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송 지울 +α 찾아 나선 인문 계열 신설 학과

문송 지울   +α 찾아 나선  인문 계열 신설 학과

 

여러 대학에서 인공지능 데이터 소프트웨어 등 첨단 학과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인력이 더 필요하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죠. 이를 보는 인문 계열 성향(인문 계열) 학생들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문송하다’는 말이 널리 퍼진 지금, 자신의 성향과 흥미에 맞고 사회에서도 수요가 있는 전공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설 학과를 다시 살펴봤습니다. 새로운 학과는 사회적 수요를 반영해 만들어졌고, 학교의 집중적인 지원도 예정돼 있어 유망하다고 평가받습니다. 빅데이터·인공지능 분야에 집중된 신설 학과 중 일부가 인문 계열 학생에게도 지원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경영·경제·미디어 등 인기 학과에 기술이나 글로벌 등의 요소를 더한 융합 전공을 새로 만드는 대학도 눈에 띕니다. 이들 학과와 기업의 채용 트렌드까지 더해 ‘문송’을 벗어날 인문 계열 학생들의 전공 탐색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도움말 강경진 책임입학사정관(서강대학교)·김용진 교사(서울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고등학교)·김홍태 대표(더와이랩)

참고 <WEF Future of Jobs 2020>


인문 계열, 통합 선발·융합 전공 눈여겨볼 만 

 

대학의 신설 학과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최근의 신설 학과는 산업, 즉 취업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분야와 직결돼 있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 인공지능·데이터 관련 혹은 반도체 기업과의 계약학과가 새롭게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지원자도 몰린다. 문제는 대부분이 자연 계열 성향(자연 계열) 학생들의 지원만 받는다는 데 있다. 

 

자연 계열 혹은 공과 대학에 속해 서울대를 비롯해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들은 2022 수능에서 수학은 <기하>와 <미적분> 가운데 1개, 과탐은 2과목을 선택하라고 지정하는 등 제한을 뒀다. 

 

인문 계열 학생들이 지원할 만한 유망한 신설 학과는 없을까? 최근 5년간 서울 주요 대학의 모집 단위·학과 변화를 살펴보면 두 가지 경향이 포착된다. IT, 특히 취업 전망이 밝은 데이터 관련 신설 학과 일부에서 통합 선발을 실시하는 점, 또 경영·신문방송 등 종전 인기 학과에 글로벌 혹은 테크·예술 등을 접목한 융합 전공으로 모집한다는 점이다. 한양대 인텔리전스컴퓨팅학부,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가 대표적이다. 

 

인문 계열 학생들의 기획과 분석, 창의력이 인공지능·데이터·테크놀로지와 결합했을 때 내는 시너지를 기대했다는 것이 이들 대학의 설명이다. 

 

서강대 강경진 책임입학사정관은 “자동 번역 프로그램은 언어학 혹은 인공지능 어느 하나의 전문가가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어렵다. 인문 계열 학생에게는 기술적 소양, 자연 계열 학생은 인문학·콘텐츠적 소양이 요구되는 시대다. 여러 성향의 학생들을 섞어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융합적 교육을 제공하려는 대학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국내 대학은 취업이 대학의 위상이나 수험생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며, 대학 평가 항목 중 하나로 정부 예산 지원과도 관련이 깊다. 때문에 취업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데이터나 외국어 관련 수업을 접목해 인문 계열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문송 지울 ‘+α’, 진짜 경쟁력 되려면?

 

신설 학과를 선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실제 교육과정이 얼마나 충실히 진행될 수 있는지, 졸업 후 사회 진출 과정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인문 계열 학생들은 이에 앞서 갖춰야 할 것이 있다. 수학적 기초를 다지고, 그 위에 자신의 적성·흥미에 맞는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가야 한다. 

 

IT 관련 신설 학과나 융합 전공은 대개 계열 구분 없이 학생을 선발하고, 데이터나 소프트웨어 수업을 듣는다. 고교에서 ‘수학’적 경험을 축적해야 입시나 진학 후 학습에 도움이 된다. 

 

취업교육전문기관 더와이랩 김홍태 대표는 “지금 대학 교육에서 전공 불문 ‘수학’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산업 전 분야가 데이터, 인공지능의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문·이과 개념에서 벗어나 ‘수학’을 필수로 두고 자신의 관심이나 흥미 분야에서 역량을 쌓는 진학·진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대학 진학 후 전공을 충실히 공부해야 한다. 유망하다는 이유로 적성에 맞지 않는 IT 관련 학과에 지원하거나, 무분별하고 무계획적인 복수 전공을 계획하지 말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최근 채용 트렌드는 전문성이다. 기업은 출신 대학·학부 전공이 지원자의 역량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는 경력자 혹은 박사학위 소지자 위주로 채용한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문제 해결력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춰야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문 계열도 같다”고 설명한다. 

