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환경+영어 관심 살릴 수 있는 융합과학공학부 선택했죠
한승헌 | 연세대 융합과학공학부 (광주 대동고 졸업)
<화학Ⅰ> <화학Ⅱ>에 이어 고3 때 공동 교육과정인 <고급화학>까지 선택하면서 화학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도 관심이 커졌다. 공부할수록 화학 과목이 흥미로웠고, 고3 때 <환경> 수업을 들으며 그간 관심을 두지 못했던 환경, 자원 재활용에 관심이 커졌다. 환경 문제를 해결할 환경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승헌씨는 화학, 환경 관련 공부를 하면서 강점인 영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연세대 국제형 융합과학공학부(ISE)에 지원했다. 지구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환경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승헌씨의 열정 가득했던 고교 생활을 담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공부할수록 화학의 매력 진하게 느껴
고교 입학 당시에는 의학 계열 진학을 꿈꿨다. 진료하는 의사보다는 연구하는 의학자, 생화학자를 꿈꿨던 승헌씨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화학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탄소의 개수와 결합 형태에 따라 이름에 규칙성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탄화수소는 탄소 원자의 개수에 따라 접두사가 붙고 탄소의 결합 형태에 따라 어미가 붙기 때문에 이름만 들어도 종류를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헥산(Hexane)은 6을 나타내는 ‘hex’에 단일 결합을 나타내는 어미 ‘-ane’이 결합돼 탄화수소라는 걸 알 수 있죠. 또한 최외곽 전자 수에 따라 원소의 성질이 같다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승헌씨는 고3 때 <화학Ⅱ>와 함께 공동 교육과정으로 <고급화학>을 선택했다. 정시와 종합전형 준비를 병행했기에 타 고교에서 수업하는 <고급화학>이 부담스러웠지만 화학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을 멈출 순 없었다.
“<고급화학>은 <화학Ⅱ>와 교육과정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더 심화된 내용을 배워요. <화학Ⅱ>는 분자 자체를 주로 다룬다면 <고급화학>은 분자의 영향력이나 전기화학처럼 물리와 연계된 화학을 다루거든요. <화학Ⅱ>에선 화학전지에 대해 간단하게 배우고 넘어가지만 <고급화학>에서는 화학전지를 만드는 방법까지 배우죠.”
생활 습관 바꾸며 환경 지키려 노력
집이 학교에서 멀지 않았지만, 공부에 집중하고자 고2 때 기숙사에 들어갔다. 단체 생활을 하며 승헌씨는 자신을 비롯해 사람들이 환경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걸 깨달았다.
“화학을 공부할수록 환경에 관심이 깊어졌어요.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한다는 기사를 접한 뒤 우리나라에서 방사능 오염 물질을 해결할 방법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접했죠. 너무 멋진 거예요. 그때 환경을 살리는 생화학자를 꿈꿨던 것 같아요. <환경>을 배우면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특히 미세플라스틱에 관심을 가졌어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분리수거부터 제대로 하기로 하고 마음먹었죠. 보통 빨대를 플라스틱 수거함에 버리는데 사실 빨대는 너무 작아서 재활용이 어렵다고 해요. 페트병의 라벨은 떼어내 분리해야 하고,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 역시 재활용이 어렵죠.”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알리기 위해 포스터를 제작하고 간식 시간에 분리수거 안내를 도맡았다. 기숙사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분리수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처음엔 귀찮아하던 친구들도 점차 올바른 분리수거에 동참했다. 승헌씨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알아보다가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플라스틱 방앗간’을 접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작은 플라스틱을 분쇄해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공간이에요. 쌀이나 곡식을 방앗간에 가져가면 빻아 떡이 완성되듯,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곳이라는 의미죠. 자원 순환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도 플라스틱 방앗간이 운영되고 있다는 걸 알았죠.”
고1 때 배운 <경제> <물리학Ⅰ> 고3 대입 준비에 도움
승헌씨는 고1 때 <경제>와 <물리학Ⅰ>을 필수로 배웠다. 계열별로 중요한 과목이지만 선택 인원이 적어 공통으로 이수하도록 학교가 편성한 것이다. 고교 적응과 함께 난도 높은 두 과목을 배워야 했고, 고2 1학기에는 <수학Ⅰ><수학Ⅱ>가, 2학기에는 <미적분>이 편성돼 있어 공부량이 엄청났다.
“다른 고교에 비해 고1~2 때 교육과정이 빡빡했어요. 그래도 고1~2때 힘들게 공부한 덕분에 고3 때 <화학Ⅱ><생명과학Ⅱ>를 비롯해 <고급화학><심화수학Ⅰ> <심화수학Ⅱ> 등 원하는 진로선택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수능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었고요. 학교 시험이 지엽적으로 출제되기보다는 수능 형태라 수능 준비를 하며 성적 관리도 잘할 수 있었어요.”
