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과 함께! 교과 연계 적합書 | 지리③ <세계지리> 세계의 인문 환경과 인문 경관
취재 김한나 ybbnni@naeil.com
지리 교과 자문 교사단
서태동 교사(전남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배동하 교사(충북 흥덕고등학교)
이건 교사(경기 고양국제고등학교)
한준호 교사(세종국제고등학교)
개념 Check! 이주: 개인이나 종족, 민족 따위의 집단이 본래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정착함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대규모 이주의 흐름 짚어보기 관련 전공: 지리학과 사회학과 인류학과 국제학과 정치외교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경제학과 등 |
<인류, 이주, 생존>
★★
지은이 소니아 샤
펴낸곳 메디치
※★의 개수는 난도를 의미. 적을수록 읽기 쉬운 책.
“‘이주’는 세계화, 기후변화, 지정학적 충돌 속에서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인도계 미국인, 즉 이주민의 배경을 지닌 지은이는 인류의 이주와 문명사를 폭넓은 시각으로 풀어냅니다. 그러면서 인류의 이동은 생존·번영을 위한 본능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인위적 금지는 안 된다고 주장하죠. 근래 일부 선진국에선 저개발국으로부터의 인구 유입을 차단하고자 국경 장벽을 세우고 이주자에 대한 차별을 공공연히 일삼기도 하는데요, 책은 이를 ‘비역사적이고 비과학적인 행위’라며 지탄합니다. 정착이 아닌 떠남이 우리의 기질과 더 가깝다고 말하는 책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세계가 내 품 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_ 자문 교사단
ONE PICK! 함께 읽기
인류는 선천적 여행자 이주는 ‘위협’ 아닌 ‘기회’의 다른 이름
인류는 이주를 통해 생존해왔고 발전해왔다. 떠날 설렘과 머물 안도감 사이에서 늘 모험을 택한 집단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퍼져나갔다. 생존을 위해 터전을 옮기는 것이 인간만은 아니다. 동식물 역시 기후변화에 따라 꾸준히 이동 중이다. 책이 ‘이주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생명 일반의 원칙’이자 ‘오랜 역사를 통해 인류 안에 체화된 습성’이라 주장하는 근거다. 그러면서 인류에게 붙여야 할 적합한 이름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호모 미그라티오(이주하는 인간)’일지 모른다고 덧붙인다.
책은 인류의 이주민에 대한 원거주민의 부정적 시각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이주민을 혐오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기원을 18세기 스웨덴 생물학자 칼 린네로부터 시작된 인간분류법, 즉 ‘우생학’에서 찾는다. 편견은 고착화됐고 이주민을 제한하는 흐름은 현재진행형이다.
책은 거대한 이주의 물결을 막을 방법은 없으며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이주자와 함께 ‘현명하게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란 얘기다. 대한민국 또한 국제결혼과 해외 노동자 유입 등으로 인구 20명당 1명이 이주민인 명실공히 다민족 국가다. 게다가 우리의 농업, 어업, 제조업은 이주민이 없다면 ‘얼음’ 상태가 될 정도다. 우리의 미래는 낯선 존재들과 만들어가야 한다는 책의 조언에 귀 기울여보자. 이민과 난민을 폭민으로 만드는 것도, 따뜻한 이웃이 되게 하는 힘도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는 걸 가슴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한걸음 더 ✔︎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와 같은 정착민과 이주민의 갈등에서 야기된 제도나 사회 분열 사례 조사해보기 ✔︎ 역사적으로 이주민을 억압했을 때와 수용했을 때 각각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보기 ✔︎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사회와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 및 그들이 없을 경우 나타날 문제를 예측해보고 이들을 위해 어떤 제도가 보완·마련돼야 할지 친구들과 논의해보기 |
대학생 선배의 독서 이야기
연계 전공 | 인류학과
“‘인간’을 탐구하는 폭넓은 시각 책과 함께였기에 키울 수 있었죠”
길현영
서울대 인류학과 2학년
(세종국제고)
Q.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이 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염원이 있었어요. 특히 해외 거주 한국인 외에도 우리와 인연을 맺은 다양한 사람들이 이 땅에서 경험한 좋은 기억을 안고 본국으로 돌아가 대한민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코리아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하고 싶었어요. ‘이 모든 걸 이루어내는 길은 외교다!’ 라는 생각에 3년 간 정치외교학과 진학을 꿈꿨죠. 하지만 대입이라는 현실의 벽은 높더라고요. (웃음) 다른 전공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큰 목표가 있었기에 우회가 크게 문제되진 않았어요. 고민 끝에 문화의 주체는 ‘인간’이며 문화는 ‘인간과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전파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망설임 없이 인류학과를 선택했죠.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행동 양태를 알아보고 탐구하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조언해주신 선생님의 영향도 컸고요.
Q. 고교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고백건대 처음부터 학문적 호기심이나 탐구 욕구를 채우기 위해 ‘거창한 독서’를 하진 않았어요. ‘독서의 맛’에 빠지게 된 계기는 지리와 연관된 교과 덕분이었어요. <통합사회>부터 시작해 <세계지리> <지역이해>까지 지리와 관련된 모든 과목에서 교과서외 관련 도서를 토대로 수업이 진행됐는데, 점점 책에 빠져들더라고요. 독서력이 조금씩 쌓이자 교과서에 건조하게 서술된 한 문장 안에 지리와 지형, 인간의 연결고리가 농축돼 있다는 게 보였고, 선생님의 지도와 책 지은이들의 견해가 더해지면서 교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죠.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하잖아요. (웃음) 그렇게 더 알고 싶고 깊이 탐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니 관련 도서를 찾게 되는, 한마디로 선순환이 일어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신 지리 선생님들께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대학에 와서도 얼마나 도움을 받고 있는지 몰라요.
추천 도서
<상상된 공동체>
지은이 베네딕트 앤더슨
펴낸곳 길 <지역이해>
수업에서 민족의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배우며 알게 된 책이에요. 20세기 사회과학의 걸작을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고전이죠. 책을 통해 집단을 형성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하에서, 같은 것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우리’가 돼 강한 동질감으로 묶인 상상의 ‘민족’이 탄생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현 대한민국에서 차별받고 있는 이주민 문제에 대입해보면서, 이제 우리 민족만을 생각하는 ‘단일민족사관’의 배타성을 벗어나 ‘세계인’으로의 인식 전환이 일어나야 함을 강하게 느꼈고요. 민족과 국가라는 공동체에 더해 인간의 본질을 알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화교 이야기>
지은이 김종호
펴낸곳 너머북스
중국계 이주민 화교가 싱가포르의 75%, 말레이시아의 23%, 태국의 10%,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의 5∼1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대부분 푸젠(福建)과 광둥(廣東) 출신인 이들은 중국 대륙의 변방인 동남부 해안에서 중앙의 변화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동남아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는데요, 그 비결은 바로 ‘네트워크’였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스라엘 다음으로 영토 대비 재외동포 수가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킹이 미약해 국제사회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두 지점의 문제의식을 끌고 와 화교 공동체를 어떻게 우리식으로 변형·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추후 탐구까지 하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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