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원·진로·흥미·수능 우선순위는?

인원·진로·흥미·수능 우선순위는?

대학생 선배의 과목 선택 가이드  


과목 선택은 학생들에게 골치 아픈 과제죠. 관심 분야나 희망 학과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학교에 따라 선택 범위가 다르기도 하고, 아직 자신의 성향이나 진로를 찾지 못해 혹은 꿈이 많아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죠.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이 권장 과목을 안내하고 있어 이를 참고하면 된다지만, 그만큼 과목 선택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역시 먼저 경험해본 선배들의 이야기겠죠? 코로나 상황에서 고교 생활을 보낸 23학번 선배들에게 어떻게 과목을 선택했고, 공부했는지 물었습니다. 확고한 진로를 향해 혹은 수능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적인 선택을 한 사례부터, 깊어지거나 달라진 꿈을 과목 선택으로 드러낸 사례까지 각양각색의 답변을 얻었습니다. 선배들의 생생한 경험담에서 나만의 과목 선택 기준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CASE 01 

‘전공’ 공부에 필요할 과목 우선!

 

비교적 일찍 지망 전공을 결정했고, 특히 공학 계열을 희망한 경우 학생들은 대개 전공에 필요한 과목을 중심으로 선택했다고 답했다.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등은 물론 관련 고급·실험 과목까지 깊게 이수한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대학 입학 후 듣고 있는 전공 기초 수업과 연계성이 매우 높다고 알렸다.   

 


 

곽혁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1학년

 

“상대평가 부담에도 <확률과 통계> 도전” 

 

 주요 이수 과목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 
<과학과제연구> <물리학실험>  공동 교육과정 : <고급물리학> <프로그래밍> <컴퓨터네트워크> 

 

Q. 과목 선택 기준과 고민했던 부분은?


일찌감치 공대 진학을 결정해 관련 교과를 선택했어요. 과탐은 Ⅱ까지 8과목 모두 배웠고, 수학도 통계 분석의 기초인 <확률과 통계>까지 세 과목을 이수했죠. <확률과 통계>는 상대평가라 부담스럽기도 했기만, 수강 인원이 많아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어요.   3학년 때 과탐 Ⅱ과목 선택을 두고 고민했는데, 수능 과목으로 선택한 <물리학Ⅱ> <화학Ⅱ>를 1학기에 배웠어요. 고2때 배운 Ⅰ과목과 연계돼 수능 준비까지 도움이 됐어요.  

 


Q. 고교에서 공부한 과목이 대학 공부에 도움이 되나? 


  공학수학 공학물리 공학화학을 듣고 있는데, 확실히 고교 과정과 연계돼요. 수시로 합격한 동기들 대부분이 물리를 배운 반면, 정시로 온 동기들은 물리를 안 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공대 공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난도가 높아져요. 또 대학 수업은 진도가 빠르고, 알아서 학습 결손을 보완해야 하죠. 고교 때 수학 과학을 깊게 다뤄본 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고교 때 영어 과목을 많이 듣지 않아 좀 아쉬워요. 공학은 교재도 원서고 수업도 영어의 비중이 크거든요.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자연·공학 계열 진학을 원한다면 <물리학Ⅰ·Ⅱ> <미적분>은 꼭 들으세요. 과목 선택 후 어떻게 수업에 임하느냐도 중요해요. 세특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는데, 환경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움직이면 좋겠어요. 수업을 듣다 보면 흥미 있는 내용을 발견하게 돼요. ‘디비피아’ 등에서 관련 논문을 찾아보고 키워드만 바꿔 실험하거나 최신 내용을 업데이트해 자신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면, 내 관심 분야와 노력이 반영된 ‘탐구 활동’이 되거든요. 학습에 깊이도 더할 수 있고요. 이를 수업 시간 과제나 발표에 활용하면, 학생부에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요. 힘은 좀 들어도 흥미롭게 공부하면서 입시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죠.   

