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분쟁 탐구하다 행정학 중요성 깨달았죠
이승희 | 국립공주대 행정학과(충북사대부고)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에 외교관의 꿈을 꿨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은 두터웠다. 원하는 만큼의 학교 성적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수업 내 다양한 탐구 활동을 통해 자신의 역량과 의지를 드러내려 노력했다. 특히 <정치와 법> <세계사> <동아시아사> <국제정치> 등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 간의 이해관계, 코로나19 관련 각 나라의 대처와 국제기구의 역할 등에 대해 깊게 탐구했다. 이를 통해 국제 정세와 외교 분야에 대해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 외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책 결정에 행정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게 됐다. 꿈을 향한 길이 하나가 아님도 깨우쳤다. 외교관 후보 선발 시험 외에 일반 공무원도 승급을 거쳐 외교관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한 것. 이는 대학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립공주대 행정학과에 지원, 진학한 이유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도전과 노력 끝에 자신만의 길을 발견한 승희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은아 기자 galax@naeil.com
사진 이의종
이론보단 현실에 흥미 <정치와 법> <사회·문화> 등 선택
승희씨는 일찍부터 외교관의 꿈을 꿨기에 목표로 하는 학과가 확실했다. “평소 다른 나라에 관심이 많았죠. 외교관이 되면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외국인들과의 협상을 주도하고 재외국민들을 살펴보는 일에 흥미를 느꼈죠. 그래서 외교관을 목표로 정치외교학과에 가겠다고 다짐했어요.” 승희씨는 2학년 때 정치외교학과에 필요한 <세계사> <정치와 법> <윤리와 사상>을 선택했다.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탐구 활동에서 여러 국가 간의 정치적 관계를 파악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 그런 점에서 <세계사>와 같은 역사 과목은 승희씨의 흥미와 적성에 맞았다. 하지만 <윤리와 사상>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이론보다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재밌었어요. <윤리와 사상>엔 온갖 철학자, 사상들이 등장하는데 이론 중심이라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암기하기가 힘들었어요. 3학년 때는 좀 더 현실과 관련있는 과목을 우선적으로 선택했죠. <동아시아사>와 <사회·문화>를 고른 이유였어요.” 수시 지원 전략도 남들보다 일찍 세웠다. 승희씨는 고등학교 첫 시험에서 수학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수학은 항상 어려운 과목이었다. 남은 기간 동안 수학 성적을 끌어올릴 자신이 없었다. “수학 때문에 학생부교과전형은 무리였고 대신 면접이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떠올렸죠. 원하는 진로를 빨리 찾았으니 이와 관련된 교내 활동을 최대한 많이 한 뒤 면접에서 이를 잘 드러내겠다고 생각했어요.”
국제 질서를 향한 관심, 나만의 국제기구 만들어
승희씨는 고교에서 국제 질서를 파악하고 사회적인 분쟁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활동들을 많이 했다. <세계사> 수업에선 제2차 아편전쟁 기사를 작성하며 인근 국가에 미친 영향까지 분석했다. <정치와 법> 수업에선 코로나19 백신패스의 쟁점을 다루며 관련 특별법을 보완해보기도 했다. <국제정치> 수업의 ‘나만의 국제기구 만들기’ 활동에선 비핵화 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그동안 국제 질서를 탐구해보니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교를 펼치다 보면 결국 분쟁이 생기기 마련이더라고요. 국제 평화를 위해선 국제기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 국제기구가 실효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했죠.
기존의 국제원자력기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만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도 핵을 보유하고 있죠. 심지어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에 가입돼 있지 않아 국제적으로 제재도 불가능해요. 그래서 국제비핵화기구를 새롭게 만들었어요. 비가입국의 국제 평화를 막는 핵 무기화 행동이 염려될 경우 기구 차원에서 제재해야 한다는 강령도 추가했죠. 가입 국가 가 기구의 취지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판명되면 총회에서 제명될 수 있어요. 제명된 후에도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감찰단을 파견해 조사하는 규정도 만들었죠.”
