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이너에서 영상 콘텐츠 제작으로, 제 꿈은 고3 때 시작됐어요
정희수 | 공주대 영상학과, 경기 세교고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푹 빠졌다. 전면에 장착된 그릴만 봐도 어떤 차인지 알 정도였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며 1학년 때는 산업디자인부 자율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그린 스케치 노트만 몇십 권이 쌓일 만큼 열심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손목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직선을 그리는 것도 힘들어지던 그때 즐겨 보던 자동차 광고의 세계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시각적 효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광고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자동차 디자이너에서 광고 기획자를 넘어 이제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는 공주대 영상학과 정희수씨를 만났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미디어에 대한 관심 풀어낸 <사회·문화> <사회문제탐구>
자동차 기업 쉐보레가 ‘말리부’를 출시하며 만든 광고는 인상적이었다. 자동차의 성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외에도 마력과 성능을 자막으로 띄우며 짧은 시간 안에 어떤 차인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한 전달력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자동차를 워낙 좋아해서 관련 정보를 조사해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정리한 자료와 영상이 자동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자동차 영상을 즐겨 보다 보니 인터넷 미디어 플랫폼에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원하는 정보를 누구나 쉽게 습득할 수 있고,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미디어 분야로 시야가 넓어졌어요. 자동차 디자이너에서 광고 기획자로 꿈이 바뀌면서 3학년 때는 미디어와 영상 관련 활동을 열심히 했죠.”
광고를 포함한 미디어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 과목은 <사회·문화>와 <사회문제탐구>, <언어와 매체>였다.
“내 얘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우선 기본적으로 내재된 사람들의 기질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잖아요. <사회·문화>와 <사회문제탐구>는 그런 면에서 동시에 선택했던 과목이에요. <사회문제탐구> 수업에서 정보 제공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쌍방향 매체인 뉴미디어의 특징과 미디어 중독에 대해 배운 후, 뉴미디어의 또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알아봤어요. 검열을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편집된 자극적인 콘텐츠가 누구에게나 무방비하게 노출된다는 점,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는 섬네일을 이용해 콘텐츠 조회 수만 높이려는 문제점들이 보였어요.”
근본적인 원인은 콘텐츠에 배정된 광고 조회 수에 따라 게시자의 수익이 결정되는 뉴미디어 플랫폼의 구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미디어 기업들이 문제가 되는 콘텐츠의 수입을 제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고, 신뢰도를 잃은 미디어 플랫폼 속 채널들이 폐쇄되는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동안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특정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고 유튜브 등에 콘텐츠를 올리면서도 마치 자신이 직접 구매한 것처럼 한 ‘뒷광고’가 논란이 됐잖아요. 사람들은 그들의 전문성과 유명세를 믿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구독이 취소되고 영상 시청률이 떨어지다가 결국은 채널을 폐쇄하는 결과로 이어지더라고요. 인터넷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콘텐츠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유는 콘텐츠 이용자들과의 신뢰 형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때 알게 된 사실을 <사회·문화> 수업에서 ‘미디어 성범죄’를 주제로 발표할 때 이어서 활용했죠.”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좌충우돌 영상 제작기
3학년 때 야심차게 만든 자율동아리는 ‘미디어 분석부’였다.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 미디어 플랫폼 등 다양한 매체들의 특성과 동향을 분석하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정상적으로 학교가 개학했다면 여러 활동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니 답답하더라고요.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아 유튜브에 ‘심심풀이 미디어’라는 채널을 열었어요. 우리를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보기로 했는데, 영상 편집을 따로 배운 적이 없어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을 찾아보면서 만들어봤어요. 주제를 정하고 콘티까지 작성했지만, 영상 제작 과정에서는 역시나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직접 만든 영상 콘텐츠를 완성해 동아리 친구들과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그래픽 툴을 잘 다루는 친구가 움직이는 자막과 내레이션을 넣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줬죠. 처음 완성한 영상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보기 편하더라고요. 역시 미디어 콘텐츠 제작은 협업을 통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전문적인 콘텐츠 기획과 제작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론뿐 아니라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미디어 관련 학과를 찾다가 공주대 영상학과를 알게 됐다. 국립대 중 최초로 개설돼 역사가 깊기도 했고, 그래픽과 편집, 제작까지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에 끌렸다.
