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는 수시 합격생들의 대학 그 후!
<내일교육>의 발자취와 함께 한 대표적인 연재 기사를 꼽는다면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마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합격한 30여 명의 대학생들을 만나면서 입시를 넘어선 고등학교 교육의 현재와 가야 할 방향, 대학과 전공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우리 교육을 둘러싼 여러 화두를 안고 돌아왔었죠. 창간 20주년 특별 기획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친구들을 다시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이후의 시간들을 어떻게 펼쳐가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놀라웠습니다. 나름의 시행착오와 방황의 시간들도 있었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결대로 성장한 모습이 반가웠지요.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푸릇했던 1학년 시절 인터뷰 기사를 큐알코드로 함께 담았습니다. 비교해 읽어보신다면 왜 이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반가운 얼굴들, 만나보실까요?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나의 생애 첫 인터뷰, 그 후
Q 이렇게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갑습니다! 인터뷰 기사가 나가고 난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무척 궁금했어요. ^^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박규현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인터뷰 기사를 크게 출력해 야간자율학습실에 붙여놓으셨더라고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가 스승의 날에 찾아뵈었더니 선생님들이 모두 아는 척을 하시는 거예요. 너무 놀랐죠. 하하. 모르던 후배들이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교대를 꿈꾸고 있다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전다현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페이스북에 제 인터뷰 기사를 올리셨는데, 그걸 보신 초등학교 은사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대견해하시더라고요. 중앙대 기계공학부 이중희 인터뷰한 후에 조금 민망하기도 해서 부모님 외에는 말씀을 안 드렸거든요. <내일교육> 수시특집호 기사로 합격생들이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올랐나 봐요. 친구들이 너도나도 연락을 해오는데 무척 놀랐죠. 군대 가기 전에 일했던 자동차 튜닝숍 사장님께서도 그 기사를 보시고는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하하.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곤충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 윤준호 저는 워낙 곤충에 빠져 살았던 터라 친구들이 그러려니 하더라고요. 하하. <내일교육>에 인터뷰 기사가 실린 덕분인지, 서울대 교내 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이화여대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김수연 대학 동아리원들, 지도교수님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교수님이 제 인터뷰 기사를 봤느냐고 갑자기 물으시는 거예요. 인터뷰 추천을 당시 입학처에 계셨던 교수님께서 해주셨거든요. 기사 제목이 ‘세상의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물리, 나의 최애 과목’이었는데, 그때부터 제 별명이 ‘물리 최애’가 되었어요. 하하. 저희 과 이름이 독특하다 보니 구글에서 학과명을 검색하면 제 기사가 항상 연관 게시물로 뜨더라고요. 그렇게 절 알게 됐다는 한 동기와 친해진 것도 기억에 남아요.
전공에 대한 기대 컸던 만큼 방황의 시간도…
Q 다양한 반응과 에피소드가 있었군요. 우리가 인터뷰로 만났을 때는 모두 1학년이었는데, 이제는 대학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겠어요. 고등학생 때 생각한 전공과 대학 이후 체감한 전공을 비교한다면 어땠는지 가장 궁금했어요.
윤준호 수도권에서 곤충을 연구하는 학과가 있는 대학이 서울대와 고려대, 인천대밖에 없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곤충을 연구하는 게 꿈이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대학에 오면 이 분야에 열정이 있는 이들을 만날 거라 기대했는데, 현실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던 게 사실이에요. 방황의 시간이 좀 있었죠. 그러다 학부 때 대학원 수업을 신청해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대학원은 학부와는 다르게 이 분야에 대한 학문적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위안을 많이 얻었죠. 고등학생 때는 대학에서 하는 공부가 순수한 기초과학 분야일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와보니 응용과학 쪽에 가깝더라고요. 해충 방제 등 곤충을 연구한 성과가 사회에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지금은 모기를 효과적으로 방제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모기나 바퀴벌레가 잔뜩 들어 있는 통에 손을 넣고 휘저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하하. 고교 때 막연히 아름답다고 생각한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과학 쪽에 가까워졌지만, 제 연구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사명감이 느껴져요.
