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부동의 1위?
내게 맞는 수능 사탐 선택법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2 수능부터는 탐구 과목에서 사회 9과목, 과학 8과목 중 계열과 관계없이 최대 2과목을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대학에서는 자연 계열 지원 시 과학 8과목 중 2과목으로 필수 응시 영역을 지정했고, 학생들 역시 희망 계열에 따라 관련 과목 위주로 선택한다. 1학년 때 공통으로 <통합사회>를 배우고 사회 교과는 학교 개설 상황과 희망 계열에 따라 고2~3학년 때 <경제> <동아시아사>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세계사> <세계지리> <윤리와 사상> <정치와 법> <한국지리> 등 9개의 일반선택 과목 중 선택한다. 수능 사회탐구에서는 <사회·문화>와 <생활과 윤리>의 선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과목별 특징과 함께 수능 사탐 선택 기준을 담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강권일 교사(제주 삼성여자고등학교)·한창훈 교사(서울 영동고등학교)
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0~2022학년 수능 선택 과목별 지원자 현황
수능 사회탐구, 선택 과목은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압도적
2022학년 수능 사회탐구에서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3과목을 제외한 6개 과목에서 만점인 50점을 맞아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2021학년에도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세계사> 등 5과목의 1등급 컷이 만점이었다. 1문제만 틀려도 2등급 또는 3등급을 받았다.
사회탐구 선택자 수는 매년 비슷한 패턴이다. 인문 계열 지원자의 50% 이상이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를 선택한다. 2022 수능 사회탐구 선택 비율을 보면 <생활과 윤리>가 61.09%, <사회·문화>가 56.52%였다. 그다음 선택 인원이 많은 과목은 <한국지리(18.83%)>로,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과목이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표).
서울 영동고 한창훈 교사는 “수능에선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가 압도적 비율을 차지한다. 학생들은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선배들의 선택 비율 현황을 그대로 따라가는 분위기다. 선택 비율이 높은 과목은 타 과목에 비해 공부량이나 난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도 많지만, 성적이 부족한 학생도 상대적으로 많아 안정적인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15만9천993명이 선택한 <생활과 윤리>는 1등급에 해당하는 4%가 6천399명이지만, 6천865명이 선택한 <경제>는 1등급에 해당하는 인원이 274.6명에 불과하다.
만점이어야 안정적 1등급, 실수 허용 않는 수능 사회탐구
2022 수능에서는 6개의 사회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다. 반면,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은 1등급 원점수 컷이 47점, <사회·문화>는 46점이었다. 47점은 3점짜리 문제 1개를, 46점은 2점짜리 문제 2개를 틀렸을 때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제주 삼성여고 강권일 교사는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사회 과목 선택이 다양해졌다. 다만, 수능에선 여전히 2과목의 쏠림이 심하다. 이는 교육과정 편성과도 연결된다. 고교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대체로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사회·문화>나 <생활과 윤리> 중 1과목을 고3 때 편성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여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 교사는 “본인의 적성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는 게 좋지만, 수능은 좋은 결과를 받는 것이 중요한 시험이다. 선택 비율이 높은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가 지리나 역사 과목처럼 마니아층이 있는 과목도 아니고, 공부 난도도 높지 않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물론 최근 <사회·문화>에서 도표 문제가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운 킬러 문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한두 문제를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결과가 매년 나오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전했다. 50점을 맞아야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과목들과 다르게 <사회·문화>는 1등급 원점수 컷이 2020학년 수능에선 47점, 2021학년 수능에선 44점, 2022학년 수능에선 46점이었다.
교육과정에선 선택 다양, 성적에 대한 부담은 증가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과목 편성이 다양해졌고, 학생들 역시 과목 선택이 넓어졌다.
