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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유은준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피부 트러블 원인과  친환경 화장품 관심,

과학 교과로 구체화했죠

유은준 |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경북 오천고) 

 

자기만족을 위해 화장품을 사용한다. 자외선 차단제뿐 아니라 피부색을 매끄럽고 밝게 하기 위해 BB크림을 사용하는 남성도 많아졌다.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유은준씨는 어릴 적 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면서 천연성분이나 보습제를 비롯해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졌다. 화장품을 바른 후 선명한 얼굴 윤곽과 깨끗한 피부색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과학 수업은 화장품을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교에서 배운 <화학Ⅰ> <생명과학Ⅰ> <화학세미나> <생활과 윤리> <융합과학> 등은 기능성 화장품, AI 맞춤형 화장품,  재활용 용기, 화장품 동물 실험 등 화장품에 관한 관심을 여러 분야로 확장시켜줬다. 건국대 화장품공학과의 교육과정을 참고해 고교 선택 과목과 진로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나갔다는 은준씨를 만났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고교 3년간 화장품에 대한 열정,  믿기지 않는 합격

 

은준씨는 타인의 인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직업이 교사였다. 그러나 중·고등 시기를 거치며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그 무렵 접한 화장품 개발 연구원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에 매료됐다.


“화장품을 테스트하고,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일상이 너무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이 직업이라면 보람과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렸을 적부터 아토피로 고생했고,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서 더 친숙했던 것 같아요. 화장품으로 아토피 증상이 완화되는 경험을 하면서 화장품 성분과 인체 면역 반응에 관해 탐구하고 개발하고 싶어졌죠.”


아토피가 심해 천연 화장품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어떤 화장품을 쓰느냐에 따라 피부에 나타나는 반응이 다른 것도 신기했다. 보통은 “남자가 무슨 화장품이냐?”라며 핀잔할 만도 한데, 은준씨 부모님은 필요한 화장품을 사주며 지지해주셨다.


“화장품공학이 개설된 4년제 대학은 건국대가 거의 유일한데 학교 내신이 건국대에 합격할 만큼 좋지 않았어요. 꼭 가고 싶은 학과라 고민했죠. 성적은 부족해도 3년간 화장품과 관련한 열정은 자신 있었기에 불합격하더라도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KU자기추천 전형에 지원했어요. 합격은 꿈만 같았죠.”


화장품공학과는 아직 여학생의 성비가 높지만, 남학생의 비율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남자가 화장해?’가 아닌 남자도 화장하는 시대에서 은준씨는 앞으로 배우게 될 화장품 전공 수업이 기대된다.

 


<생명과학Ⅰ> <환경> <융합과학> 피부와 환경 생각하는 화장품 개발하고파

 

영어 시간에 친구들의 피부 유형을 조사해 피부 유형별 화장품을 추천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했다. 쇼핑몰 쇼호스트가 되어 화장품의 성분이나 기능을 다양한 시각 자료와 제품으로 보여주며 강조했다. 단순히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보다 전달력과 반응이 좋았고, 발표 준비 과정도 재밌었다.


“진로와 연계한 발표나 수행평가를 할 때 이런 주제라면 무엇이 궁금할까, 어떻게 발표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면서도 ‘청자’가 궁금해할 내용을 고민하니 주제를 정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화학과 생명과학에 대한 흥미가 커졌고, 학업 성취도도 다른 과목에 비해 향상됐다. 좋아하는 과목이나 분야는 억지로 주제를 찾지 않아도 교과와 관련해 궁금증이 꼬리를 무는 경험을 한 시간이었다.


“<생명과학Ⅰ>에서 피부를 통한 인체의 방어 작용을 배웠어요. 화장품의 어떤 성분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지 궁금했죠. 트러블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각질을 제거하는 기능성 성분이 모공의 변화나 피지 분비를 변화시켜 트러블을 유발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을 배울 땐 사이토카인 생성 원인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더라고요.”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할 방법을 찾기 위해 피부 면역 반응을 조사했다. EGR 1 단백질에서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생성된다는 논문을 찾았고, EGR 1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거나 DNA와 결합을 차단하면 트러블을 억제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직접 연관성 없는 과목에서도 진로 연계 확장 가능

 

화장품에 관한 관심을 여러 과목에 접목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생활과 윤리>는 자연 계열의 사회 교과 1개 과목 필수 이수로 선택했지만, 동물 실험이나 생명 윤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생활과 윤리> 시간에 생명 윤리에 관한 주제 선택 수행평가가 있었어요. 화장품을 개발할 때 동물에게 화학 성분을 투입하는 임상 시험을 하는데, 동물도 쾌고 감수(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있기에 동물 실험은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대체 방안을 찾아봤어요. 인간 세포와 조직을 배양하거나 부화 과정을 거친 달걀에 화학 약품을 투입해도 독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지구과학Ⅰ>에서 은준씨는 기후와 지형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도 여름과 겨울에 선호하는 화장품의 종류가 다르듯, 기후에 따라 피부의 상태와 필요한 화장품이 다름에 주목했다. 


