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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시 합격생 인터뷰] 숙명여대 행정학과 박연주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행정 정책 연구가를 꿈꾸다"

박연주 | 숙명여대 행정학과, 경기 덕이고 졸업

 

경찰이 꿈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힘이 돼줄 수 있는 직업,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직업이 경찰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사회 복지 정책 연구가를 만나고 나서 ‘이거다’ 싶었다. 생소한 직업이었지만 공공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보다는 사회 복지 정책 연구가가 자신의 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고, 현실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고민해 변화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박연주씨는 고2~3학년 때 요양원과 장애인 복지 시설에서 노약자와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사회·문화> 시간에 ‘사회 계층과 불평등 현상’ 단원을 공부하면서 진로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가난할까?’ ‘소수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 할까?’ 등 풀어야 할 사회 문제를 정책적으로 접근하고 싶다는 숙명여대 행정학과 박연주씨를 만났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학생부 곳곳에 드러난 리더십, 책임감, 배려심, 봉사

 

연주씨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리더십, 책임감, 봉사다. 언제부턴가 ‘총대’를 메는 것을 좋아했고, 남들이 꺼리는 일을 스스럼없이 하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처음에는 경찰, 사회복지사를 꿈꿨는데, 고교 3년간 학급 임원, 학생 자치 활동을 하면서 리더의 현명함과 바른 생각이 공동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경험했어요. 경찰이나 사회복지사는 주어진 일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앞장선다면, 사회 복지 정책 연구가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계획하고 실현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하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후자에 가까웠어요. 사회 복지 정책 연구가가 되려면 사회, 경제, 정치 여러 분야에서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학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행정학과를 지원했지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연주씨에게 특별한 이유는 없다. 임원 활동을 하며 남들이 꺼리는 일을 먼저 하게 됐고, 학급 친구들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 행동하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 처음엔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급급했던 활동이 고3 수험 생활에도 빠지지 않았고, 고교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한 번은 선생님이 너무 친구들만 배려하지 말고 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남들은 수행평가나 공부에 집중할 때 학급, 학교 일에 정신이 없는 저를 보며 엄마도 한마디하셨죠.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그때 그런 활동들이 성장의 힘이 됐고, 지금의 제 자신이 될 수 있었다고 말씀드렸지요.”

 

 

수업으로 연결된 봉사 활동 경험

 

고1 때는 도서관 도서 정리, 경찰서 순찰 활동 등의 봉사 활동을 했다. 솔직히 봉사 시간을 받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러던 중 고2~3 때 자율동아리 ‘예그리나’ 활동을 통해 매달 정기적으로 요양원과 장애인 복지 시설을 찾았다. 학교 시험 기간이면 친구들은 학교 활동과 학교 공부를 챙겨야 하는 부담감에 봉사 활동을 거르기도 했지만 연주씨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그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고3 때까지 꾸준히 참여했다.

 

“중학교 때는 또래 친구를 만나는 보육원을 찾았다면 고등학생이 돼서는 50~60대의 어르신들, 몸이 불편한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나이대가 다르니 처음에는 다가가기도 어려웠고, 그들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한 번 보고 말 것 같은 사람에게 굳이 마음을 열고 싶지 않으셨던 거죠. 제가 세 번쯤 방문했을 때 서서히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보통은 몸이 건강한 우리가 장애인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봉사 활동을 하며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위질이 서툰 저를 대신해 깔끔하게 가위질을 해주시는 분을 보며 몸이 불편한 대신 다른 재능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죠. 장애인에 대한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연주씨의 봉사 활동 경험은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 발표에 좋은 소재가 됐다. <화법과 작문> ‘다양한 관점으로 문학 바라보기’ 활동에서 ‘구복여행’ 얘기를 하며 평소 주인공처럼 남을 도우며 행복해지는 감정을 느낀 경험을 발표해 호응을 받았고, 관심 분야와 관련된 수학 문제를 만들어 발표하는 <수학연습> 시간에는 노인 복지 시설 현황, 노년층의 고독사 실태와 심각성을 통계와 그래프로 설명한 뒤 그룹 리빙이나 컬렉티브 하우스라는 협업 주택을 제안했다. 컬렉티브 하우스는 노년층이 모여 살며 외로움을 달래는 일본의 새로운 주거 형태다. 또한 조건부 확률 문제를 만들어 사회 문제를 수학적으로 접근했다. <심화영어독해> 시간에는 장애인에 대한 지문을 토대로 학교생활 시 장애 학생의 어려운 점, 장애아동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견을 없애는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독거 노인과 중증 장애인의 고독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각 가정에 화재, 가스 감지 센서, 활동 감지 센서 등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어요. 그들에게 이상 행동이 포착되면 바로 소방서나 지역 센터로 전달되는 시스템이에요. 정책적으로 이런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다면, 증가하는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사탐 과목에서 사회 문제를 다양한 각도로 접근

