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 토대로 읽기, 쓰기는 기본
프로젝트 활동으로 영어 표현력 UP!
수행평가로 알아보는 선택 과목 4 영미문학읽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선택 과목 안내서’에 따르면 <영미문학읽기>는 ‘영미에서 출판된 대표적인 소설, 시, 희곡 등 문학 작품의 독서와 감상을 통해 영어 이해 능력과 표현 능력을 심화하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영어 독서 능력을 높이는 과목’이다. <영어권문화> <실용영어> <진로영어>와 함께 영어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에 속한다. 수능과 관계없는 과목으로 주로 2, 3학년에 편성하다 보니,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영어에 흥미를 되찾는 방향으로 수업을 운영한다. 교과서가 없어 교사가 교재를 정하고 수업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교사의 역량에 따라 수업 내용도 차이가 크다. 과목 취지에 맞게 실질적인 수업을 운영하는 일반고를 발굴해 수행평가 내용과 학생들의 과목 이수 소감을 들었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강혜정 수석교사(경기 서정고등학교)·경성희 교사(충북 양업고등학교) 박근남 교사(경기 숙지고등학교)·이관희 교사(충북 서전고등학교)
자료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선택 과목 안내서>
<영미문학읽기>는 영어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으로
주로 2, 3학년에 편성하는 학교가 많다. 학교 지정 과목으로 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인문 계열 학과를 진로 희망하는 학생이 신청한다. 경기 서정고 강혜정 수석교사는 “영어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으로는 <영미문학읽기> 외에도 <영어권문화>와 <실용영어> <진로영어>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학업 부담이 적은 <실용영어>와 <진로영어>를 개설하는 학교가 많다. <영미문학읽기>는 교과서가 따로 없기 때문에 교사가 교재와 커리큘럼을 스스로 마련해 수업을 이끌어가는 과목으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어 독해 능력을 심화하려는 목적 외에도 그동안 지식적으로만 접했던 영어에 흥미를 잃은 학생이 영어 학습의 동기를 다시 찾기 위해 선택하기도 한다. 충북 서전고 이관희 교사는 “교사가 학생 수준에 맞춰 교재를 선택하기에 평소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했던 학생도 자신감을 되찾아 영어 원서를 읽을 수 있다. 실제로 모의고사 영어 영역이 5~6등급 나오는 학생도 자신의 관심 분야를 주제로 한 책으로 수업을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수행평가 사례로 <영미문학읽기> 엿보기
<영미문학읽기>의 수행평가는 교사가 정한 영미 문학 작품을 교재로 삼아 에세이 작성을 통한 쓰기, 발표와 토의·토론을 통한 말하기, 활동 중심의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 과정과 결과물 등을 토대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9년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하게 되면서 수업 방법과 평가 방식에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충북 양업고 경성희 교사는 “2019년에는 <HOLES> 원서 PDF 파일을 내려받아 학생들에게 전송하고, 온라인 화상 수업에서 교재로 활용했다. 줌 화상회의에서 소회의실을 만들어 학생들을 모둠별로 분류하고, 해당 챕터를 모둠별로 읽은 다음, 스토리 맵(Story Map) 활동을 진행했다. 한 모둠에 속한 학생들 간에 실력 차가 있어서 협동하지 않으면 활동지를 완성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충북 양업고의 경우 3학년을 대상으로 2020년에 처음 <영미문학읽기> 수업을 개설했다. 일주일에 두 시간씩 두 학기 동안 진행했는데, 학교 특성상 학생 수가 적어 지정 과목으로 정해 전체 학생이 수강했다.
Case 1 온라인 수업에서 내가 읽은 영미 문학 작품 소개하기
충북 양업고 경성희 교사’sComment
<영미문학읽기>의 수행평가 영역은 크게 쓰기, 말하기, 포트폴리오 등 세 가지다. 일명 ‘책 추천(Book Recommendation)’ 활동 안에서 말하기와 쓰기 수행평가를 동시에 진행했다. 본인이 재미있게 읽은 영미 문학책을 선정하고, 이를 소개하는 글쓰기와 발표를 했다. 1차시에는 책 선정 이유와 책 소개 개요를 적는 시간으로 간략히 책 제목, 전반적인 줄거리 한 줄 요약, 느낀 점 한 줄 요약 정도를 진행한다. 2차시부터 3차시까지는 쓰기 시간이다.