“한 번쯤 집을 떠나 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어요. 하하. 1학년 때 학과장님이 직접 수업하시는 <커뮤니케이션의 이해>라는 수업이 무척 인상적이더라고요. 제가 앞으로 하려는 분야에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게 중요하잖아요. 가장 기초가 되는 언어의 기원부터 시작해 문화소비자들의 심리,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떤 이론들이 사용되는지 등을 배우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체계화되는 느낌이었죠.”
“일반고에서도 영상학과 준비, 충분히 가능해요!”
일반고에서 미술을 준비하다 영상으로 진로를 틀었기에 영상학과 진학을 결정하면서 실기보다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공주대 영상학과는 2021학년에 실기 전형과 동일하게 9명을 종합 전형으로 선발했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로 서류 평가를 한 뒤, 면접을 거치는 방식이다. 일반고에서 영상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질지 모를 후배들에게 희수씨는 언제가 됐든 꿈이 생겼다면, 학교생활 안에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도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라는 꿈을 고3이 되고 나서야 정했잖아요. 3학년 때는 영상학과에 필요한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수업과 동아리를 열심히 활용하는 데 집중했어요. 요즘 미대에서도 실기 전형이 아닌, 종합 전형으로 선발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들었어요. 실기 역량은 대학에 와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영상과 광고 제작에 필요한 스토리텔링 능력, 창의적인 아이디어, 열정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려 한다고 느꼈어요. 실제 면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자동차 광고는 무엇이었는지, 광고 분야에 대한 관심이 어땠는지 같은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언제든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꿈이 생겼다면, 그때부터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선택 과목
▒ <사회·문화> <사회문제탐구>
영상과 미디어 분야에서는 콘텐츠 소비자들과의 소통,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과목이다. ‘음란물 공유에 대한 디지털 범죄’ ‘미디어 중독에 대한 청소년의 반응’ ‘자극적 미디어의 영향’ 등을 탐구 주제로 정해 진로 관련 역량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 <언어와 매체>
문법을 크게 어렵게 느끼지 않았던 데다 매체를 다루는 만큼, 37명의 소수 인원이 선택했지만 꼭 배우고 싶었던 과목이다. ‘미디어 플랫폼’을 주제로 미디어 시장의 성장을 다각적인 면에서 분석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생활과 윤리>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할 것 같아 선택한 과목. 정보 사회에서 뉴미디어가 갖는 특징을 기존 미디어와 비교해 쌍방향성, 신속성, 광범위성, 수평성 등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 <한국지리> <세계지리>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 선택한 과목이다. 모의고사를 보며 지리 공부가 재미있게 느껴져 수능에서도 사탐 과목으로 <한국지리>와 <세계지리>에 응시했다.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산업디자인부 자율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소통’을 주제로 장애인을 위한 원기둥 형상의 다가구 주택과 곡선을 활용한 싱크대 등을 디자인했다. 피지컬 컴퓨팅 무선조종 자동차 만들기 등을 비롯해 관심 있던 자동차 관련 진로 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했다.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GM 사태의 논란에 관한 모둠 발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상승을 위해 지능형 자동차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해 지능형 교통 시스템과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기자반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교내 축제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홍보물을 SNS와 학교 게시판에 게시, 디자인제작부 자율동아리에서 제주도 수학여행 안내 책자와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한 배지 디자인을 맡았다.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고전읽기> 고전 소설의 스토리를 활용한 광고 영상 소개, 광고와 SNS 매체의 관계에 대한 전망 제시, <영어독해와 작문> 영어 지문에서 다룬 베블린 효과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심리에 대해 조사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창의 주제 활동에서 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 진로탐색부에서 ‘미디어 플랫폼 알고리즘을 통한 기대 효과와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 작성, 미디어분석부 자율동아리에서 미디어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 AI와 알고리즘 도입에 따른 현대인의 뉴미디어 중독 등에 대해 조사했다.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미디어 콘텐츠와 빅데이터’를 주제로 온라인 알고리즘을 활용한 ‘큐레이팅 서비스’의 작동 원리 설명, <언어와 매체> ‘미디어 플랫폼’을 주제로 보고서 작성, <미술감상과 비평> 작품 비평 리플릿 제작 시 관심 있던 미디어 콘텐츠들의 예시를 참고하며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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