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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경희대 간호학과 이소연

“생명 원리의 본질에 접근한 <생명과학Ⅱ>,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흥미진진했어요” 

이소연 | 경희대 간호학과, 강원 북평여고 

의학 계열로 진학하고 싶었던 이유는 해외 봉사 활동을 통해 의료 불평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어서였다. 고등학교에 와서 첫 시험을 보고 나니,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 같았다. 간호학 전공을 떠올린 건 그때부터다. 과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사회 과목들에 더 흥미를 느꼈다. 간호학과는 인문 계열에서도 모집하는 만큼 주로 국어, 영어, 사회 과목들을 선택 이수했지만, 생명과학만큼은 배워야 할 것 같았다. <생명과학Ⅰ> 수업을 들으며 뭔가 얕게 배우는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자연 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이 주로 이수하는 <생명과학Ⅱ> 선택은 도전이었지만, 생명 원리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했다. 공동 교육과정으로 <간호의 기초>를 수강하며 간호사에게 필요한 역량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경희대 간호학과 이소연씨의 얘기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사회 과목과 토론 동아리에 꽂힌 이유  


고등학교 때 소연씨가 ‘꽂힌’ 과목은 주로 사회 교과 쪽이었다. 중학생 때 언론 계열 진로를 생각한 적도 있었기에 현실 속 문제들을 사회 교과에서 배운 개념으로 해석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다. 


“1학년 <통합사회> 수업에서 아프리카의 문화를 조사하던 중 이 지역의 빈곤과 기아의 심각성을 알게 됐어요. 의료 봉사에 그전부터 관심이 있었기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으면서 세계적으로 기아와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됐죠. 부패한 사회 구조로 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가난에 시달리고, 이들을 위한 구호 식량이나 구호 자금은 기득권 세력을 강화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더라고요. 2학년 때 <세계지리>를 배우면서 처음엔 지리라는 과목이 좀 따분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종교분쟁을 배우면서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어떻게 충돌하고, 그에 따라 세계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게 되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불평등 이슈를 가장 자세하게 다루는 <사회·문화>를 선택해 의료 불평등 문제를 고민해보기도 했고, <정치와 법>을 배우며 안락사를 주제로 해 ‘죽음을 선택할 권리’라는 제목의 카드 뉴스를 제작해보기도 했어요. 사회 교과 안에서 제가 관심을 갖던 사안들이 모두 연결되는 느낌을 받으니 공부가 더 재미있었죠.” 


소연씨의 학생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공통 키워드는 쟁점이 되는 사안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논리적 사고’였다. 교내 모의재판 활동에서 ‘피고인이 자기 집에 무단 침입한 피해자에게 칼로 목을 찔리자 주변에 있던 빨래건조대를 휘둘러 시야 결손이라는 중상해를 입혔다’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형사재판을 진행하면서,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한 판단 기준의 부재’를 고민하게 됐다. 이 경험은 <정치와 법> 수업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을 주제로 카드 뉴스를 제작할 때 연명 치료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환자 본인의 ‘자기 결정권’과 ‘자율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는 쪽으로 연결됐다. 


간호학과를 희망한다고 해서 꼭 의료 봉사 동아리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의료 쟁점에 대해 토론하는 자율동아리를 만든 이유다. 


“1학년 때 과학 실험 동아리를 하면서 주말마다 3시간씩 실험을 하다 보니 ‘현타’가 오더라고요. 하하. 물·화·생·지를 모두 다루기도 했고, 제 관심 분야와는 좀 멀기도 한 데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주축이 되다 보니 할 수 있는 실험에도 한계가 있었고요. 제가 자율동아리를 만들 무렵 한창 수술실 CCTV 설치 문제가 이슈였어요. 다른 친구들의 생각도 궁금해져서 의료계 쟁점을 다룬 기사와 동영상 등을 보고 토론하는 활동에 중점을 둔 ‘의료보건동아리’를 만들었죠. 응급 상황을 늘 마주하는 간호사에겐 자율적 처치와 판단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들이 그 역량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지요.” 

