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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오채영 서울과학기술대

 도서관 리모델링부터 팝업 스토어까지  '공간’ 파고들었던 고교 3년  

오채영 | 서울과학기술대 산업디자인학과(경기 양주백석고) 

 

고교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에 기획단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공사를 담당할 여러 시공업체 담당자들 앞에서 브리핑을 했다.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예산 내 공사는 어렵다’ ‘아이디어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으면서 기획안을 정교하게 수정해갔다. 시공업체 몇 팀은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업체들이 압축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학생으로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값진 기회였다. 이후 공간 디자인에  큰 매력을 느껴 미대 진학을 결심했다. 수시 지원 과정에서 서울 과기대 산업디자인학과의 교육과정과 학회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이 원하는 공간 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원, 합격증을 거머쥔 채영씨를 만났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배지은 

 


 

공간 디자인에 눈뜨게 한 도서관 리모델링 작업

 

활동적인 성격이라 비교과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학업과 병행하다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활동을 집중했다.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알고 있던 채영씨의 활동 키워드는 주로 ‘공간’이었다. 

 

“고1, 2학년 때는 건축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 설계보다는 실내 디자인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결정적 계기는 학교의 낡은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었어요.”

 

도서관 사서 교사를 포함한 교사 6명과 학생 6명, 총 12명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도서관 모습에 맞게 재료나 동선·구조를 기획해 발표하면서 구체화했다. 함께 조율해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드톤으로, 바닥 재질은 에폭시를 희망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최종 시안을 여러 시공업체 앞에서 발표했다. 실현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예산에 맞춰 조율해가면서 최종 업체를 택했다.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며 하나의 시안으로 줄여가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다같이 만든 결과라 더욱 뿌듯했어요. 그 땐 3D 프로그램, CAD를 다룰 줄 몰라서 전부 손으로 그렸어요. 기획한 디자인이 실현되는 것이 기뻤죠. 더 많은 학생들이 새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칭찬이 들려오니 큰 보람을 느꼈어요. 이후 교내 교직원 휴게실 인테리어도 맡게 됐어요. 창고를 카페 같은 분위기의 교직원 휴게실로 탈바꿈했어요. 직접 시공도 해보는 등 공간 디자인에 관심 있던 제게 여러모로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채영씨가 졸업한 고교는 과학 중점 학교였다. 학교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탐구 활동이나 대회는 과학 관련 행사였기 때문에 다른 진로를 가진 학생들의 불만이 컸다.

 

“저 역시 불만이 있었죠. 개선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건의했어요. 다행히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줬어요. 도서관 리모델링 작업에 참여했던 ‘학교공간디자인 프로젝트’ 역시 이런 활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었다고 생각해요. 시공업체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고교생으로서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죠. 기회를 준 선생님들이 고마웠어요.” 

 

 

‘공간’에 대한 관심 드러낸 보고서와 동아리

 

고교 시절 내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보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 내용으로 두 편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나는 ‘코로나로 인해 발전하는 인테리어 시장에 대한 연구’였어요. 인테리어 플랫폼과 3D 인테리어 구현 서비스를 분석하면서 앞으로 인테리어 시장이 더욱 온라인으로 집중될 것이며 가상현실과 결합한 서비스가 많이 나올 것이라 예측했어요. 또 ‘코로나로 인한 인테리어 트렌드의 변화’를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아침에 학교나 일터로 나가고 늦게 집에 와서 잠만 자던 사람들이 갑자기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죠. 집이 카페가 되고, 운동 장소가 됐어요. 특히 1인 가구 위주로 멀티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내용과 코로나로 인한 문화생활 부족으로 ‘홈카페’, ‘홈캠핑’ 등의 변화가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보고서였어요.”

 

‘공간’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공간 디자인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교내에 디자인 동아리가 없어서 고3 때 친구와 함께 디자인 동아리를 만들었다. 

 

“고1, 2 때는 건축 동아리 활동을 했기 때문에 바뀐 진로에 대해서도 적극성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디자인 관련 활동을 기획해 팀원들 앞에서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사진 엽서를 제작하고 카페 탐방하며 공간을 탐색하고 또 여러 브랜드의 디자인을 분석했어요. 특히 팝업 스토어 컨셉으로 부스를 열어 참여했던 학교 축제가 기억이 많이 납니다. 직접 제작한 키링을 팔아 얻은 수익을 환경 단체에 기부하고, 재능기부의 형태로 무료로 캐리커쳐를 그려줬죠. 60명이나 그려줄 정도로 성황이었어요. 축제 부스를 구성하면서 포토존, 게임존 등 팝업 형태 디자인을 고민하다보니 동선이나 가구 위치, 상품 진열 등 고려해야 할 점이 꽤 많더라고요. 평소 생활하는 일상적인 공간인 교실을 팝업 스토어로 바꾸는 일이다보니 창의성이 많이 요구됐죠. 이 과정에서 동선과 공간 요소의 분석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과목 선택의 기준은 ‘흥미’

 

선택 과목을 고를 때도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보다 ‘흥미’가 기준이었다. <세계사> <세계지리> <지구과학Ⅰ> <지구과학Ⅱ> <생명과학Ⅰ>을 이수했다. 

