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방다원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소규모 학교의 어려움, 공동 교육과정과 소인수 수업으로 극복했어요

방다원 | 한양대 에너지공학과(강원 문막고) 

 

인류에게 문명을 가져다주었지만,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환경오염의 원인이자 고갈되어가는 화석연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궁금했다. <생명과학Ⅱ> 교과서에서 짧게 다루는 바이오매스를 접하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에너지공학과 진학을 결정하면서 물리학을 꼭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한 학년당 인원이 78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라는 여건이 장벽이었다. 방법을 찾던 중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공동 교육과정과 방과 후 소인수 수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방다원씨가 이수한 <물리학Ⅰ>은 수강자 수가 7명이었다. <물리학Ⅱ>는 2명에 불과해 개설 기준에 미달, 자칫 폐강될 뻔했지만 담당 교사의 배려로 온라인 수업을 통해 이수할 수 있었다. 궁금했던 석탄화 과정 실험을 해보고 싶어 신청했던 <화학실험> 수업을 듣기 위해선 1시간이나 걸려 거점 학교로 가야 했지만,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어 마냥 즐거웠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석탄화 과정 재현하고 싶어 신청한 <화학실험> 


화석연료의 개선 방향을 알려면 본질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식물의 사체가 땅속에 묻혀 고온과 고압 과정을 거치며 진행되는 수억 년의 석탄화 과정을 직접 재현해보고 싶었다. 다원씨가 공동 교육과정으로 열린 <화학실험>을 신청한 이유였다. 


“석탄화 과정을 재현하려면 엄청난 가압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실험실에서는 할 수가 없잖아요. 석탄화 과정과 동일한 화학 반응인 불완전 연소를 관찰할 수 있는 목재의 건류 실험이 가장 비슷한 조건일 것 같았어요. 실제 학생들에게 목탄의 저온건류 과정을 보여주면서 석탄의 생성 과정을 이해시킨다는 연구 논문을 통해 떠올린 아이디어였죠. <화학실험> 수업이 열린 학교는 과학 중점 학교여서 실험실이 잘 구비돼 있더라고요. 알코올램프를 이용한 저온 가열 상태에서 목재의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는 과정과 코크스가 생성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해보니 석탄의 고온건류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3학년 때 배운 <생명과학Ⅱ> 수업에서 ‘유기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의 활용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한 것은 화석연료를 어떤 방향으로 활용해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석탄화 과정은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비용과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고열과 고압 환경에서 목재의 섬유소가 분해돼 석탄이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물질인 리그닌과 셀룰로스로 석탄화 과정을 인공적으로 진행하면 석탄의 긴 시간과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겠더라고요. 특히 목재의 섬유소를 분해해 섭취하는 흰개미의 장내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어요. 흰개미의 장내 미생물을 이용하면 인공 석탄화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연간 260만 톤에 달하는 폐목재를 산림 바이오매스로 이용하면 탄소 배출량 감소도 기대할 수 있고요. 찾아보니 실제로 흰개미를 활용한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신기했어요.” 



<물리학Ⅰ·Ⅱ> <기하> 이수를 위한 쉽지 않았던 여정 


다원씨가 재학했던 고등학교는 한 학년 인원이 78명, 세 학급이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 폭을 넓히는 것은 지역의 작은 학교들에겐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생명과학과 화학 담당 교사가 있었지만, 공대 진학을 위해 꼭 배우고 싶었던 물리학을 가르칠 교사가 없었다. 방법을 찾던 중 알게 된 것이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공동 교육과정과 방과 후 소인수 수업이었다.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신청할 수 있더라고요. 우리 학교에 <물리학Ⅰ> 이수자는 7명, <물리학Ⅱ>는 2명, <기하>는 4명이었어요. <물리학Ⅰ>은 횡성의 학교에 계신 선생님께서 방과 후를 활용해 우리 학교에 직접 오셔서 수업을 해주셨고요. <물리학Ⅱ>는 태백의 학교에 계신 선생님께서 강릉에 있는 친구와 저, 두 명에게 온라인 화상 강의를 해주셨어요. 교육청 기준으로는 선택자 수 기준에 미달해 폐강해야 하는 과목이었지만, 선생님의 배려로 배울 수 있었죠. <기하>는 학교 수학 선생님께서 방과 후에 시간을 따로 할애해주셔서 이수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했답니다.”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는 한양대의 경우, 학생부에서 확인되는 선택 과목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만으로 평가받아야 했다. 학교 안에 개설된 과목을 안정적인 환경에서 이수할 수는 없었지만, 지원 전공에 필요한 과목을 배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간 열정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서류 평가에서도 이 점이 충분히 고려되었을 것이다. 


