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안보 향한 관심이 영어 실력에 더해져 국제학으로 결실 맺어
조현우 |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인천외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입시의 뜨거운 맛을 알게 되는 사례가 가끔 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왔다거나, 운동부 선수였는데 진로가 바뀌었다거나, 외국에서 살다가 들어왔다거나, 이전과 180도 달라진 환경에서 살게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1학년 조현우씨는 8년 동안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외고에 입학해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현우씨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
국제학교에서 외고로 학업 방향 틀어
현우씨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채드윅 송도국제학교를 다녔다. 중3까지 채드윅 송도국제학교에서 마치고 난 후 고등학교는 인천외고로 진학했다. 국제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해외 대학으로 진학할 가능성이 있는데 부모님이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저는 국제학교에서 한국어를 거의 쓰지 않았어요. 국제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 중 하나가 영어니까 한국어를 쓰기가 아까웠다고 할까요. 지금 한국어 실력은 인천외고에 입학했을 때에 비하면 일취월장했죠. 어려움을 극복하는 근성도 생겼으니 국내고 진학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입학식 때 신입생 대표로 선발돼 영어로 인사말을 하고 영어 관련 전문 교과에서 1등급을 독차지할 정도로 영어 실력은 뛰어났지만 국어와 수학, 한국사 등은 외고에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8년 동안 외국식 교육을 받았는데 입시를 3년 앞두고 환경과 진로를 바꾼 것이 옳은 선택이었나 하는 고민도 잠시 했다.
“극복의 원동력은 친구들이었어요. 친구들과 끈끈하게 엮이면서 공동체의 결속을 느꼈어요. 영어 과제를 도와주면서 친해지고 같이 어울려 다니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았어요.” 현우씨는 수업 시간에 집중했으며 학원을 다니지 않고 야간자율학습엔 빠지지 않았다. 성적은 꾸준히 올라 고3 때 수학 교과에서 학업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학업 스트레스를 이겨내면서 자존감이 크게 상승했고,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정치와 국가 안보에 관심 많아 국제학으로
한 우물 현우씨는 많은 과목에서 국제학에 관한 열정을 일관되게 보여줬다. <사회문제탐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선진국에 집중되는 바람에 국제적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점을 지적, 이를 해소시킬 방안을 모색했다. <심화영어Ⅱ>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 의정서를 탐구하며 선진국이 탄소 배출권을 사들이는 것은 면죄부를 사는 것과 같음을 국제관계학적으로 바라봤으며, 대안을 찾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알아봤다.
<중국어회화Ⅱ>에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공부하면서 홍콩이 영국에 할양되고 중국에 반환된 과정과 여러 사건들의 인과 관계를 탐구했다. 현우씨는 국제학을 공부할 수 있고,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대학을 원했다. 여러 국가의 정치와 안보 관계에 관심이 많고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갖고 싶어서였다.
“인천외고와 채드윅 송도국제학교 친구들은 인천글로벌캠퍼스의 여러 대학에 지원했지만, 저는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딱 한 곳만 지원했어요. 조지메이슨대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해 정부 기관에서 일할 기회가 많고 세계적으로 국제학 랭킹도 높아요. 국제학은 정치·외교·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국가 간에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배우는 학문이에요. 2학년이 되면 환경·미디어·국가 간 분쟁·글로벌 거버넌스 등 세부 전공으로 폭이 좁아지죠. 영어 실력을 살릴 수 있는 데다 국가 간의 정치와 외교에 관심이 많으니 국제학은 저에게 잘 맞아요.”
한국에서 미국 대학을 다니는 장점
“국제학교 친구들 중 미국 등 해외 대학으로 진학한 경우도 물론 많아요. 그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저는 한국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미국 대학의 교육을 받는다는 점이 좋아요. 대학생 때도 송도에 있는 많은 국제기구, 비정부 기관, 다국적 기업 등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한국인 학생이라면 취업이 가능한 신분인지부터가 걸림돌이였을 거예요. 송도는 국제학과 학생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곳이에요.”
현우씨는 인천외고에서 국내 대학으로 진학한 친구들과 비교해도 자신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대학 특유의 개방적인 문화와 상대적으로 적은 학생 수 덕분에 수업 분위기가 자유롭고 상호 소통도 잘된다고 했다.
“본인에게 열정이 있다면 교수님과 학술적 교류도 가능해요. 공동 연구도요. 학생 수가 적고 교수님 수는 많으니 학생 대 교수 비율이 12:1 정도인데요. 스무 명 남짓 듣는 강의가 대부분이라 교수님이 학생들을 다 기억해요. 처음엔 영어로는 입이 잘 안 떨어지던 친구들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요.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 서서히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 학교에 마련돼 있어요. 국제학교 친구들 중에서 중·고등학교 때 외국으로 조기 유학을 간 친구들이 제법 있는데요. 적응에 실패하고 조용히 돌아온 경우가 드물지 않아요. 스무 살 언저리의 학생들에겐 달라진 환경에 점진적으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학교는 이를 위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요.”