 


간호학 전공 공부 위해 도전한 <생명과학Ⅱ> 


자신에게 의미 있는 ‘배움’을 중시한 소연씨의 성향은 <생명과학Ⅱ>와 <간호의 기초> 선택 이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인문 계열 진로를 생각한 학생들도 <생명과학Ⅰ> 이수는 필수였지만, 그에 멈추지 않고 <생명과학Ⅱ>에 도전한 것은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할 때도 꼭 필요한 지식일 것 같아서였다. 


“간호학 전공 수업에 해부학, 생물학, 약리학 등이 있다 보니 인문 계열 학생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생명과학Ⅰ> 수업을 들으면서 뭔가 덜 배우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생명과학Ⅱ>도 선택하겠다고 결정은 했는데, 막상 배워보니 만만치는 않더라고요. DNA 합성까지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생명과학Ⅰ>에서 접한 내용들이 이 원리에 의한 거였구나,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유전으로 넘어가니 너무 어려운 거예요. 솔직히 시험 기간에는 내가 이걸 왜 선택해서 이 고생을 하나 싶기도 했어요. 하하. 결과적으로 3등급(당시 진로선택 과목은 상대평가로 등급이 산출됐다.)이라는 성적으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미리 겪어본 만큼 앞으로 배울 전공 수업에 좀 자신이 생겼다고 할까요.” 


강원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동 교육과정으로 <간호의 기초>가 개설된다는 걸 알고, 역시 바로 신청했다.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법을 배우고, 수액 혼합과 근육주사, 정맥주사 키트를 활용한 실습을 직접 경험해본 후에는 학교에서 보건도우미에 자원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점심시간마다 학생들의 체온을 기록하고, 공용 물품을 소독하며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공동 교육과정 수업을 통해 현재 강릉아산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한 출신 의사 분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병원의 기계적인 진료 시스템이 한국 의료의 아쉬운 점 중 하나여서 환자 개인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길 해주시더라고요. 흔히 간호사는 의사의 일을 보조하는 역할로 한정하기 쉽지만, 환자들을 살피는 데 있어 탄탄한 간호 지식과 소통 기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어요.” 

 


스스로에게 의미 있다면 성적 부담 이겨내고 도전하길 


수시 지원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쓸 때, 소연씨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간호사로서 어떤 역량을 가장 중시하고, 키워왔는지’였다. 고심 끝에 내린 키워드는 ‘소통’이었다. 


“간호사에게 필요한 역량 중 환자와 의료진과의 소통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학습 경험’을 쓰는 자기소개서 1번에 <영어Ⅱ> 수업에서 ‘낙태의 합법화’를 주제로 썼던 영어 에세이를 소재 삼아 사회적, 법적, 윤리적 측면에서 생각해본 끝에 ‘조건적 합법화’라는 방안을 마련했던 과정을 풀어썼어요. 2번 교내 활동에는 ‘정당방위의 판단 기준’을 고민해볼 수 있었던 모의재판과 다양한 의료 쟁점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했던 자율동아리 활동 내용을 정리했고요. 소통을 키워드로 삼되, 자율성과 리더십을 학습 역량과 직업 역량 두 측면에서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소연씨는 지원했던 대학 네 곳의 간호학과에 모두 합격했다. 최종 등록할 곳을 결정하는 ‘행복한 고민’의 과정에서 주로 참고했던 곳은 대학생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대학백과’ 같은 온라인 사이트나 간호학과 선배들이 유튜브에 올려놓은 브이로그를 많이 찾아봤어요. 경희대 간호학과는 모집 정원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 4학년 때 국가고시를 준비할 때 독서실을 따로 제공한다는 점이 끌리더라고요. 더 집중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경희대로 최종 결정했어요. 거의 일주일 동안 밤을 새며 고민했는데, 단순히 대학 위상만 보기보다는 이런 정보들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을 신중히 결정하는 과정도 중요할 것 같아요.” 