교사는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법 오류 등 전반적인 흐름을 교정해주며 피드백한다. 4차시에는 완성한 쓰기 결과물을 제출하고 자신이 작성한 ‘Book Recommendation’을 외워 발표하게 된다. 포트폴리오 평가는 쓰기와 발표 과정에서 작성한 과제물을 종합해 평가하는 방식을 취한다.
2학기 수업에서 다룬 뉴베리 수상작 <HOLES>는 주로 쉬운 어휘로 구성돼 있지만, 깊이 있는 묘사를 다룬 문장이 많아 지도서로 적합하다. 원서를 읽은 뒤, 좋아하는 문구나 암기할 단어를 뽑아 정리하고 다양한 인물관계를 지도로 표현하는 활동을 했다. 각 인물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며 학생들이 느낀 점을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대면 수업이 가능했다면 각 인물의 특징을 살린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각자 대사를 외워 연극 공연을 했을 텐데, 진행하지 못해 아쉽다.
Case 2 생태신문·인포그래픽으로 영미 문학 즐기기
경기 숙지고 박근남 교사’s Comment
2학년 영어 진로선택 과목으로 12개 반 중 7개 반이 선택해 일주일에 두 시간씩 1년간 진행했다. <Because of Winn-Dixie>라는 작품을 주교재로 삼아 읽은 뒤 본문 내용의 주요 어휘와 구문 파악, 워크시트(Worksheet) 활동을 했고, 이후 온라인상의 자료를 활용해 듣기 수업을 진행했다. 에세이 쓰기는 소설 속 내용을 토대로 학생의 삶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지도하는 한편, 전체적인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설과 영화를 함께 비교해가며 수업했다.
수행평가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인간과 동물의 생존을 인식하기 위한 생태신문 제작과 <Because of Winn-Dixie>의 내용을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해 홍보하는 활동에 무게를 뒀다. 에세이 쓰기, 생태신문 프로젝트, 인포그래픽 제작 안에서 조건과 내용, 형식 요소 충족 여부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에세이 쓰기 주제는 My Pet, My Phobia, My Party Planner 등으로 제시했고, 생태신문은 모둠, 인포그래픽 제작은 개인 활동이었다. 이와 함께 게임 기반 학습용 플랫폼인 카훗(kahoot)을 통해 즐거운 복습 시간을 가졌다.
Mini interview _ <영미문학읽기> 수행평가 해보니
“인포그래픽 수행평가로 나만의 영어 표현법 익혔어요”
공시은
경기 숙지고 졸업
<영미문학읽기> 수업을 이수하며 느낀 점은?
어릴 때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영미 문학 작품을 접한다는 사실이 설레고 기뻤다. 수업 시간에 교재로 활용할 작품을 개인적으로 미리 구입해 읽기도 했다. 시험이라는 목적 없이 영어 문학 작품부터, 노래와 시, 일상생활 속 표현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영어를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영어 교사를 꿈꾸고 있는 만큼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던 것 같다. <영미문학읽기>는 영어를 꼭 공부해야 할 하나의 교과목이 아니라 즐기며 익히는 진정한 ‘언어’로 바라볼 수 있게 한 수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행평가 활동을 소개해준다면?
영어 소설 작품인 <Because of Winn-Dixie>를 읽고 수행평가로 인포그래픽을 제작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에 나온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주제로 삼아 인포그래픽을 제작했다. 일반적인 수행평가와 달리 정해진 틀 없이 작품에 대해 내가 정리하고 싶은 정보를 나만의 방식으로 영어로 표현할 수 있어 즐거웠다. 자연스럽게 독해 능력을 키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나만의 방법으로 영어 글쓰기 방법을 익힌 시간이었다.
또 다른 수행평가인 ‘생태신문 만들기’ 활동은 어땠는지?
