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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학별 논술·면접 집중 분석 ① 교과서로 살펴본 논술·면접 출제 경향

변화된 출제 경향이 가리키는 방향, ‘교과서

 


Intro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학원 하나 안 다니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 수능 만점을 받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수능 만점자의 이런 인터뷰를 우리는 일종의 비현실적인 ‘픽션(fiction)’ 정도로 치부해버린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인터뷰 내용을 패러디하며 희화화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데 궁금하긴 하다. 수능 만점자는 정말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일까? 교과서는 영양가 없는 고루한 존재일까? 교과서에 적극적으로 반영된 교육과정은 실제 학생들에게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이론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이상일 뿐일까? 이제 이 질문에 답을 할 차례다.

 

 

연재순서
①교과서로 살펴본 논술·면접 출제 경향
②인문 논술 출제 경향 분석
③자연 논술 출제 경향 분석
④제시문 면접 출제 경향 분석
⑤서류 기반 면접 출제 경향 분석



분석팀

 


1. 대학별 고사란?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우선 ‘대학별 고사’에 대해 정리해보자. 현재 실시되는 대학별 고사는 크게 논술 고사와 면접 고사로 나눌 수 있다.

 

 

논술 고사는 인문 계열의 경우 국어과, 사회과, 도덕과 과목을 중심으로 출제된다. 상경 계열(사회 계열)은 인문 계열에서 다루는 교과와 더불어 <확률과 통계>나 <미적분> 같은 수학 과목에 대한 내용을 함께 출제한다. 자연 계열의 경우 수학 교과만 평가하는 대학과 수학·과학 교과를 모두 평가하는 대학으로 나뉜다. 의학 계열은 자연 계열과 큰 차이는 없지만 난도 높은 문항을 출제해 변별을 두는 편이다.

 

면접 고사는 크게 서류 기반 면접과 제시문 기반 면접으로 나뉜다. 서류 기반 면접이란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학생이 제출한 서류, 즉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토대로 제작한 문항을 활용하는 면접을 말한다. 이때 학생마다 제출한 서류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면접 문항 또한 학생별로 다르게 제시된다. 제시문 기반 면접은 학생들이 면접 전 별도의 공간에서 제시문을 활용한 공통 문항을 일정 시간 동안 푼 뒤, 그 풀이 내용을 면접관 앞에서 설명하는 형태의 면접이다. 참고로 제시문 기반 면접을 실시하는 대학은 그리 많지 않고, 대다수 대학에서는 서류 기반 면접을 활용해 학생을 선발한다.

 


2. 논술 고사 준비는 어떻게?

그렇다면 논술 고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최근 논술 고사의 출제 경향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논술 고사에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교육과정을 활용하기도 했다. 문항을 출제한 후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목표와 성취 기준을 적절히 끼워 맞추는 편법으로 ‘교육과정 내 출제’라는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나간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인문 계열의 논술 고사에서 이런 사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선행학습 영향 평가를 통해 ‘교육과정 내 출제’라는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을뿐더러, 대학이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더라도 충분히 변별력 있는 문항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상황이기에 굳이 모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어졌다. 실제로 대학별 고사의 기출문항을 분석해보면 이 같은 경향성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소한 하나 이상의 제시문은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교과서 외 서적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제시문을 작성했더라도 교과서의 특정 단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분석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논술 고사를 대비하는 대다수 학생들은 교과서를 한 번도 펼쳐보지 않는다. 그저 방과 후 학교에서, 또 학원에서 배포하는 책자에 의존해 글쓰기 연습만 할 뿐이다. 이런 방식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출발은 무엇보다 교과서다. 이제 대학별 논술 고사에서 실제 교과서의 어떤 단원들이 활용됐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 인문·상경 계열 논술 & 교과서 출제 단원

 

인문·상경 계열 논술의 논제에서는 주로 국어과 성취 기준에 근거해 ‘제시문 요약’ ‘제시문 분류(제시문 간 비교·대조)’ ‘자료 해석’ ‘자료와 제시문 간 상관관계 분석’ ‘대안 제시 또는 관점 쓰기’ 등을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이때 제시문은 주로 사회과와 도덕과의 교과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특히 주목해야 하는 과목은 <통합사회>와 <사회·문화>다. 공통 과목인 <통합사회>는 거의 모든 학생이 이수했을 것이고, <사회·문화>는 선택 과목이지만 수능에서도 선택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과목이기에 타 과목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할 수 있기에 대학이 논술 고사를 출제할 때 이 두 과목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활용하는 편이다.

