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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박소현 덕성여대 약학과

약학과 진학 희망한다면 생명과학·화학 충실히 공부하세요

박소현 | 덕성여대 약학과(서울 영신여고)  

 

뚜렷한 희망 진로가 없던 고1 때는 막연히 상경 계열을 생각했다. 경제 동아리에서 혼밥족을 위한 도시락 전문점 창업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다. 2~3학년 때 배울 선택 과목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되자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다시 들여다봤다. 국어보다는 수학을 좋아하고, 생명과학에 흥미가 있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이슈로 떠오르는 걸 보면서 약학과를 떠올리게 됐다. 대학의 모집 요강을 살펴보니 약학과 진학에는 생명과학과 화학 이수가 필수였다. 공대 진학에 도움이 될 듯해 물리학 이수를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생명과학과 화학 Ⅰ·Ⅱ과목을 중심으로 결정했다. 1, 2학년 학생부 기록에는 약학과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지 않는 듯해 3학년 때는 동아리와 진로 활동을 중심으로 약학 분야에 대한 탐구 경험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약학과 억지로 연결하기보다는 과목에서 요구하는 학습 역량을 충실히 쌓았음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대부분의 과목을 1~2등급과 성취도 A로 마무리한 성실성은 약학과 합격에 톡톡히 도움이 됐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약물전달시스템 이해 위해 시도한 모의실험 

 

1학년 <국어> 시간에 진행된 독서토론에서 소현씨가 고른 책은 <위험한 요리사 메리>였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여성 요리사였던 메리 맬런이 ‘장티푸스 메리’라는 오명을 안고 26년간 격리 병동에 유폐돼 삶을 마감해야 했던 기구한 사연을 추적한 책이었다. 당시에는 존재조차 규명되지 않았던 ‘건강 보균자’였지만, 장티푸스가 퍼지는 과정에서 마녀 사냥을 당해야 했던 사건을 통해 전염병에 대한 편견을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토론 과정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전 세계 제약사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에 의료 불평등과 난민 등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있었어요. 수요가 별로 없는 치료제 개발은 누가 할지 궁금증이 생겼고, 자연스레 희귀질환 의약품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죠.”

 

희귀질환의 대부분은 유전병이기에 유전자 치료제를 조사해보고 싶어졌다. 2학년 <생명과학Ⅰ> 수업에서 유전자 치료 방식과 원리, 개발 과정 등 기초적인 내용을 알아본 뒤 희귀 유전질환과 치료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던 중 알게 된 것이 페닐케톤뇨증 치료제 문제였다. 

 

“페닐케톤뇨증은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을 정상적으로 분해할 능력 없이 태어난 영아에게 발생하는 아미노산 대사 장애였어요. 부모가 이런 장애를 유발하는 결함 유전자를 자녀에게 물려줄 때 발생하는 병이더라고요. 이 치료제 개발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경구투여용 약을 개발하기 어려워서였고요. 경구투여용 치료제 개발에는 약물전달시스템(DDS)이 중요하게 쓰인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됐죠.” 

 

약물전달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쓰이는 알지네이트 비드 실험을 응용해 모의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용캡슐을 사서 인공위액과 인공장액을 만들었다. 

 

“산성인 위와 약염기인 장 속 pH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보려고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이용했어요. 우리가 섭취하는 약이 기능을 하려면 장용캡슐이 위에서는 녹지 않고, 장에서 녹아 약물을 방출해야 하거든요. 각각의 용액에 넣어보니 실제 인공위액과 달리 인공장액에서는 캡슐이 용해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어요. 장용캡슐은 산성인 위에서 내용물을 보호하고, 약염기인 장에서 약물을 방출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죠.” 

 

약학에 대한 관심은 3학년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갔다. 코로나로 인해 특정 회사의 아세트 아미노펜이 품절되는 현상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부재 때문이라는 약사와 소비자 대상 설문 결과에 주목했다. 

 

“제네릭 의약품은 신약이나 최초로 허가 받은 원 개발사 의약품과 주성분, 함량, 효능 등이 동일한 의약품을 말해요. 코로나 당시 타이레놀이 품절 현상을 빚었잖아요. 비슷한 의약품이 출시되어 있는데도요. 이 과정에서 약 포장지 뒷면에 적힌 주의사항을 가독성이 떨어져 소비자가 잘 읽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눈에 띄더라고요. 개선책을 고민해봤죠. 의약품 포장에 국제일반명을 표기하고, QR코드를 달아 약 복용 시 주의사항을 알기 쉽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실제 포장도 만들어봤어요. 조악하긴 했지만요. 하하.” 

 

 

학생부 기록, 진로와 인위적으로 엮을 필요 있을까? 

 

약학과로 진로를 결정하면서 수학, 과학 중심으로 과목을 선택했다. <생명과학Ⅰ·Ⅱ>는 기본적으로 선택했고, 화학과 물리학 사이에서 고민하긴 했지만 <화학Ⅰ·Ⅱ>로 최종 결정했다. 약학 공부의 기본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와서 전공 수업을 들어보니 생명과학과 화학은 필수 중에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생물학>과 <일반화학>을 듣고 있는데, 고등학교 과목과 겹치는 내용이 많기도 하고, 기본으로 깔고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당시 공부했던 <생명과학Ⅱ> 노트 필기를 다시 찾아 공부할 정도니까요. 실제로 덕성여대 약학과는 모집 요강에 <생명과학Ⅱ> <화학Ⅱ> 과목 이수 여부를 확인한다고 명시해놨어요.” 

