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학생부 종합 전형의 선택 과목 평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세대의 첫 대입
학생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선택 과목은 진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실제 공학 계열을 이수하려는 학생에게 <물리학 Ⅱ>를, 경영학과 경제학이 속한 상경 계열을 지원하려는 학생에겐 <미적분>이나 <경제수학>을 권장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첫 세대가 대입을 치른 지난해, 대학은 학생부 종합 전형 서류 평가에서 선택 과목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알아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방유리나 입학사정관(건국대학교)·이재원 책임입학사정관(동국대학교)·장한별 선임입학사정관(서울시립대학교)
조효완 입학전형전담교수(광운대학교)·최미정 책임입학사정관(고려대학교)
학업 역량, 전공 적합성, 발전 가능성에서 평가
대학별 모집 요강에는 서류 평가 요소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대학마다 평가 요소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학업 역량과 전공 적합성, 발전 가능성, 자기 주도성 역량에서 전공과 관련된 과목의 이수 현황과 성취도, 전공 관련 활동과 경험 등을 비중 있게 평가한다. 예를 들어 건국대는 서류 평가에서 학업 역량 200점, 전공 적합성 300점, 인성 200점, 발전 가능성 300점으로 평가한다(표 1).
건국대 방유리나 입학사정관은 “서류 평가 요소에서 선택 과목 이수와 성취도, 성장 과정 등은 전공 적합성, 학업 역량, 발전 가능성 등의 평가 항목이다. 하지만 종합 전형은 학생부를 토대로 종합적인 평가를 하기에 과목 선택 이수 여부로 평가가 달라진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었고, 전공과 관련 있는 과목이라면 이수한 학생이 이수하지 않은 학생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 최미정 책임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의 과목 이수와 관련해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 전에도 성취도와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확대되거나 기존보다 과목이 다양해진 면이 있지만 학교 상황이 다양하고 변수가 많다. 같은 전공이라도 학생 성향에 따라 선택 과목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선택 과목의 이수 여부나 영향력을 단정지어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목별 위계에 맞게 이수해야
진로와 연관성이 크고, 학교에 개설돼 있다면 이수하면 좋은 것은 당연하다. 다만, 아직은 학교마다 교육과정 편성에 차이가 있고, 계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목에 한계가 있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다.
최 책임입학사정관은 “2021 대입에서 서류 블라인드 평가를 했지만, 학교 교육과정 편제표로 교과목 개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진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이 지원했을 때 고교에 개설된 경우와 개설되지 않은 경우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고교에 개설되지 않았다면 학생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학, 과학 등 과목별 위계가 강한 교과목의 경우 그에 맞는 이수도 중요하다. 과학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인 <물리학Ⅱ> <화학Ⅱ> 등의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급물리학>이나 <물리학실험> 등의 전문 교과를 이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입학사정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광운대 조효완 입학전형전담교수는 “학생들의 서류를 평가하면서, 보통 교과의 일반선택 과목 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전문 교과를 이수한 경우를 보며 제대로 이수가 가능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어려운 심화 과목을 이수하면 대학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학에서는 특히 수학이나 과학 교과는 위계에 따른 과목 이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평가에서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표 2).
성적 부담에 따른 의도적 회피는 불이익 받을 수도
과목 선택에 있어 학생들의 고민은 어려운 과목에 대한 두려움이다. 2021 대입을 치른 학생들은 진로선택 과목을 9등급과 성취도 5단계로 평가했기에 학업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반면 현 고3부터는 성취도 3단계로 성적을 산출하기 때문에 진로선택 과목의 학업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따라서 고교에 개설돼 있고, 진로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높은데도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최 책임입학사정관은 “고려대를 지원하는 우수한 학생 중에 더 우수한 학생을 찾아내는 건 어렵다. 반대로 우수한 학생 중에 다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 예가 선택 과목이다. 고교에 개설돼 있고,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인데도 해당 과목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면 서류 평가에서 감점 요소가 된다”고 전했다.
서울시립대 장한별 선임입학사정관도 “자연 계열은 수학, 과학 과목을 왜 선택했고, 어떻게 어느 정도의 성취도로 이수했느냐가 서류 평가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학교마다 교육과정 편성이 다르고, 실제 운영도 다른 데다 진로선택 과목이 대부분 고3 때 편성되기 때문에 내실 있게 운영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진로선택 과목 이수 여부를 의미 있게 평가하되 공통 과목이나 일반선택 과목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일반선택 과목에서 좋은 성취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진로 연계성 큰 과목 유의미한 선택 이수 늘어 진로와 연관된 선택 과목을 설명할 때 공학 계열에서는 <물리학Ⅰ> <물리학Ⅱ>, 상경 계열은 <미적분> <경제> <경제수학> 이수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반면 다른 계열은 선택 과목과의 연계가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 분위기다. 공학 계열이나 상경 계열에서 선택 과목이 주목받는 것은 전공 공부를 위해 갖춰야 하는 기초 학업 역량이 고교 교육과정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동국대 이재원 책임입학사정관은 “서류 평가를 해 보면 자연 계열은 확실히 예전보다 <물리학Ⅰ> <물리학Ⅱ>를 이수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2021 대입에서 상경 계열 지원자 중 <미적분>을 이수한 학생들을 드물게 만날 수 있었다. 성적의 부담을 감수하고 용기 있는 과목 선택을 했고, <미적분> 외에 다른 수학 과목을 고려해 학업 역량을 평가하기 때문에 <미적분> 성적이 조금 부족해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최 책임입학사정관은 “상경 계열 학생이 <미적분>을 공부하면 좋겠지만, 선택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또한, 고교의 교육과정 상황을 보면 <미적분>이 개설돼 있지만, 인문 계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없는 구조인 학교도 많다. 고교별로 교육과정이 복잡해지면서 고교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졌다. 따라서 고교는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들은 진로에 맞는 과목 선택을 하면 좋겠다. 대학은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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