 

“<생활과 윤리>시간에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라는 책을 읽고 올바른 정의를 위해 개인의 선과 공동의 선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발표한 적 있어요. 그때 1835년 11월 배에 표류한 선원 18명의 얘기를 예로 들었지요. 13일이 지나도록 구조를 받지 못하자 선장은 누군가 자신의 생명을 바치면 남은 사람을 모두 살릴 수 있다며 제비뽑기를 제안해요. 근데 과연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강요가 옳을까요?”

연주씨는 현대 사회에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사회 구조는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는 다수결의 논리에 익숙해 소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것이 정말 다수의 이익인지 그리고 다수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소수를 포용해 앞으로 천천히 나아갈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과 정치> 시간에는 어릴 적 재미있게 읽었던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콩쥐 팥쥐> <신데렐라>에서 절도죄, 아동학대 등 기본권 침해 사례와 미디어 속의 현대 사회 문제점을 발표해 높은 호응을 받았다.

“사회 문제, 복지 정책에 관심을 두다 보니 <사회·문화> <법과 정치> 과목을 정말 좋아했어요. 사탐 과목들은 그간 무심히 지나쳤던 주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거든요. 특히 <사회·문화>는 현재 사회에서 개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줘 좋아했던 과목이에요. 한창 논쟁거리가 됐던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줬어요. 전 보편적 복지도 좋지만, 아직까진 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집중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기쁨

 

연주씨는 고교 생활 중 의미 있었던 활동으로 사회적 협동조합 동아리와 자치법정 동아리를 꼽는다. 자치법정 동아리에서 검사장을 맡은 연주씨는 자주 지각하거나 수업 시간에 잠을 자서 자치법정에 서게 된 친구를 대변했다. 분명 친구의 행동은 문제였지만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동생의 유치원 등교를 책임져야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친구의 행동을 탓하기보다는 힘들었을 친구의 상황을 이해했다.

“우리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결과는 달라질 수 없지만 자치법정 활동을 하면서 그 사람이 처한 환경, 동기 등을 같이 살펴야 한다는 걸 알았죠.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학교 매점의 운영이사로 활동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매점에서 판매할 물건을 결정하고 남은 수익금으로 우산을 비치해 비 오는 날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게 했어요. 하얀색 교복 블라우스가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색깔과 재질의 생활복 상의 제작을 추진해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죠.”

연주씨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렇게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의 리더십이 학급이나 학교의 정책을 바꾸었던 경험, 꾸준한 봉사 활동으로 누군가에게 도움과 힘이 되어준 경험들이 연주씨를 단단하게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수시 원서를 쓸 때도 면접이 있는 전형 중심으로 지원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독거 노인과 중증 장애인 가구 등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계층에게 응급 안전 알림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보고서.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 복지 모델도 함께 제안했다.

 

