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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정은아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문화재보존과학 향한 디딤돌,  

수업-동아리 넘나든 탐구 활동

정은아 |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경북 경주여고)

 

고2, 코로나로 등교조차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 감염병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생명공학에 뜻을 품었다. 생명과학과 화학 관련 선택 과목을 학교 안팎에서 이수했다. 수업과 동아리를 넘나들며 교과 개념을 실생활 속에서 조사·분석하는 탐구 활동을 했다. 하지만 2학기 때 고민에 빠졌다. ‘내가 정말 생명공학에 관심 있는 걸까?’ 한 번 고개를 든 의문은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때 ‘문화재보존과학과’를 발견했다. 나고 자란 경북 경주는 ‘삽만 대면’ 문화재가 나오는 도시였다. 익숙한 문화재에 좋아하는 과학을 활용해 접근할 수 있는 전공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로운 목표를 찾은 고3, 다양한 교과 수업에서 문화재를 접목한 탐구 활동을 해나갔다. 진로를 바꿔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에 입학한 정은아씨를 만나  그 도전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이의종

 

 


 

고3, 문화재보존과학 전공을 결심하다

 

은아씨는 고2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지망 학과를 바꿨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겨냥해 2년간 생명공학 관련 전공에 맞는 학습·활동을 이어왔던 만큼 스스로도 모험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스스로 의문이 드는 길을 마지못해 걷는 건 더 힘들 거라 생각했다. 


“전 특정 계열 성향이 강하지 않았어요. 취업난이 심하다고 들어 이공 계열 진로를 택했고,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감염병을 예방·치료하는 분야에 뜻이 생겨 <생명과학> <화학> 위주로 과목을 선택했죠. 하지만 계속 의문이 있었어요. 생명공학 연구를 진짜 하고 싶은지, 잘할 수 있을지요. 특히 과학은 좋아했지만, 수학은 흥미도 성적도 낮은 편이라 고민이 컸죠.” 


그러던 중 한 대학의 홍보물에서 문화재보존과학과를 접했다. 문화재 하면 막연히 인문 계열 전공으로 생각했던 은아씨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경주 출신이라 유적지와 문화재 발굴 현장을 늘 봐왔어요. 그런 것들을 과학기술을 이용해 진단·평가한다니 끌리더라고요. 좋아하는 생명과학·화학 지식이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지망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했어요. 수학의 중요도가 낮은 것도 영향을 미쳤고요. (웃음)”

 


교과·전공 역량 쌓아준 ‘하천 수질 측정 실험’   

 

은아씨는 고2~3 때 <미적분> <확률과 통계>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심화수학Ⅰ> <통합수학> 등 수학 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이수했다. <기하> <생명과학실험> <화학실험>은 공동 교육과정으로 인근 경주고에서 수업을 들었다. 


특히 스스로 만든 자율동아리에서 탐구 활동과 수업을 연계하면서 내용을 체화했다. <생명과학Ⅰ> 수업에서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다양한 과학기술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화학적 산소요구량을 측정하는 COD 키트를 구매해 학교 앞 강물의 오염도를 확인, 정화된 물과 비교해 수질 정화에 적합한 방법을 모색한 것이 대표적이다.  


“등굣길 하천 근처에서 악취가 났어요. <생명과학Ⅰ> 수업을 들으면서 원인을 알아보고 싶었죠. 마침 <생명과학실험> 수업을 들으며 마이크로피펫 원심분리기 분별깔대기 U자관 등의 도구를 이용한 효소의 촉매 반응, PCR 등의 다양한 실험에 빠져 있기도 했고요. 단순 측정만 하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산화제인 과망간산칼륨을 이용해 COD 원리를 분석하고 정리해 부원들에게 알려줬어요. 덕분에 좀 더 진지한 실험이 이뤄졌죠. 기준보다 몇 배 높은 하천의 COD 지수를 보고 악취의 원인이 강물임을 확인했고요.”


생명공학에서 문화재로 진로를 튼 후에 보다 다양한 교과와 활동을 넘나들었다. <영어독해와 작문> 시간엔 한 글에서 “문화재 보존이란 과거의 유물을 의미 있는 형태로 정교하게 만드는 조각”이라는 문장을 접했다. 조각 난 채 발굴되는 문화재를 복원·보존하는 방법에 관심이 컸던 때라 가슴에 남았다. 문화재의 문화적·경제적 가치와 문화재 보존 기술의 필요성을 살펴 따로 탐구 보고서를 썼다. <화학실험> 시간에 했던 산-염기 중화적정 실험수업은 문화재 보존 기술에 대한 관심을 더 증폭시켰다. 


“문화재 복원·수리·보존 작업 전에 상태를 점검할 때 손상을 주지 않는 비파괴적 검사 방법 중 하나가 수소이온농도검사기(pH-meter)를 이용한 검사예요. 수업에서 pH 농도 측정기를 썼는데, 문화재를 직접 측정해보고 싶었죠. 한데 검체를 채취할 길이 없었어요. 그때 2학년 때 한 하천 수질 검사가 떠올랐어요. 수질 오염 측정법 중에 pH 검사도 있거든요. 강물로 pH 농도 측정기 사용 방법을 숙지해두면 나중에 문화재 보존 활동을 할 때 보다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다시 강물을 채취했죠.” 


실제 검사해보니 유물의 재질이나 형태, 산성도를 파악하면 개별 문화재에 적용 가능한 액상 용액을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pH 농도 측정이 종이류나 금속류 문화재에 유용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부원들끼리 토론한 내용과 다른 문화재 측정 방법까지 조사한 자료를 더해 보고서로 정리했다. <화학Ⅱ> 시간엔 미리 찾아본 보존 기술의 과학적인 원리·방법에 대해 질문했고, 고미술 복원 기술에 사용되는 화학적 원리에 대한 답을 들었다.  


