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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서울과학기술대 MSDE학과 김현

“공부의 참맛 알게 한 <수학> <물리>에서 스마트 시티 전문가의 길을 찾았죠”

김현 | 서울과학기술대 MSDE학과, 서울 청원여고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학 성적이 70점을 밑돌았다는 김현씨. 2021학년 수시에서 서울과학기술대 MSDE(Manufacturing System and Design Engineering) 학과를 비롯해 서울 주요 대학의 물리반도체학과와 전자공학과에 복수 합격했다. 자존심이 상해 죽기 살기로 매달린 수학에서 공부의 진짜 맛을 알았고, 이후 물리에 빠져들면서 ‘수포자’였던 그가 친구들 사이의 애칭 ‘물천(물리천재)’으로 거듭나는 반전을 이뤘다. 수학을 못해 천생 인문 계열인 줄로만 알았다던 그를 서울과학기술대의 공학도로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사람을 편리하게 돕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꿈꾸며 스마트 시티 전문가를 향해 전진하는 김현씨를 만났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 이의종

 


잘하는 과목 <수학>과 좋아하는 과목 <물리>를 만나기까지


“‘제가 잘하는 과목은 <수학>, 좋아하는 과목은 <물리>예요’ 라고 얘기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중3 마칠 때까지 수학 성적을 70점 이상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국어·영어 성적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나니 나중엔 약이 오르더라고요. 석차로는 저보다 한참 아래인 친구가 수학 점수를 90점, 95점씩 받는 걸 보면서 자존심도 너무 상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 꼭 필요했던 경험이자 좌절감이었던 것 같아요.”


죽을 각오로 덤벼든 수학 공부를 위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방학에 중학교 수학 교과서를 6번씩 풀었다. 선행보다는 복습에 집중했다.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께 문제 풀이를 받아 노트에 정리하고 집에 돌아와 복습을 반복했다. 3남매 중 막내인 현씨는 터울이 7살 넘게 나는 문과 출신의 대학생 오빠들도 큰 자극이 됐다고 말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어떻게 얼마나 공부해야 할지 감을 못 잡는 친구들이 많은데, 전 오빠들이 고교 시절 입시를 치르는 걸 봤기 때문에 ‘이만큼 공부하면 이 정도의 결과가 나오겠구나’ 가늠이 되더라고요. 오빠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반면교사’의 자세라고 할까요. 하하. 그땐 ‘이렇게 해선 어림도 없어, 늦게 시작했으니 당연히 갈 길이 멀지, 무조건 열심히 하자!’ 이런 다짐을 수시로 했어요.”


<물리> 역시 접해보기 전까진 절대 좋아할 수 없는 학문이라 여겼다. 놀랍게도 지금은 취미 생활하듯 ‘역학’ 단원의 문제 풀이를 하고, 연애소설을 읽듯 전자기학 책을 찾아 읽는다. 


“공대 가려면 당연히 <물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에 신청했는데, 안 배웠다면 큰일날 뻔했어요. 물리학은 제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는 학문이에요. ‘힘=가속도×질량’이라는 뜻의 ‘F=ma’처럼 간단한 공식 한 줄로 세상의 복잡한 규칙을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더라고요.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을 모르고 살았다면 제 인생이 억울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어른들이 무슨 일이든 경험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나 봅니다.”

 


친구들의 수학 멘토 역할로 자존감과 성적 동반 상승!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독서실에서 하루 10시간씩 수학 공부에 파묻혀 지낸 결과는 놀라웠다. 1학년 1학기에 83점으로 2등급을 받았고, 탄력을 받아 공부한 끝에 2학기에는 94점으로 수학 1등급을 받으면서 이후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했다.


“그날의 기쁨과 감격을 잊지 못해요. 공부에 지쳐 힘들 때마다 수학 1등급을 찍던 그날의 짜릿함을 상기하고 또 상기했죠. 수학 점수가 잘 나오니까 인문이 아니라 자연 계열로 진학해야겠다는 자신감도 생겨났습니다. 잘하니까 수학이 재미있고, 재미있으니 또 공부하게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해 <수학>과 <확률과 통계>의 심화 문제까지 섭렵하며 실력을 쌓아갔다. 중요한 문제를 표시해 다시 풀 때 한 번에 풀면 A, 답지 확인 후 풀었다면 B, 답지를 봐도 모르겠으면 C를 표시하며 반복했다. 수학 선생님의 칭찬과 관심 속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니 공부 효율은 더 향상됐고 좋은 성적으로 선생님께 보답하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공식적인 틀은 따로 없었지만, 친구들이 모르는 수학 문제를 갖고 오면 스스럼없이 나서 멘토 역할도 자처했다.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면서 제 실력도 많이 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입학 전만 해도 저 역시 선행학습을 안 했다는 불안감에 조바심을 많이 냈거든요. 지금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다는 걸 잘 아니까 수학을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제 경험담을 많이 들려줬어요. 무엇보다 저를 찾아주는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요.”

