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공학과 첨단 산업 주역 ‘반도체’ 이해하는 독서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반도체공학과는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인재 양성이 목표다. 스마트폰부터 TV, 자동차, 비행기 등 거의 모든 기기에 사용돼 수요가 많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학에서는 기업 실무에 최첨단 반도체 공정·소자·설계·시스템 SW(임베디드 SW/인공지능) 등의 이론·실습 교육을 제공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다수 취업한다. 최근 관련 기업의 인력 수요가 늘며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가 늘고 있다. 기업 실무와 연계해 교과목을 구성하며, 최소한의 채용 절차를 통과하면 입사가 보장된다. 입학 시 전액 장학금부터 인턴십이나 해외 학술 대회 참가 및 관련 업체 견학·연수 등 다양한 특전을 제공한다.
ONE PICK! 전공 적합書
<반도체 제대로 이해하기>
지은이 강구창
펴낸곳 지성사
“반도체공학 입문에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아빠는 회사에서 뭐해?’라는 초등학생 딸의 질문에서 시작된 만큼 쉽게 쓰였죠. 예를 들어 실리콘, 규소, 유리는 대표적인 반도체 물질입니다. 한데 신라 고분에서 유리잔과 유리병이 출토돼요. 1천 년 전부터 반도체를 이용한 셈인데, 왜 현대에서 반도체를 미래를 여는 기술이라고 할까요? 반도체 설계자인 지은이는 이런 식으로 반도체의 개념과 변천사를 소개합니다. 생소한 기호와 복잡한 수식을 덜어내 중학교 수준의 지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요. 책에 소개된 반도체공학 기술 중 교과서 속 과학 이론을 찾아보고, 친구들에게 설명해보는 독후 활동을 해보는 것도 추천해요.” _ 자문 교사단
ONE PICK! 책 속으로
중학 과학 지식으로 첨단 반도체 원리·공정 입문
매일 삼성전자 주가 뉴스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을 점령한 기업의 상징성 때문이다. 이런 기업으로 발돋움한 데는 ‘반도체’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다. 2위는 SK하이닉스다. 국내 경기가 반도체 업황에 좌우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스마트폰부터 가전, 자동차 등 다양한 곳에 쓰이기도 한다.
일상 깊숙이 들어온 반도체. 하지만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전기와 화학, 물리, 여기에 최근엔 인공지능 기술까지 더해진 융복합의 끝판왕이라 이해가 어렵다. 이 책은 이름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던 반도체에 대해 생생한 사진과 명쾌한 일러스트를 내세워 제대로 알려준다.
반도체 관련 용어도 광범위하게 다루나 방식이 독특하다.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집적화에 대해 용어 정의부터 내세우기보다 전기가 흐르는 원리를 먼저 언급하며 브라운관 TV가 두꺼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다음 챕터에서 트랜지스터 개념을 가져오는 것을 시작으로 얇은 벽걸이 TV나 스크린이 말리는 롤러블 TV로 나아가게 된 과정을 차분히 알려준다. 미술 수업에 배우는 다색 판화와 에칭 판화를 예로 반도체 공정, 반도체 업계 사람들의 용어인 SoC(시스템 온 칩의 약어. SOC와 다르다.)로 다양한 설계 방식도 알려준다. 현직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생생한 산업 현장 용어와 그에 대한 해설도 재미있다.
공학 원리가 나오는 만큼 마냥 쉽지만은 않다. 그럴 때 “두 번 보아도 모르겠거든 그냥 지나치길 바란다” “이 장을 굳이 모든 독자들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와 같은 문장이 웃음과 함께 더 읽어나갈 힘을 준다. 더불어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에 대해 알게 될수록 중·고교 과학 지식의 쓸모를 돌아보게 된다. 같은 개념이나 원리가 쓰인 다른 기술과 제품을 찾아보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반도체 또는 전기·화학 분야 공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이 미래 진로를 탐색하거나 기본 역량을 갖추기 위한 입문서로 볼 만하다.