 


 

김민성
단국대 특수교육과 1학년 

 

“공대→특수교육, 희망 전공 따라 선택 과목 바꿔”

 

 주요 이수 과목 
<기하> <확률과 통계>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교육학>

 

Q. 과목 선택 시 고민했던 부분은? 


대학 전공을 염두에 두고 선택했어요. 자연 계열 진학을 꿈꿔 과탐 Ⅰ과목과 <기하>를 선택했고, ‘특수교육학’으로 방향을 튼 3학년 땐 사탐 과목 위주로 공부했죠. 목표가 바뀌면서 선택 과목을 변경해야 했는데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다만 고2 때 <세계사> <생활과 윤리>를 못 들어 아쉬워요. <통합과학> 성적이 나쁘지 않았고, 남학생이기도 해 막연히 자연 계열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는데, 돌이켜보면 분위기에 휩쓸려 선택한 것 같아요.

 


Q. 희망 전공이 달라졌을 때, 이미 선택한 수업은 어떻게 들었는지?


특수교육학 전공을 결심한 건 2학년 중반이었어요. 과학 과목과 타 과목의 성적 차가 커졌죠. 원래 사회적 약자·복지에 관심이 많아 약대를 지망했는데, 이대로라면 성적에 맞는 학과에 진학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관심 분야였던 ‘사회적 약자’ 관련 진로를 다시 탐색했고, 교내 특수학급 도우미와 지역아동센터 장애 아동 학습 지도·멘토링 활동을 하며 ‘특수교육’에 눈을 떴어요.  관련 전공이 설치된 대학을 찾아보니, 단국대가 수시에서 과학 교과는 반영하지 않아 ‘여기다’ 싶었어요. 소외나 사회적 약자 문제와 관련해 고민해볼 수 있는 사탐 과목을 탐색하면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에 집중했죠. 과학도 완전히 놓진 않았어요. <생명과학Ⅰ> 유전 부분은 장애와 관련있어 주의 깊게 들었고요.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저는 고민을 많이 한 편이지만, 한편으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모교가 과목 선택권을 많이 보장해줬고, 취약 과목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을 찾아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후배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수업은 물론 창·체 활동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 자신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또 하나, 특정 전공·직업만 보지 마세요. 저는 ‘사회적 약자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진로를 탐색했기에 노인복지, 약학 등을 거쳐 특수교육에 닿을 수 있었어요. 관심 가거나 흥미로운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민하면, 좀 더 넓게 볼 수 있어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융통성을 발휘해 길을 찾을 수 있고요. 아직 미래 직업·진로를 결정하기엔 어리니, 좀 유연하게 접근하길 바라요. 

 


 

 

이현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1학년

 

“확고한 공대 지망생, 수학·과학·정보 교과 집중 선택”

 

 주요 이수 과목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고급수학Ⅰ>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 
공동 교육과정 : <고급물리학> <프로그래밍> <응용프로그래밍개발>  

 

Q. 과목 선택 시 고민했던 부분은?


사실 없었어요. 진로가 확고했었거든요. 전 고교 입학 전부터 프로그래밍과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1 때 코로나19 자가진단 매크로 앱을 만들어 인터넷에 공유할 정도였고, 의대 진학을 권유받았어도 별로 흔들리지 않았어요. 막연히 ‘난 공대다’ 싶어 자연 계열 성향 학생들이 몰린 과목을 골랐죠. <물리학>은 재밌어 파고들었고요. 호기심이 많아 공부할 때 ‘왜?’라고 질문하며 대답을 찾아내는 편인데,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과목의 특성과 잘 맞더라고요.  

