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하고 심오한 심리학 쉽게 시작하는 책 읽기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심리학은 인간의 다양한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인지·언어, 아동 발달에도 관심을 가지며 인간의 의식·무의식, 학습, 정서, 기억, 의사 결정 등의 정신 과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피죠. 실험 심리학부터 인본주의 심리학까지 다루며 다양한 주제와 방법론을 아우르는 과목도 교과 과정에 포함합니다. 대중들의 관심과 지식이 높아지면서 대학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학과로 부상 중입니다.”
_ 경남대 심리학과 조증열 교수(본지 1001호 ‘전공 적합書’에서 발췌)
ONE PICK! 전공 적합書
<세계 심리학 필독서 30>
지은이 사토 다쓰야
옮긴이 박재영
펴낸곳 센시오
“<세계 심리학 필독서 30>은 심리학에 어떻게 입문해야 할지 모를 때, 방대한 심리학에서 내 관심 분야를 구체적으로 탐구하고 싶을 때, 지금껏 몰랐던 심리학 분야에 한발 내딛고 싶을 때 모두 길잡이가 되어줄 책입니다. 목차를 보고 관심 있는 부분부터 읽어도 괜찮습니다. 책의 내용보다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원작을 찾아보고요. 심리학은 존재의 본질, 즉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인가, 발달하고 성장하는 존재인가, 사회적 존재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학문이라 할 수 있죠.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질문이에요. 이를 누구보다 깊게 탐구한, 세계를 바꾼 심리학자들의 명저를 쉽게 정리한 책입니다.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며 보길 추천해요. 읽다 보면 나와 타인, 세상을 이해하는 식견이 넓어질 겁니다.”
_ 자문 교사단
ONE PICK! 책 속으로
일상 속 살아 있는 심리학 발견하고 질문하기
취업 면접에서도 MBTI를 묻는 요즘이다. 이 열풍의 뿌리는 사람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다는 마음에 있다. 심리학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와 같다. 하지만 심리학의 문을 제대로 여는 이들은 적다. 어렵기 때문이다. 분야도 방대하다.
이 책은 높고 단단한 심리학의 문을 열어준다. <심리학의 원리>를 시작으로 <생각에 관한 생각>까지 30권의 심리학 명저를 한 권에 담았다. 난해한 용어와 이론은 최대한 덜고, 지은이들의 문제의식과 실험 사례, 다른 심리학자·심리학 이론과의 상관관계를 강조했다.
이야기를 좇다 보면 일상 속 심리학의 산물이 떠오른다. <심리 유형>을 쓴 융이 인간 유형을 ‘외향과 내향’으로 나누고 감각·사고·감정·직관 네 심적 기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에서 오늘날의 ‘MBTI’가 연상되는 식. 콤플렉스, 아이덴티티, 조건반사, 사용자 중시 디자인 등 단어 속 심리학도 발견한다. 체벌, 임신중단, 세대 갈등 등 여전한 논쟁에 대한 심리학적 전개도 흥미롭다. 이렇게 명저와 현재를 잇다 보면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며, 교육 예술 사회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시야가 넓어진다. 심리학 전공을 꿈꾸지 않아도 이 책이 유용한 이유다.
특히 책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 ‘한국 청소년들의 우울감이 유독 높은 이유’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를 대체할 수 있는가’부터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인간의 불안·불행 또는 부조리·불합리한 사회의 원인은 무엇인지까지. 답을 찾다 보면 ‘변화가 극심한 현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주는 명저의 가치를 맛볼 수 있다.
교육이란 개인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주면서 다음에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확대해나가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중략) 혼자서 하지 못하는 일을 소통을 통해 직접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어려운 과제는 타인과 대화로 해결하게끔 유도하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네트워크 사회에서 중요한 기술이자 능력이 아닐까. _ <세계 심리학 필독서 30> 143쪽
선배의 독서와 진로
상반된 관점의 책 함께 보며 공부·진로 깊이 더했어요
이주민
서울대 심리학과 1학년
심리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때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프로파일러에 매료됐어요. 이후 쭉 경찰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었고, 결국 심리학과 진학을 목표로 삼았죠. 고교 입학 후 본격적으로 범죄심리학을 접했는데, 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서로 관계가 밀접하더라고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심리학 자체에 매력을 느꼈어요. 꼭 프로파일러가 되진 않더라도, 심리학 지식을 이용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망 학과는 같지만 진로의 방향이 조금 바뀐 셈이에요.
대입 준비 과정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범죄심리학의 바이블로 불리는 <FBI 행동의 심리학>부터 읽었는데, 얽힌 분야가 너무 많아 기초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심리학개론> 등으로 손이 갔어요. 이후 목표 대학 커리큘럼을 보니 통계, 뇌과학 과목이 많아 <통계의 힘> <송민영의 뇌과학 연구소> 등 쉽게 쓰인 관련 책을 보며 이해도를 높였어요. 그러면서 ‘인간의 심리가 개인의 본성과 사회 환경·집단 중 어디서 더 영향을 받는지’ 궁금해져 <죽음의 수용소> <사람일까 상황일까> 등 상반된 관점의 책을 읽고 ‘두 요인 모두 간과해선 안 된다’는 나름의 결론을 찾았죠. 두 책은 서울대 자기소개서 4번 문항에도 적었어요. 또 <죄와 벌>같이 복잡한 인간 심리를 묘사한 소설을 심리학 이론과 연계해보니 더 흥미롭더라고요. 심리학 관련 수업이 없어 관련 책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 고교 시절 독서 활동은 학교 공부나 진로 탐색, 입시까지 도움이 됐어요. 수업 내용과 책을 연결한 탐구 활동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생명과학Ⅱ>의 유전 관련 내용을 <이상심리학>과 연계해 정신질환에 영향을 미친 유전자의 성질과 구조를 조사했고, 질병 연구를 위해 윤리 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식으로 공부에 깊이를 더했어요. 그 과정이 세특에 반영됐고, 자기소개서의 소재도 됐어요. 책을 읽기 쉽진 않겠지만 진로 경험을 쌓는 활동으로 활용하면 좋겠어요.
선배의 강추 전공 적합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지은이 올리버 색스
옮긴이 조석현
펴낸곳 알마
뇌기능에 이상이 생긴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들과 치료 여부조차 미지수인 신경질환 환자들의 임상 기록을 이야기를 들려주듯 독특하게 전개하는데, 문학 작품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읽다 보면 현대 심리학에 대해 다시 보게 돼요. 지금의 심리학은 ‘과학’ 측면이 강조되는데, 이 책은 과학만으로 심리학을 설명할 수 있는지 계속 되묻거든요. 인간 심리의 본질, 철학적인 면이 갈수록 소외되는 것을 꼬집는 거죠. 이 문제 제기를 ‘임상과학자’인 의사가 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어렵지 않고, 생각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라 말 그대로 강추해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지은이 로렌 슬레이터
옮긴이 조증열
펴낸곳 에코의서재
현대 심리학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심리학은 원래 고전적인 철학의 한 분야에서 현대에 들어 과학적인 분야로 넘어왔어요. 그 과정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기본서와 같아요. 심리학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해주기도 하고요. 20세기 심리학자와 정신 의학자들이 진행한 인상적인 심리 실험 10가지를 모아 정리했죠. 실제 심리학도들의 ‘원 픽’ 도서이기도 합니다. 인터뷰에 응하기 전, 동기들에게 본인들이 읽은 책,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물었는데 대부분 이 책을 포함해 답했어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대립되는 시각을 담고 있어 함께 보면 생각거리나 토론거리를 발굴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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