타 과목에 비해 자신 없었던 수학은 많은 양의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기보다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성적이 올랐다. 과목별 자유 발표 주제를 정할 때는 어려운 주제보다는 생활과 연계된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고3 때 <생명과학Ⅱ> 시간에 ‘효소’를 주제로 한 자유 발표가 있었어요. 이때 유제품을 잘 소화시키지 못해 생기는 ‘유당불내증’을 조사했어요. 동양인이 유럽인보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많아요. 유럽인은 과거 유목민 시절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면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유제품 소화가 잘되도록 진화한 거라고 해요. 유당불내증을 자연선택, 진화 관점에서 접근하니 재밌더라고요.”
수시·정시 병행한 대입 준비, 영어 강점으로 연세대 합격
모의고사 성적을 토대로 수시에선 4개 대학만 지원했다. 환경 관련 진로를 생각해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과학과,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와 융합과학공학부에 각각 지원했다. 연세대는 두 학과 모두 종합전형이었지만 융합과학공학부는 국제형으로,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는 활동우수형으로 응시했다.
“환경 관련 학과를 살펴보는데 대학·학과마다 교육과정에 차이가 있었어요.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는 전공 이름에 환경이 있지만, 환경 관련 학과라기보다는 토목공학과가 기반인 학과예요. 반면, 융합과학공학부는 융합 학문으로 1학년 때 나노과학공학, 에너지환경융합, 바이오융합 등의 전공으로 세분돼요. 이 중 에너지환경융합 전공은 인류가 직면하는 에너지, 기후변화, 물 등 환경 이슈의 기술적 해결 방안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공부하면서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는 에너지환경융합 전공을 선택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공학자가 되고 싶어요. 또 로스쿨에 진학해 환경 관련 법규를 공부하고 싶기도 해요.”
승헌씨는 화학과 환경 관련 활동, 우수한 성적 등이 담긴 탄탄한 학생부가 돋보였지만, 2024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을 받은 것도 든든한 무기가 됐다. 2024 연세대 국제형 융합과학공학부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국어 또는 수학 포함 2개 합 5, 영어 1등급이었는데 영어 1등급 비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입을 치르고 나니 정시만 바라보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체감했어요. 고3 때는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내신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으니, 수시와 정시를 끝까지 병행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남을 의식하거나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맞는 교재나 공부법을 찾으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화학Ⅱ> <고급화학> 화학을 가장 좋아해 학교 간 협력 교육과정으로 <고급화학>까지 선택했다. 두 과목은 다루는 영역이 비슷하긴 하지만, <화학Ⅱ>가 분자 자체에 중점을 둔다면 <고급화학>은 분자의 영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기 파트는 물리와도 연계돼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다.
▒ <환경> 학년이 올라갈수록 환경에 관심이 커져 선택했다. 환경 관련 진로를 탐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진로영어> <일본어Ⅰ> 영어를 비롯해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 언어를 배우며 그 나라의 문화, 생활 방식 등을 알 수 있었고 한글이 아닌 다른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성취감이 큰 과목이었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영어> 멘토를 맡아 조원들이 어려워하는 해석이나 어법을 자세하게 설명해줘 조원들의 지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 모의 시험지를 제작하고 채점하는 역할을 맡아 면학 분위기를 조성함 <통합과학> 자연 분해가 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수요가 급증하면 원료를 얻기 위해 농경지가 잠식돼 식량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다른 환경이 파괴되는 모순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함
2학년
<문학>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시를 공부하며 소설과 비교하고 싶어 <지구 끝의 온실(김초엽)>을 읽고 비평적 글쓰기 활동에 참여함 <수학Ⅰ> 박테리아 증식을 이용해 지수함수를 소개하고 뉴턴의 냉각 법칙과 별의 거리 지수 공식 등을 활용하는 사례를 찾아 설명함 <영어Ⅰ> conserve와 preserve 모두 우리말로 직역하면 ‘보호하다’라는 뜻이지만 글 속에서 양상이 상이함을 조사, 접두사 ‘con’의 의미와 어휘의 맥락적 차이를 중심으로 조사함
3학년
<영어Ⅱ> 학년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학생 중 하나로 빠른 속도로 정확한 내용 파악이 가능하며 어떤 주제를 제시하더라도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본인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는 영작 능력이 강점임 <환경> 미세플라스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네덜란드에서 개발한 ‘플라스틱 방앗간’의 예를 들어 자원 순환 체계를 바꾸기 위한 개선 방안을 제안함 <고급화학> 수중에 오염 물질이 유입될 때 호기성 세균에 의해 산화되는 과정을 여러 관점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함
교사의 눈으로 본 수시 합격생
깊이 있게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는 학생
승헌이는 수학, 과학 과목에서 우수한 실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영어 능력이 돋보이는 학생이었어요. 연세대 학생부종합전형(국내고 국제형)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가장 큰 이유였죠. 수업 시간에 훅 치고 들어오는 예리한 질문으로 종종 친구들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도와주었어요. 면접 대비나 융합탐구학습 등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며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고 친구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점이 눈에 띄는 학생이었어요.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그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_ 광주 대동고 오창욱 교사(3학년 부장, 영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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