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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양예인 서울과학기술대

생활 속 아이디어  발명품으로 구현하게 해준 일등공신, 프로그래밍 

양예인 |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서울 용문고)

 

연필꽂이 겸용 스탠드, 레이저 피아노, 소독약 분무 탱크, 자동 칠판 물지우개 등은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양예인씨가 고교 3년간 만들었던 발명품이다. 거창한 발명품이라기보다는 집과 학교의 소소한 생활 속에서 필요했거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정보> 시간에 배운 아두이노와 방과 후 수업으로 들은 심화 정보 수업 덕분에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발명품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 여러 달에 걸쳐 하나의 발명품이 완성됐을 때 힘들었지만 뿌듯함과 함께 성장을 느꼈다는 예인씨는 자신의 고교 생활을 맘껏 이야기할 수 있어 들떠 있었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새벽 화장실, 불 켜는 번거로움  해결할 방법 없을까?


새벽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에서 깰 때마다 전등을 켜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손쉽게 불을 켤 수 없을까 고민하다 손뼉을 치면 불이 켜지는 센서를 연결해보자고 생각했다.

 

“손뼉을 치면 사운드 센서가 반응해 전등에 불이 들어오도록 코딩하는 거예요.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마이크로 모아 증폭하고, 이 소리 신호가 아날로그 신호로 출력돼 불이 켜지도록 코딩했죠. 문제는 제가 원하는 소리뿐 아니라 의자 끄는 소리, 휴대폰 소리 등 모든 소음에 반응해 불이 켜지는 거였어요. 그래서 특정 주파수에만 반응하도록 수정했죠.”

 

책상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나무판자와 경첩을 구매해 연필꽂이를 겸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두이노, 코딩이 전문적이고 어렵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 공부해보면 의외로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키트가 많다는 게 예인씨의 설명이다.

 

“빛의 세기를 인지하는 광 센서, 소리에 반응하는 사운드 센서, 장애물을 인지하는 라이더 센서 등 관련 키트를 쉽게 살 수 있어요. 필요한 센서를 구입해 설명서를 보면서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연결하면 되니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광 센서를 이용한 레이저 피아노, 컴퓨터 화면으로부터 시력을 보호하기 위한 안구 보호 시스템, 사람 대신 소독약을 자동 분사하는 소독약 분사 탱크 로봇을 비롯해 수업 시간에 지우개에 물을 묻혀 칠판을 닦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칠판에 자동으로 물을 분사하는 시스템 등도 만들었다. 

 


스파크로 입은 화상, 이론의 중요성 깨달아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이 중요해지면서 방역 현장을 뉴스에서 자주 접했고 현장에서 방역 활동을 하는 분들은 바이러스에서 안전할까 염려가 됐다. 사람 대신 로봇이 다니며 소독약을 자동으로 분사한다면 안전은 물론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소독약 자동 분사 로봇을 만들기로 했죠.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해보는 편이거든요. 모르는 건 공부하면 되니까요. 아두이노와 워터 펌프를 이용해 분사 장치를 만들었는데 9V 배터리로는 출력이 약해 분사가 되지 않더라고요. 전압을 높여 차량용 12V 배터리를 사용했는데 이번엔 보드가 타버리는 거예요.”

 

막막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제작 도중 배터리 양극의 합선이 일어나 스파크가 튀어 화상을 입으면서 두려움도 생겼다. 일단 문제를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책과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격 전압 이상이 걸린 거더라고요. 12V의 전압을 감당하기엔 도선의 굵기가 얇다는 것과 전압을 적절하게 전환해주는 모터 드라이버를 추가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죠. 실험이 막힐 때는 아두이노, 코딩 관련 블로그와 카페를 검색하거나 지식인이나 오픈채팅방에 궁금증을 올려 실마리를 찾아나갔어요.” 

 

우여곡절 끝에 소독약 분사 탱크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학 시간에 배웠던 개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인씨는 안전과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이론 학습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물리학 시간에 옴의 법칙인 ‘V(전압)=I(전류)×R(저항)’을 배우잖아요. 전압을 9V에서 12V로 높였을 때 전류가 일정하다면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커진 저항을 견뎌낼 굵기의 도선이 필요한데 그 생각을 전혀 못한 거예요. 직렬과 병렬로 연결했을 때 전류와 전압의 세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그때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죠.”

 

 

<물리학> <화학>으로 공학 계열의 기본기 다져


고1 때 <정보> 과목을 들으면서는 C언어, 파이썬 등을 찾아가며 공부했다. <정보>에서 배운 컴퓨터 프로그래밍 덕분에 여러 발명품을 만들 수 있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구체화할 수 있었다.  과학 과목을 정할 땐 <물리학Ⅰ> <화학Ⅰ>은 예비 공학도로서 필수라고 생각해 선택했고,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 중 어떤 과목이 더 도움이 될지 고민했다. 