“중국 하얼빈과 같은 북쪽 지역은 일교차와 연교차가 커 피부가 건조하기에 수분 화장품을 선호해요. 반면 광저우처럼 덥고 습한 지역은 기미나 주름 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의 선호가 높고요. 영국의 자매학교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물어보니 영국은 햇빛이 없고 건조한 기후라 수분 보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더라고요. 기초 화장품은 우리나라 화장품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도 알게 됐죠.”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한 <화학세미나>는 진로와 연계해 깊이 있게 탐구한 시간이었다. 화장품 유해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선 파라벤 대신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발효한 천연 방부제 사용을, 미세 플라스틱 위험성 주제에서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강도를 보완하기 위해 게 껍데기와 대나무 껍질을 이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사용을 제안했다.


“궁금증은 책을 찾기도 했지만, 논문이나 저널을 검색할 수 있는 DBpia 사이트를 주로 활용했어요. 사이트에서 찾은 자료들은 연구 흐름을 파악하고 심화 탐구 주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됐죠. 보통 고교들이 가입돼 있으니 학교에 요청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확인하면 이용할 수 있을 거예요.”

 


다양한 과목 선택 덕분에 배우는 즐거움도 커

 

은준씨가 졸업한 오천고는 고2~3학년 때 학기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과목을 1년이 아닌 1학기로 편성하기에 고교는 다양한 과목을 편성할 수 있고, 학생들은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화학세미나> <심리학> <철학> <환경> <공학일반> <융합과학> <심화수학Ⅰ> 등 여러 과목을 선택했어요. 다양한 과목을 배우는 건 학생으로선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덕분에 화장품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관심을 가져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은준씨는 과목을 선택할 때 건국대 화장품공학과의 교육과정을 참고했다. 덕분에 건국대 화장품공학과는 화장품 소재 개발 전문가, 품질 검사 전문가, 안전성·유효성 평가 전문가, 화장품 제형 및 제조 전문가, 피부의과학 전문가 등 5개의 트랙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화학과 생명과학이 기본이라 Ⅱ까지 선택했고요, 이외의 과목 선택이나 진로 연계 주제를 정할 땐 대학의 교육과정을 참고했어요. 화장품계면화학 과목을 보며 <화학1>에선 계면활성제를 활용해 핸드크림을 만들었고, 화장품용기용품학에서 힌트를 얻어 <환경>에선 화장품 용기 형태와 재활용으로, 동물대체시험기술학 과목을 보며 <생활과 윤리>에선 동물 실험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었죠.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은 고민하는 만큼 자신의 관심과 역량을 드러낼 수 있으니 많이 고민하고 도전하세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광고 속에 숨어 있는 과학>을 읽고 화장품 성분 사전에 등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발암 유발 가능 물질을 조사함, <영어>  ‘Recommended cosmetics by skin type’이라는 제목으로 대본을 작성하고, 쇼핑몰 쇼호스트가 돼 발표, <통합과학> 오존 가스와 순수 올리브유를 이용해 강한 살균력과 산화력을 가진 오존 올리브 개념 제안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생활과 윤리> 동물 임상 시험 중단과 함께 부화 과정을 거친 달걀에 화학 약품을 투입해 독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과학 소식을 카툰으로 표현, <생명과학Ⅰ> 피부를 통한 인체의 방어 작용을 학습하며 화장품에 대한 피부의 초기 적응 현상 조사, <화학세미나> 화장품의 유해성 주제 발표에서 파라벤 대신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발효한 천연 방부제 아이디어 제안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환경> 재활용이 가능한 화장품 종이 용기 관련 보고서 작성해 환경 문제에 관해 탐구, <생명과학Ⅱ> 세포의 재생과 분화 과정에 대한 학습을 통해 피부 흉터 치료 연구 학술 자료를 찾아 이해, <공학일반> 황산화 물질이 있는 사과껍질을 활용해 미스트 제작

 


선택 과목


▒ <생활과 윤리>  동물 실험과 동물 권리에 대해 고민한 수업이었다, 인간 세포와 조직을 배양하거나 부화 과정을 거친 달걀 막을 활용해 화장품 독성 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물 실험이나 동물 권리에 대한 사고를 확장했던 계기가 됐다. 


▒ <융합과학>  화장품을 다양한 과학적 사고로 접근할 수 있어 선택했다. 맞춤형 화장품에 궁금증을 갖고 소비자의 피부와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화장품 제조 과정을 화학 교과와 융합해 탐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화장품 성분 기반 DB를 구축해 소비자 특성에 따라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AI 플랫폼 제안 등 여러 각도로 접근할 수 있었다.


▒ <공학일반>  공학적 이해, 융합 기술 접근 등 이공 계열 진로를 탐색하기 좋은 과목이라 선택했다. 피부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황산화 물질을 가진 사과껍질을 이용해 미스트를 제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미스트 재료를 선택하기 위해 황산화 물질 관련 논문을 찾아 심화 탐구를 진행했다. 

 

 

▒ <화학세미나>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한 과목이었다. 화학에 관심이 높았고, 화학에 대한 주제를 선정해 조사하고 발표하는 과정이 진로와 연계해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매주 주제를 찾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관심 분야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고 팀 프로젝트로 진행해 다른 친구들의 시각도 알 수 있었다. 화장품에 관한 관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