 


시각장애인용 안전 신발 만들며 스마트 기술 전문가 꿈 키워


2학년 때까지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분야로 컴퓨터공학을 꼽았다. 당연히 진로선택 과목으로 <정보>를 수강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개설되지 않았다. 여학교 특성상 자연 계열 학생이 적은 데다, 컴퓨터 관련 학과를 희망하는 인원이 소인수라 빚어진 상황이었다.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간곡히 부탁드렸지만 결국 <정보> 수업을 들을 수 없었어요. 학생부 종합 전형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다간 대학에 못 가겠다 싶어 불안하더라고요. 궁여지책으로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만든 게 IT 관련 자율동아리예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전 신발 프로젝트를 기획해 설계와 제작까지 완성했는데, 고등학교 생활 안에서 제게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초음파 센서와 컬러 센서를 활용해 만든 시각장애인의 계단 이용 안전 신발이었다. 시각장애인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리기 위해 눈을 감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고,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코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무렵 노인복지기관에 봉사를 다녔는데, 그때 내게 너무 당연하고 편리한 것들이 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제 고민은 할머니, 할아버지께 데이터와 와이파이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드릴까 하는 정도였는데, 정작 그분들께 필요한 건 스마트폰을 수신하는 방법이나 문자를 주고받는 아주 기본적인 일들을 익히는 거였죠. 봉사활동과 안전 신발 프로젝트를 계기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누리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겠다는 포부를 품게 됐어요.”

 


누구나 공평하게 누리는 새로운 기술로 널리 사람을 이롭게 


다른 대학에 복수 합격했는데 서울과학기술대의 MSDE학과를 선택한 배경이 궁금했다. “제 진로에 가장 부합하는 전공은 뭘까 고민했어요.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했던 건 ‘영어’였는데,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MSDE학과의 학제 시스템에 끌렸죠. 다양한 분야의 기술 지식을 영어로 배우고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사실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제가 물리를 만나기 전엔 전혀 그 매력을 몰랐던 것처럼, 무엇이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어느 쪽에 더 많을까 따져 결정했습니다.”


열정 넘치는 성격 덕분에 면접도 무난히 치렀다. 사전에 면접 기출문제를 찾아 풀어보는가 하면, 재학 중인 선배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을 통해 학과에 대한 사전 지식도 쌓았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고 밑줄까지 쳐가며 예상 문제와 답변을 만들어 준비했다. 


“제일 마지막 면접이었던 서울과학기술대는 현장 실시간 화상 면접으로 진행한 다른 대학과 달리 대면 면접이어서 더 떨리고 긴장했던 것 같아요. 물리 관련 질문이 필수로 나오는데, 저는 ‘뉴튼의 관성 법칙’에 관한 질문을 받았어요. 다행히 생각나는 대로 차근차근 설명했고, 추가 질문을 해주신 덕분에 제 생각을 조금 더 확장해 답변할 수 있었죠. 기회를 한 번 더 주셨다고 생각하니 너무 감사했어요.”

 


학과 바라보는 시야 넓혔으면 

 