상경 계열(사회 계열) 논술 고사를 치르는 학생이라면 <경제> 교과서 또한 꼼꼼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다. <경제>와 <확률과 통계>, 혹은 <경제>와 <미적분>을 연계한 문항을 하나 이상 다루는 편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경제 관련 개념은 반드시 정리해둬야 한다. 물론 지레 겁먹을 이유는 없다. 상경 계열(사회 계열) 논술 고사에 출제되는 경제나 수학 관련 개념은 교과서에서 다루는 기본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경 계열(사회 계열) 논술 고사에 대비하기 위해 굳이 따로 시간을 내 대학 전공 수준의 경제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경제> 교과서를 적극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2020학년 대입의 인문 계열, 상경 계열(사회 계열) 논술 고사를 사회과 교과서의 단원명과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정리해봤다(표 1). 사회과 과목의 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표 1) 2020학년 대학별 논술 고사의 사회과 출제 단원

 

 

 자연 계열 논술 & 교과서 출제 단원

 

자연 계열 논술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리 논술을 필수로 하고, 일부 대학에서 과학 논술을 선택하도록 한다. 과학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은 지구과학도 포함하는 연세대를 제외하면 주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중에서 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다.

자연 계열 논술은 제시문을 분석한 후 관점을 제시하거나 제시문 간 비교·분석을 요구하는 인문 논술에 비해 제시문의 활용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대신 문항에서 제시한 조건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유형이 대부분이며, 교과 지식의 이해가 답안 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학교과]  <기하> 과목 출제 포함 여부, 출제 비중 높은 단원 점검!

 

올해 고3 학생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첫 세대인 만큼 살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수능에서 <기하> 과목이 배제된 것이 논술 전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논술 전형을 실시하는 주요 대학들의 수학 과목 논술 시험 범위를 정리해봤다(표 2).

 

(표 2) 주요 대학 논술 전형의 수학 과목 시험 범위

논술 전형을 실시하는 대부분의 대학은 수능 출제 과목에 맞춰 <기하> 과목을 출제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예외적으로 성균관대와 연세대는 출제 범위에 <기하> 과목 포함을 명시했기 때문에 이들 대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수능과는 별개로 전략적인 공부 계획이 필요하다.

수리 논술만 치르는 대학은 대부분 3문제 내외로 수험생을 평가한다. 2020학년까지는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2009 개정 교육과정 기준)에서 한 문제 정도씩 출제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2021학년에는 <기하>를 제외하는 대학이 많아지면서 이런 경향은 다소 수정될 듯하다. <미적분>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수학과 과학을 함께 출제하는 대학은 출제 범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리 논술을 대비하려면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충분히 숙지하고, 주요 정리에 대한 증명을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능 준비를 위한 수학 문제를 주관식 서술형으로 생각하고 풀이 과정을 자세하게 쓰는 연습을 해보자.

수학 교과의 교과서 단원을 기준으로 주요 대학의 2020학년 논술 전형을 분석해봤다(표 3). 미적분과 극한, 벡터, 확률 등의 출제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수열의 합(수학Ⅰ), 함수의 증가와 감소·정적분·곡선으로 둘러싸인 도형의 넓이(수학Ⅱ), 삼각함수의 미분·합성함수의 미분법·치환적분법·부분적분법(미적분), 조건부확률·확률의 곱셈정리(확률과 통계), 두 평면벡터의 내적·정사영(기하)이 주로 다뤄졌다.

 

(표 3) 2020학년 대학별 논술 고사의 수학과 출제 단원

 

[과학 교과] 과학 과목별 출제 경향 특이점 점검!

 

인문 논술에 비해 과학 교과를 다루는 논술의 제시문은 교과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로 출제된다. 교과 내용에 관한 이해도와 문제에 제시된 조건에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과학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에서 자주 출제되는 과학 교과서 단원을 정리해봤다(표 4).

 

(표 4) 2020학년 대학별 논술 고사의 과학과 출제 단원

 

과목별 출제 경향을 살펴보면, 화학은 특정 단원에 편중하기보다 단원별로 고르게 문제가 출제됐으며, 2020학년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에서 화학 반응식과 양적 관계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특히 <화학Ⅰ>에서 화학 반응식과 양적 관계를 다루는 1단원과 산화·환원 반응(금속의 반응)과 중화 반응을 다루는 4단원을 연계해 정량적인 문제를 출제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연세대는 과학 현상의 원리를 설명하는 식의 정성적인 문제 출제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따라서 양적 관계와 같은 정량적 문제 연습뿐 아니라, 교과 교육과정에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들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화학Ⅱ>와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Ⅰ>에서 정량적인 소재(몰농도, 중화 적정, 물의 자동이온화, 열의 출입 등)가 더 보강됐음을 참고할 만하다.