 

수학은 <미적분>과 <기하> <수학과제탐구>를 선택했다. 좋아하는 과목이었던 만큼 <확률과 통계>도 배우고 싶었지만, 교육과정 편제상 함께 선택할 수 없어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아쉬움이 남는 과목은 또 있다. 

 

“<정보> 수업을 들으며 약을 장기복용하는 고령 환자들을 돕기 위한 알약 디스펜서를 설계해봤어요. 복약 시간에 알람과 함께 자동 개폐장치의 서보모터가 작동해 알약통이 열리는 기능과 초음파 센서를 통해 컵을 인식하고 물이 나오는 기능을 구상했거든요. 이 과정에서 IT 등 타 분야에 대한 지식을 익혀두면 약학 지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인공지능과 컴퓨터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함께 <인공지능기초> 수업을 개설해달라고 학교에 건의했는데, 결국 강사를 구하지 못해 최종적으로 취소됐어요. 교육청이나 거점학교에서 하는 공동 교육과정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는데, 활용해보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소현씨는 학생부 기록을 인위적으로 진로와 엮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과목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얼마나 충실히 공부했는지 보여주는 게 더 맞다고 생각했다. 

 

“전공 적합성도 좋지만, 수학에서 배우는 삼각함수를 정치의 흥망성쇠로 엮는다거나 하는 건 너무 억지 같았어요. <수학Ⅱ> 수업에서 3차함수를 도함수로 활용해 4차함수의 개형을 찾는 과정을 배우면서 4차함수를 도함수로 활용해 5차함수의 개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지오지브라를 활용, 그래프를 확인해보기도 했어요. 제가 추론한 개형과 그래프 형태가 동일하게 나오니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제겐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기도 해요. 또 과목과 과목을 연결하려는 노력도 많이 했어요. 수학 교과서에 상대성 이론과 관련한 내용이 나오면 물리학과 연관 지어 보고서를 쓰거나, 국어에서 나오는 생명과학 지문을 책과 연결해보는 등의 접근을 자주 시도해봤거든요. 사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사교육 컨설팅을 받아봤는데, 제 학생부에 약학과 관련된 내용이 너무 부족하다고 합격하기 쉽지 않다는 얘길 들었어요.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걸 보면, 학생부를 진로와 인위적으로 연결하는 것보다는 과목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충실하게 공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최선 다했다면 ‘직진’하길 

 

소현씨는 수시 원서 대부분을 약학과 지원에 할애했지만, 수상 기록도 부족하다고 느꼈고, 특히 사교육 컨설팅에서 1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기록이 평이하다는 말을 듣고 나니 학생부교과전형을 공략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시험 긴장감이 크지 않은 편이어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있는 교과전형을 주력으로 생각했어요. 다행히 최저 기준을 대부분 충족할 수 있는 성적이 나오긴 했는데, 일괄전형으로 선발하고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종합전형인 덕성인재Ⅰ전형은 고민 끝에 결정한 원서였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합격이었어요. 스스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직진’해보길 권해요. 약학과에 관심 있다면 생명과학과 화학은 기본으로 공부하되, 약학 분야와 관련된 시사 이슈를 꾸준히 접해보는 것도 좋고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국어> 독서클럽에 참여해 <위험한 요리사 메리>를 읽고 SNS로 활동함 <통합사회> 수업 시간에 아직 배운 내용은 아니지만, 창체 시간에 배운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교과서 내용과 연결시켜 캐나다의 이민 정책인 ‘모자이크 정책’에 대해 조사·발표 <통합과학> 식혜 제조 과정에서의 효소 작용을 학습하고 식혜와 소화제를 이용해 직접 실험 수행 

 

 2학년 

<독서> 인체의 면역계를 구성하는 세포들과 장내 미생물에 대한 지문 분석, 관련 도서 <우아한 방어>를 지문과 비교 <수학Ⅰ> 약물의 반감기에 대한 자율 탐구 활동 진행, 지수함수로 나타나는 아세트아미노펜 혈중농도 그래프와 약동학에 관해 조사 <물리학Ⅰ> 수학 심화 탐구 활동 중 알게 된 ‘뉴턴의 냉각법칙’을 열역학과 연관 지음 <생명과학Ⅰ> 감염성 질병의 원인을 찾는 모의 활동 수행 <정보> 약 장기복용 환자를 위한 알약 디스펜서 제작 설계 <기하> 3차원 모델링과 팅커캐드의 3차원 툴을 이용해 아스피린 분자 3D 모델을 만드는 과정 조사 

 

 3학년 

<화법과 작문> 혈우병 치료제에 대한 제시문을 읽고 관련 내용 심화 탐구 <미적분> 약동학의 AUC와 적분을 주제로 조사 <수학과제탐구> 효소 반응 실험을 통한 기질 농도에 따른 반응속도식의 수학적 해석 주제로 탐구 <고전과 윤리> ‘희귀질환에 대한 지원은 정의로운가’를 주제로 발표 <화학Ⅱ> 제약 산업에 쓰이는 유기촉매를 인포그래픽으로 정리 <생명과학Ⅱ> 선천성 희귀질환인 ‘리소좀 축적 질환 및 치료제’를 주제로 조사·발표 


 선택 과목 

 

▒  <생명과학Ⅰ·Ⅱ> <화학Ⅰ·Ⅱ>  약학 전공에는 꼭 필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대학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고교 때 배운 내용이 대학 수업의 바탕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  <미적분> <기하>  국어보다 수학 성적이 잘 나오기도 했고, 수학 교과는 선택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이수했다. <확률과 통계>는 학교 교육과정 편제상 선택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  <고전과 윤리> <수학과제탐구>   이공계로 진로를 정했다면 대부분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었지만, 약학과 관련된 주제를 다방면으로 생각해보기 좋은 과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