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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단국대 법학과 김민혁

사회 과목은 현실 법 문제 탐구하게 해준 화수분

김민혁 | 단국대 법학과, 제주 서귀포고


영화 <베테랑>에서 황정민 배우를 보며 사회적 약자를 지키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직업인 경찰을 꿈꿔왔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돌진하는 모습뿐 아니라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경찰의 신념을 지키며 최후엔 악당을 체포하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단국대 법학과 김민혁씨 얘기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수사 기법과 ‘추리’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던 민혁씨는 경찰행정학과와 법학과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경찰 시험 과목인 법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좀 더 진로를 폭넓게 고민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법학과를 최종 선택한 민혁씨,  경찰 진로에 관한 관심을 고교 3년간 어떻게 확장해나갔는지 그 스토리를 담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경찰행정학과와 법학과 사이에서 고민하다


고1 때 경찰 진로를 생각하면서 경찰행정학과 진학을 고려했지만, 법학과에 진학해도 좋을 것 같았다. 경찰행정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적기도 했고, <정치와 법> <생활과 윤리>를 배우면서 사람의 기본권에 관심이 생겼고 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시에서 경찰행정학과와 법학과, 자유전공학부를 지원했어요. 법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대학 과정에서 법 관련 공부만 제대로 해놓으면 경찰 시험을 보는 데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지요.”


경찰 진로는 고교 교육과정에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민혁씨는 동아리를 비롯해 진로 활동에서 다양한 관심을 표출해나갔다. 경찰공무원 진로 특강에서 수사 기법을 접하면서 미제 사건 수사에 투입돼 용의자의 성격, 행동 유형 등을 분석하고 도주 경로나 은신처 등을 파악해 범인을 특정하는 ‘프로파일러’에 관심을 가졌다. 청소년 로스쿨 진로 활동과 모의재판을 통해 법에 관한 관심도 키워나갔다. 

 

 

<심청전> <흥부전> <선녀와 나무꾼>을 법률로 재해석


청소년 로스쿨에 참가해 형사재판 ‘갑질 교수의 직권남용 사건’과 관련해 검사와 변호사의 견해를 듣고 ‘공무원 권리행사 방해죄’를 적용해 판사의 판결과 비교하는 활동을 했다. <문학> 시간에 판소리계 소설을 학습하면서 법률과 사례를 연결 지었던 경험을 전래동화에 적용했다. 


“<심청전>은 뱃사람과 심청의 사건을 민사와 형사로 나눠 분석했어요. 민사적으로는 뱃사람은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 행위’, 그리고 민법 제751조 ‘재산 이외의 손해배상’에 따라 법률 행위는 무효이며 심청이에게 손해배상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했죠. 형사적으로도 형법 제253조 ‘위계 등에 의한 촉탁 살인’에 의해 촉탁 살인 미수에 해당한다고 봤어요. 이에 형법 제254조 미수범 처벌에 근거해 민사에서 합의했다는 점과 초범인 점을 참작해 징역 5년을 선고했죠.”


<심청전> 말고도 <개미와 베짱이>는 헌법의 행복추구권을, <선녀와 나무꾼>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흥부전>은 <정치와 법>에서 배운 유류분 제도를 적용해 재해석했다.


“문학 작품을 현대의 법률에 적용해 바라보는 경험은 신선하기도 하고, 재밌었어요.민법 및 형법에 대한 법학 지식을 상황에 맞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도 새로웠죠.”

 

 

사회 교과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 접근하며 인권에 관심


NIE 활동을 하며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수사에 도움을 준 DNA 수사 기법에 관심이 생겼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 피해자의 유류품에 남아 있는 DNA를 분석하던 중 수감 중인 무기수의 DNA와 일치하는 것을 발견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민혁씨는 미제 사건 해결을 위해 DNA 수사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DNA는 사람마다 달라요. 따라서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생물학적 증거인 DNA를 가지고 개인을 식별하는 수사 기법으로 활용하지요. 즉,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미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대조해 확인하는 거예요. 재범 확률이 높은 범죄의 경우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효과적이지요.”


<사회·문화> 시간에 낙인 이론을 배우면서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찾아 읽었고, 새로운 관점으로 DNA 수사 기법을 들여다보게 됐다. 


“관련 법률을 보니 DNA 데이터 보관이나 삭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았어요. 재범 우려가 없는 범죄자에겐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인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더라고요, 범죄자라 해도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률안이 그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따라서 범죄자의 전과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기준, DNA 보유 기간 등을 구체화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죠.”

 

 

한 가지 생각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사고의 확장에 힘쓰다


민혁씨는 미제 사건을 막기 위해선 공소시효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이유가 궁금해 관련 자료를 찾아 읽으며 공소시효 제도를 다각도로 살펴봤다. <생활과 윤리> 시간에 사형 제도와 관련된 내용을 배울 때도 사형 제도의 장단점을 두루 살피고, 사형 제도가 폐지된 나라들의 대응 방안을 조사했다. <화법과 작문> 주제 탐구 시간에는 미국에서 발생한 플로이드 사건을 예로 들며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 시 문제가 됐던 공권력의 남용과 인권 탄압을 짚기도 했다. 


“<사회·문화> 시간에는 인종 차별을 다른 관점으로 살펴봤어요. 인종 차별을 하는 사람은 인종 차별을 정당화한 사회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개인의 의식을 따른 것인지 <사회·문화>에서 배운 사회 실재론 및 사회 명목론과 연결해 탐구했죠.”