 

실제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간한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급증할 직무·직업 10위 안에 ‘디지털 마케팅 및 전략 전문가’ ‘사업 개발 전문가’ ‘전략 어드바이저’ ‘관리 및 조직 분석가’ ‘조직 개발 전문가‘ ‘리스크 관리 전문가’가 이름을 올렸다. 경제·경영·사회·심리·홍보학 등 인문 계열 전공의 전문성에 데이터·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활용이 더해진 직업들이다. 

 

김 대표는 “새로운 시각에서 인문 계열 전공을 선택·학습하며 커리어를 설계해나갈 필요가 있다. 정말 관심 있고 흥미있는 전공을 선택해 깊게 탐구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더해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이 ‘문송’을 벗어날 해법이 아닐까 싶다”고 조언한다.   

 

눈여겨볼 만한 신설 학과(1) IT 첨단 학과

 

일부 첨단 학과, 인문 계열 지원 허용  

 

최근 가장 많이 개설되는 신설 학과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다. 고려대 데이터과학과, 상명대(서울) 데이터융합학부(핀테크·빅테이터융합·스마트생산전공), 서울과학기술대 인공지능응용학과, 서울시립대 인공지능학과, 중앙대 AI학과 등 서울 주요 대학은 물론 지역 거점 국립대와 전문대학에서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수학·과학의 기초 역량이 요구되는 만큼, 대부분 대학이 자연 계열 학생을 모집한다. 

 

하지만 성균관대 인하대 한양대는 인문 계열 학생에게도 지원 기회를 준다. 데이터 관련 학과가 종전 통계학이나 심리학 등 경영·사회대학에 속했던 전공을 개편해 신설한 학과라, 이를 고려해 인문 계열 학생들에게 입학 기회를 부여한 것.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 전문가가 다양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 활약하는 데이터 전문가들은 크게 두 부류다. 간단하게 데이터의 수집·가공·활용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류와 데이터를 해석해 비즈니스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경제적 가치가 있는 파생 상품을 기획하는 ‘컨설턴트·마케터’류로 구분할 수 있다. 후자는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알고리즘·모델링을 많이 다루지 않는다. 특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사회의 문제를 인지하고 수요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통찰력이 중요한데, 인문 계열 학생이 더 강점을 보이는 역량이다. 

 

한양대 입학처 관계자는 “데이터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존재하고 쓰이는 분야도 넓어 ‘융합적 성격’이 강하다. 이를 고려하고,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과에서 계열 구분 없이 학생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한다.   

 

 

 

 POINT 01    합격생, 자연 계열이 더 많아  

 

인문 계열 학생의 지원을 허용한 것과 합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연 계열 학생들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대학, 유망한 전공으로 평가받는 만큼 이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 2020학년 첫 신입생을 선발한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의 경우 구체적인 합격생 분포를 공표하기는 어렵지만, 자연 계열 학생의 비중이 크다고 알렸다. 

 

한양대 입학처 관계자는 “입학 후 인공지능이나 기계 관련 전공 수업을 들어야 하는 만큼 수학·과학 소양을 무시하기 어렵다. 수시에서 학생부를 볼 때, 성적이나 활동은 물론 수학과 과학 교과 이수 단위까지 유의미하게 살폈다. 학교가 공대가 강한 이미지라 자연 계열 우수 학생이 다수 지원한 것도 합격생 분포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다.

 

 

 POINT 02    사회 현상 분석 관심 있다면 지원 추천  

 

통합 선발에서 합격한 인문 계열 학생들을 보면 수학적 바탕이 탄탄하고, 사회 현상 분석에 관심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타 대학에는 경제나 경영학과에 지원한 사례가 많다. 앞서 말했듯 데이터를 가공하고 해석하는 부분에서는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와 시각이 필요한데 인문학 소양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로 볼 때 인문 계열 학생은 지원 전 수학 역량을 돌아보고, 자신의 강점이나 진로 설계가 학과 인재상·교육과정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과목 선택, 이수 시간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수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염두에 뒀다면, 학문적 기초가 되는 <미적분> 등 수학·과학을 충분히 공부하고, <경제수학> <수학과제탐구> <사회·문화> <사회문제탐구> 등의 과목에서 수학·과학적 개념을 현실 문제에 적용·활용해보는 경험을 쌓아두길 추천한다.  

 

눈여겨볼 만한 신설 학과 (2)  경영·미디어 융합 전공

 

인문 계열 인기 전공, IT·글로벌과 융합  

 

경영학과와 문화콘텐츠·미디어학과는 각 대학 인문 계열 모집 단위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학과다. 한데 주요 대학에서 경영은 글로벌로 특화하거나, 콘텐츠는 테크놀로지 분야와 결합한 융합 전공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건국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한국외대(글로벌) 융합인재학부 등이 눈에 띈다. 