현씨는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경험을 해봤기에 웬만한 어려움 앞에선 ‘어려워도 잘해낼 수 있을 거야’라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편이라고. 한 번 맛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지적 성취감과 충만함이 대학 생활 중인 지금 이 순간에도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기를 돌아보면 가장 후회되는 게 관심 학과를 너무 좁게 봤던 거예요. 2년 내내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 통신공학과에 가고 싶어 컴퓨터 관련 활동 중심으로만 생활해서, 2학년 때 <물리>를 만나 깊이 빠져들면서도 물리 관련 학과로 전향할 엄두는 내지 못했거든요. 3학년이 돼서야 비로소 대학 가서도 물리를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진짜 학과를 결정했죠. 그 경험을 밑거름 삼아 더 넓게, 멀리 보는 열린 시야를 갖고 싶어요. 앞으로 제가 만나게 될 무수한 이론과 학문, 경험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수학 심화 과제 연구반 자율동아리에서 수학 심화 문제 풀이에 도전, ‘4차 산업혁명 현명하게 준비하는 법’이란 주제로 조별 프로젝트 진행 등.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풀리지 않은 수학적 난제’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확률과 통계학의 실생활 활용 사례 찾아 긍정·부정 영향 평가, <과학탐구실험> 소화제의 효능 실험에서 적용한 이론과 결과를 학습지로 만들어 조원들과 공유하고 ‘소방 장비의 과학기술’을 주제로 스프링쿨러·방화문·소화기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소개.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자율동아리에서 IT 기술과 유니버설 디자인을 접목한 시각장애인용 안전 신발을 제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온라인 코딩 파티 시즌 1·2’에 참가해 컴퓨팅 사고력 테스트 수행 과정 이수, ‘유전자 치료는 확대돼야 하는가’의 주제 토론에서 유전자 치료제의 부작용을 근거로 반대 측 입장을 효과적으로 주장.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드론 날개가 4개인 이유’ 등 드론 속 수학적 원리를 찾아 설명하고 뉴턴과 오일러의 방정식을 알기 쉽게 소개, <사회문제탐구> 고령화·저출산 문제와 반도체라는 특정 분야에 치중된 국내 경제 구조의 문제점을 분석해 발표, <생명과학Ⅰ> 생명체와 정보기술의 조합에 관심이 생겨 우리 주변의 ‘Game of Life’에 대한 예로 1차원 세포자동차 그림을 설명, <화학Ⅰ> 일본 수출 규제 뉴스에서 불화수소를 접하고 화학적 특성과 공업적 용도 등 쓰임새 발표.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급 물리학부장으로 <물리학Ⅱ>를 수강하지 않은 학생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면접 질문 형태로 제공, ‘비스듬히 던져올린 물체의 운동과 등속운동’의 개념을 활용해 ‘물리 in 수학 활동’ 계획 발표, 코로나 극복에 효과적인 방역 수칙 평가 응용 프로그램 기술을 고안해 발표.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등비수열의 합 공식을 도형의 닮음을 이용해 유도하고 삼각함수의 덧셈정리를 정사각형과 직각삼각형을 이용해 증명, <기하> 온라인 수업에서 양궁과 다트 등 포물선 운동 안에서 이차곡선의 쓰임새를 확인하고 후속 활동으로 ‘등가속운동과 등속원운동’을 벡터를 활용해 해석, <논술> ‘코로나 확진자 분석 웹 정보’를 주제로 발표하고 정보 분야에 쓰이는 그리드 컴퓨팅(분산컴퓨팅)을 소개함. 


선택과목

▒ <사회문제탐구> <사회·문화> 
 2학년 때 자연 계열 학생은 물리·화학·생물·화학·지구과학 중 3개를 선택하고, <사회문제탐구>는 필수로 수강해야 해서 이수했다. 3학년에 <사회·문화>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는 노력이 스마트 시티 전문가라는 본인 진로에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 문화 지체 현상을 배우면서 기술이 사람에게 맞춰 구현되는 ‘Calm Tech’ 개념을 발견하고 문화 지체 현상을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 <미적분> <기하>  
자연 계열을 진로 희망하는 공학도로서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라고 판단해 선택했다. <기하>에서 다루는 벡터는 외부 물리량을 생각하지 않지만, <물리학>에서는 최소 중력을 반드시 고려해 계산하는 것을 알고 비스듬히 던진 물체의 포물선 운동에서 중력으로 엄지 방향의 등가속운동과 수평 방향의 등속운동을 계산했다. <미적분> 담당 교사에게 ‘지도교사의 역량과 상상을 뛰어넘는 학생으로 아이디어 착안 등 문제 해결 모델링 면에서 교내 가장 우수한 학생’이라고 평가받았다.

 

▒ <정보과학> <로봇기초> 
공동 교육과정으로 수강한 <정보과학>과 <로봇기초> 수업에서 엑추에이터와 센서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스터디 플래너 대신 일정을 등록하고 공부 시간을 측정해 관리해주는 애완용 로봇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하기도 했다.


▒ <물리학Ⅱ>  
16명이 수강한 소인수 과목임에도 불구, 물리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선택한 과목이다. 수업 대표를 맡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면접 기출문제를 만들어 구성원과 공유하는 등 멘토 역할을 했다. 공기저항을 고려한 물체의 낙하운동에서 한층 진화한 이론을 교사에게 질문하고 다양한 매체와 자료를 탐독해 스스로 이해했다. 최고난도의 문제를 자신만의 비법으로 풀이해 답을 찾아낸 유일한 학생으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