실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 다원씨의 학교에서도 서울권 대학에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합격하는 사례가 전보다 늘었다. 다원씨는 그런 면에서 소규모 학교의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지원책이 좀 더 세밀하게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에게 공동 교육과정이나 소인수 수업 같은 지원책이 있다는 정보가 적극적으로 전달되면 좋겠어요. 실제 이런 게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시골 학교일수록 도시와 달리 여러 학교가 연합해 수업을 여는 공동 교육과정도 쉽지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온라인 수업이 제공되는 플랫폼도 좀 더 안정화되면 좋겠어요. 또 공동 교육과정이나 소인수 수업의 경우 한 학기에 들을 수 있는 과목이 제한적이에요. 그렇다 보니 수강 인원이 적어서 듣고 싶어도 폐강되는 과목이 많고, 폐강될 경우 다른 과목을 재신청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학기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요. 도시의 규모 있는 학교에서는 훨씬 다양한 선택 과목이 열리지만, 지역의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겪는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 수강 제한도 풀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어진 환경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생각의 전환 필요


화석연료에서 시작된 관심은 에너지공학과에 합격한 현재,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확장됐다. 한양대 에너지공학과의 교육과정 중 4학년 때 배우는 전공 심화 과정인 <에너지 변환과 저장>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지금은 에너지의 흐름이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옮겨가는 중이잖아요. 발전소를 이용하는 화석연료와 달리 자연환경에서 에너지를 받아오는 신재생에너지는 출력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어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수요는 일정하지만, 공급이 그렇지 못하면 안정화되기 어렵죠. 그런 면에서 발전의 출력을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이용해 안정화하는 기술 연구가 각광받고 있더라고요. 앞으로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요.” 


다원씨는 자신처럼 소규모 학교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필요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과 함께 생각의 전환도 권해주고 싶다고 했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이공 계열로 진학할 학생들도 사회 과목을 꼭 들어야 하는 규정이 있어요.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진로선택 과목이 아닌 일반선택 과목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었어요. 제 경우 <세계사>가 그런 과목이었어요. 크게 관심이 없던 과목인 데다, 일반선택 과목이어서 석차등급이 산출되다 보니 가장 성적이 좋지 않은 과목이기도 했죠. 그래도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싶더라고요. 3학년 때 만든 자율동아리 이름이 ‘과학사회 융합 동아리 ESSAY’였는데, 사회 문제를 과학 기술로 해결하려면 사회 과목도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름도 그리 지었죠. 실제로 폐마스크의 효율적인 수거 방안을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고민해 캠페인으로 이어가기도 했어요. 주어진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다 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꼭 얘기해주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과학> ‘나만의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 설계하기’에서 주 에너지원으로 태양광, 슬러지를 이용한 화력발전 제안, <과학탐구실험> ‘관측 자료를 이용해 한반도의 기후변화 경향 파악하기’ 활동에서 기상 자료 포털을 활용, 안면도 지역의 메탄 배경대기 농도 조사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로그함수의 개념을 바탕으로 <에너지 혁명 2030>을 읽고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서의 우주 태양광 발전소 발사 궤도가 갖는 로그 함수 형태’를 주제로 탐구 활동, <수학Ⅱ> 미분 활용에 대한 탐구 활동으로 ‘화석 에너지원 탐사를 위한 러드포드-소디 방정식을 이용한 광물의 방사선 연대 측정’을 주제로 보고서 작성, <물리학Ⅱ> 전기에너지 발전 원리와 활용을 과학사로 접근해 발표, <화학 실험> ‘목재의 건류 실험과 열분해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보고서 작성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태양광에너지의 부지에 따른 수익금의 합, 항공기 고도에 따른 체적력의 크기를 구하는 문제를 만드는 등 다른 교과 내용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재구조화, <생명과학Ⅱ> 에너지 고갈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유기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의 활용 가능성 조사  


선택 과목


▒ <물리학Ⅰ> <물리학Ⅱ>  공학 전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동 교육과정과 방과 후 소인수 수업을 활용해 이수했다. 수강자 수가 <물리학Ⅰ>은 7명, <물리학Ⅱ>는 2명에 불과했지만 정말 배우고 싶어 신청한 학생들로 구성된 만큼, 함께 공부하면서 얻은 시너지가 컸다.  

▒ <화학실험>  석탄화 과정을 직접 재현해보고 싶어 공동 교육과정으로 신청한 과목이다. 과학 중점 학교라 실험실 환경이 잘 구비된 원주의 학교에서 열린 수업이었기에 이동에만 1시간이 소요됐지만, 에너지공학과 진학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 <기하>  신청한 학생이 4명에 불과해 역시 폐강될 뻔한 과목이었지만, 학교 수학 선생님의 배려로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배울 수 있었다. 물리학에서는 한정적으로 다루는 벡터를 기하에서는 중점적으로 다뤄 재미있다고 느낀 과목이다. 

▒ <화학Ⅰ> <화학Ⅱ>  에너지공학 전공에는 물리학과 함께 화학이 필수다. <화학Ⅰ> 이수자 수는 17명, <화학Ⅱ>는 13명이었다. <화학Ⅰ>보다 에너지 관련 내용을 많이 다루는 <화학Ⅱ>가 더 재미있었다고. 동일한 과목이어도 학교 환경에 따라 이수자 수가 천차만별인 만큼, 특히 상대평가로 산출되는 과목을 기계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교과 전형은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게 다원씨의 생각이다.   #수시_합격생 #학생부_종합_전형  #한양대_에너지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