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현재와 미래 찾아보는 독서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학과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리고 한국사와 세계사 모두를 아우르는 넓고 깊은 역사 지식을 배웁니다. 답사·발굴 등 역사적 체험 활동도 경험하며, 사료를 파고드는 끈기와 탐구심을 요구해요. 민족적 전통을 탐구하며 우리 자신을 바로 알고, 다양한 역사 주제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서 세계화 시대가 요구하는 주체적이면서도 국제적인 감각을 기를 수 있습니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계속 공부하거나 사학과에서 배운 소양을 발휘할 수 있는 박물관·문화유적지·학술단체·출판사 등 다양한 분야에 취업합니다.”
_ 연세대 사학과 이재원 교수(본지 1017호 전공 적합書에서 발췌)
ONE PICK! 전공 적합書
<세계사 편력-청소년판>
지은이 J. 네루
옮긴이 최충식·남궁원
펴낸곳 일빛
“인도의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가 3년 동안 옥중 생활을 하면서 그의 딸 인디라 간디에게 보낸 196통의 옥중 편지를 엮어 펴낸 <세계사 편력>을 청소년이 읽기 쉽도록 재구성한 책입니다. 세 권을 한 권으로 축약하고, 다양한 사진과 그림 자료를 더했죠. 고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세계사의 주요 흐름을 이야기 형식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은 ‘역사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실제 인디라 간디는 아버지의 편지를 읽으며 세계관을 키워 인도의 여성 총리 자리에 올랐죠. 책을 읽고 우리 한국사의 사건을 조사·연구하며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 스스로 질문해보세요. 그 내용을 지은이처럼 편지로 남겨봐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_자문 교사단
ONE PICK! 책 속으로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미리 만나는 ‘과거로의 여행’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을 그린 영화 <한산 : 용의 출현>이 인기다. 뿐만 아니다. 최근 미디어에선 역사 교양·예능 프로그램이 늘어 났다. 대중의 반응도 뜨겁다. 이 책은 미디어보다 더 깊게, 교과서보다 흥미롭게 ‘역사’의 세계로 이끈다. 종전의 세계사에서 소외됐던 동남아시아, 서아시아의 찬란한 문화와 사상은 새롭고 놀랍다. 은나라의 기자가 망명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등장해 몽골 제국과 일본의 침략을 받은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반갑고도 씁쓸하다.
무엇보다 사건 하나하나를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원인과 현상, 파장, 다른 지역에서의 역사적 상황까지 흐름을 짚는다. 보다 쉽게 이해하면서 더 깊은 시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은 영국 사회의 변화, 기계를 활용한 대량 생산과 그에 따른 잉여 시간의 발생에 초점을 두고 설명한다. 경제는 물론 문화와 사상까지 발전시킨 반면 빈부 격차 증대를 야기했고, 사회 권력이 토지를 관리하는 지주에게서 기계를 관리하는 자본가에게로 옮겨갔다고 분석한다. 새 계급의 출현은 다양한 혁명으로 이어졌고, 새로운 시장을 얻기 위해 시작된 침략 경쟁이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이며, 경제 불평등 심화로 사회주의가 태동했다고 차례로 설명한다. 잉여 생산품은 ‘경제대공황’을 불렀고, 강화된 세계의 상호 의존 관계를 타고 불경기가 확산됐다고도 알린다.