“고미술을 보존·복원할 때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손상된 부분을 재건하는 과정에 화학 반응과 화학 평형 개념이 활용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예를 들어 유화제에 미세한 나노 입자를 용해시켜 보다 빠르게 흡수되거나 특정 성분에만 반응하게 하는 ‘나노 에멀전’이란 기술이 있어요. 1400년대 지어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수리할 때, 계면활성제를 유기 용매에 용해시켜 만든 나노 에멀젼 제품을 쓰더군요. 불교 미술인 탱화의 복원·유지에도 같은 원리를 쓰고요. 나노 에멀전을 만들 때 유화제와 pH 조절제를 써요.”  


앞서 pH 실험으로 익힌 개념을 다시 접한 셈. 미리 접한 내용과 연계되는 수업은 어렵지만 즐거웠다. 동아리 활동 내용을 보태 수업 시간 탐구 활동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조사하고 배운 내용들로 <통합수학Ⅱ>에서 ‘문화재 보존과학 기술 장비’ 중 하나인 CT에 활용된 적분 기술을 살폈어요. 고3 때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마음이 가는 대로 한 게 공부나 진로 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요.”  

 


진로 결정 시기보다 중요한 건 몰입

 

은아씨의 모교 경주여고는 비평준화 지역의 선호도 높은 고교다. 그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기 까다로운 편이다. 은아씨에게 입학 후 첫 시험 결과는 충격이었다. 고민 끝에 종합 전형을 목표로, 진로를 고려해 학교생활을 성실히 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했다. 희망전공을 바꾼 고3 때도 수업에서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려 애썼다. 하지만 원서 접수를 앞두고 불안이 컸다.  


“교과 성적이 4등급 후반대였어요. 게다가 문화재학과도 많지 않은데, 문화재보존과학과는 한국전통문화대학와 공주대 두 곳뿐이었죠. 원서 6장을 넣을 곳이 없더라고요. 간절한 마음에 공주대는 학생부 교과·종합 전형 모두 지원했어요. 예상대로 교과 전형은 탈락했고, 자기소개서 없이 학생부와 면접만 본 종합 전형에서 합격했죠.”


은아씨는 꿈꾸던 대학생활을 만끽 중이다. 선배들로부터 전공 수업 정보를 얻고 있다. 졸업 전까지 문화재수리기술사 자격을 따고, 문화재보존과학자로 살고 싶다는 은아씨에게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종합 전형에 도전하려면 일찍 진로를 정해 일관된 공부·활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길 바라요. 저는 특정 계열 성향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성적은 중하위권이었으며, 고3 때 진로를 바꿨죠. 하지만 학교생활을 성실히 한 덕분에 학생부 기록이 충실했고, 수업과 창·체 활동을 연계해 나름 관심 분야의 지식과 교과 지식을 함께 쌓았어요. 그게 면접에서 전공 관련 지식과 애정으로 드러났고요. 실제 수업 내용과 연계해 탐구한 비파괴 문화재 진단 기술,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문화재 복원 발전 방안과 관련해 질문을 받았고요. 꿈은 바뀔 수 있고, 모두가 좋은 성적을 받을 순 없잖아요. 하지만 열정이나 성실한 태도는 누구나 발휘할 수 있죠.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과학> 효소를 이용한 재조합 기술에 대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함, DNA를 자르거나 붙이는 효소를 이용한 재조합 과정을 도식화해 표현했으며 기술 활용 방안도 제시함, <과학탐구실험> 치즈 만들기 과제에서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인 카세인에 의해 응고됨을 알아내고, 카세인을 응고시킬 수 있는 다른 산성 물질을 조사, 발표함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수질오염 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생물학적 오염 지표와 적분’에 대해 탐구, <수학Ⅱ> ‘미적분의 실생활 탐구’에서 SIR 모델을 활용해 메르스 감염자·완치자 예측치와 실제 변화 추이를 비교하고, 모델의 한계와 변형 모델에 대해 설명함. <생명과학실험> 낙엽을 이용한 식물 잎 색소 추출 실험에서 분리된 색소의 전개율을 계산, 비교함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친환경 기술 플라즈마와 미적분에 대한 주제로 PPT를 만들어 발표, 생명과 환경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플라즈마의 기본 원리와 특징 설명, <기하> 위성 안테나·손전등 등 이차곡선의 개념이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예시 설명, <화학Ⅱ> 물의 표면장력을 주제로 소금쟁이를 만들어 띄우는 실험, 에탄올과 물을 동전 위에 떨어뜨려 표면장력을 비교해보는 실험 진행

 


선택 과목


▒ <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  당초 목표했던 생명공학 관련 전공을 하려면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신청했다. 문화재보존과학과로 진로가 바뀌었지만 생명과학의 중요성은 그대로였다. 발굴 현장, 문화재의 미생물이나 DNA 등을 연구할 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화학Ⅰ> <화학Ⅱ>  공학 전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수했다. 공부가 쉽지 않았지만, 교과서 속 학습 활동 덕분에 흥미를 잃지 않았다. 일상 속 화학을 살펴볼 수 있는 주제가 제시돼 교과 개념과 탐구 활동을 연계하며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학 전공 수업에서도 화학의 비중이 높아 배워두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 <생명과학실험> <화학실>  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 공동 교육과정으로 신청한 과목이다. 인근 남학교에서 다양한 실험 기기를 다뤄 좋았다. 대학에서 다룰 도구를 미리 접한다는 생각에 수업에서 생긴 궁금증을 동아리 탐구 활동으로 연계하고, 다시 수업에서 심화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제출했다. 실험 숙련도를 쌓으면서 관심 분야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