 


Q. 고교에서 공부한 과목이 대학 공부에 도움이 되나? 


네! 1학년이라 기초 수업을 듣지만, 물리 같은 경우 <물리학Ⅰ·Ⅱ> <고급물리학>과 내용이 거의 겹쳐요. 프로그래밍 수업도 제가 해본 것들의 연장선이고요. 재밌는 게 수시로 들어온 친구들은 대부분 <물리학>을 배웠는데, 정시로 들어온 친구들은 좀 갈리더라고요. <물리학> <미적분> <기하>를 공부하지 않은 경우 학업 부담을 많이 느껴요.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솔직히 <지구과학Ⅰ>을 안 한 게 아쉬워요. 저는 종합전형 위주로 썼지만, 주요 대학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있는 교과전형이 늘었어요. 수능도 고려해 과목을 선택했다면, 제 수시 선택지가 좀 더 넓어졌을 것 같아요. 또 전공 관련 선택 과목 정보에 소홀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후배들은 이 점을 고려해 과목을 선택하면 좋겠어요.  

 


 CASE 02 

좋아하거나 재밌는 ‘과목’ 중심으로 

 

관심 분야는 있었지만, 진로나 전공에 대한 확신은 없었던 학생들은 주로 과목에 대한 흥미를 과목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고 답했다. 선택 인원이 적거나, 같은 계열 지망생들이 수강하지 않는 과목에 과감히 도전한 결과, 새로운 적성을 발견하거나 관심 분야를 좁혀가면서 지망 전공도 좁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현서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1학년

 

“환경·생명과학 향한 흥미로 <기하> 아닌 <생명과학Ⅱ> 선택” 

 

 주요 이수 과목 
<미적분> <확률과 통계> <심화수학Ⅰ·Ⅱ> 
<생명과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실험> 
<고급생명과학> <고급화학> <과학과제연구> 

 

Q. 과목 선택 기준과 고민했던 부분은?


적성과 희망 전공을 중심으로 선택했어요. 관심 있던 미세 플라스틱이 생명과학·화학과 관련 깊어 두 과목을 중심으로 선택했어요. 한데 2학년 땐 <기하>와 <생명과학Ⅱ>, 3학년 땐 <물리학Ⅰ>과 <확률과 통계>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관심 분야를 깊이 있게 하려고 <생명과학Ⅱ>와 유전 분석에 쓰임이 큰 <확률과 통계>를 선택했죠. 

 

<통합과학>을 공부하면서 물리가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생명과학이나 화학에 기초한 자연 계열 전공을 염두에 둔 게 과목 선택에 영향을 미쳤어요. 또 3학년 2학기에 과목의 난도를 두고 고민했는데,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싶어 <고급화학>을 선택했죠. 다행히 수능 화학, 제시문 면접 대비에도 도움이 됐어요. 지금 배우고 있는 ‘일반 화학 및 연습’이랑도 내용이 겹치고요.  

 

 

Q. 선택 과목에서 어떤 탐구 활동을 진행했는지?


과목간 위계를 따라 공부하며 탐구 활동도 심화해나갔어요. <생명과학Ⅰ·Ⅱ> <생명과학실험> <과학과제연구> <고급생명과학>까지 심화해 공부했고, 수업에서 발견한 궁금증을 수업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했죠.  바닷속 미세 플라스틱 포집 방안을 고민하다 치약으로 소재를 바꿔보고, <과학과제연구>에서 여러 종류의 치약 속 미세 플라스틱의 크기와 모양, 발견 빈도를 분석하는 실험을 설계했어요. 플라스틱 분해법을 찾다 미생물의 존재를 알게 돼 3학년 과학 과목에서 식물 등 생물의 호르몬이나 회피 작용의 원리에 대해 탐구했고요.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당시 자연 계열 수시 지망생이 <기하> <물리학>을 많이 선택하는 것에 대해 선생님들조차 의견이 갈려 고심했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돌이켜보면 전공에 적합한 결정이었지만요. 요즘은 대학의 권장 과목 안내가 좀 더 상세해졌어요. 후배들이 이를 과목 선택에 꼭 참고하길 당부해요. 