탐구 결과 사회 명목론 관점에선 개인의 의식 개선이, 사회 실재론 관점에선 사회 제도와 관습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계지리> 시간엔 르완다, 수단,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 배우면서 민족 간 갈등으로 인한 무력 투쟁이 어떤 인권 유린 사태를 유발했는지, 한국국방연구원의 보고서와 르완다 내전 중에 발생한 민족 간의 집단 학살인 르완다 제노사이드 관련 논문을 탐독했다. <정치와 법> 시간에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에 관해 설명하고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고,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회 교과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더 두게 됐고,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들을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었어요.”

 

 

교과 연계한 탐구 활동에서  호기심, 적극적인 탐구 역량 드러내


서귀포고는 주제 탐구 대회를 다채롭게 운영했고, 민혁씨는 수학 탐구 토론 대회, 사회과 주제 탐구 대회, 융합 탐구프로젝트, NIE 포트폴리오 대회, 영어 자율 주제 탐구 대회 등 다양한 대회에 참가해 역량을 드러냈다. 융합 탐구프로젝트는 고2~3 때 참가했는데 고3 땐 금상을 받았다. 고2 때 탐구했던 주제는 ‘제주도 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교육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원인과 해결 방안’이었고, 고3 땐 ‘장애인 시설임을 인증하는 배리어프리 제도 활성화 방안’이었다. 아동 피해 범죄에 관심이 많아 <한국지리> 수행평가로  제주도 내 유치원, 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아동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지도에 표기하는 커뮤니티 매핑 활동도 했다. 


“초등학교 1~2분 거리에 성범죄자가 거주한다면 불안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성범죄자 위치를 표기한 포스터를 만들어 부착했어요. 아동 성범죄를 예방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


보통은 경찰행정학과와 법학과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확장해나갈지 막막해하지만,민혁씨는 고교 3년간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교과와 연계해 다채로운 탐구 활동을 경험하면서 진로에 관한 관심도 마음껏 드러냈다.


“관심 있는 분야는 궁금증도 자꾸 생기는 것 같아요. 자율 활동으로 참여했던 활동에서, 신문 기사에서, 그리고 책에서 교과와 연계한 주제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어요. 종합 전형을 준비하며 수능 공부 또는 내신 공부만 하는 것과 달리 할 일이 많아 힘들기도 했지만, 진로를 구체화하고 고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4.3 평화·인권 교육’에 참여해 4.3사건의 기원과 전개 과정, 이후 제주의 삶과 피해자의 동향을 바탕으로 제주의 역사에 대한 글을 작성함, ‘사회문제탐구’ 동아리에서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통한 범죄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는 것과 신상 공개 기준이 명확해야 함을 주장함. 경찰공무원 진로 특강을 통해 프로파일러에 관심을 가짐,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자율 주제 탐구 활동에서 허수를 수학자들이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으며 수학·과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조사함, <통합사회> 사회적 불평등과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구조적 접근이 필요함을 인식함.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사회적 이슈가 되는 시사 문제, 특히 법과 관련된 NIE 활동을 꾸준히 함, 화성 연쇄 살인, 10살 여아 성폭행 사건, 진주 아파트 살인 사건 등의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인식함, 청소년 로스쿨 진로 활동을 통해 민사소송, 집행의 기본 구조, 절차 등을 살펴보고 ‘도둑맞은 점퍼’라는 주제로 모의재판을 실시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언어와 매체> 경찰이 되는 법, 경찰 업무, 미란다 원칙 등의 내용으로 매체 제작 활동을 함, <세계지리> 르완다, 수단, 보스니아 내전 등 민족 간 갈등으로 인한 무력투쟁이 어떤 인권 유린 사태를 유발했는지 한국국방연구원 보고서를 탐독하고, 국제기구의 역할에 대한 논설문을 작성해 발표함, <정치와 법>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을 주제로 발표하며,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필요하다고 밝힘.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영국과 미국의 공익신고법과 우리나라의 공익신고자 제도를 비교해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도출함, 공소시효 폐지 관련 토론 활동에 참여해 공소시효 폐지의 반대를 주장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에 따른 인종 차별 금지법’을 제재로 보고서 작성, 플로이드 사건을 예를 들며 공권력 남용 및 인권 탄압 문제를 제시함,  <동아시아사> 강제 징용 문제 등 역사 인식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탐구 활동을 하며, 국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로 확장하는 모습에서 융합적 사고력이 돋보임.

 

 

 선택 과목 


▒ <사회·문화> 사회 불평등 현상과 인권 보호에 관심이 많았다. <인종차별의 역사>를 읽고 인종 차별 사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교했다. 특정 인종을 차별하는 눈에 보이는 제도는 사라졌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같은 인종 차별 등 사례를 거론하며 인종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 <정치와 법> 법을 잘 모르지만 관심이 많았던 과목이다. 경찰 진로를 희망하고 있어 범죄와 관련된 형법을 배울 때 더 호기심 있게 들었다. 수업 시간에 검경의 수사권 논쟁을 주제로 다른 국가와 비교하며 여러 각도로 고민했다.

 

▒ <생활과 과학> 과학에 관심이 없었지만, 생활과 밀접한 내용을 다루기에 선택했던 과목이다. 첨단 과학과 옷 단원에서 경찰 조직이 사용하는 방탄복을 조선시대 갑옷인 ‘면제배갑’과 연계해 설명하며 과학 기술이 의복 발달에 끼친 영향을 살폈다.

 

▒ <한국지리> 우리나라 지리에 대해 잘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선택했다. 수행평가 때 커뮤니티 매핑 활동에 참여해 제주도 내 보육시설과 아동 성범죄자와의 접근성을 표기한 지도를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