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위한 행동 변화의 출발점 ‘알리는 것’, 환경 전문 기자 꿈꾼 이유
신서현 |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인천 초은고 졸업)
모든 과학의 기본은 화학이라고 생각했다. 화학 공부를 할수록 에너지에 친환경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고2 때 학교에서 접한 ‘교육권 보장’ 특강은 ‘알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더 나은 삶으로의 변화조차 교육을 받은 이들만 이해할 수 있다면 친환경적 변화를 불편해하는 이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출발점 역시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신서현씨가 ‘환경 전문 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다. 이를 위해선 공학적 측면에서의 환경 공부가 우선이었다.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동시에 현대 사회의 환경 기반 시설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을 배우는 사회환경공학부를 선택한 이유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학생들의 민원 대상, 학교 연못 정화에 나서다
“연못 때문에 학교 오기가 싫어요.”
교내 건의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민원’이었다. 학교 산책로 중간에 있던 작은 연못의 오염이 심해져 녹조와 악취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 물을 뺐다가 다시 넣는 등 수질 정화를 위한 몇 번의 시도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2학년 때 인천시교육청 과학전람회에 출품할 주제를 찾던 중이었는데, 마침 연못 문제가 떠올랐어요. 얼마나 오염됐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죠. 측정해보니 연못의 pH 농도는 4.42, ORP는 116mV로 심하게 오염된 상태더라고요. 건의함에 올라온 내용은 ‘세균으로 인한 감염 걱정’과 ‘미관상의 불만’ 두 가지로 나뉘었어요. 수질보다는 저질(바다 강 늪 등의 바닥을 이루는 물질), 근본적으로 토양을 정화시키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거라 보고 ‘저질개선제 개발 탐구’를 주제로 정했죠.”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선행 연구를 찾아보니 오염 물질을 흡착하기 좋은 물리적 구조를 띤 폐연탄과 토탄, 두 가지 재료를 알게 됐다. 각각을 주재료로 해 저질개선제를 만든 뒤 효능을 비교했다.
“토탄과 연탄, 폐연탄을 구해 저질개선제를 만들고, 수조에 물을 채운 뒤 살포 전후의 pH를 측정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수질 분석 결과, 오염된 상태였던 흙과 물의 산성이 공통적으로 염기성을 띠더라고요. 재료별로 보면 연탄과 폐연탄보다 토탄을 활용한 저질개선제의 효과가 더 뛰어났어요. 하지만 자원재활용의 측면에서 봤을 때 화석연료인 석탄의 한 종류인 토탄은 양이 한정된 데다 자연정화 기능을 해주지만, 매년 버려지는 약 2만5천 톤의 폐연탄을 재활용하면 저질 개선과 함께 폐기물 감소를 통한 환경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었어요. 토탄을 주재료로 하되, 폐연탄을 함유한 저질개선제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실험 과정을 정리한 탐구 보고서로 전람회에서 수상하는 좋은 결과도 얻었지만, 실제 학교 연못을 정화해보는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다. 연구에서 내린 결론대로 폐연탄을 이용한 저질개선제를 달마다 살포해보니 확실히 녹조와 악취가 감소했다. 연못 관련 민원이 더는 건의함에 들어오지 않는 유의미한 성과도 얻었다. 이 과정은 서현씨의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담겼다.
무 껍질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공대 진학을 고려했던 만큼 수학, 과학 과목의 충실한 이수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확률과 통계>는 학교 지정 과목으로, <미적분>과 <기하>는 선택 과목으로 모두 이수했다. 수학 세 과목을 모두 이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수학이 부족하다고 여겼기에 하루 공부량의 80%를 수학에 투자할 만큼 열심히 했다.
“<미적분> 공부하다 힘들면 <확률과 통계>를, <확률과 통계> 공부하다 힘들면 <미적분>을 공부했는데, 서로 결이 다른 과목이어서 오히려 학습 효율이 더 높았다”고.
과학은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에 더해 교양 과목으로 개설됐던 <빅히스토리>와 <환경> <과학과제연구>를 선택했다.
“화학은 워낙 좋아했고, 물리학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크게 고민이 없었어요. 과학 Ⅱ과목이 성취도 평가로 전환돼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빅히스토리>는 우주가 탄생한 때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배우는 과목으로, <지구과학Ⅰ>을 선택하지 못한 아쉬움을 채워준 과목이에요. 암기할 것도 많고, 상대평가에 대한 부담이 커서 역사 과목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수, 미이수로 평가되는 데다 교양으로 가볍게 배우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역사의 재미를 알게 해준 과목이랄까요.”