 

“나중에 꼭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요. 미리 각국의 역사, 문화를 알면 도움이 될듯해 <세계사> <세계지리>를 골랐죠. 또 그저 흥미에 따라 <지구과학Ⅰ·Ⅱ>와  <생명과학Ⅰ>을 선택했어요. 끌리는 과목을 공부하니 오히려 배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선택한 다섯 과목 성적이 다 잘 나왔어요. 다행이죠. 특히 <세계사> <세계지리> <지구과학Ⅰ>에서 배운 내용으로 ‘여러 나라의 기후에 따른 주거 형태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었어요. 탐구 내용이 세특에 기록이 됐죠. 이런 점이 산업디자인학과 진학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합격률 높이는 전략  실기ㆍ비실기전형 함께 준비

 

비실기전형만으로는 수시 지원에 한계가 있겠다 싶어 고2부터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실기·비실기 전형을 함께 준비해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미술 전공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미대 입시는 만만치 않더라고요. 입학해보니 학과 내에서도 재학생보다 재수생 인원이 더 많았어요. 수시 원서를 쓸 때 서울과기대 산업디자인학과의 교육과정을 살펴봤는데 <리빙 스페이스 디자인> <공간 CAD>와 같은 공간 디자인 강의가 있는 걸 보고 선택했어요. 또 전공 학회인 ‘스페이드’에서 인테리어 공모전, 3D 툴 스터디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학과에 대한 확신이 들었죠. 입학해보니 크게 제품·공간 ·자동차·가구의 4가지 트랙이 있어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관심분야 위주로 선택해 수강할 수 있더라고요. 산업디자인학과는 수시와 정시 모두에 실기·비실기전형이 있었는데 저는 농어촌 비실기전형으로 합격했어요. 농어촌전형 선발 인원이 한명이라 역시 쉽지 않지만, 최종 내신이 2.05였고, 전공 관련 비교과 활동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비록 실기전형에서는 불합격했지만 실기·비실기전형을 함께 준비했기 때문에 덜 불안했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미대 입시를 뚫으려면 내가 가진 경쟁력에 집중하되 여러 방법으로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국어> <비지니스: 디자이너처럼>을 읽고 브랜드 로고 없이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을 제공하는 상품이 보여주는 단순함도 훌륭한 디자인이라는 내용으로 발표 <한국사> ‘디자인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를 주제로 발표 <지식재산일반> 보행자가 횡단보도 대기선을 넘으면 경고음이 나도록 센서와 아두이노를 이용해 신호등 시제품을 제작

 

  2학년 

<세계사> 헤이안 시대를 다룬 가상 박물관 팸플릿 제작을 통해 겐지모노가타리, 마키에 기법을 담은 예술작품을 소개 <생명과학Ⅰ> 자연모방 기술을 조사ㆍ소개하면서 주변 생물 또한 디자인의 영감이 될 수 있다고 깨달음 <지구과학Ⅰ> 슈테판-볼츠만 법칙을 활용해 지구의 유효 온도를 구하고 실제 온도와 다른 이유를 온실효과로 설명하는 등 수학적 능력과 자료의 분석ㆍ추론 능력이 매우 우수함 <중국어Ⅰ> 인지도는 낮지만 품질 좋은 중국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소비자 수요에 맞는 상품 디자인을 위해 문화적 이해가 선행이 되어야 함을 발표

 

  3학년 

<독서> 카토 마사키의 <카페의 공간학>과 여러 논문을 찾아 읽고 카페는 개인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의 제3의 공간으로 인식된다는 글을 작성 <확률과 통계> 몬티홀 역설을 주제로 최초 선택을 바꿀 때와 바꾸지 않을 때의 확률을 비교 <영어 독해와 작문>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자질이라는 글을 발표 <세계지리> 자연친화적 소재에 실용성을 더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대한 PPT를 제작하고 발표 

 

 

  선택 과목  

 

▒ <기하>  <세계사>를 배우면서 고대 유럽 건축물에 관심 갖게 되어 선택했다. 건축물 각도를 구하는 탐구 활동을 했다.

 

▒ <미술창작> <미술 전공 실기>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실기전형과 비실기전형을 모두 대비하기 위해 미술 수업을 적극적으로 선택했다. <미술창작>을 통해 세계의 랜드마크를 제작하면서 평면작품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재료를 콜라주 기법으로 붙이고 화지에 구멍을 뚫는 등 창의성을 발휘했다. <미술 전공 실기>에서는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인테리어를 구상해 일점 투시 실내를 드로잉했다.

 

▒ <지구과학Ⅰ·Ⅱ>  흥미와 관심으로 선택했다. 지진 발생이 많은 일본 가정집의 내진 설계에 대해 조사했고, 온돌과 다다미방 구조를 비교, 조사해 발표했다.

 

▒ <일본어 회화Ⅰ>  일본 문화를 좋아해 이수했다. 오리엔탈리즘과 미니멀리즘을 조합한 일본의 젠스타일 인테리어에 대해 발표했다.

 

▒ <세계사> <세계지리>  세계 여행의 꿈이 있다. 여러 나라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