강 교사는 “인문 계열은 자연 계열과 달리 <경제>를 빼면 전공과 직접적인 과목이 많지 않다. 반대로 말하면 어떤 과목을 공부하든 전공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이 어려운 과목보다는 공부하기 좋은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로선택 과목도 다양하게 편성되는 분위기다. 과학 교과 중 고3 때 배우는 Ⅱ과목이 성취도로 평가하는 진로선택 과목이기에 사회 교과도 진로선택 과목을 편성해 형평성을 맞춘다는 게 강 교사의 얘기. 따라서 사회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인 <여행지리> <사회문제탐구> <고전과 윤리>를 비롯해 사회탐구 과목과 연계성이 있는 국제 계열의 전문 교과인 <국제정치> <비교문화> <세계문화와 미래사회> <사회탐구방법> <사회과제연구> 등을 개설하기도 한다.
한 교사는 “최근에는 <세계지리>를 편성하는 고교가 많아졌고, 학생들의 선호도 높아졌다. <세계지리>는 학습량이 적고, 단순 암기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과목인 데다 외국어 등 어문 계열뿐 아니라 정치외교학과, 무역학과 등 여러 학과와 연결하기 좋은 과목”이라고 덧붙였다.
사회탐구 과목별 특징, 수능 선택 기준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기준은 학생마다 다르겠지만, 몇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선택 인원이 많은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를 염두에 두는 경우, 학교 공부와 연계해 고3 때 배우는 과목을 포함해 선택하는 경우, <한국지리>와 <세계지리>, <세계사>와 <동아시아사>처럼 교과 연관성이 높은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 그리고 자신이 고2~3학년 때 배운 과목 중 잘하고 좋은 성적을 받은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다.
교과 연계성이 높은 과목의 경우 학습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선택하면 기후, 지형, 인구, 도시 등 개념 원리가 같고, <세계사>와 <동아시아사>의 경우 동아시아사 내용이 세계사와 겹치므로 학습량이 감소한다. 단, 지리와 역사는 덕후라고 불리는 마니아층이 탄탄하다는 특징이 있다. <윤리와 사상>과 <생활과 윤리>는 사상가가 30% 정도 중복되고, 자료 분석이 필요 없는 조합이다. 물론 만점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조합을 선택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강 교사는 “수능 선택 과목과 별도로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는 인문 논술이나 면접, 수능 국어 독서 파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022 수능에서 헤겔이 등장한 것처럼 철학 사상이나 사상가들이 독서 지문에 제법 나오는 것도 과목 선택 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생활과 윤리> 학습 난도가 낮고 암기량도 적다. 흥미가 없어도 공부하기 어렵지 않다. 사상가의 이론이나 주장, 특징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논술이나 면접, 국어 독서 지문 대비에 도움이 된다. 말장난과 같은 함정 문제가 등장한다.
<사회·문화> 우리 생활과 관련이 깊고, 학습량과 암기량에 부담이 없다. 응시자 수가 많아 수능에서 1~2개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이다. 말장난이 많고, 도표 분석이 킬러 문항으로 출제되지만, 유형이 정해져 있어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다.
<한국지리> 내용은 익숙하지만, 암기량이 많다. 통계 분석이나 지도 해석 등의 문항이 있어 인문 계열이지만 자연 계열 성향의 학생들에게 부담이 없다. 정답이 명료한 과목이며, 마니아층이 존재한다. <윤리와 사상> 공부량이 꽤 많고, 암기해야 할 내용이 많은 편이다. 사상가별로 주요 개념이나 용어를 알고 있으면 쉽게 풀 수 있어 꼼꼼하게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다. <생활과 윤리>에 등장하는 사상가 중 30%가 중복된다. 계산이나 도표 문항은 없다.
<세계지리> 학습량이 많지 않고, <한국지리>보다 암기량도 적다. 넓은 지역은 얕게 다뤄 부담이 크지 않다. 다만 각국의 기후를 비교하는 등 자료를 분석하는 문항에 대비해야 한다.
<정치와 법> 학습량도 많고, 암기해야 할 양도 많다. 제도적인 내용이나 법률 내용을 적용하는 과목이므로 개념을 바탕으로 한 문제 풀이 훈련이 필요하다. 말장난과 같은 함정 문제로 당황하는 일은 없다.
