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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시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장수영 고려대 국제학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읽으며  국제구호활동가 꿈꿨어요 

장수영 고려대 국제학부(경기 용인홍천고) 

 

초등학교 때 101가지 직업을 소개하는 책을 읽으며 국제구호활동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지구 반대편에서 내 또래 또는 나보다 어린아이들이 영양실조를 앓는 모습에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씨가 국제구호활동가에 관심이 있다고 하자 어머니는 어린이를 위한 한비야 작가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건넸다. 굶주림과 질병,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내’가 아닌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여름방학 때 서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를 찾았고,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에서 개최한 채용 설명회에 고교 때 참가해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방법, 국제구호활동가에게 필요한 역량, 외국어 우선순위 등을 알아가며 진로를 탐색했다. 국제학부에 진학해 국제구호활동가에 한발 다가선 수영씨의 고교 3년간의 열정을 담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고교 때 국제기구 채용 설명회 참석, 진로 구체화

 

국제구호활동가로 진로를 생각하며 자연스레 월드비전, 유니세프, 코이카 등 국제기구에 관심을 가졌다. 고1 여름방학 때 서울에 있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를 찾아 국제기구의 역할, 유니세프의 국제사업을 알아가면서 막연함이 구체화됐다.

 

“고등학생이 돼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다시 읽었는데 예전과는 느낌이 달랐어요. 어렸을 땐 한비야 작가님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막연히 한비야 작가님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고등학생이 돼서는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중 하나로 좋아하던 카페 음료를 줄여 정기후원을 시작했고, 동화책 번역,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영어 통역 등 여러 봉사 활동을 했어요. 음료 한 잔 값이면 깨끗한 물을 전할 수 있고 위생 교육, 펌프 보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죠.”

 

한비야 작가가 영어영문학과 출신인 걸 알고 영어영문학과도 잠시 염두에 뒀지만, 외국어 능력은 전공하지 않아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정치외교학과나 국제학부에 진학해 국제정세나 법에 관심을 갖고 나라 간의 개발이나 협력 등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배우는 게 진로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고1 때 코이카에서 진행한 채용 설명회에 가본 적이 있어요. 그때 유엔 사무국 안보국에 계셨던 교수님께서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방법을 강의하셨는데 지금도 그때 찍었던 PPT 자료를 가지고 있어요. 국제기구에서 많이 사용하는 외국어, 인턴십 등 여러 정보를 얻었어요. 학교 밖 행사라 개인적으로 참여했지만, 이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국제구호 활동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런 경험은 진로 체험 보고서 대회에서 진로 로드맵을 비롯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요.”

 

 

<스페인어회화> <세계사> 배우고 싶은 과목은 주저 없이

 

수영씨는 채용 설명회에서 강대국의 식민지였던 나라 중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 이들 언어가 영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공동 교육과정 과목을 살펴보다 스페인어 회화를 발견하고 주저 없이 신청했다.

 

“고2 1~2학기에 수강했어요. 타교에서 진행돼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잘 배워둔 과목이에요. 스페인어뿐 아니라 스페인어를 널리 사용하게 된 배경, 스페인 문화도 배우면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여러 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국제학부에서는 스페인어를 필수로 이수해야 하거든요.”

 

수영씨는 <세계사>를 통해 세계 흐름, 국가 간의 관계 등으로 관심을 확장해나갔다. 인종차별이나 이주민, 난민 문제들도 굵직한 전쟁이나 사건들로 인한 세계 경제, 국가 간의 관계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경제수학>은 <미적분>과 2개 중 선택이라 어쩔 수 없이 배웠지만 너무나 재미있었던 과목이었다.

 

“수학 성적이 다른 과목보다 좋지 못했어요. 수학이란 학문은 배우긴 어려운 데다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경제수학>은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경제>를 선택하진 않았지만  <경제수학>을 공부하면서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고, 관세를 배울 때 무역과 연계할 수도 있었죠.”

 

 

난민 거부, 잘못된 정보에서 온 편견 바로잡아야

 

“이주민, 난민에 대한 편견은 잘못된 정보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도 제주도 난민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가장 큰 반대 이유가 난민 수용이 범죄로 이어진다는 논리였어요. 난민 수용과 범죄 비율 증가 관련 데이터는 찾을 수 없는데 말이에요. 가짜 뉴스나 정보들이 편견을 심화시킨 거죠.”

 

수영씨는 수행평가나 자유 주제 탐구 기회가 있을 때면 친구들의 인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해 외국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교한다거나 전쟁뿐 아니라 이상 기온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강대국의 개발로 터전을 잃은 난민들의 현실,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 등 국제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다양한 각도로 접근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관심을 가질 때쯤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보게 됐어요. 고용허가제는 정해진 기간에 지정된 사업체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이주 노동자에게 취업비자를 내주는 제도예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고용된 사업장에서 일해야 해 인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이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평상시 우리가 사용하는 불법 체류자와 같은 용어도 옳지 않아요. 불법 체류자라는 용어 자체에서 잠재적 범죄자 느낌이 들잖아요. 용어를 미등록 체류자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식 개선이 조금은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주제를 선정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의 비결을 묻자 수영씨는 고교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KOCW(대학 공개 강의)를 소개했다.