나의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현우씨는 학생 홍보 대사, 학생 기숙사 사감, 입학처 인턴, 총학생회 동아리 총괄 임원, 유튜브 동아리 편집 담당 등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학업에 집중하면서 실무를 접하고 있으니 사회 경험을 일찍부터 시작한 셈이다.
“등록금이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입학하고 나서 두 종류의 장학금을 받았는데,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한국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6학기 동안 장학금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입학처 인턴으로 일하면서 대학으로부터, 학생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면서 캠퍼스 운영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어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사회적 경험치가 커질수록 장학금이 늘어나니 일거양득이죠. 장학금 덕분에 이번 학기 등록금은 국내 대학과 비슷한 수준이었어요.”
교내 인턴은 과외나 학원 조교 등과 비교하면 사회적 소통의 기술을 닦을 수 있고, 기업 인턴과 비교하면 학기중에 학업과 병행이 가능해, 취업할 때 여러모로 유리하다.
현우씨는 학생 홍보 대사로서 캠퍼스 투어를 진행할 때 고등학생들로부터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전 아직 저학년이잖아요. 학교 안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최대한 찾고 시도해보고 실패도 해보면서 깊이를 더해가려 해요. 국제적인 환경이 마련된 우리 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학문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어요. 직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고 국제적으로 다양한 소통을 나누고 저를 무한히 계발해보고 싶어요. 지금 관심 있는 분야가 있긴 하지만, 관심 분야는 언제든 대체되거나 전환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예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이라는 단원에서 로봇으로 인해 일어난 사회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함. 동아리 활동에서 사회 문제를 다룬 신문 기사를 읽으며 비판적 창의적 읽기로 확장해감. <통합과학>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를 읽고 학문의 융합을 강조하는 소감문을 작성함. 과학을 주제로 한 시 짓기 활동에서 불확정성의 예인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해 영시를 작성함.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통해 우리나라의 저항 문학과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아프리카 저항 문학을 비교함. <심화영어회화Ⅱ> 외교부와 국제기구 등 공공외교의 PR을 주제로 삼아 PR 매니저의 자질에 대해 발표함. <심화영어Ⅱ> 교토 의정서를 통해 선진국이 탄소 배출권을 사들이는 것을 국제관계학의 관점에서 바라봄.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국제 표준이 세계 각국의 상호 협력을 통해 개발된다는 점에 주목함. 국제적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비정부 기구 ISO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살펴봄. <독서> 미국-중국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쿼드를 형성한 것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참여론과 신중론으로 나누어 전략적 모호성을 지닌 ‘줄타기 외교’와 전략적 명확성을 가진 ‘줄서기 외교’의 차이로 설명함.
선택 과목
▒ <심화영어회화> 원어민 교사와 함께 <모던 패밀리> 등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관해 영어 연극 대본을 써보는 등 토론·모의 유엔·연구 에세이 등의 다양한 활동 속에서 실제 생활에서 쓰는 영어 표현을 배울 수 있었던 과목이다.
▒ <영미문학읽기> 독해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 영어 관련 학과 등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아니어도 많은 도움을 받을 과목이다. <4차 산업혁명>을 영어 원서로 읽으면서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세대의 건강한 철학에 좌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표 과제도 많아 영어 명언 세 가지를 활용해 자신을 소개하라는 과제가 있었는데, 평소 인생의 신조로 삼고 있던 ‘Dare to think’를 인용해 발표했다.
▒ <심화영어작문> 주제를 찾아 영작하고 발표하는 과목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이란의 핵개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 노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상공간이 국제적 환경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등 진로 희망 분야와 관련한 주제로 연결해 나갔다.
▒ <화법과 작문> 국어 교과의 작문 시간에도 희망 전공과 관련한 주제를 가져올 수 있다. 국제학과 관련시킬 수 없을 것 같아도 생활 속 법률과 적용 사례라는 주제에서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국제기구를 주제로 발표하고 국제사회 인권 문제에 대해 작문하는 등 의지에 따라 다양한 주제를 선정했다.
'INTERVIEW > 수시 합격생_인천글로벌캠퍼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류제건 한국뉴욕주립대 (0) | 2023.03.28 |
---|---|
[인천글로벌캠퍼스] 대학&선배가 말하는 뉴욕주립대 (0) | 2022.08.16 |
[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정해조 (0) | 2022.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