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야 하는 과목, 배우고 싶은 과목은 아쉬움 없이 선택했죠
윤성환 | 서울대 산업공학과 (서울 한영고)
중3 때 경영 컨설턴트에 관심을 가졌다. 적성검사를 하면 인문과 자연 성향이 고루 섞여 있는 편이었다. 고등학교 때 여러 교과를 공부해보니 사회 교과보다는 과학 교과가 잘 맞았다. 수학, 특히 <수학Ⅱ>와 <미적분>을 공부해 보니 적분이나 미분이 넓이나 기울기를 설명할 수 있듯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흥미가 느껴져 본격적으로 자연 계열 학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또한 자연 계열에서 경영 컨설턴트와 가장 관련된 학과인 산업공학과를 주목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윤성환씨의 얘기다. 산업공학을 공학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표현하는 성환씨는 나무 한 그루를 보는 사람이 아닌 숲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가진 산업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여러 과목을 넓고 깊게 탐색했던 성환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수학이 이렇게 흥미로운 과목이었다니
생활 속 수학의 활용도는 다양하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성환씨는 고등 수학을 배우면서 수학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
“<수학Ⅱ>와 <미적분>에서 적분으로 영역의 넓이를 계산하고, 미분으로 기울기를 얻는 과정을 공부하면서 수학 개념이 이렇게 연결된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수학>에서 함수 단원을 배우면서 수학 그래프 작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비트코인 채굴 방식과 현재의 채굴 방식, 이익에 대한 그래프 해석이나 분석을 통해 수학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죠.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성환씨는 고2 때 ‘실수 범위로 한정된 지수를 허수 범위까지 확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표현은 가능할까? 원주율인 3.1415926535…는 어떻게 구할 수 있었을까’ 등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겼던 수학 개념에 궁금증을 갖고 해답을 찾아나갔다. <확률과 통계>를 공부하면서는 전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경험했다. 한영고에는 말하는 공부방 프로그램이 있다. 친구들과 주제를 정해 고민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친구가 ‘베르트랑의 역설’ 관련 문제를 가져와 함께 풀이 과정을 고민했는데 여러 풀이와 답이 나왔다. 수학은 정답이 있는 과목이라 생각하던 성환씨는 함께 머리를 맞대도 오류를 찾을 수 없었다. 추후 풀이 방법에 따라 답이 3개나 된다는 걸 알았다. 수학 문제에 여러 답이 존재할 수 있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베르트랑의 역설은 원에 내접하는 정삼각형을 그리고 원에서 임의의 현을 선택할 때 현의 길이가 정삼각형의 한 변의 길이보다 큰 확률을 의미해요. 나중에 찾아보니 3가지 풀이가 있더라고요. 원에 내접하는 정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현의 시작점으로 하는지, 정삼각형을 고정하고 기준이 되는 한 변을 정해 그 변과 평행하게 현을 긋는지, 정삼각형에 내접한 원을 그리는지 등 전제 조건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거예요. 그간 알던 수학과는 다른 느낌, 놀라움 자체였죠.”
그 이후 성환씨는 수학을 풀 때 내가 쓴 식이 올바른지, 모순이나 논리적 비약은 없는지 좀 더 고민했다. 수학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경영 컨설턴트 진로에 가장 가까운 자연 계열 학과는 산업공학
중학교 때 경영 컨설턴트를 꿈꿨지만 고등학교 공부를 하며 자연 계열에 적성이 더 맞는다고 판단했다. 암기 중심의 사회 교과가 감당이 안 됐다고 할까? 자연 계열 공부는 어렵고 힘이 들었지만, 배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몰입감이 좋았다. 더구나 공부할수록 궁금한 게 생기고, 배우면서 느끼는 성취감으로 인해 공부에 더 흥미를 갖게 됐다.
“산업공학은 산업 시스템을 구성하는 여러 분야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에요. 대부분의 공학 관련 학과들이 특정 산업의 기술이나 원리를 연구 개발한다면 산업공학은 과학적 원리와 경영 전략을 접목해 체계화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도출하는 학문인 셈이죠. 보통 산업공학을 공학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표현해요. 나무 한 그루만 깊게 보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죠. 특히 문제 상황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역량이 중요한 학문이라 경영 컨설턴트를 꿈꿨던 저에게 잘 맞는 진로라고 생각했어요.”
공부하면서 공부가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성환씨는 산업공학과 교수를 꿈꾸기도 했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기에 수상 경력도 다양했다. 한 학기당 1개의 수상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수상 등수보다는 의미 있게 참여했던 대회였다.
주변에서 말렸지만, 들어야 하는 과목, 듣고 싶은 과목은 꼭!
모교인 한영고가 계열별 의무 선택보다는 자유롭게 계열을 넘나들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한 덕분에 성환씨는 듣고 싶은 과목,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과목은 모두 선택할 수 있었다. 고2 땐 <경제>를, 고3 때는 <물리학Ⅱ> <생명과학Ⅱ> <화학Ⅱ>에 <경제수학>까지 이수했다. 수학도 <확률과 통계> <기하> <미적분>을 모두 이수했다.
“과학 Ⅱ과목을 3개 선택할 때 주변에선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죠. 근데 뺄 게 없더라고요. 물리학과 화학은 자연 계열에서 기초가 되는 학문이고, 생명과학은 재밌더라고요. 무엇보다 Ⅰ과목을 배웠는데 Ⅱ과목은 배우지 않으면 배우다 만 것 같잖아요.”