 


 

 

이서연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1학년

 

“<사회·문화>에서 <세계사>까지 좋아하는 사탐 과목 마음껏 공부했죠”

 

 주요 이수 과목 
<언어와 매체> <심화국어> <확률과 통계> <수학과제탐구>  <생활과 윤리> <한국지리> <세계사>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생활과 과학> <심리학>


Q. 과목 선택 기준과 고민했던 부분은?


거부감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과목들을 골랐어요. 인문 성향이 강하고 사회 분야에 두루 관심이 많아 2학년 때 <한국지리> <세계사> <생활과 윤리>를, 3학년 때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를 배웠어요. 단, <한국지리> <세계사>는 흥미로워서 선택 인원이 적어도 도전했어요. 공부도 재밌었고, 성적도 좋았죠. 반면 <경제>는 고민 끝에 다른 과목을 들었어요. 수학적 역량이 강조되는 교과 특성, 선택자가 적다는 점이 부담됐거든요.  

 

 

Q. 선택 과목에서 어떤 탐구 활동을 진행했는지?


<한국지리>와 <세계사> 모두 선생님이 활동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랜선 지리여행, 세계사 퀴즈 등 모둠 활동·발표에 참여하면서 학습에 더 흥미를 느꼈고, 보다 깊게 알고 싶어 신문 기사나 논문·전문 서적 등을 찾아보고 탐구 보고서를 작성했죠. 다른 수업이나 학교 프로그램도 관심이 생기면 파고들었죠. 그러다 보니 탐구 활동을 진로와 모두 연계하기가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학생부에 어떤 수업에서도 최선을 다한 제 모습이 잘 담겨 있더라고요. (웃음)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고교에서 배웠던 것, 제가 알아보고 경험한 모든 것이 대학 수업에 도움이 돼요. <사회·문화>에서 배운 게 전공 수업인 ‘광고학개론’ ‘홍보학개론’에 언급돼요. <음악> 수업에서 한 광고 음악 관련 활동부터 <영어Ⅱ>에서 해석한 비문학 지문까지, 전공 공부에 유익해요.  그런 점에서 후배들은 과목 선택 시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 좋겠어요. 특히 사탐은 상대평가 과목이 많고, 인문 계열 전공은 고교-대학 교과 연계가 자연 계열 전공처럼 강하지 않다 보니, 인원수를 제일 먼저 고려하더라고요. 한데, 안 맞는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얻긴 어려워요. 반대로 선택자가 적어도 흥미를 느끼면 높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죠. 수업 활동도 풍부해지고, 자연스레 학생부에 자신의 색깔이 담길 거고요. 자신의 성향을 꼭 고려하세요. 

 


 

김성은 

한국외대 ELLT학과 1학년


“흥미 우선한 지리·중국어 선택, 몰랐던 적성 일깨웠죠”

 

 주요 이수 과목 
<언어와 매체> <심화국어> <확률과 통계> <사회·문화> 
<세계지리> <한국지리> <여행지리>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중국어Ⅰ·Ⅱ> 

 

Q. 과목 선택 기준은?


제 흥미를 우선했어요. 1등급을 받으려면 2명 안에 들어야 하는 <한국지리> <세계지리> <중국어Ⅰ·Ⅱ>를 과감하게 선택했죠.  영어를 좋아하게 된 것도 각국의 역사와 문화가 언어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긴다는 점 때문이었거든요. 지리도 세계 문화와 생활 방식에 영향을 주고, 다양한 분야와 관계돼 흥미로웠어요. 

