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공학의 역할 고찰하는 독서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기계공학을 전공하려면 수학과 물리를 중심으로 기초 과목들을 충실히 공부해둬야 한다. 또 최근 대학에서는 학문 간 융·복합 교육, 프로그래밍 교육, 국제화 교육 등을 강조한다. 기계공학이 거의 모든 공학을 다룰 만큼 영역이 넓고, 첨단 과학 기술과 결합하면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학문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이라 필요한 소양이기 때문이다.”
_ 경희대 기계공학과 김형진 교수(본지 1023호 ‘전공 적합書’에서 발췌)
ONE PICK! 전공 적합書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
지은이 연세대 공과대학
펴낸곳 해냄
“기계공학을 자동차, 비행기, 선박에 국한돼 바라봤던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줄 책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공학은 5G와 같은 통신기술, 인공지능,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와 만나 발전 중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분야는 미래에도 존재할 것입니다. 이동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는 계속될 테니까요. 대신 필요한 기술, 운행 방식, 소유 형식은 변화할 수 있어요. 연료가 바뀌면 엔진을 포함해 필요한 부품과 기술이 달라지죠. 이에 맞는 새 기술이나 시스템을 구현할 사람과 기업이 기회를 잡을 테고요. 이 책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양한 공학 분야, 신기술의 사회·윤리적 파장을 함께 알려줍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고찰’하는 미래 공학도의 밑바탕을 다질 수 있는 책입니다.” _ 자문 교사단
ONE PICK! 책 속으로
윤리·사회학까지 아우르는 미래 공학자의 시야 엿보기
연세대 공대 교수 22인이 미래 공학 기술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날마다 새로움을 접하는 오늘날, 다양한 분야와 섞여 더 발전하고 있는 공학의 여러 얼굴을 풀어냈다. 전문 용어로 가득한 과학 기술 이론이나 복잡한 수치와 그래프로 나타낸 신산업의 유망성이 아니라, ‘사람보다 똑똑한 바보, 인공지능 이해하기’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의 가격은 얼마일까?’처럼 흥미로운 소제목과 질문으로 쉽게 서술해 읽기 쉽다.
단, 메시지는 묵직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은 변화기에 접어들었다. 전기·수소 등 새로운 동력원에 맞는 배터리, 자율주행이나 엔진 등 신기술, 차체와 내장재에 쓰일 소재, 디자인까지 모두 이전과 다른 경험과 생각으로 무장한 인재가 필요하다. 도로조차 지금의 개념과 다를 수 있다. 주거 공간을 대신할 캠핑카 등 산업 밖에서도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발생할 전망이다.
동시에 로봇 기반의 자동화 공정이 대중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가 줄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도 명시한 것. 한 산업에 대한 기회와 그림자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며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시대를 바꾸는 사고와 기술을 넘어 그로 인한 사회·윤리적 파급까지 고민하게 이끄는 셈이다.
책을 읽고 나면 처음의 프롤로그를 다시 펼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기술적·경제적 문제들은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공학은 이러한 문제를 사회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서문은 공학의 의미와 공학도의 소양을 곱씹게 한다.
공학을 한다는 것은 비단 기술과 기계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학문과 기술, 시스템의 끊임없는 진보는 공학자를 윤리학자이자 사회학자로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_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 156쪽
선배의 독서와 진로
“교과서에서 시작된 질문, 독서로 답 찾았죠”
양예인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1학년
기계공학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발명품을 만들었는데, 상상을 구현하는 핵심이 제품 구조더라고요. 고등학교 <정보> 시간에 아두이노를 접한 후 전자 기기에서 특정 기능을 자동으로 수행하게 하는 임베디드 시스템의 역할에 눈을 떴죠. 대부분의 역학을 다루는 기계공학을 공부하면 효율이 높은 임베디드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겠다 싶어 진학을 결심했어요.
진로 탐색이나 대입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활용했나?
고등학교 공부는 다양한 기초 지식을 배우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요. 폭은 넓지만 깊이가 얕죠. 주요 개념과 중요한 사건·인물을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고 재미도 없어요. 그렇다 보니 ‘왜 이걸 배워야 하지?’라는 의문을 갖게 되더라고요. 전 질문이 많은 편이라, 독서를 통해 의문을 해소하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는 이언 스튜어트가 쓴 책인데요. ‘확률’이란 아이디어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통계학으로 발전해 각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쉽고 상세하게 알려줘요. 특히 영국의 저명한 수학자인 지은이의 문제의식과 사고의 발전 과정을 담아내 저의 ‘보고 생각하는 법’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또 공학은 결국 사람들이나 세상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게 목적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시야를 넓게 가지려고 했어요. 생명과학과 인공지능 책을 보고 기계공학과 연결해 고3 때 로봇팔을 만들기도 했죠. <장발장> <침묵이라는 무기> 등 소설과 의사소통 관련 자기계발서도 봤고요. 후배들도 너무 전공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책만 보기보다, 시야를 넓혀주고 사고를 유연하게 해줄 다양한 책들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선배의 강추 전공 적합書
<기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하는가>
지은이 뉴 사이언티스트 외
옮긴이 김정민
펴낸곳 한빛미디어
기계공학 전공을 원한다고 해서 기계공학만 파고드는 건 위험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기계공학 전공자들이 많이 진출했던 자동차 대기업은 요즘 전자공학 전공자를 선호해요. 전기차나 수소차의 비중이 커졌고, 자율주행 시스템에 사활을 거는 시대적 변화 때문이죠. 폭넓은 시야를 가지면 좋겠어요. 특히 요즘 인공지능 분야가 각광받아요. 이 책은 제가 지금껏 읽은 인공지능 서적 중 가장 이해하기 쉬워요. 인공지능의 본질과 최근 각광받는 알고리즘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죠. 이 책의 지식과 관점을 기계공학과 연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보면 좋겠어요.
<생물과 무생물 사이>
지은이 후쿠오카 신이치
옮긴이 김소연
펴낸곳 은행나무
로봇·생체정보 시스템에 관심이 있어 <생명과학Ⅰ>을 들었는데 교과서 속 생물에 대한 개념 정리를 보고 계속 의문이 들었어요. 물질 대사를 하면 생물로 구분된다고 정의하는데, 그렇다면 바이오과학 기술이 결합돼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는 로봇은 생물이 되는 건지 고민됐거든요. <생명과학 Ⅱ>까지 공부해도 답을 못찾았죠. 이 책을 읽으면서 생물을 무생물과 구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현대 과학에서 생명관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제 나름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었어요. 교과서에서 배운 개념들이 쓸모 있음을 깨닫게 했고요. 미래 공학자는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생명·윤리에 대해 보다 민감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어렵지 않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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