소연씨가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하려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진심’과 ‘도전’이다. 


“저는 성적이 그렇게까지 높은 편은 아니었고, 제가 다닌 학교에 대단한 수시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찾아보면 학교 안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경험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성적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고 <생명과학Ⅱ>를 선택했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의미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그 진정성을 분명 대학에서도 봐줄 거란 걸, 저도 입시를 끝내고 보니 느껴지더라고요. 꼭 진로와 직결된 활동만 할 필요도 없어요. 제가 사회 과목이나 독서 토론 활동을 많이 한 편이었잖아요.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고등학교 3년 동안 해온 모든 것들에서 다 배운 게 있고, 연결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한 분야에만 매몰되지 말고, 넓게 바라보길 권하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토론 동아리와 과학 실험 동아리 활동, NGO 단체에서 주관한 아프리카 신생아들에게 전달할 모자 뜨기 캠페인 참여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문화권별 조별 발표 활동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세계 경제 구조의 모순을 통해 설명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토론 동아리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주제로 찬반 토론 진행, 의료보건 자율동아리를 개설해 ‘의료인 폭행 사건으로 본 안전한 의료 환경을 위한 대책’ 등 의료 쟁점 토론 활동 진행, 요양원 어르신 봉사 활동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Ⅱ> ‘낙태 합법화’를 주제로 영어 에세이 작성, <세계지리> ‘세계여행 계획서 만들기’ 활동에서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을 다루며 유럽의 식민 지배에 대한 내용을 적용, <정치와 법> 안락사를 주제로 해 ‘죽음을 선택할 권리’라는 제목의 카드 뉴스 제작, <간호의 기초>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의료보건 자율동아리 활동, ‘미래 사회 변화와 유망 직업 알아보기’ 활동을 통해 노인 전문 간호사의 수요 증가 예측 제시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 <바이러스 쇼크>를 읽고 ‘바이러스 시대에서 살아가기 위해’라는 제목의 서평 작성, <영어독해와 작문> 유전자 특허의 문제점을 다룬 지문을 선택해 <사회·문화>에서 배운 문화지체 현상과 연관 지어 발표, <사회·문화>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불평등’ 주제로 조사, <생활과 윤리> 안락사 문제와 낙태죄 등의 주제 토론 참여, <생명과학Ⅱ>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에 대해 조사하며 DNA와 RNA의 구조적 특징 조사 


선택과목

▒ <세계지리>  

지리는 따분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던 과목이다. 수행평가를 통해 제국주의 열강과 선진국에 의해 억압당했던 약소국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세계 정세의 변화가 어떤 국가적 이해관계의 충돌 안에서 나타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정치와 법>  

의료 윤리와 의료법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과목. 연명의료결정법의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안락사를 주제로 하자는 의견을 내고 ‘죽음을 선택할 권리’라는 제목의 카드 뉴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 <사회·문화>  

‘사회 계층과 불평등’을 다루는 단원이 있는 만큼 관심 있었던 ‘의료 불평등’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했다. 주제 탐구 활동으로 ‘코로나19 시대의 사회 불평등’을 정하고 경제적, 의료적 측면에서 나타난 불평등 문제를 조사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를 소득과 인종에 따라 분석한 결과 인종과 부에 따라 의료 복지의 불평등이 존재함을 제시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계급화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생명과학Ⅱ>  

간호학 전공 수업에 적응하려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생명과학Ⅰ> 수업을 들으며 얕게 배우는 것 같았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었기에 어렵긴 했지만, 지금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간호의 기초>  

2학년 때 공동 교육과정으로 개설된다는 공지를 보고 신청했다. 심리학, 역사, 소프트웨어 등 학교 밖에서 제공되는 공동 교육과정 수업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자극이 됐다. 간호학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