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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안채연 경기대 관광학부

슬럼프 극복 후 올인한 학생부 종합 전형,  논문 읽기로 깊이 더했어요

 

안채연 경기대 관광학부(경기 송호고)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관광학부를 못 갔다면 어쩔 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기대 관광학부 1학년 안채연씨의 학생부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채연씨는 고2 때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고, 관광 상품 개발자가 되겠다는 꿈은 그 슬럼프를 극복하고 난 뒤에 생겼다고 한다. 슬럼프를 통해 어른으로 한 뼘 더 성장했고 부모님의 사랑을 더욱 깊게 느끼게 됐다는 채연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

 


대학은 왜 가야 할까? 슬럼프의 시작

 

고2 1학기가 되기 전까지 채연씨는 나무랄 곳 없는 우등생이었다. 고1 때 반에서 1등을 한 적도 있었고, 학급 회장이었고, 학생회 일도 열심히 했다. 심리상담가를 생각했고 학교에서 관련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그러나 고2 올라갈 무렵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내일까지 진로 희망 분야를 정해오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심리상담가가 되겠다고 했지만, 심리학과를 가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제 꿈이 아니었어요. 주변에서 성적에 맞춰 정해준 꿈이었을 뿐이죠. 고2는 빨리 꿈을 정해서 진로에 맞게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데요. 저는 대학에 가서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모르고 있었어요. 꿈이 없는 저에게 왜 대학을 가라고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게 혼란이 시작되면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게 됐어요.”

 

공부하려고 책을 보면 손이 떨리고, 하루 종일 가슴이 두근거리고, 피곤하지만 잠이 안 오는 상태가 지속됐다.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학원과 과외를 끊었다.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된 2학년 1학기는 학교를 안 가는 날이 많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눈물이 나고 무기력함을 느꼈다. 부모님이 많이 걱정했다.      

 

 

‘혼행’이 치유한 슬럼프

 

그러던 어느 날, 새벽 5시에 집을 나와 광명역에서 강릉행 KTX를 탔다. 혼자 여행을 간 것은 처음이었다. 혼자 기차를 타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카페에 갔다. 강릉 안목 해변의 카페에서 바다를 보고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대학을 안 간 것이 걸림돌이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한 학기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치면 안 되는데, 과거의 나를 후회하면 안 되는데 싶더라고요. 바다가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어요.”

 

여행으로 슬럼프가 치유되면서 관광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처럼 방황하는 사람을 위한 여행을 개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학년 2학기엔 마음잡고 공부하기 시작했고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을 관광과 연관 지으며 깊이를 더했다. 

 

“부모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는 막연히 관심을 갖게 된 것뿐인데 관광 관련 직업과 학과에 대해 알려주며 제 시야를 열어주셨죠. 제가 활발하고 사람 도와주는 것 좋아하고 외국어를 잘하니 좋은 길을 찾은 것이라고 아낌없이 응원해주셨어요.”

 

 

성적 부족하다고 느껴  종합 전형 준비 더 철저히 

 

슬럼프를 극복하면서 채연씨는 부쩍 성장했다. 외유내강형으로 바뀌었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그래도 성적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2학년 2학기에 암기 과목 한 과목에서만 1등급을 받고 다른 과목 성적은 예전만 못했다. 3학년 1학기엔 과호흡이 와서 그날 시험을 망쳤다. 원하는 대학을 가기엔 교과 성적이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해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더 철저하게 준비했다. 

 

“어디서 이렇게 논문을 많이 찾아서 읽었냐고 선생님들이 되물을 정도였어요.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에 그치지 않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 논문을 하나하나 스스로 찾아 읽고 분석해서 발표했어요.”

 

채연씨는 동아리 활동 시간에 ‘고객 경험이 고객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논문을 읽으면서 항공과 달리 호텔은 서비스 종사자와의 경험이 고객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에 주목했다. <확률과 통계>에서 배운 ‘통계의 오류’를 바탕으로 외국인은 한국어가 서툴다는 잠재 변수를 논문에서 놓쳤다는 것을 지적, 외국인과는 좋은 서비스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기존의 연구 결과를 맹신하지 않은 거죠. 한 번 더 검증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 자료를 실증적으로 해석해봤어요. 호텔 고객을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구분하고, 상품 환경 언어 등 서비스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도표로 그려보며 의미를 추론해 수치로 표현된 것 이면의 사실을 탐구해봤어요.”