<동아시아사> 암기할 내용은 많지만 제대로 암기하면 안정적인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이다. 다양한 시사 상식을 쌓을 수 있으며, 선지나 함정이 상대적으로 적다. 매년 10% 정도의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
<세계사> 암기량이 많고, 학습량도 많아 선택자 수가 많지 않다. 역사 마니아층이 선호하는 과목이다. <동아시아사>와 마찬가지로 개념 공부를 잘해놓으면 점수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과목이다.
<경제> 매년 가장 적은 2%대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이다. 암기할 내용은 많지 않지만, 내용이 어렵고 수능 문제 난도도 높다. 특히 계산 문제나 그래프 분석 등 수학 역량이 필요해 타 과목에 비해 시간 압박이 크다.
mini interview
“선지의 모호성 없는, 좋아하는 지리 위주로 선택”
정현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Q. 수능 사회탐구 선택 과목은? 선택 이유는?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선택했다. 지리 과목을 좋아하기도 했고, 고2~3학년 교육과정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새로 공부할 양이 많지 않았다. 말장난이 별로 없고, 통계 자료를 잘 해석하면 안정적으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지리 과목의 특성도 내 성향과 잘 맞았다.
Q. 사회탐구 선택 시 선택 인원을 고려했나?
내가 선택한 지리 과목은 표준점수가 낮아 인기 있는 과목은 아니다. 다만 선지의 모호성이 강한 윤리 과목을 선택해 모험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회·문화>보다 지리 과목의 점수가 안정적으로 나왔다. 만점을 받지 않으면 등급이 급격히 낮아지는 위험이 있지만 수시에 집중하는 상황이라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으로 선택했다.
Q. 지리 공부 노하우를 소개한다면?
지리는 무조건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라 이해가 우선인 과목이다. 충분히 이해했다면 암기가 어느 정도 돼 있는 셈이다. 암기가 잘 안 되는 부분은 줄임말을 만들어 외웠다. 킬러 문제는 인문지리 분야에서 많이 나온다. 인문지리 부분은 접근은 쉬운데 통계 자료를 분석하는 문제가 나오면 난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지리에서 등장하는 그래프를 잘 해석할 수 있도록 미리 연습해야 한다.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에 나오는 통계 자료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자연지리는 용어가 낯설어 처음 접할 땐 어렵지만 한 번 이해하고 외우면 틀릴 위험이 거의 없다.
“고3 때 선택한 과목으로 PICK! 내신과 수능 동시에 챙겨”
문수빈
중앙대 아시아문화학부 일본어문학전공 1학년
Q. 수능 사회탐구 선택 과목은? 선택 이유는?
<동아시아사>와 <세계지리>를 선택했다. 수시 전형 중심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고3 교육과정에서 선택한 과목과 동일하게 선택했다. 3학년 1학기 때까지 학교 성적을 챙겨야 했기에 고2 때 배운 과목보다 고3 때 선택한 과목으로 수능을 치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3학년 1학기 때 개설됐던 사회탐구 일반선택 과목은 <동아시아사> <세계지리> <정치와 법> <경제>였다.
Q. <동아시아사>와 <세계지리>는 선택 인원이 많지 않은데 고민이 없었나?
<사회·문화>와 <생활과 윤리>를 고2 때 배웠는데 공부하면서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리와 역사를 좋아했고, 고3 교육과정에서 선택했기에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면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동아시아사>와 <세계지리>의 학습 노하우가 있다면?
<세계지리>는 1학년 <통합사회> 때 배운 내용과 일정 부분 겹치는 것도 있었고 평소 세계 문화에 관심이 많아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사>는 처음부터 해당 연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외우기보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각각의 사건을 먼저 흐름에 따라 이해하고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생각하면서 공부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공부하고 연도를 맞춰 암기했다.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라 공부하는 것이 크게 부담되진 않았다. 노하우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무리할 땐 계속해서 달달 외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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