수능에선 <물리학Ⅰ> <지구과학Ⅱ>를 선택했다. <지구과학Ⅰ>을 듣지 않았지만 <지구과학Ⅱ> 공부가 크게 어렵지 않았고, 물리학과 가장 관련 있는 과목이기에 선택했다. 학생부 종합 전형 제시문 면접을 볼 때 과학Ⅱ를 고루 배웠던 것이 도움이 됐다.
“산업공학은 경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경제>를 선택했어요. <경제수학>은 생활과 밀접한 경제 개념을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과목이라 재밌게 배웠고, 경제 용어나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선택 과목은 학습 난도, 대입의 유불리 관점보다는 궁금하고 배우고 싶은 과목 위주로 선택했어요.”
과목을 넘나든 고민과 활동들, 성장의 계기
자기소개서 1번 의미 있는 학습 경험과 교내 활동을 작성할 때 고민이 많았다. 성환씨는 고3 때 학급 특색 활동이었던 ‘지식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적었다.
“시행착오가 많았고, 오랜 시간 고민해서 해결했던 프로젝트라 기억에 남아요. 엘리베이터는 로프식과 유압식으로 작동하는데 다른 속도 조절 방식이 없을지 고민했죠. <화학Ⅱ>에서 배운 기체의 압력에 따라 실린더 내부의 부피가 변한다는 내용을 적용할 수 없을까 생각했어요. 기체의 압력 관계를 이용해 엘리베이터 작동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죠. 압력을 줄여 조절하는 감압 장치를 떠올렸고, 공기나 그 외의 기체를 흡수하는 배기 장치인 아스피레이터를 만들기로 했어요.”
베르누이 방정식을 활용해 3D 프린터로 아스피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제작, <물리학Ⅱ> <화학Ⅱ> 시간에 조사했던 벤츄리 효과를 설명했다. 오픈 실험실이 있는 서울시교육청 과학전시관을 찾아 유속을 달리해 실험했지만, 베르누이 방정식에서 전제되는 유체의 흐름(진공 상태)과 달라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다. 결국 시중에서 판매하는 아스피레이터를 구입해 시행착오를 거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 과목별로 흩어져서 배운 개념들을 연결해서 고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실험에서의 작은 차이나 전제 요소 등이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확인했죠. 하나의 상황만 고려할 게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시야가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고요. 고등학교 생활을 돌이켜보면 시험은 부담스럽고 싫었지만 공부하는 과정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시도를 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진로나 공부법을 찾을 수 있고 거기서 얻는 성취감은 분명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될 테니 후배들도 힘을 내길 바라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함수 단원에서 수학 그래프 작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을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함, 비트코인 채굴 방법과 이익에 대한 그래프 해석과 분석을 수행했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발표를 함, <정보> 앱인벤터2 언어로 스마트폰에서 단위 변환하는 앱, 스마트폰을 흔들어 소리 제어하는 앱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알고리즘 작성 및 컴퓨팅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에 적극성을 보임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책의 중심 내용을 잘 포착하며 책을 읽고 갖게 된 문제의식을 사회와 연관 지어 확장하는 능력이 뛰어남, <수학Ⅱ> ‘라이프니츠와 뉴턴의 미분 유도 과정과 차이 탐구’ 주제로 탐구 활동을 함, <경제> ‘우리 동네 독점적 경쟁 시장 매칭’에서 독점적 경쟁 시장을 지도에 표시해 공간적 특성을 파악하고, 집콕으로 수요가 증가한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무인 운영 등 상품 차별화 요소를 잘 분석함, 통계 분석과 탐구에서 경제 이론과 현상을 수리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함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확률과 통계> 주제 탐구 발표 수업에서 ‘회귀 분석을 통한 데이터의 분석 과정’을 주제로 정규 분포와 분산의 상관관계를 탐구함, 회귀 분석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선형계획법으로 최적의 해를 조사하는 등 산업공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데이터 해석법까지 심화 학습하는 자세가 돋보임. <화학Ⅱ> 문제의 답을 기계적으로 얻는 것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접근법에 따라 배운 개념을 적절히 사용하여 답을 얻는 능력을 갖춤.
선택 과목
▒ <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자연 계열에선 물리학과 화학이 기초가 되는 학문이기에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Ⅰ과목을 배웠는데 확장 개념인 Ⅱ과목을 안 배우면 아쉬울 것 같았다. 보통 Ⅱ과목을 2개 정도 선택하는 분위기였는데 <생명과학Ⅱ>는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 <경제> 희망 전공이었던 산업공학은 경제적 지식이 기본이라는 생각으로 선택한 과목이었다. 수업을 통해 수리와 통계 분석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동네의 독점적 경쟁 시장을 지도에 표시해 분석하거나 코로나19 혁신 기업을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경제와 사회, 수학 등 공학과 경제를 접목해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됐다.
▒ <경제수학> 경제에서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해서 선택한 과목이었다. 기간별 이율을 달리 적용한 대출금의 미래 가치를 환산하고, 국어 비문학 지문에서 접했던 경상수지와 CDS 프리미엄의 변화율을 조사해 확인하는 등 경제 현상을 통해 자료를 분석하고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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