 


Q. 선택 과목에서 어떤 탐구 활동을 진행했는지?


탐구 활동을 영어와 엮긴 했지만, 주제나 주요 내용은 해당 교과에 집중했어요. 어린 소녀를 여신으로 숭배하는 네팔의 ‘쿠마리’를 문화상대주의와 연결해보는 식으로요. 그 과정에서 제 적성을 새로 알게 됐어요. 영어를 좋아해 막연히 인문 성향이라 생각했는데, 언어 교과에서 문법 쪽에 더 흥미를 느꼈어요. 지리 교과도 원리만 이해하면 암기할 필요 없이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어 좋았거든요. 반면 문학 같은 촉촉한 감성은 안 맞았어요. 그때 <인공지능과 미래사회>에서 ‘자연어 처리’를 알게 돼 언어공학을 다루는 한국외대 ELLT학과 지망을 결심했고요.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서, 맞는 전공을 찾아간 셈이죠.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좋아하면 열심히 하게 돼요. 선택 인원이 적어도 ‘등급의 벽’을 넘을 수 있죠. 무엇보다 인문 성향이라 해도 문학, 언어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분야가 다양해요. 자연 계열에 비해 대학 전공과 연계가 뚜렷하지 않다 보니, 과목 선택에 의미를 두지 않거나 수업 내용과 무관하게 전공과 연계한 탐구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달리 접근하면 좋겠어요. 언어 과목이나 탐구, 교양 과목에서 끌리는 분야를 파고들면, 자신의 적성을 더 정확히 알 수 있거든요. 어차피 주어진 과목 선택권을 잘 활용하면 좋겠어요.

 


 

아진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1학년

 

“‘최애’ 국어, 깊이 더해줄 과목 고민했어요”

 

 주요 이수 과목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심화국어> <확률과 통계> 
<심화수학Ⅰ·Ⅱ>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정치와 법> <한국지리> <사회문제탐구> <교육학> 

 

Q. 과목 선택 기준은?


국어에 대한 관심이 뚜렷했어요. 관련 과목들을 찾아 들었죠. <사회·문화> <정치와 법>은 재판 관련 내용을 다룬 ‘송사 소설’,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은 고전 문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 같아 신청했죠.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라 선택 폭이 넓어 원하는 과목은 거의 다 들을 수 있었어요.   

 

 
Q. 고교에서 공부한 과목이 대학 공부에 도움이 되나?  


<언어와 매체>에서 배운 문법 지식이 국어국문학의 기초예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에서 배운 동서양 철학은 교양 수업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요. 다만, 고교 때 <세계사> <동아시아사> <한문>을 못 배운 게 좀 아쉬워요. 80년대까지 한글보다 한문을 많이 썼잖아요? 전공 수업을 듣다 보니 한문을 알아야 국문학을 제대로 이해하겠더라고요. 또 문학·언어 이론은 유럽에서 발생한 것이고, 우리 문학도 주변국 정세에 깊게 영향을 받으며 발전했기에 역사 지식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어요.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전공이나 흥미를 우선으로 하되 선택 인원이 너무 적은 과목은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제 경우 <정치와 법>은 3등을 하고도 3등급을 받았어요. 수강생이 열댓 명으로 적었거든요. 종합전형으로 지원했기에 큰 타격은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좀 흔들리더라고요. 또 사탐 과목과 함께 수학 과목도 적절히 선택하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얻을 것 같아요. 수학 진로선택 과목 중 더 난도가 높은 <심화수학Ⅰ·Ⅱ>를 선택해 공부했는데, 좋은 경험이었어요. 성취평가라 상대적으로 성적 부담 없이 미적분 개념을 접할 수 있었거든요.  

 


 

 CASE 03 

성적도 고려해 ‘잘할 과목’ 선택 과목 선택 

 

폭이 제한적이었거나, 특정 과목에 대한 호불호가 없었던 학생들의 경우, 성적을 고려해 과목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선택 인원과 수능 응시 등을 따져본 것. 다만, 이때도 ‘잘할 수 있는’, 즉 적성에 맞는 과목인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장승헌

고려대 간호학과 1학년

 

“수능까지 도움 된 화학·지구과학 잘할 수 있는 과목 선택하길”

 

 주요 이수 과목 
<미적분> <기하> <수학과제탐구> <심화수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 <융합과학> <고급화학>

 

