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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백현서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과 개념으로 다시 본 뉴스, 사회적 약자 만드는 '불평등’에 눈뜨다  

백현서 | 숭실대 사회복지학부(대전 관저고)

 

중1, 갑자기 시력이 나빠졌다. 이유 모를 시신경 손상 때문이었다. 한 달 가까이 시각 장애인의 삶을 체감했다. 운 좋게 회복된 후, 장애인이 겪는 일상 속 문제를 곁에서 해소해주는 ‘사회복지사’에 매력을 느꼈다. 고교 입학 후 장애 학생 도우미·노인 돌봄센터 봉사를 꾸준히 했고, 사회탐구 과목 수업에서 각종 사회 문제를 깊게 접근했다. 자연스레 사회적 약자, 인권, 사회 불평등으로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 이를 통해 노인 여성 아동 자립청년 등 사회복지 대상, 신체·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성불평등, 범죄 피해까지 사회적 약자를 양산하는 구조적 문제를 알게 됐다. 이는 학과가 아닌 ‘학부’로 사회복지를 깊이 다루는 숭실대 사회복지학부에 지원하는 동기가 됐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이의종

 


사회 문제 뉴스, 교과에서 다시 보기

 

진로나 전공을 일찍 결정한 학생들은 대체로 그와 관련된 활동에 주력한다. 하지만 현서씨의 학생부는 조금 다르다. 그때그때 세간의 관심이 컸던 사회적 문제와 연결한 활동이 돋보인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성범죄를 벌이고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을 접한 고1, <국어> ‘설득하는 글쓰기’ 수업에서 ‘성범죄 처벌 강화’ 건의문 작성을 했다. 현행 국내법의 문제점과 다른 나라의 사례를 조사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같은 시기 세계적으로 확산됐던 흑인 인권 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에 대한 주변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통합사회> 시간에 ‘인권’과 연계해 인종차별 뉴스를 담은 신문을 제작·게시했다. 코로나19로 더 이슈가 된 환경 문제에 대한 흥미는 <기술·가정> 시간에 ‘지속가능한 소비 생활 실천’과 연계해 패스트 패션 문제 조사로 이어졌다. 

 

“어릴 적부터 뉴스에 등장하는 각종 사회 문제에 눈길이 갔어요. 고교 입학 후 수업과 엮어보니 뉴스에 담기지 않은 내용까지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더라고요. 처음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쳤지만, 다양한 과목의 수업을 듣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운 게 쌓이니 문제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 원인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방법까지 고민하게 됐죠.” 현서씨는 고1 때 ‘성범죄’에 대해 조사한 것을 시작으로, 범죄 관련 이슈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고2 땐 <확률과 통계> 시간에 지역·시간대별 성폭력 발생률을 연도별로 조사, 범죄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고3 때 <수학과제탐구> 수업에서는 등차수열의 개념을 활용해 여성 범죄 피해자 증가를 예측했다. 

 

 

뉴스 뒤의 이야기 알려준 ‘낙인 이론’ 

 

특히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정치와 법> 등 사회탐구 과목은 현서씨의 시야를 넓혔다. 고3 때 소년범들의 범죄가 심화되고 <소년재판>의 인기에 힘입어 ‘촉법 소년 연령 하향’ 논란이 거세졌다.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오랫동안 이어졌는데, 왜 법이 바뀌지 않는지 궁금했다. <사회·문화> 시간에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낙인 이론’이 열쇠가 됐다.   “범죄자로 낙인찍힌 청소년은 더 심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있더라고요. 찾아보니 언론의 보도와 달리 소년범들의 범죄는 강력 범죄가 아닌 단순 일탈·생계형 범죄가 많았어요. 소년범의 가정은 대개 사회적 취약층이었고, 처벌 이후 자포자기해 범죄를 반복하는 사례가 많았고요.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엔 경제적 불평등 등 사회 구조적 영향이 상당했어요. ‘낙인 이론’ 덕분에 청소년 범죄가 심화되는 배경, 소년범 처벌의 목적, 처벌 강화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언론과 현실의 간극 등을 두루 보게 됐죠. 

 

하나의 사건을 다각적으로 보고, 제 시선으로 해석해보는 역량을 키울 수 있어 좋았어요.”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흥미는 결국 ‘사회적 불평등’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귀결됐다. 이는 ‘사회적 약자’의 탄생 배경과 그들에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을 찾게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도 계속됐다.  “사회적 약자가 발생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는 다양해요. 이를 근원적으로 바꾸려면 개인이 아닌 시민들의 합의나 지지가 필요하고요. 더불어 현실적으로 당장 필요한 도움도 제공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문화의 영향이 커요. 그래선 안 된다는 인식 개선, 관련 법령 개정도 중요하지만, 당장 피해자들의 회복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죠. 저는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다만 장애인이나 노인 외에 다양한 소외 집단을 알게 되면서, 어떤 분야의 복지 전문가가 될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생각했죠.” 