외교관의 꿈을 안고 행정학과에 지원하다
당연히 정치외교학과만 지원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원서 접수 시기가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주변에서 1~2개 원서는 다른 과를 써보는 것도 좋겠다고 조언해줬기 때문이다. “마침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행정학과를 준비하고 있어 저도 자연스레 행정학과에 관심을 갖게 됐죠.
먼저 행정학과에 진학해도 외교관이 될 수 있는지 알아봤어요. 행정학과에서 배우는 과목들은 공무원 시험과 많이 겹치잖아요. 우선 7급 공무원이 된 후 승급을 거쳐 6급 외교관 보좌관이 된다면 최종적으로 외교관 자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도 그동안 사회 현안을 탐구하고 해결점을 찾고자 노력했던 과정들이 행정학과와 맞닿아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국제기구를 만들면서 총회 이사국 사무국 등 기구 조직표를 직접 구상해본 경험이 있었죠. 국제적 이슈에 대해 각종 법이나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도 많이 했었고요.”
면접의 달인 되는 비법, 학생부 읽고 또 읽기
원서 접수 후 승희씨는 학생부 암기를 시작했다. 스스로 면접 질문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학교 선생님들을 찾아가 예상 질문을 뽑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렇게 부탁드린 선생님들이 열 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답변을 작성해보고 선생님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어요. 선생님들과 모의 면접을 해보기도 했죠. 모의 면접에선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어요. 생각지 못한 질문이 나오면 학생부를 떠올려봤죠. 학교생활 중에 답변으로 활용할 만한 소재가 분명 있거든요.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실제 면접에선 한 질문을 빼고 전부 준비했던 질문들이 나왔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은 ‘최근 국제 시사와 관련해 인상 깊었던 기사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독서> 수업 때 ‘핀란드, 스웨덴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관한 기사를 읽고 국제 정세를 분석한 적이 있었어요. 이를 활용해 면접관들에게 답변했죠. 바쁘게 공부하다 보면 놓칠 수도 있는 부분인데 훌륭하게 답변했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승희씨는 후배들에게 교과 성적에 대한 고민이 크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교과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특히 좋아하는 분야나 목표하는 전공이 확고하다면, 그를 동력으로 삼아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며 수업 내 활동에 도전해보면 좋아요.
제 경우 진로와 교과를 엮어 다양한 탐구 활동을 수행했죠. 덕분에 관련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경로도 찾아냈어요. 학생부에 관련 내용이 풍부하게 담겨 등급 이상으로 제 역량을 보여줄 수 있었고요. 또 ‘면접’과 같이 자신을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는 전형을 찾아봐도 좋아요. 성적이 곧 역량은 아니니 자신감을 잃지 말고 적극적인 학교생활을 한다면,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사회> 인종차별 문제는 편견에 기인한다고 지적하며 차별 해소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언급 <통합과학> 지구 환경 변화를 배우면서 중국발 미세먼지와 외교 문제에 대한 과학 신문 기사를 분석 <정보> 외교 분야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기획.
2학년
<영어Ⅰ> 20년 후의 나와 가상 인터뷰하기 활동에서 외교관이 된 미래 모습을 발표 <영어Ⅱ> ‘모바일 앱 만들기’ 활동에서 한국 대사관 위치와 국내외 보안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기획 <정치와 법> 아동학대 문제를 지적하고 피해 아동과 가해자 분리, 아동보호전문기관 위탁 보호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
3학년
<사회·문화> 공우리나라의 고령화 원인과 해결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발표 <심화국어> ‘인문학 교육과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외교 분야에서 인문학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고찰하는 글을 작성
선택 과목
▒ <정치와 법>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안을 정치적, 법적으로 분석하는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 <세계사> <동아시아사> 여러 국가의 역사적 배경을 학습하면서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이슈에 대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었다.
▒ <국제정치> ‘국제기구 만들기’처럼 외교관 진로와 관련된 활동들을 수행하며 진로를 향한 의지를 확고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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