 

“사실 논문은 고등학생이 읽었을 때 이해하기 힘든 게 대부분이에요. 저도 보고서 주제를 찾을 때 유튜브를 비롯해 자료를 엄청나게 살펴봤거든요. 그러다 KOCW라는 대학 공개 강의 사이트를 알게 됐어요. 대학 강의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고 PPT나 PDF 자료도 탑재돼 있어 활용하기 좋더라고요. 분야별로 강좌를 볼 수 있고 검색도 가능해 관심 분야를 좁히거나 진로와 연결하기 좋아요. 매주 <세계는 지금> TV 프로그램도 빼놓지 않고 찾아봤지요.”

 

 

학원 의존도 줄이고 ‘혼공’ 시간 확보하자 성적 상승

 

“고1 때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못했어요. 학원 숙제를 해나가는 데 급급했기에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던 거죠. 숙제 부담이 적은 학원으로 옮기면서 ‘혼공’ 시간을 확보했어요. 고2 때 사회 교과 위주로 과목 선택을 했던 것도 성적 급상승의 비결이었죠.”

 

고2~3학년 때 1등급을 받는 과목이 많아졌다. 사회 교과는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든든한 무기가 됐다.

 

“사회 교과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교과서를 읽고 외우고 문제를 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읽고 외우고 백지에 흐름이나 외운 것들을 가득 채울 정도로 공부했죠. 수학이나 과학은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시험도 어려웠어요. 고1 첫 시험에서 수학을 50점을 받아 5등급을 받았을 땐 진짜 좌절했죠. 나중엔 수학도 2등급까지 끌어올렸는데 성적이 향상되니 공부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고3 땐 친구들이 보는 교재, 공부 습관 등 모든 것이 신경 쓰이지만,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꾸준히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고2 때 정시로 돌려야 하나 고민했죠. 그런데 수시 6장을 날리는 게 현명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고3 생활은 수시냐 정시냐를 떠나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돌이켜보면 수능은 공부한 것을 점검하는 시험이라면 수시를 준비하며 했던 활동들은 진로에 대한 관심, 역량을 키워나갔던 시간이었어요. 불안하고 힘든 고3 시기지만 곧 지나가요. 무엇보다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는 데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_ <통합사회> 청년 실업, 아웃소싱, 88만 원 세대, 위험의 외주화 등 고용 시장에 등장하는 개념을 소개하고, 그들이 겪는 차별과 문제점을 조사해 발표함, <영어> 10대 소녀의 감정 변화를 다룬 성장 영화의 한 장면을 연극으로 재구성하는 활동에서 버럭이 역할을 맡아 정확한 발음과 표현,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 속 장면과 인물을 훌륭하게 재창조함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_ <독서> 같은 소재를 다룬 서로 다른 내용의 기사를 비교 분석해 관점의 다양성을 인식함, <세계사> 인종에 대한 인권감수성 부족으로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블랙페이스에 대해 고찰한 뒤 ‘의도가 없는 차별은 죄가 없다’라는 명제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을 작성, <윤리와 사상> 세계 곳곳의 인종 차별 사례를 보여주며 지구촌에선 국적, 나이, 피부색에 상관없이 어우러져 살아가야 함을 역설함, 다국적 언어를 습득해 세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도울 계획을 소개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_ <영어독해와 작문> 코로나19로 국제간 이동이 제한되고 의료 지원이 끊김으로 인해 전 세계 어린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원격 의료가 난민이나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를 치료하거나 기여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 <사회·문화> 빈곤의 실태와 원인에 대한 자료를 소개하고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함, 국제원조로 절대 빈곤층의 비율은 감소했지만 기부금 유용에 따른 구호 단체의 문제점 지적,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과 빈곤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 활동의 필요성 제안

 

 

 선택 과목 

 

▒ <스페인어회화Ⅰ>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려면 우선적으로 배워야 하는 언어 중 하나인 스페인어를 교육청 교육과정 클러스터로 이수했다. 스페인어뿐 아니라 ‘엘 클라스코’ 라는, 스페인 명문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더비 경기 등 스페인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데 고교에서의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됐다.


▒ <세계사>  국제정세, 국가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과목이었다. 특히 빈곤의 역사를 비롯해 동아시아나 유럽의 역사 등 국제사회를 이해하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 <정치와 법>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그들을 보호할 법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마지막 단원인 국제법을 통해 국가 간 또는 국제기구와 국가 간에 체결되어 국제사회에서 규율되는 합의인 조례, 국제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돼 효력을 갖게 된 관습 법규, 공통적으로 인정되는 법의 일반 원칙 등을 알 수 있었다.


▒ <경제수학>  교육과정상 <미적분>과 <경제수학> 중 선택이라 이수하게 된 과목이지만, 수업을 통해 수학이 경제 곳곳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 정말 재밌게 배웠다. 관세, 연금, 이자 등에 대한 지식은 물론, 국가 간의 관세를 철폐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등에도 궁금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