우리 모둠의 신문 주제는 ‘생태 문제에 대해 여러 면에서 바라보기’였다. 현재와 미래에 일어나게 될 생태 문제를 사람은 물론 동물과 자연환경 등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자료를 조사해 신문을 제작했다. 친구들과 모둠을 꾸려 신문을 만들었는데, 평소에 영어를 꺼리고 어려워했던 친구들도 충분히 즐기며 할 수 있는 활동이었다. 모둠장으로서 주변 친구들을 도우며 생태신문을 완성했다. 주제 선정, 영어 글쓰기, 신문 꾸미기 등 신문을 완성하기 위한 거의 모든 활동에 참여하며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Case 3 온·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에세이 작성과 인형극 동영상 만들기
충북 서전고 이관희 교사’s Comment
2019년에 고3은 1학기에 일주일 5시간, 2학년은 2학기에 일주일 4시간씩 수업을 진행했다. 한 학기 동안 총 세 권의 책을 읽었는데, 한 권의 책이 끝날 때마다 온라인과 대면 수업 안에서 수행평가를 실시했다. 환경 프로젝트를 비롯해 영문 에세이 작성, 인형극 동영상을 제작하는 ‘puppet show’ 활동 등이다.
우선 첫 번째 환경 프로젝트는 ‘내 주변의 환경’을 주제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 자신의 실천 5일간의 로그를 온라인 구글 클래스룸과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해 기록·평가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과제인 에세이 쓰기는 ‘사고견의 안락사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주제로 글쓰기를 하고 그 결과물을 구글 클래스룸에 공유했다.
‘puppet show’ 수업은 소설 <Frankenstein>의 각 챕터를 모둠별로 나눠 맡아 핵심 장면을 몇 개 정하고 대화체로 각색한 뒤, 영상물을 제작하는 활동이었다. 모둠별로 painter(주로 시각적 표현 구상), writer(책의 내용을 재구성해 대본 등 작성), reader(책 대화를 통해 모둠별로 같이 책을 읽을 때 내용 이해를 돕는 사람), speaker(작성된 대본을 연기하는 역할)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모든 학생이 참여하게 했다.
Mini interview _ <영미문학읽기> 수행평가 해보니
“인형극 동영상 제작 활동으로 협업의 중요성 깨달았어요”
김보라
충북 서전고 졸업
<영미문학읽기> 수업을 수강하게 된 이유는?
<영미문학읽기>와 <영어권문화> 둘 중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평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 선택했다. 작품을 통해 그 나라만의 문화와 사회 문제를 경험할 수 있고, 작품 속 표현과 어휘를 익히는 게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수업 시간에 총 세 권의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책에 나오는 단어와 표현이 어렵지 않았다. 쉽고 얇은 영어 원서가 다른 나라의 문화를 간접 경험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수행평가로 진행한 ‘puppet show’ 활동에서 본인의 역할은?
장면에 맞는 그림을 그리고 영상과 음향을 편집하는 게 내가 맡은 역할이었다. 쓰기(writer) 역할을 맡은 친구들과 편집하거나 삭제할 내용을 상의하면서 책 내용을 요약하고, 내용에 맞는 등장인물과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 주로 스톱모션 형태로 동영상을 제작했는데, 그림 배치에 조금씩 변화를 줘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후에 음성녹음을 하고 최종 병합과 자막 편집으로 마무리했다.
‘puppet show’ 수행평가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이 있다면?
음성 녹음을 할 때 모둠원들이 각 등장인물을 맡아 실감나게 목소리 연기를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챕터의 영상을 만들 땐 다른 모둠과 협업했는데, 그림 없이 실제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이 많았다. 이전보다 많은 인원이 연기를 하니 연출이나 구도, 대사 등에 더욱 신경 써야 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친구와 의견을 나눴고, 창의적인 면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서로 역할 배분을 하는 과정에서는 협동심을 키울 수 있었다. 작품 제작이 끝나고 다른 모둠의 완성된 영상을 보면서 우리와는 다른 표현 방법을 확인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DIRECTORY > 선택과목 기사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택 과목 바로 알기] 국제 계열 전문 교과 (0) | 2023.06.19 |
---|---|
[선택 과목 돋보기] 지식재산일반 (2) | 2022.08.16 |
[선택 과목 돋보기] 공학일반 (2) | 2022.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