 

이 중 콘텐츠·미디어 관련 융합 전공은 유튜브 등 신규 플랫폼에 대한 이해, 스트리머나 크리에이터 등 뉴미디어 제작·유통, 글로벌 판매망 구축·저작권까지 폭넓은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모바일앱 제작·활용 등 IT 관련 수업도 함께 듣는다. 2021학년 첫 신입생을 선발한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의 개설 수업을 보면 ‘웹개발기초’ ‘모바일앱개발기초’ ‘가상/증강현실제작실습’ ‘사용자경험(UX) 디자인 및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학 전문가를 양성하는 서강대 글로벌한국학전공은 한국의 문화 사회 역사와 더불어 빅데이터, 딥러닝·머신러닝 관련 수업이 기초부터 응용까지 단계별로 마련돼 있다.

 

김 대표는 “일반 경영학 전공보다 영어 실력과 국제적 시각을 갖춘 경영·경제 전공자를 기업에서 선호한다. 문화·미디어 분야에서는 뉴미디어가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어 IT 역량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시장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POINT 01    입학은 시작, 자기 주도적 전공 설계 중요 

 

융합 전공은 매우 다양한 수업을 제공한다. 모두 들을 필요는 없다. 1~2학년 시기에 전공 기초·필수 수업을 듣고, 흥미가 가는 중심 분야를 심화해나가면서 도움이 될 분야를 적당히 덧붙여나가면 된다. 

 

콘텐츠미디어 관련 융합 전공으로 진학해 콘텐츠 유통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면. 마케팅·비즈니스·파이낸싱 관련 강좌를 집중 수강하고 앱·웹 개발 기초, 정책 관련 수업을 함께 들으면 도움된다. 이와 달리 제작 쪽에 관심이 있다면, 영상커뮤니케이션과 제작 실습 분야를 중심으로 수강할 수 있다. 지원 전 이런 특성을 인지하고, 학과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폭넓은 시각에서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다.

 

서울 동대부여고 김용진 교사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전공에 대해 잘 모른다. 학과를 선택하는 범위도 좁다. 신설 융합 학과 교육과정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하지만, 실제 개설 과목을 보면서 시야를 넓히면 좋다. 다른 시각에서 전공을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POINT 02    자연 계열 지원 대비 합격률 높아 

 

주요 대학은 융합 전공에서 자연 계열 학생의 지원을 허용한다. 하지만 지원·합격자는 인문 계열 학생의 비율이 높다. 서강대는 지식융합미디어학부 합격생의 인문:자연 비율이 2020학년까지 7:3에서 6:4 안팎이다.  지원 대비 합격률만 따지면 자연 계열 학생들의 수치가 높은 셈. 이런 상황에서 인문 계열 학생은 수학 역량을 다져둘 필요가 있다. 

 

강 책임입학사정관은 “대학에서 원하고, 배우는 수학 역량은 개념을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이미 고교 국어 비문학, 사회 교과에서 통계자료를 활용한 학습·활동이 흔하다. 계열 구분이 사라졌고, 학생들은 과목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이다. 수학을 실생활에 활용하거나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도구로 써보면서 가까워지면 좋겠다.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나, 직업을 탐색할 때 선택권이 훨씬 넓어진다. 대입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신설·융합 학과 진학한 인문 계열 선배들의 전공 이야기

 

“진로 탐색 기회 필요하다면 융합 전공이 좋은 선택 될 것” 

 

 

김수미 (서강대 지식미디어융합학부 글로벌한국학전공) 

 

 

Q  ‘글로벌한국학전공’으로 진학한 배경은?

 

미디어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애니메이션 등 영상 콘텐츠를 많이 즐겼는데,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미국이나 일본 콘텐츠는 자국 특성이 바로 드러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한국 고유의 특성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정작 제가 잘 모르더라고요.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학과를 고민할 때 서강대 글로벌한국학전공을 알게 됐죠. 한국의 문화·사회·역사부터 데이터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는 학과 소개를 보고, 지원했어요. 

 

 

Q  데이터도 다루는 전공인데 고민은 없었나? 

 

고등학교 때 수학 교과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과학에 흥미가 컸고, 국어 비문학이나 사회 교과에서 여러 통계들을 활용·분석하는 수업을 좋아했어요. 스도쿠처럼 수리적 추론이 필요한 책을 자주 봤고요. 논리적인 문제 접근과 해결, 실용 학문을 선호하는 성향이라고 생각해서 큰 고민은 없었어요. 학과 소개를 보니 오히려 잘 맞겠다 생각했죠. 종합 전형으로 지원할 때, 제 성향과 관련 학교 수업·활동을 자기소개서에 강조했어요. 

