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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조윤진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동물 실험 대체하는 인공생명체 만들고 싶어요

조윤진 |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강원대사범대학부설고)


과학 과목을 전반적으로 좋아했지만, 그중에서도 물리학은 특히나 좋았다. <물리학Ⅰ>에 이어 선택한 <물리학Ⅱ>는 이수 학생 32명 중 여학생이 3명에 불과했지만, 성취도 A를 받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공동 교육과정으로 열린 <물리학실험>을 비롯해 학교에서 주어진 과학 관련 활동은 가리지 않고 도전했다. 동물 실험을 대체하기 위해 속속 개발되는 ‘장기칩’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서 바이오와 소재를 결합해 배울 수 있는 전공에 관심이 갔다.  생명 현상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학적 지식을 바이오 및 의학 분야에 적용, 인공생명체 등을 다루는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를 알게 되면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해 합격한 조윤진씨를 만났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눈 모사칩’으로 안구 독성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물리학을 좋아했기에 막연히 공대에 진학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윤진씨의 관심사는 심리학과 수의예, 과학교육 등으로 다양했다. 바이오와 소재를 결합한 학문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느낀 계기는 1학년 때 학급 활동으로 진행한 ‘감성 DJ’ 활동 때문이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1일 1역할’을 맡는 재능 기부를 학급 특색 활동으로 운영하셨어요. 저는 그중에서 ‘감성 DJ’를 맡아 관심 있게 읽은 기사나 책 내용을 유인물로 만들어 게시하고 친구들에게 알려주곤 했어요. 동물을 좋아하고, 공학 분야에 관심이 있다 보니 과학 관련 소식도 많이 찾았는데 ‘눈 모사칩’에 대해 소개한 것도 그중 하나였죠. 장기칩은 플라스틱 위에 세포를 배양해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모사한 실험 장치인데요. 안구의 표면 구조는 물론 눈 깜빡임까지 흉내낸 눈 모사칩이 개발됐다는 소식을 접하니 안구 독성을 알아보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런 인공생명체를 개발하는 일을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바이오공학 쪽 학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관심사를 반영하듯 윤진씨가 이수한 과목들 중에는 과학 교과의 비중이 컸다.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을 비롯해 <물리학Ⅱ> <생명과학Ⅱ>, <물리학실험> <화학실험> <고급생명과학>에 이어 <정보>와 <공학일반>도 선택했다.  


“과학 Ⅱ과목을 2개까지 선택할 수 있어서 물리학은 기본으로 정했지만, 생명과학과 화학 사이에서 고민이 좀 되더라고요. 생명과학보다 화학 성적이 더 잘 나오는 편이었거든요. 그래도 대학에 가서 제가 원하는 공부를 하려면 생명과학을 더 깊이 배우는 게 필요할 것 같아 <물리학Ⅱ>와 <생명과학Ⅱ>로 결정했어요. 소인수 과목으로 열린 <고급생명과학>은 내용이 너무 어려울 것 같아 결정하기까지 신중하게 고심했지만, 결국 선택하는 쪽으로 정했죠. 강원대에 가서 생소하고 복잡한 실험도 직접 해보는 등 대학 공부를 미리 경험해보는 느낌이었어요.”

 


수업도, 실험도, 활동도  궁금한 게 생기면 일단 도전! 


과학에 대한 관심은 수학 공부에도 적용됐다. <미적분> 수업에서 진행한 ‘수학 탐구 포스터’ 활동이 대표적이다. 


“<고급생명과학> 수업에서 엑셀을 이용한 산점도 통계 그래프 그리는 법을 배웠는데, <미적분> 수업 수행평가로 진행한 ‘수학 탐구 포스터’에 적용해보기로 했어요. 평소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서 우리 동네 하천인 석사천의 오염도 추이를 ‘용존산소량과 수온의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해보기로 했죠. 최근 5년 동안 석사천의 월별 용존산소량과 수온의 변화를 기상청 사이트를 비롯한 공공데이터로 찾아봤어요. 연도별로 수온이 점점 증가하면서 용존산소량이 감소해 호기성 미생물들이 줄어 수질 오염이 일어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는데, 이때 확인한 데이터를 산점도로 시각화하니 유용하더라고요.” 


궁금한 게 생기면 직접 도전하는 자세는 윤진씨의 학생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학급 특색 활동으로 진행된 ‘직업 세계 탐구 활동’ 시간에 ‘플라스틱을 먹는 벌레’에 대한 영상을 본 뒤, 친구들과 밀웜을 구입해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목베개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스티로폼을 활용해 몸집에 따라 밀웜을 분류한 뒤 얼마나 먹는지 육안으로 확인해보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더라고. 밀웜 속에 있는 박테리아로 인해 스티로폼이 분해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 성분을 추출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되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학생부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평소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윤진씨는 지역 청소년 단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했다. 피해자들이 워낙 고령인 탓에 이제는 점점 잊히는 단계로 들어서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는 윤진씨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모녀가 관심 있게 들으며 건넨 “학생들이 좋은 일을 한다”는 격려 한마디가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고 했다. 