 

관광학부를 준비하는 채연씨를 위해 어머니도 함께 뛰었다. <내일교육>에 나온 2021학년 경희대 관광학부 수시 합격생의 기사를 채연씨에게 보내고, ‘새로 보는 전공적합서’에 나온 관광학과 진로 추천 도서를 알려줬다. 대학마다 관광학과가 어떻게 다른지 교육과정을 찾아 비교해서 보여줬다. 

 

“관광학과가 있는 대학이 생각보다 적더라고요. 무엇보다 2학년 1학기 때 성적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이 매우 부족해서 종합 전형이 어려울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우리 학교는 종합 전형으로 합격한 선배들이 많지 않은 편이기도 했고요. 그럴수록 저는 더 오기가 나서 종합 전형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했어요.”

 

 

혼을 갈아 넣은 면접 준비로 합격

 

경기대 관광학부는 채연씨의 ‘원픽’ 이었다. 채연씨의 교과 성적은 경기대 입학처가 공개한 최종 등록자의 70% 컷과 비슷했다.   

 

“종합 전형이지만, 교과 성적만으로 보면 안정권이라 할 수 없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면접을 잘 봐서 성적을 보완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어요. 학생부를 샅샅이 살펴서 예상 질문 140개 정도를 만들고 각 질문마다 추가 질문을 4개씩 더 만들었어요. 수치를 외우고 관련 논문을 찾아 읽고 관련된 최신 이슈를 정리했어요. 제가 한 활동에 대해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답안을 작성해서 깡그리 외웠어요.”

 

채연씨는 경기대 관광학부에 최초 합격한 것은 면접을 열심히 준비한 덕분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합격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셨어요. 어머니가 바뀐 입시에서 경향과 관광학부의 진로 등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시는데 학생인 제가 열심히 해야죠.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부모님의 사랑 덕분에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으며,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됐어요. 방황하는 저를 지켜보는 일이 힘드셨을 텐데 기다리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주제로 토론할 때 통계청 결과를 활용했으며, 상대방의 입론에서 허점을 찾아 반박하는 방법을 익힘. <영어> 모둠별 협력 글쓰기 활동에서 조장을 맡아 <수궁전>의 영어 대본을 작성함. 연극에서 1인 2역을 맡아 많은 양의 대사를 외워 완성도 높은 발표를 함.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Ⅱ>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회복에 대해 수학적 모델링으로 예측함. <세계사>  피라미드 유적지에 대해 안내장을 제작하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퍼즐로 맞추며 르네상스 회화의 특징을 이해함. <윤리와 사상> 말기암 환자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한 의사에 대해 칸트와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평가함.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언어와 매체> 코로나19 시기 여행 콘텐츠가 뉴미디어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알아봄.  <확률과 통계> 관광 지식 정보 시스템 사이트의 통계 자료를 분석함. <동아시아사> ‘조선 시대의 관광’이라는 주제로 청으로 가는 연행사가 일본으로 가는 통신사보다 더 인기 있었던 이유를 설명함. 

 

 

 선택 과목 

 

▒ <여행지리> 관광과 여행에 대해 처음으로 심도 깊게 배운 과목이다. 관광객들이 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투어리즘을 피할 수 있는 예로 강릉의 안목 해변을 생각했다. 안목 해변은 해변에 카페가 몰려 있어 주민 거주지와 분리되어 주민들의 피해가 적었다. 

 

▒ <생활과 윤리>  생활은 윤리적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관광지의 빈곤층 아동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윤리적 문제와 연관 짓는 등, 자신의 관심 분야로 끌고 오기 좋은 과목이다.

 

▒ <언어와 매체> TV에서 유튜브로 매체가 바뀌는 등 시대에 따른 변화를 잘 보여줄 수 있다. 여행 정보를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 얻었다면 이제는 코로나19 시대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대리 여행을 떠나는 정보를 소개하는 등 매체는 시대의 변화를 발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 <고전읽기>  고전을 읽을 때도 자신의 진로와 연관시키게 된다. <유한계급론>을 읽으며 과시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봤다. 최고위 계급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여가를 즐기는 것으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의 부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