이중희 제 인터뷰 기사를 읽어본 분들은 기억하실 거예요. 자동차와 관련된 거라면 뭐든 자신 있었지만, 학교 수학 성적이 그리 높진 않았다는 걸요. 수시 지원 당시 기계공학과와 자동차공학과에 모두 합격했지만, 고심 끝에 기계공학을 좀 더 넓게 배우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 최종적으로 기계공학과를 선택했어요. 한데 대학에 와서 접한 기계공학은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제대 후 복학해 이제 2학년이 됐는데, 아직까지 자동차를 배우지 못했어요. 수학과 역학이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됩니다. 첫 수업 때 교수님께서 “기계공학과보다는 역학과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우리는 4년 동안 역학을 배울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실감해요. 수학 성적이 아주 좋진 않았기 때문에 공부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상당히 힘들더라고요. 3학년 이후 좀 더 전문적인 분야로 들어가게 되면 자동차와 연관해 공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긴 하지만, 저처럼 하고 싶었던 분야가 명확하다면 학과 정보를 상세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김수연 대학에 와서 공부해나갈수록 계속 모르는 게 쌓이는 거예요. ‘척척학사’가 될 줄 알았던 기대가 와장창 무너졌죠. 하하. 교수님께서 “한 학기 안에 이 과목을 다 끝낼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여러 과목들을 접하면서 흥미를 느껴보고, 세부 트랙에 진입할 때 그래도 한 번 공부해봤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때부터는 좀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는 기계공학과 의공학, 바이오데이터 3개 트랙이 융합된 전공이에요. 세 분야가 너무 다르다 보니 처음엔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2학년 때까지는 일단 각각의 트랙을 이해하고 싶어서 다 공부해봤어요. 그때 컴퓨터공학 쪽은 저와는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하나씩 지워가는 방법이랄까요? 2학년까지 이것저것 배워보면서 나를 알아갔던 과정이라면, 3학년부터는 방향을 잡고 심도 깊은 공부를 하고 있어요. 기계와 의료로봇 쪽에 관심이 있어서 로봇공학 쪽 수업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다행히 공부해갈수록 서로 다른 분야의 접점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전자회로, 유체역학, 기계공학, 역학, 열역학 등이 바이오센서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모여 융합된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어떤 기초 과목들을 탄탄히 채워가야 할지 이제는 체감이 돼요.
전다현 기자를 꿈꿨지만 진짜 하고 싶은 공부는 정치학이었기에 고3 때도 정치외교학과를 중심으로 지원했어요. 대신 대학에 와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죠. 사실 처음에는 기대했던 것보다 대학에서 배우는 정치외교학에 전문성이나 깊이가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법과 정치>의 내용들을 두꺼운 책으로 배우는 느낌이랄까요? 정치 사상이나 방법론 등을 주로 배우다 보니 현실 정치와의 접목성도 생각보다 크진 않았고요. 한데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복수 전공해보니 차이가 좀 느껴졌어요. 신문, 방송, 마케팅 등 미디어에 걸쳐 있는 분야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넓지만 얕게 배우는 느낌이었거든요. 전공 공부 자체는 재미있지만,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교육 봉사나 기자단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하기도 했어요.
박규현 고등학생 때 초등 교사를 진지하게 꿈꿨던 만큼 대학 공부에 대한 기대가 컸죠. 학생부 종합 전형이 제게는 잘 맞았기에 합격까지 갈 수 있었지만, 이 전형이 모두에게 완벽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교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교대에서 처음 배운 이론이나 서양의 교육 사상은 현실과는 괴리가 있어 보였어요. 2학년부터 전공 수업이 늘어나긴 했지만 교육학 자체를 깊이 있게 배우기보다는 앞구르기, 뒤구르기, 단소, 지휘, 전통 민속춤을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신체와 정신을 활용해야 했죠. 하하. 저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게 재미있었지만, 성적에 맞춰 혹은 직업 안정성을 생각해 교대에 온 친구들은 좀 힘들어하더라고요. 제게도 방황의 시간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요. 그러던 중 현직 초등 교사들이 학교에서 강연을 해주셨는데, 생각보다 초등 교사라는 진로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시더라고요. 학급이라는 공간에서 오롯이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신 데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교대가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느꼈죠.
대학 안팎에서 ‘몰입’의 경험 쌓아온 과정
Q <내일교육>이 만난 수시 합격생들이 모두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대학에 갔던 만큼 전공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시행착오와 방황의 시간도 있었군요.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전공 수업이나 대학 이후의 경험에 대한 얘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김수연 1학년 때 배운 여러 교양 수업들 중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CAD(Computer Aided Design)나 3D 프린팅, 공학 제도 등 프로그램을 활용해 원하는 디자인을 실제로 출력하는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무언가 내 손으로 만들어본 경험이었으니까요. 휴대폰 거치대를 만드는 과제였는데, 추가적인 용도를 접목하는 등 제한된 조건 안에서 설계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더라고요. 2학년 때는 학교에서 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3D 프린팅 교육을 지원해줬어요. 바로 신청해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해커톤(팀을 이뤄 마라톤을 하듯 긴 시간 동안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대회)이나 사회 문제를 공학적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공모전 등에 도전하기도 했죠. 3D 프린팅이 모델링 작업에 효율적이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특허권 문제가 있어 오픈할 수는 없지만, 의료 로봇 아이디어를 내 대상을 타기도 했답니다.