 

“여러 발명품을 만들수록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첨단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의 특성을 공부하면 과학 분야의 시야를 넓히면서도 의수나 의족, 인공지능이나 첨단 로봇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서 <생명과학Ⅰ>을 선택했어요. 고3 때도 <물리학Ⅱ>와 <생명과학Ⅱ>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과학을 배우는 <융합과학탐구>를 선택했죠.”

 

고3 때는 학급회장으로서 학기초에 친밀도를 높이면서 과학 원리를 확인해보자는 의미로 ‘캡사이신은 우유에 정말 분해될까’라는 주제로 실험했다. 급우들에게 매운 고추를 먹게 한 뒤 우유를 마시면 매운 느낌이 사라지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 고추를 먹은 뒤 우유를 마시면 매운 느낌은 사라지지만, 드라마틱한 느낌까진 아니라는 결과를 얻었다. 

 

“한 친구가 우유를 다 마시는 바람에 매운 고추만 남았었어요. 학급에 고추를 비치해 졸릴 때 먹고 졸음을 쫓기도 했죠. 더불어 과학 시간에 배운 캡사이신의 특징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하하.”

 

 

나의 강점을 잘 드러낸 학생부


예인씨는 여러 발명품을 만들었지만, 거창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다. 고교 3년간 만들었던 발명품만 보더라도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됐다. 예인씨의 이런 모습은 학생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교 3년간 발명품 경진대회에 꾸준히 참가했으며 장려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받았고, 대입에 반영되는 수상 경력도 이 3가지의 상을 선택했다. 기계공학, 로봇공학에 관한 관심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경험을 장점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대입 면접에서도 발명품 경진대회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고교 3년간 직접 고민했던 활동에 대한 질문을 받아서 대답하는 내내 신이 났죠. 사실 한 작품을 만들 때 3~5개월씩 걸리기도 했어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염두에 두고 관심 있는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내신과 수능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예인씨는 고교 3년간 관심 분야에 대한 시야를 확장하며 인류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제가 관심 있어하는 활동이나 모습을 학생부 곳곳에 담을 수 있었고, 이것으로 평가를 받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부에 드러난 역량과 열정 덕분에 조금은 부족한 성적을 보완할 수 있었거든요. 정시가 확대되고, 종합 전형의 비율이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대입을 준비할 수 있는 종합 전형을 쉽게 포기하진 말았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역량을 믿고 하고 싶은 활동을 채워간다면 분명 좋은 결실이 뒤따를 거예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다른 학생들은 파워포인트로 발표 자료를 준비했지만, 유일하게 인공지능과 관련된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자신의 주장을 잘 전달했으며 다른 학생들도 흥미를 보임, <정보> ‘인터넷 및 모바일 중독 예방’이라는 주제로 자기 주도적으로 팀원 간 협력을 이끌어 제작했으며, 아두이노를 이용한 피지컬 컴퓨팅 실습에서 창의적인 설계와 효율적인 코딩을 통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임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엑추에이터의 피에조 스피커는 소리를 내는 모듈로 관련 코드에 있는 sin과 tan 역할에 호기심을 가져 사이렌 소리를 출력하는 하드웨워를 제작함, <확률과 통계> 통계학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인 머신러닝을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을 통해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임, <물리학Ⅰ> 발광다이오드가 내장된 레이저 모듈을 이용해 레이저 피아노를 직접 제작함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기하> ‘팅커캐드’라는 3D 모델링 프로그램 틀을 이용해 모델링함으로써 공간상의 도형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함, 이차곡선의 반사 성질을 이용한 장치인 파라볼라 안테나, 체외 충격 파쇄석기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고 설명하는 등 기계공학에 남다른 관심을 보임, <물리학Ⅱ> 역학적 상호작용 단원에서 학습한 돌림힘으로 DC 모터의 스펙을 비교해 자신이 만든 발명품에 적용된 모터의 소비전력, RPM, 토크 등을 고려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함

 

 

 선택 과목 

 

▒ <생명과학Ⅰ>  기계공학과 로봇공학에 관심이 있어 <지구과학Ⅰ>과 <생명과학Ⅰ> 중 고민했다. 로봇공학이나 기계공학의 기초에는 생명체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생각에서 선택했다. 생체모방, 웨어러블 슈트, 의족이나 의수 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선택 이유였다.

 

▒ <정보>  고교 입학 전부터 아두이노와 코딩에 관심이 많아 고민 없이 선택했던 과목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고, 아두이노를 이용한 피지컬 컴퓨팅을 다양하게 실습할 수 있었다.

 

▒ <물리학Ⅱ>  여러 발명품을 만들면서 작동 원리를 학습할 수 있는 과목이었다. 전위와 전위차를 중력 퍼텐셜에너지와 전기적 퍼텐셀에너지 개념을 비교할 수 있었고, 전원 장치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 <융합과학탐구>  물리학, 생명과학, 지구과학과 달리 다양한 범위에서 과학에 접근해 과학적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서 선택했다.

 

▒ <사회문제탐구>  사회 과목 중 <윤리와 사상>을 듣고 싶었지만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과목이다. 관심 분야였던 로봇 의수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현황과 전망을 조사하면서 관심 분야를 사회 문제와 연결해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