3학년 때 선택한 <과학과제연구>에서는 수질정화 탐구를 이어갔다. 새롭게 잡은 주제는 ‘무 껍질의 상태별 수질 정화 능력 탐구 및 활용 방안’이었다. 생선을 손질할 때 무를 이용해 비늘과 껍질을 벗기는 데 착안한 선행 연구를 접하면서 직접 실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김장철에 가장 많이 버려지는 무 껍질을 활용해 녹조를 제거할 수 있다면 화학약품 없이도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친환경적 방법이 되겠더라고요. 생무와 말린 무, 끓여서 말린 무 껍질을 준비해 오염수 속 찌꺼기를 제거하는 흡착제 역할을 얼마나 하는지 실험해봤어요. 5일 정도 경과된 후 측정해보니 끓여서 말린 무 껍질을 넣은 물에서 COD 수치가 가장 낮게 나왔어요. 반면 생무와 말린 무 껍질을 넣은 물은 오히려 COD 수치가 증가하고, 탁도도 매우 높아 수질이 악화되더라고요. 무 껍질의 영양 성분이 오히려 수질을 더 나쁘게 한 거죠.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니 무 껍질 사이사이에 돌기가 있어 그 틈새 사이로 찌꺼기들이 흡착됐어요. 무 껍질의 물리적 구조 때문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무엇을’에 앞서 ‘어떻게’ 공부하는지가 중요!
수질 환경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탐구 역량이 돋보이는 서현씨답게 수시에서 지원할 곳을 결정할 때도 환경공학과가 있는 대학을 우선적으로 조사했다. 학과 홈페이지 소개글을 읽어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맞는 학과가 어디인지 알아보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
“제 경우에는 원하는 학과가 뚜렷했고, 선택 과목도 그에 맞춰 이수했지만 사실 희망 학과가 늦게 정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물리학을 이수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공대에 가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땐 쉽게 포기하기보다 탐구 활동과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적극 활용하길 추천해요. 생명과학에 나오는 생체에너지도 생명과학과 에너지를 연결한 것처럼 ‘물리스러운’ 탐구 활동에 도전한다면 공대에 필요한 역량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대학에 와서 처음 배우는 공대 교양 과목들은 고2~3학년 때 배운 내용들을 집약적으로 배운다고 볼 수 있어요. 어렵긴 하겠지만, 불가능하진 않아요.”
그런 면에서 서현씨는 수시에서 지원할 곳을 결정할 때도 성적에 너무 쉽게 굴복하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3이 되어서 수시 지원을 앞두면 고민이 많아져요. 현실적으로 자신을 바라봐야 하니까요. 그렇다 해도 원서를 쓸 때 정말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는 소신 있게 도전해보길 권해요. 제 경우에도 건국대 지원 당시 주변에선 상향 지원이라고 했지만, 최초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었답니다. 환경 전문 기자를 꿈꾸며 학교 안 연못 정화 활동을 하는 등 교과 성적이 저를 모두 보여준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면접도 자신 있게 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수시 지원이 끝난 후에도 끝까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었고요. 고등학생 후배들도 모두 후회 없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과학>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미래 시나리오 작성 활동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림, <과학탐구실험> 실험 설계 시 고려해야 할 변인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고, 가설 설정과 결과 분석을 통한 결론 도출 과정을 정확히 이해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Ⅰ> 지구촌 물 부족에 대한 글을 읽고 실태, 원인과 해결 방안 중심으로 인포그래픽 제작, <빅히스토리>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의 전파’를 주제로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탐구, <기하> ‘법선벡터와 태양전지판’을 주제로 신재생에너지와 연결해 발표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시간에 따른 수중 용존 산소량 관계식과 그래프를 제시해 극대, 극소와 연결시켜 최소 용존 산소량을 미분으로 구하는 과정 설명, <확률과 통계> 푸아송분포를 활용해 미세먼지의 입자 크기가 급성 사망에 미치는 영향 정리
선택 과목
▒ <물리학Ⅱ> 공대 진학에 필수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융합에너지에 대해 조사하고, 온실가스와 폐기물 처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플라즈마를 이용한 인공태양 개발에 대해 설명했다.
▒ <화학Ⅱ> 모든 과학의 기본이라고 생각해 좋아했던 과목이다. 석유화학 기업을 중심으로 이종 업체 간 친환경 강화를 위해 협업하는 사례를 소개하고, ‘해양오염을 해결하는 산화환원’을 주제로 저온처리 기법과 토양세척기술에 대해 조사했다.
▒ <사회문제탐구> 이공 계열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대부분 선택했던 과목이다. 꿀벌 군락이 붕괴되면서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는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을 다룬 기사를 조사해 환경 관련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 <과학과제연구> 수질 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며 ‘무 껍질의 상태별 수질 정화 능력 탐구 및 활용 방안’을 주제로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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