윤준호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2학년 1학기 때 대학원 수업을 덜컥 신청했어요. 당시 채집한 곤충 샘플이 좀 독특했거든요. 다른 벌레들은 송진 위에서는 달라붙어 허우적대는데, 이 녀석은 잘만 다니는 거예요. 발에 붙은 털이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마침 전자현미경을 쓸 수 있는 대학원 수업이 있다기에 도전해보기로 했죠.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역시 빨판처럼 생긴 털이 물을 머금어 송진에 달라붙지 않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더라고요. 학부생이 수강하기에는 그 자체로 도전이었지만, 몰입해 파고드는 공부를 오랜만에 느껴서 정말 즐거웠어요. 학점도 A+를 받았답니다. 하하. 공부를 계속하는 게 좋겠다는 확신이 든 계기였죠. 저는 산림과학부를 부전공했는데요. 고등학생 때 고민하던 전공이기도 했거든요.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과 자연 생태계의 보전과 관리를 목표로 연구하는 학문인 보전생물학 수업을 듣다 보니 지금껏 제가 알고 있는 전공 지식을 다 끌어와야 하더라고요. 특정 종을 어떻게 보전할지 토론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과학적 정보는 동일하게 주어져도 보전 방식이나 그로 인한 정책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달랐죠. 현실적 대안을 내기 위해서는 과학만 공부해선 안 되겠구나, 나만의 주전공을 중심에 잡고 있되 경제학, 사회학 등 보다 넓게 배워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던 경험이었어요.
이중희 앞서 얘기했듯 전공 수업 면에서는 수학, 과학이 좀 약하다 보니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더 깊어졌기에 전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은 편이에요. 지금도 자동차 튜닝숍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제대하자마자 바로 다시 출근했죠. 일하면서 틈틈이 자동차 정비 관련 자격증을 따는 등 전문성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한 시간이 축적되면서 지금은 자동차를 다 분해해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부분, 전자적으로 작동하는 부분들까지 만져볼 수 있게 됐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저만의 포트폴리오로 만들려고 꾸준히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일하는 곳은 단순히 자동차를 멋있게 꾸미는 게 아니라 사각지대 경보 장치 등 기능적 측면의 튜닝이 중심이에요. 이런 작업들을 위해선 레이더나 배선을 새로 설치하는 등 차 내부 구조를 완전히 알아야 해요. 이 기능을 실행하려면 코딩으로 살려야 하고요. 현재 자동차 산업은 외형적 하드웨어보다 기능적 소프트웨어 기술의 각축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실전 경험을 통해 저만의 무기를 만들어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규현 고등학생 때부터 소수자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관련 수업이 많진 않았지만, 2학년 때 ‘매스미디어와 소수자’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잠깐 다뤄볼 수 있었는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러다 서울시에서 대학과 연계해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이라는 시스템을 알게 됐어요.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대학에 개설된 관련 강좌를 들을 수 있어 성공회대에서 ‘성과 젠더’ 수업을, 이화여대에서 ‘페미니스트 크리틱’ 수업을 들었습니다. 관심 분야의 공부를 채워나갈 수 있어 기억에 남아요. 학교 프로그램 중 ‘해외 교육 봉사’나 인턴십이 잘돼 있더라고요. 이론이나 사상보다 현장 경험을 쌓고 싶어 신청했는데, 캐나다에 가서 한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호주 현지 초등학교에서 관찰 실습 형태의 수업을 해볼 기회도 있었어요. 많이 배웠죠. 호주의 초등학교에서는 어릴 때부터 ‘경청’의 자세를 익히게 하는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선생님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아이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손을 들고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전다현 대학에 가면 질문과 토론이 넘쳐나는 수업을 만날 거라 기대했지만, 대형 강의실에 앉아 받아 적는 수업, 질문하라고 하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가 되는 분위기에 실망이 컸던 게 사실이에요. 그러다 한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됐는데, 제가 생각했던 ‘진짜 대학 수업’을 만날 수 있었죠. 3시간 블록제로 진행되는 수업이어서 프리토킹과 질문, 토론이 넘쳐나는 수업이 무척 흥미진진했어요. 난민에게 정치적 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와 같은, 아직 정립된 이론은 아니지만 이제 막 부각되고 있는 ‘생명정치’ 수업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그 교수님 수업을 그때부터 계속 찾아 들었을 만큼 제 대학 생활의 ‘빛’이었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학생회 활동이에요. 현재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답니다. (일동 “우와~!!”) 20대에 접하기 쉽지 않은 굉장히 큰 규모의 일들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본 경험은 어렵지만 재미있었어요. 학생자치에 대한 관심도 컸고, 소수자 문제 등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을 때 총학생회 차원에서 주도하면 확실히 영향력이 다르더라고요. 물론 엄청난 포부를 안고 시작했다가 이제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긴 했지만요. 하하. 기회가 된다면 대학 때 학생회 활동은 해보길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도 아직 꿈을 찾아가는 여정, 꿈틀거리는 에너지 잃지 않기를!
