 좋아 가성비 높은 과목이란 평가도 있다. 수능에선 여전히 선택 인원이 적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암기보다는 원리를 찾고 응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에게 잘 맞는다. 


 <생명과학Ⅰ>  의·치·한·약학 계열, 보건 계열뿐 아니라 공학 계열과도 연계가 다양해 교육과정이나 수능에서 선호도가 높다. 인문 전공과도 연계성이 있어 인문 계열 학생들도 교육과정에서 선택한다. 킬러 문항을 제외하면 암기와 기본 개념 공부로 15문항은 무난하게 맞힐 수 있어 3등급을 안정적으로 받기 어렵지 않은 과목이다. 단, 유전이나 신경전달 과정을 묻는 킬러 문항의 난도가 높고, 풀이 시간이 상당해 최고난도 문제는 찍기 실력이 좌우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구과학Ⅰ>  수능 과학탐구 중 선호도가 가장 높다. 천체, 해양, 대기, 지질, 암석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에 대해 공부하는 과목으로 가볍게 접근할 수 있고 학습에 대한 부담도 높지 않다. 다른 과목에 비해 난도에 따른 시간 압박도 없다. 선택 인원이 많아지면서 단순 암기로 풀 수 없는 세부적인 지문이 많아졌고, 정확한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자료 해석이나 실험 등의 문제가 출제되는 분위기다.  


 <화학Ⅰ>  신소재, 에너지, 환경, 신약 등 다양한 응용 분야를 배워 의·치·한·약 계열이나 공학 계열과 두루 연계할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 선택하면 학과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 수능에선 계산으로 인한 시간 압박이 큰 편이다. 주기율표나 화학식에 대한 부담도 있다. 현상을 이해하고 계산 과정을 통해 적용하는 과목으로, 문제를 정확하고 빠르게 푸는 연습과 시간 안배가 중요하다.  


 <물리학·생명과학·지구과학·화학Ⅱ>  고3 때 Ⅱ과목을 배우기 때문에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에서도 Ⅱ과목을 하나 선택하는 것이 좋지만 난도가 높고, 선택 인원이 적어 부담이 크다. Ⅱ과목을 선택하는 인원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물리학Ⅱ> 는 <물리학Ⅰ>과 연계성이 높아 <물리학Ⅰ> 개념을 잘 다져놓으면 공부하기 수월하다. 식을 세우거나 계산하는 문제가 많아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생명과학Ⅱ>  는 <생명과학Ⅰ>과 달리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주로 배운다. 화학식이나 분자 이름, 호르몬, 효소 이름 등 낯선 용어와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 <지구과학Ⅱ> 지구, 기후변화, 천체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개념이 복잡하거나 암기할 내용이 많지는 않다. 물리학 공식이나 수식을 활용해 현상을 설명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화학Ⅱ>  <화학Ⅰ>의 기초 개념을 토대로 하므로 <화학Ⅰ>을 성실히 공부한 학생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학습량이 축소됐고, 다른 과목 대비 Ⅰ과의 연계성이 높다. 

 

 



 Mini interview 

“좋아하고 자신 있는 <화학Ⅰ>,  시간 압박과 부담 적은 <지구과학Ⅰ> 선택했어요”

한다희

연세대 화학과 1학년 서울 숭의여고 졸업


Q. 화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과학 과목 중 화학을 좋아했고, 신소재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진로 분야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했기에 가장 기초적인 학문인 화학을 전공하면 다양한 분야를 선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화학과를 지원했다. 

 


Q. 학교 교육과정에서 선택한 과학탐구 과목은?

 

과학중점학교를 다녔고, 과학중점반이라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를 전부 이수했다. 환경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어 <생태와 환경>이라는 과목도 선택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와 앞으로 발전해나갈 방향 등 현실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내용을 배웠다. 기초 과학인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과는 달리 현실 속에서 어떻게 활용, 응용되는지를 배울 수 있다. 

 


Q. 교육과정에서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과목과 이유는? 전공 연관성이 높은 과목 또는 재미있었던 과목은?


자연 계열 진학을 염두에 둔다면 교육과정에서의 물리학 선택은 필수인 것 같다. 이과대학의 어떤 전공이든 관련성이 높아 고교 때 물리학을 배우지 않고 공학이나 자연 계열에 입학한다면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힘들 수밖에 없다. 물리학을 어려워하고 학업 부담을 크게 느끼지만, <물리학Ⅱ>가 힘들다면 <물리학Ⅰ>이라도 꼭 선택했으면 좋겠다. 1학년 때 듣는 <일반물리>나 <공학물리>는 거의 고교 과정의 <물리학Ⅰ·Ⅱ>와 내용이 같아 고교 때 잘 공부한다면 대학에 와서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  전공 연관성이 높은 과목은 단연 화학이다. 고교 때 <화학Ⅰ·Ⅱ>를 모두 배웠는데 몰 단원은 화학 반응을 이해할 수 있어 재미있었고, 오비탈 단원은 화학 분자 구조를 직접 그려볼 수 있어 신기했다. 

 


Q. 선택했던 수능 과학탐구 과목의 특징을 꼽는다면?

 

수능에선 <화학Ⅰ> <지구과학Ⅰ>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화학Ⅰ> <생명과학Ⅰ>을 선택했는데 두 과목 모두 시간 압박이 매우 컸다. 한 과목이라도 시간 압박이 덜한 과목을 선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과목에 대한 흥미나 성적을 고려해 선택했다. 6월 모의평가까지 <생명과학Ⅰ>보다 <화학Ⅰ>의 성적이 좋았고, 몰 계산이나 구조를 파악하는 단원이 좋았던 것도 <화학Ⅰ>을 선택한 이유였다.  


수능 <화학Ⅰ>은 1번부터 17번까지는 개념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수월하게 풀 수 있다. 다만, 그 문제들을 빨리 풀어서 시간을 단축하는 연습을 해두어야 나머지 3문제에 집중할 수 있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화학 반응의 몰 계산에서 숫자가 복잡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기에 실수하지 않고 정확히 계산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해둬야 한다. <지구과학Ⅰ>은 다른 과학탐구 과목에 비해 암기할 내용이 많아 최소 3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문제 위주보다는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암기해야 응용된 자료들이 나왔을 때 풀 수 있다. 

 


Q. 과탐 선택 과목과 관련해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교육과정에서 <물리학Ⅰ>은 부담스럽더라도 꼭 수강하길 추천한다. <물리학Ⅰ>은 기초 학문이라 어떤 학과를 가든 대학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능 과탐 과목은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해야 지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 자신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선택 인원이 많은 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건 지양하면 좋겠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운 과학탐구 과목 중 가장 재밌었거나 성적이 좋았던 과목을 선택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