Q. 과목 선택 기준과 고민했던 부분은?


모교는 지망 계열에 따라 학생들이 특정 과목에 몰리는 편이었어요.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제게 맞는 과목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처음엔 공대를 겨냥했지만, <통합과학>을 배우며 물리가 저와 잘 안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결국 <물리학Ⅰ> 대신 더 재밌고 잘하는 <지구과학Ⅰ>을 선택했죠. 수능에서도 <화학Ⅰ> <지구과학Ⅰ>을 봤는데 만족할 만한 성적을 얻어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반면 <확률과 통계>는 2학년 때 <수학Ⅰ·Ⅱ> <기하> <미적분>과 과탐Ⅰ 3과목을 들어야 해 포기했죠. 일상에서 활용도도 높고, 병원에서도 정보통계학을 사용해 못 들은 게 지금도 좀 아쉬워요.  

 

 

Q. 수업을 통해 진로를 탐색한 과정을 좀 더 설명한다면?


화학이 유독 재밌었어요. 공부할수록 일상생활의 작용이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었거든요. 공동 교육과정으로 <고급화학>까지 들으며 ‘화학 교사’의 꿈을 키웠죠. 그런데 ‘화학교육과’ 개설 대학이 너무 적었어요. 우회로를 찾다, 진로 탐색 시 스스로 ‘이타적인’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내용의 메모를 발견했고, 간호학과가 생명과학·화학과 관련 깊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학과더라고요. 고민 끝에 ‘화학교육과’ ‘화학과’ ‘간호학과’에 수시 원서를 넣었죠.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입시를 치러야 하는 만큼, 성적은 중요해요. 그렇기에 과목 선택 시 첫 번째 기준은 ‘내가 잘할 과목’이라고 생각해요. 그다음은 좋아하는 과목이고요. 노력해도 성적이 안 나오면 위축되지만, 좋아하면 학습 동기도 유발되거든요.   

 


 

 

김새아

숙명여대 경영학부 1학년

 

“<경제> 대신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내신·수능 고려한 전략적 선택도 필요”

 

 주요 이수 과목 
<언어와 매체> <고전문학> <확률과 통계> <한국지리>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여행지리> <생명과학Ⅰ>


Q. 과목 선택 기준과 고민했던 부분은?


선택자 수, 성향·진로·흥미를 고루 고려했어요. 인문 계열 희망자들은 사회탐구를 중심으로 선택하는데, 주요 과목이 대개 일반선택 과목이에요. 상대평가라 현실적으로 성적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회·문화>는 상경·사회과학 계열의 기본이 되는 과목이라서, <생활과 윤리>는 선택자 수가 많고 수능까지 대비할 수 있어서 선택했죠. 경영학과를 지망해 <경제>도 듣고 싶었는데, 지원자가 너무 적어 포기했죠. 난도도 있는 과목이라 과탐Ⅱ처럼 성취평가를 했다면, 고민하지 않고 이수했을 텐데 아쉬워요. 

 

 

Q. 선택 과목에서 어떤 탐구 활동을 진행했는지?


종합전형도 성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교과 내용을 좀 더 깊게 다뤘었어요. 흥미롭거나 어려운 개념을 정리해두고, 논문 사이트에서 키워드를 넣고 관련 자료를 찾아 나의 언어로 갈무리해 발표 자료로 활용하거나, 당시 제 관심 분야나 사회적 이슈와 연계해 새롭게 접근했죠. ‘지리에 따른 기후적 특징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 ‘뮤지컬 접근성의 문제 분석과 관객 증진 방안’ ‘우크라이나 전쟁: 기업의 손실과 대처’ ‘윤리 경영이 기업 이익에 미치는 실익’ 등의 보고서를 썼어요.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흥미로운 과목을 선택하면 공부도 재밌고, 열심히 하게 돼요. 공동 교육과정도 추천해요. 또 아직 1학년이라 전공 수업이 많진 않지만, <확률과 통계>는 경영학의 ‘통계학입문’과 이어지고, 회계와도 관련 깊어요. 상경 계열 지망생들은 잘 공부하고 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