 

 

Q  실제 경험한 전공 수업의 특징을 알려준다면?

 

전공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돼요. 데이터 관련 수업이 20%, 한국 사회·문화·역사 세 분야의 수업이 80% 정도예요. 단, 어느 수업을 집중적으로 들어 전문성을 키울지는 학생 개인의 몫이에요. 1~2학년 기초 수업을 들은 후 저처럼 계속 데이터와 콘텐츠를 아울러 공부하는 학생도 있고, 한국 정치 혹은 한국 사회 쪽만 깊게 파는 친구도 있어요. 혹은 학교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신만의 전공을 설계해 복수 전공을 하기도 하죠. 선배들도 국회, 한국콘텐츠진흥원, 국제 NGO기구 등 다양하게 진출해요. 융합 전공은 여러 개를 잘하는 게 핵심이 아니라, 여러 수업을 들어보며 흥미 있고 관심 있는 분야 하나를 찾고 깊이를 더하는 게 핵심 같아요. 한 분야만 파고드는 것도, 경쟁력을 더해줄 다른 분야를 접목하는 것도 개인의 몫이고요.  

 

 

Q  전공 선택을 고민하는 인문 계열 후배에게 조언한다면?

 

더 넓은 시각으로, 열린 마음으로 전공을 탐색하길 권해요. 특히 ‘수학’에 기반한 수업이 있는 전공을 외면하지 마세요.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배운 이론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사고하고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답을 구하기 때문에, 인문 계열 학생들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소화할 수 있어요. ‘한 번 해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보면, 유망하고 재밌는 전공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해보지 않아서 고민이라면 저처럼 융합 학과에 오면, 선택권이 많이 주어져요. 물론 이는 자신을 파악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해요. 내신과 수능을 준비하느라 바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돌아보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대학에서 공부할 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통합 선발, 피하지 말고 인문 계열 강점 내세워보길” 

 

오지영 (한양대 인텔리전스 컴퓨팅학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Q  데이터사이언스학과에 지원한 계기가 있나?

 

고교 3년 내내 진로 희망이 ‘사회적 기업가’였어요, ‘찐문과’였지만, <괴짜경제학>을 만나 데이터 과학의 매력을 느꼈죠. 숫자에 불과했던 통계자료에서 사회학·경제학 인사이트를 찾아 해석한 점이 인상 깊었거든요. 저도 자료 속 숨은 의미를 해석해 기업이나 사회가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마침 한양대에서 계열 구분 없이 지원받는 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신설해 지원했어요. 

 

 

Q  입시에서 강점을 발휘한 요소를 꼽는다면? 

 

종합 전형으로 지원했는데, 한양대는 자기소개서 없이 학생부만 평가해요. 돌이켜보니, 인문 계열이면서도 학과가 원하는 소양을 보여줄 수 있는 학습이나 활동을 많이 했더라고요. 일단 수학을 꽤 열심히 공부했고요. (웃음)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에서는 수학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많았어요. 수학 통계 수업에서 90년대 미국 중범죄율의 하락을 당시 미국 사회상과 연결해 해석하거나, 사회적 기업 관련 동아리에서 교내 협동조합 매장의 물품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을 만들어 학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도 했죠. 거창해 보이지만 기존의 자료·앱을 변형해 활용한 거예요. 데이터 과학과 관련된 직접적인 활동이나 관심을 드러낸 학교생활은 아니었지만, 자료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본 역량이 있고 동시에 인문 계열의 사회학적 관점과 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성을 좋게 봐준 게 아닐까 싶어요. 

 

 

Q  전공 수업의 특징을 알려준다면?

 

신입생을 갓 벗어나서 좀 더 배워야 알 것 같아요. (웃음) 지금 수업은 발표와 보고서 활동이 많아요. 개념을 외우고 시험을 치기보다 실제 데이터에 적용·해석하는 비중이 높고요. 통계자료를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이나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 수업에 대한 이해도는 인문 계열인 제가 강점을 보이는 것 같아요. 다만 선형대수학이나 미적분학 등은 자연 계열 학생에 비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후배들은 기회가 있다면 고등학교에서 배워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Q  인문 계열 후배들에게 전공 선택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통합 선발 학과는 인문 계열에겐 합격도 입학 후도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했어요. 경험해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인문 계열 소양이 차별화된 경쟁력이 돼요. 특히 수시는 학생의 배경이나 활동을 많이 살피잖아요? 자연 계열 수험생과 다른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배운 전공 지식을 활동할 분야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가능성이 있어요. 또 인문 계열 학생이 수학을 싫어한다지만, 실상 수학 시험을 싫어하는 것이지 수학의 논리적 사고나 사회적 분석은 좋아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생각해요.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데이터를 다루는 학과나 통합 선발하는 유망 학과에 많이 도전하길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