Q 인터뷰 이후 여러분의 대학 생활은 어떻게 펼쳐지고 있을지 정말 궁금했는데, 처음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 성장해온 것 같아 참 반갑습니다. 입시에 대한 부담은 크고, 대학 이후는 막연하기만 할 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전다현 이 자리에서 대학 이후에 대한 절반의 기대와 절반의 실망을 솔직히 이야기했지만, 확실히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활동 반경과 사고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만은 분명해요. 한 번 사는 인생,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고 싶은 건 주저 없이 다 해보라는 얘기도 꼭 전해주고 싶네요. 하하.
김수연 저도 공감해요. 고등학생 때 ‘소외된 90%를 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적정기술에 관심이 많았기에, 현재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가 운영하는 적정기술 홍보 유튜브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 기업인 인터뷰를 진행하고 배워가면서 내 전공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느끼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얻어요. 저 역시 아직은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대학에 와서도 꿈은 분명 바뀔 수 있지만, 고등학생 때 가졌던 순수한 동기가 빛을 잃지 않도록 노력 중이에요. 고교라는 작은 울타리를 깨고 나온 자체가 굉장히 큰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에서의 공부, 학교 활동, 대외 활동들이 미처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공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는 전공 공부에 있어 물리적 직관력과 수학적 언어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고등학생 때 수학에서 이걸 대체 왜 배울까 싶었던 의문이 해소되는 경우도 많아요. 또 요즘 대학에서 늘고 있는 융합 전공에 관심이 있다면, 꼭 자신만의 코어를 잡길 권하고 싶어요. 저도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욕심에 2학년까지 기계공학, 의공학, 바이오데이터 3개 트랙을 다 수강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내가 뭘 공부하는 건가 싶어 혼란스럽더라고요. 코어를 분명히 잡고 필요한 것들을 선택 수강하다 보면 나만의 독특한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중희 대학 공부가 정말 만만치 않아서 고3 때보다 더 긴 시간을 투자할 만큼 열심히 하고 있지만, 금방 올라가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전공 이론들을 설명할 때 제가 사랑하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흥미가 생기곤 해요. 결국은 대학에 가는 그 자체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힘든 공부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거든요. 아직은 학점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우리가 공부하고 준비했던 과정이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전공 적합성’이 됐듯, 제가 전공 공부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 하고 있는 노력들이 취업 단계에서는 다시 ‘직무 적합성’이 될 거라 믿거든요.
윤준호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만약 이유가 ‘재미’밖에 없다면 언제까지나 지속 가능할 것 같진 않아요. 고등학생 때 너무 곤충만 생각한 것 같아서 대학에서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어요. 한데 하다 보면 재미가 점점 덜해지고, 절정까지 가지는 못하더라고요. 곤충도 계속 공부하다 이렇게 되면 큰일나겠다 싶어 평생 곤충을 연구해야 할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내린 결론이 ‘사명감’이었죠. 나의 연구가 사회에 어떻게 쓰일지, 의미를 찾는 노력도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아요.
박규현 사실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축복이에요. 그렇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꼭 진로가 아니어도 관심사나 연예인, 게임도 좋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위안을 받으면서 소위 ‘존버 정신’으로 고교 생활을 잘 버틴 후에 대학 이후에도 계속 찾아나가면 되니까요. 우리 사회는 대학 입시를 어른이 되는 관문으로 보지만, 꼭 그런 것 같진 않아요. 여전히 고민은 많고, 언제 어른이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하니까요. 초등 교사만 바라보고 교대에 왔지만 저도 다른 길은 또 무엇이 있을지 계속 찾아가는 중이에요. 좀 더 무모해지고,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면 우리가 찾는 길이 분명 보일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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