디램은 메모리 셀 자체는 매우 간단하지만 이런 리프레시에 관련된 회로도 있고, 셀의 캐패시터가 가급적 오래도록 방전되지 않게 해주는 회로 등 주변에 있는 회로들이 매우 복잡하고 내부 신호들도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반도체 종사자들 간에는 DRAM을 다이내믹 RAM이라기보다 지저분한(dirty) RAM의 약자라고 우스갯소리들을 한다. _ <반도체 제대로 이해하기> 224쪽
선배의 독서와 진로
인문학 도서 깊게 보며 미래 공학자 ‘방향’ 잡았어요
임동현
서울과학기술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 1학년
반도체공학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일을 하면 좋겠다 싶어 막연히 공학자를 목표로 삼았어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으로 반도체 분야로 좁혀졌죠. 특히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 기술이 접목된 지능형반도체에 눈길이 갔어요. 고교 내내 수업 안팎에서 관련 탐구 활동을 하며 깊이를 더했죠. 선택 과목도 대학 공부를 염두에 두고 <기하> <미적분>은 물론 이수자가 적은 <확률과 통계>까지 들었고, 대학 역시 석사 수준의 첨단 패키징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서울과학기술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의 커리큘럼에 끌려 지원했죠.
대입 준비 과정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기업가 정신을 기를 수 있는 책에 손이 많이 갔어요. 공학자는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기술의 쓰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봐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기업가들은 시장보다 한발 앞서, 나름의 철학을 갖고 움직이니 제 고민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정의란 무엇인가> <포스트 코로나> 등 인문학책까지 보게 됐죠. 특히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걸 강조하는 <노동의 종말>을 읽고 몇 달 동안 생각이 많았어요. 인류의 삶을 더 윤택하게 이끌고 싶어 공학자를 꿈꿨는데 기술의 진보가 사회적 양극화 심화에 일조하는 건 아닐까 회의가 들었거든요. 오랜 고민 끝에 기계가 단순 노동을 대체하며 여유 시간을 갖게 된 인간들이 자기계발을 하거나 더 좋은 삶에 대해 집단적 고민을 나누면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의욕을 갖게 됐어요. 방향을 잡으니 공부나 활동, 대입 준비 등에서 난제를 만났을 때 끈기를 발휘하게 되더라고요. 후배들, 특히 공학 분야를 꿈꾸는 후배라면 수학 과학 원리나 기술 관련 책도 좋지만 가치관을 정립해볼 수 있는 인문학책을 많이 접하고 힘껏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선배의 강추 전공 적합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지은이 장 지글러
옮긴이 유영미
펴낸곳 갈라파고스
제 고등학교 생활 전반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입니다. 현대의 식량 생산량으로는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데 굶는 사람들은 더 늘고 있다고 해요. 책은 그 이유로 인간의 이기심을 꼽아요. 가격이 높은 육류를 더 많이 생산하려 인간의 식량을 가축의 먹이로 활용하거나, 곡물회사의 주가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생산물을 폐기하는 식이죠. 특히 이런 사례를 표와 그래프로 직관적으로 보여줘 더 생생하게 다가와요. 진로와 상관없이 유의미한 책이지만, 특히 공학자를 꿈꾼다면 인류 전체의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다짐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
지은이 정인성
펴낸곳 이레미디어
반도체 산업과 시장을 단 한 권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고2 때 반도체 산업이 어떤 인프라 위에 구축돼 있나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견문을 넓히고 보다 구체적인 진로 설계도 할 수 있었어요. 2021년 가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주요 신기술의 원리를 그림이나 도표로, 기술의 성능이나 기대되는 경제적 이익은 기업의 전략과 연결해 보여줘요. 초판본은 반도체 외형의 구조적 변화에 집중했다면 개정판은 인공지능이 반영된 현재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와 그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정보통신기술까지 보다 광범위하게 다룬다고 정리할 수 있어요. 반도체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 한 권을 숙독하길 추천해요. 진로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교내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주제 탐구 활동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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