이는 디지털 시대로 전환 중인 지금 플랫폼 기업의 고성장,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 새로운 냉전 체제를 떠올리게 하며, 이 변화가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생각해보게 한다.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도 찾을 수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생성과 발전, 무한한 진보의 가능성을 가르쳐준다”는 지은이 J. 네루의 말을 좇아, 책에 담기지 않은 역사를 찾아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산업 혁명과 수송 방법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사회적 변화의 속도는 갑자기 가속도가 붙었다. 여러 신흥 계급이 대두하여 유복한 생활을 누렸다. 지금까지의 수공업자나 농업 노동자와는 아주 딴판인 새로운 공업 생산 계급이 출현했다. 이러한 사정이 얽혀서 새로운 경제적 전환과 정치적 변화가 일어났다. _ <세계사 편력: 청소년 판> 264쪽
선배의 독서와 진로
독서가 안내한 교과서 밖 넓은 지식, 역사에 대한 흥미+비판적 사고력 키웠어요
손윤나
고려대 사학과 1학년
사학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과학탐구실험>에서 ‘전통 한옥에 적용된 과학 기술’을 발표 주제로 삼거나 <수학Ⅰ>에서 사인·코사인 법칙을 수막새 복원과 연결짓는 등 다른 과목에서도 역사와 연결해 공부하거나 탐구 활동을 했던 만큼 사학과 진학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어요. 대학에 와보니 공부할 범위가 정말 넓어요. 또 다양한 언어로 된 자료를 접하죠. 1학기에 중국 근대사를 배우면서 정말 많은 한자를 봤어요. 해당 언어를 몰라도 수업을 따라갈 수는 있지만, 언어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공부가 수월하고 깊게 파고들 수 있어요.
대입 준비 과정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저는 진로에 맞춰 역사 도서를 주로 읽었어요. 특히 탐구 활동을 할 때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문화재에 숨겨진 수학적 원리, 영단어의 어원 등을 살폈죠. 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에 생긴 궁금증이나 흥미도 책을 통해 해결했어요.
<사회문제탐구> 수업에서 조별 탐구 주제로 ‘사교육 문제’를 선정해 국내 사교육 실태와 공교육을 통한 해결 방안을 찾아봤죠. 그러다 교육 분야에 흥미가 생겨 <평균의 종말>을 읽었어요. 평균이 학생들에게 주는 압박이 얼마나 큰지,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가 점수나 숫자에 집중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어요.
또 <윤리와 사상>에서 존 듀이에 대한 내용을 접했을 때 역사와 접목해 그가 주창한 ‘실용주의 교육’이 현재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교육사적 흐름을 짚어보고, <한국사> 시간엔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우리나라 근대 교육이 민주화되는 과정, 최근 학교 문화에서의 일제 잔재 청산 운동까지 조사해 수행평가 과제로 제출했어요. 교과서의 짧은 내용을 스스로 풍부하게 만들고, 관심 분야의 깊이나 사고력을 더하는 데 독서가 큰 도움이 된 셈입니다.
저는 두껍거나 어려운 책은 발췌독을 했어요. 필요한 내용을 얻고 읽는 힘도 키울 수 있죠. 후배들도 완독의 부담을 내려놓고 편하게 책을 펼치길 바라요.
선배의 강추 전공 적합書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
지은이 샘 와인버그
옮긴이 정종복
펴낸곳 휴머니스트
이 책은 역사를 포함해 인문사회 계열에 흥미가 있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해요. 디지털 시대,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다루고 있어요. 지금 사회는 기술이 발달하고 정보가 넘쳐나는데, 너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요. 오히려 이전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고요. 특히 책에서는 모든 것에 대해 토론하고, 비판적인 의견을 서로 공유해야 한다고 말해요. 과거를 돌아보고 같은 사건을 다양한 시선으로 보면서 사실을 발굴하고 미래 나아갈 방향을 찾는 ‘역사가’처럼 사고하는 방법을 알려주죠. 특히 역사를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자신이 공부할 학문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갈 거라는 확신도 얻게 될 거예요.
<파도>
지은이 토드 스트라써
옮긴이 김재희
펴낸곳 서연비
역사에 꽂힌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미국 팔로알토의 큐벌리 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진행된 심리 실험을 다룬 책인데, 전체주의와 나치 독일을 돌아보게 해요. 고2 때 EBS 영상을 보고 관심이 생겨 찾아봤어요. 쉽게 읽히지만 전체주의가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인간 내면에 숨겨진 잔혹함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요. 특히 역사의 기능에 대해 고심하게 만들어요. 비극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역사의 기능이자 역할이죠. 실제 미국에서 출간된 책인데, 독일 청소년들의 필독서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역사를 공부하려 하는지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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