 

<생명과학Ⅰ>에서는 항상성 유지, 유전 법칙과 돌연변이, 세포 주기와 세포 분열, 생태계 내 상호 작용, <생명과학Ⅱ>에서는 세포 구조와 세포막을 통한 물질 출입, 세포 호흡과 광합성, 유전자의 형질 발현, 생명공학기술, 생명의 진화와 같이 여러 개념과 원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현상이 주로 출제되고 있다.

 

특히 <생명과학Ⅰ>의 유전과 <생명과학Ⅱ>의 유전자와 형질 발현은 핵심 중에서도 핵심이다. 대학마다 선호하는 생명과학의 내용들이 있어 해당 단원을 깊이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건국대와 경희대는 <생명과학Ⅰ>의 항상성과 물질대사, 유전에서 출제됐다. 특히 경희대는 최근 3년간 <생명과학Ⅰ>의 마지막 단원인 ‘Ⅴ. 생태계와 상호 작용’에서 계속 출제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자. 연세대의 두드러진 변화는 <생명과학Ⅱ>의 내용 요소가 모든 문항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세포와 물질대사, 유전과 유전자의 형질 발현에서 주로 출제되어왔고, 최근 2년간 <생명과학Ⅰ>의 유전과 <생명과학Ⅱ>의 유전자와 형질 발현을 함께 엮어 출제했다.

 

물리학은 정량적인 문제를 주로 다루기에 상대적으로 출제되는 단원이 적은 편이다. 특히 물리학은 동일한 내용을 심화하는 특징이 있어 등가속도 운동, 전기력과 전자기 유도, 파동의 성질 등 <물리학Ⅰ>과 <물리학Ⅱ>에서 모두 다루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물리학Ⅰ>만 출제하는 대학은 상대적으로 등가속도 운동, 역학적 에너지 보존, 뉴턴의 운동 법칙 등 출제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빈출 주제였던 역학적 평형이 <물리학Ⅱ>로 이동하면서 소재의 범위가 더 줄었다. <물리학Ⅱ>를 출제 범위에 포함한 대학은 파동의 성질, 특히 굴절 법칙을 정량적으로 다루며, <물리학Ⅰ>에서 옮겨온 역학적 평형이 주요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3. 면접 고사 준비는 어떻게?

면접 고사는 제시문 기반 면접과 서류 기반 면접으로 나뉜다. 제시문 기반 면접을 대비하는 요령은 논술 고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고교 교육과정의 개념을 명확히 숙지한 후 이를 구술 언어로 풀어내는 연습을 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서류 기반 면접은 제시문 기반 면접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서류 기반 면접을 제대로 대비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는 우리 머릿속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사실상 서류 기반 면접 대비는 학생부 기재 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업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또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의 동기, 과정, 결과를 생각해둬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해당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을 나열하는 수준으로 기록하면 안 된다는 말과 같다.

예를 들어 자연 계열 학생의 경우 수리·과학적 사고에 따른 결과물만 제시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수리·과학적 연산을 전개해나가는 논리적인 구조까지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논리적인 전개 과정 속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들에 대한 정의까지 사전에 정리해야 한다. 이를 재차 강조하는 까닭은 최근 대다수 대학의 서류 기반 면접에서 ‘검증’적 성격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학생부를 비롯한 각종 서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대학의 자구책인 셈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면접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지점이다.

 


Outro

변화된 출제 경향이 가르키는 방향은

 

지금까지 대학별 고사를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개괄적으로 살펴봤다. 특히 논술 고사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가 교육과정과 괴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류 기반 면접을 대비하는 관점 역시 바꿔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교과서를 펼쳐보고, 정규 교육과정 내 학업과 활동 내용을 면밀히 기록하고 검토하는 등 학교생활의 본질적인 측면에 주목했으면 한다. 변화된 출제 경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교과서의 유용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서류 기반 면접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역시 ‘나’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학별 고사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별 고사는 교과서를 통해, ‘나’에 대한 기록을 통해 준비하는 것이 결국 가장 효율적인 대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