 

 

자기소개서·면접 있는 전형 찾아라 

 

현서씨는 고3 때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수능을 대비하기보다, 학교 시험과 수업 활동에 집중하기로 한 것.  “사회복지 분야를 희망했기에 봉사 정신이나 협업 역량, 리더십을 키우려 많은 활동을 했어요. 

 

3년 내내 임원 활동부터 교내 장애 학우 도우미, 교외 노인돌봄센터 봉사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죠. 고3이 됐다고 중단하자니, ‘입시 때문에 해온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진로선택 과목 중심의 고3 수업은 정말 재밌었어요. <사회·문화>에서 배운 다양한 조사·방법론으로 ‘불평등’ ‘인권’ ‘범죄’ 등의 제 관심 주제를 <수학과제탐구> <사회문제탐구> <경제수학> 교과에서 깊게 다뤄볼 수 있겠더라고요. 탐구 활동을 통해 여성, 노인, 범죄 피해자 등 다양한 소외 계층 중 더 관심 가는 쪽을 확인하고도 싶었고요. 

 

비수도권의 평범한 일반고에 다니는, 압도적이진 않은 교과 성적을 가진 저로선 차라리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고 학생부종합전형에 도전하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현서씨는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고 싶어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있는 전형 위주로 선택했다. 숭실대를 비롯해 서울 소재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원서를 냈다. 두 곳 외에는 모두 합격했고, 숭실대를 선택했다.  “숭실대 사회복지학부는 현장과 학계에서 모두 명성이 높아요. 또 다른 대학이 ‘학과’인 데 반해 숭실대는 ‘학부’라서 매우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고요. 교과 성적이 1학년 때 3등급 중반에서 3학년 때 2등급 초반으로 상승했지만, 서울권 대학 합격을 장담하기는 어려웠죠.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에 합격해 고민 없이 진학했어요. 전공 수업을 들으며 전문 분야를 정하려고요.”  마지막으로 현서씨는 대입을 앞두고 성적·대학에 맞춰 체념하기보다, 하고 싶은 공부를 우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기소개서조차 없어지다 보니 성적에 부담을 더 느끼는 것 같아요. 한데 2~3학년 때는 선택 과목 위주라 대개 성적이 올라요. 또 고3 땐 진로선택 과목과 수능 관련 과목을 이수하죠. 대부분은 수능 성적을 높여줄 공부에 집중하는데, 전 생각이 달라요. 특히 최상위권이 아닌 저와 같은 학생이라면, 해온 공부를 더 깊이 파고들길 권해요. 학업이나 진로 면에서 깊이를 더할 수 있고, 학생부나 면접에서 나를 보여줄 소재들이 쌓이거든요. 면접이 있는 전형도 대개 부담스러워하는데, 한 번 더 주어지는 기회로 생각하면 달리 보일 겁니다. 입시의 부담감에 짓눌리지 말고, 자신을 믿고 정면승부하면 좋겠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사회>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정책에는 무엇이 있을까?’란 질문을 만들고 케냐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급식 지원·농업 개발·우물파기 사업에 대해 조사 <통합과학>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피해, 해결 방안에 대해 조사·보고서 작성 


 2학년 

<독서> 마녀사냥 관련 글을 학습한 후 유럽의 마녀사냥과 학교폭력 실태를 비교 분석해 발표 <문학> <태평천하> 학습 후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 임금 격차 등을 소재로 여성 인권을 다룬 ‘차별천하’라는 기사를 작성 <수학Ⅰ> 등차수열을 활용해 연도별 노인 수 변화에 근거해 2100년 노인 수를 계산,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 <정보> 국가통계포털에서 학대 피해 아동 보호 조치 등을 조사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해 학대 행위자·가족·피해 아동에 대한 상담·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함을 도출 

 

 3학년 

<사회·문화> 여성 복지와 여성 정책을 비교해 여성 복지의 역사와 미래를 발표 <생활과 윤리> 보부아르의 사상을 바탕으로 가부장적 질서, 남아 선호 사상, 유리천장을 비판한 성차별 관련 탐구 보고서를 작성 <경제수학> 한부모(여성) 가정을 위한 금용 상품 기획 <수학과제탐구> 등차수열 개념을 활용해 여성 성범죄 피해자 수를 예측 


 선택 과목 

 

▒ <사회·문화>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본 역량을 다질 수 있는 과목이라 선택했다. 특히 <사회·문화>에서 배운 다양한 사회 문제 조사·방법론은 사회적 약자들이 처한 현실,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소외 계층에 대해 다각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길러줬다. 


▒ <정치와 법>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마찬가지로 사회복지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이수했다. 두 과목에서 배운 다양한 교과 개념과 관련 이슈들로 현대 사회의 윤리적 쟁점, 법과 정책을 통한 사회적 약자 지원책까지, 좀 더 넓게 사회복지를 바라보게 됐다. 


▒ <확률과 통계> <수학과제탐구>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국가 통계에 수열 개념을 접목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특히 노인 인구나 범죄 피해율 증가,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등 관심 분야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