노년층의 고독사 문제가 심각한 현대 사회 문제임을 통계적으로 보여주며, 대안으로 노년층이 모여 사는 컬렉티브 하우스를 제시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회화> 두 사람이 짝을 이뤄 펜싱 경기 해설과 인터뷰 장면을 영어로 더빙. 스포츠 해설가와 선수 역할을 맡아 스포츠 관련 용어와 표현을 사용해 실제 스포츠 중계와 같은 생생함을 전해 청중의 호응 유도, <기술·가정> 고령화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이유를 분석하고 국가의 노인 복지 및 경제적 자립을 위한 정책 수립 필요성 강조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동아리 ‘ 사회적 협동조합 봉사단’에서 사회적 기업 활성화 제안 활동으로 다수의 사회적 기업이 공동 쿠폰제를 도입하는 참신한 아이디어 제시, ‘자치법정 동아리’에서 검사장으로서 과벌점 학생이 벌점을 받은 이유와 벌점이 타당하게 부과됐는지를 살피는 과정을 통해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 결정의 중요성을 깨달음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개인의 삶을 둘러싼 사회 구조, 맥락 등을 파악해 작품을 감상하는 능력 탁월, <법과 정치> 청소년 정치 토크쇼 개최와 광역버스 입식 해소 대책과 같은 현실적인 공약을 제시하며 시사 문제에 관심을 보임, 전래동화에서 기본권 침해 사례 찾기 활동에서 <콩쥐 팥쥐> <선녀와 나무꾼> <신데렐라>를 통해 아동학대, 절도죄와 같은 예시 발표, <생명과학Ⅰ> 색맹인 사람에게 비치는 세상의 모습을 그림으로 설명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동아리 ‘사회적 협동조합 봉사단’ 대의원으로 총회에 참석해 이사 선출, 결산안 통과, 사회계획안 및 예산 승인 등의 과정에 참여, 자율동아리 ‘시사토론광장’ 동아리 차장으로 활동하며, 장애인 등급제 등 외국 사례를 조사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개인별 맞춤 복지 정책 추진 제안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구복여행’ 소설을 장애인 복지 센터에서 봉사한 경험과 연결해 다양한 관점으로 설명, 남을 도우며 행복해지는 감정을 주인공에 이입해 설명, <심화영어독해Ⅰ> 장애 학생과 학교 복지에 대한 본문 연계 발표 활동에서 장애 학생을 위한 서비스 및 정책, 외국 사례를 소개하고 우리나라 복지 정책과 비교하며 사회 복지 정책 연구가가 되어 하고 싶은 일 소개, <생활과 윤리> 개인의 선과 공동의 선이 어떻게 조화돼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 발표

 


자기소개서

▒ 2번 교내 활동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을 키워줌과 동시에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 결정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 자치법정 동아리 활동을 적었다. 단순히 교칙 위반에 대한 행동이나 결과에 관심을 두기보다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찾아 해결 방안을 찾으려 했으며 상황을 고려한 처벌이 필요함을 깨달은 과정을 풀어썼다. 사회적 협동조합동아리에 가입해 학교 매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만족도와 수익률을 높여 공공의 이익을 창출했던 경험을 담았다.

 

▒ 배려, 나눔, 갈등 관리

학급 임원과 학생회 활동을 통해 다른 학생들을 끌어가려는 리더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리더로 변한 과정을 담았다. 모든 것을 혼자 해내려 하기보다는 주기적인 학생 자치 회의를 통해 소통과 협력에 중점을 뒀던 점, 학급 합창대회에서 관심 없는 친구들의 개성과 장점을 부각해 연습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던 점 등을 통해 공동체를 하나로 이끄는 리더로 성장한 과정을 적었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적극성, 포용력, 이타성, 리더십이 돋보인 학생”

 

연주는 교과 수업 시간은 물론 합창대회, 학급 체험학습, 수능 교실 준비 작업 등 학교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열정을 쏟은 학생이었어요. 자신의 이익 여부를 계산해 행동하지 않았고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상들이 모여 당당함과 자신감이 충만한 모습으로 성장했던 것 같아요. 2학년 때 담임을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범적이고 학습에 열의가 있는 친구들부터 학업보다 춤을 더 좋아하는 친구, 교칙을 자주 어겨 교사에게 지적을 받는 일이 잦은 친구들까지 모두 아우르고 그들의 처지에서 생각해주던 모습이었어요. 이런 포용력을 가진 연주 덕분에 학급 분위기도 매우 좋았고요. 대학에서 연주의 시야와 생각이 더 넓어질 거라 기대해요. 개인적으로는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행정 전문가뿐 아니라 정의감과 이타성, 도덕성 등 연주의 장점을 살려 언론 분야나 정치 분야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연주가 가진 장점과 가능성을 마음껏 펼쳐낼 거라 믿어요.

 

_국어 담당, 2학년 담임 덕이고 강주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