 


‘5인의 책 친구’로 배운 것, 여학생의 이공계 진출 독려해주길 


2학년 때 자율 활동으로 참여했던 ‘5인의 책 친구’는 윤진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얻기 위한 활동으로, 한 학기에 걸쳐 책 한 권을 선정해 읽고 정례적으로 독서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다. 


“5명 중 3명은 자연 계열 전공을, 2명은 인문 계열 전공을 희망하는 친구들이었어요. <시민의 물리학>을 선정해 읽어보자고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정말 싫어하더라고요. 하하. 물리학이라고는 1학년 때 배운 <통합과학>에서 잠깐 접해본 게 다였으니까요. 한데 책을 두 번 정도 읽고 서로 역할을 나눠 만화로 그려보기도 하고, 실험도 해보고 하니 점점 자신이 맡은 챕터에 대해선 술술 설명할 정도로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우리들의 물리학’이라는 제목의 포스터로 제작하는 과정까지 마치고 나니 과학을 많이 접하지 않아 어렵게 느낄 뿐, 쉽고 재미있게 다룬 텍스트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나면 누구나 과학을 즐겁게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이야기를 저자에게 직접 메일로 전해드렸는데, ‘가장 뿌듯하고 기쁜 소식’이라는 답장도 받았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진씨는 여학생들이 공학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여학생에게 공대 공부는 어렵고, 적응하기도 쉽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을 마주할 때가 많아 안타까웠다는 얘기다. 


“사회 변화를 고려하면 앞으로 이공계 인재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인문 계열 전공자들도 코딩을 배우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그런데 여학생은 이공계 공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거나,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았어요. 이미 여학생을 배제하는 시각이잖아요. 그럴 때마다 전 오히려 도전의식이 생기더라고요. 하하. ‘5인의 책 친구’를 하면서 인문 계열 전공을 희망했던 친구들이 과학을 재미있게 느꼈듯이 여학생들이 이공계 분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여학생도 과학, 충분히 잘할 수 있으니까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클루지>를 읽고 진화가 항상 옳은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이해, 인간의 불완전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을 통해 과학과 철학에 대한 관심을 높임, <수학> ‘과학과 수학의 연관성’을 주제로 탐구 활동, 다양한 과학자와 수학자들의 업적 조사,  <융합과학탐구> 진로선택 과목으로, DNA 추출 실험을 진행하고 합성섬유 나일론을 합성하는 탐구 보고서 제출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 독서 지문 중 ‘신체 부착형 인장 센서’를 선택해 보고서 작성, 웨어러블 기술의 개념과 활용 분야 조사, <화학Ⅰ>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조사, 새로운 마스크 소재인 고분자 나노섬유 필터의 미세구조 변화 관찰 사진을 통해 마스크와 신소재를 연결시켜 발표, <물리학실험> 기주공명을 통한 소리의 속력 측정, 엘리베이터에서의 중력가속도 변화 효과 측정, 브레드보드를 활용한 전자회로 탐구 등의 실험 수행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지역 하천의 수질 오염도를 수온과 용존산소량의 관계를 중심으로 탐구, <물리학Ⅱ> 코로나 백신의 임상을 위해 3D 프린팅으로 만든 인공폐의 구조와 효과 소개, 바이오 프린팅 기술의 발전이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에서 윤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거라고 언급, <생명과학Ⅱ> 기초의학 및 보건 연구에서 생물정보 처리 및 분석 도구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생각해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사이트 탐색


선택 과목


▒ <물리학Ⅱ> <생명과학Ⅱ>  <물리학Ⅱ>는 물리학을 워낙 좋아했고, 공학을 공부하고 싶었기에 고민 없이 선택한 과목이다. 성적이 잘 나올 것 같은 <화학Ⅱ>와 대학 공부에 좀 더 필요할 것 같은 <생명과학Ⅱ> 사이에서 고민이 됐지만, 바이오공학 분야를 배우려면 생명과학을 깊이 있게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아 최종 이 두 과목으로 결정했다.  ▒ <고급생명과학> <물리학실험> <화학실험>   공동 교육과정으로 개설된 실험 과목과 소인수 과목으로 개설된 <고급생명과학>까지 과학과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과목들은 최대한 도전했다. 과학 Ⅱ과목으로 물리학과 생명과학을 선택했기에, 화학을 배우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 보완하려는 이유도 컸다. 

 

▒ <정보> <공학일반>  공학 분야에 프로그래밍이 접목되는 추세이기에 선택한 <정보> 수업은 본인 표현에 따르면 “장렬히 전사”할 만큼 생각보다 심도 있게 수업이 진행돼 쉽진 않았다고. 진로와 관련, 소재와 관련된 데이터를 위변조 위험 없이 안전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 소재 연구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방안을 조사하기도 했다. <공학일반>도 이수자 24명 중 여학생은 3명뿐이었지만, 적극적으로 도전한 과목이다. 

 

▒ <영어권문화>  크게 의미를 부여하며 선택한 과목은 아니지만, 자율 주제로 각국의 과학교육법을 택해 미국의 ‘STEAM’과 ‘8+1 시스템’, 영국의 ‘Lab 13’, 뉴질랜드의 ‘크래프트’ 등 창의적이고 경험에 기반을 둔 과학 교육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정리하는 기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