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의하는 과목 <생명과학>, 신약 개발 연구원 향한 길 열었죠
안희영 |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1학년 (인천여고)
안희영씨가 신약 개발 연구원이라는 꿈을 주게 된 건 할아버지의 죽음이 계기였다. 발병 일주일 만에 갑작스레 돌아가셔서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작지만 무시무시한 병원균의 위력에 맞서 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하나의 진로만을 올곧게 생각했더니 신약 개발을 향한 관심이 다양한 분야에서 한 방향으로 드러났다. <생명과학> <화학> 등 교과 지식은 물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인 생명윤리도 여러 과목에서 탐구했다.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연구원이 되기 위한 여러 과정을 알아보고 미래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그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겐트대로의 진학이었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
작지만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균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심
초등학교 6학년, 할아버지가 발병 일주일 만에 돌아가신 것은 매우 큰 충격이었다. 병명은 급성 곰팡이성 폐렴이라는 희귀 질병이었다.
”무슨 병인지는 알았지만 고령에 당뇨병을 앓고 계셨던 할아버지에게 쓸 약이 마땅히 없었어요. 병을 고칠 방법이 없다니 서글펐죠. 신약 개발 연구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난 후 제가 가야 할 길을 그렇게 정했어요. 약 개발에 오랫동안 꾸준히 관심을 보였더니 다양한 과목에서 제 관심사가 여지없이 드러나더라고요.”
<과학탐구실험> 시간엔 우리나라의 약품 개발 및 생산 능력을 알리는 과학 신문을 제작했다. <영어Ⅱ>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실시간 생체 정보 측정 및 분석 기술과 함께 RNA 백신 기술이 발전했다는 내용을 담은 인포그래픽 포스터를 만들었다. <세계사>시간엔 페스트에 의한 인구 감소로 농노의 권익이 신장됐다는 것에 대해 발표했다. <지구과학Ⅰ>에선 극지방 빙하에서 보존된 고대 바이러스를 현대 바이러스와 비교·대조해 조상을 찾는 연구가 가능할지 자료를 찾아봤다. <기하>시간엔 기하를 통해 줄기세포가 발견된 사례를 소개했다.
<독서> 시간엔 동물 복지에 관한 지문을 읽고 유기 동물 안락사를 반대하는 논설문을 작성했다.
“동물을 좋아해 반려견을 키우고 있어요. 동물들이 신약 개발 실험에 희생되는 것이 가슴 아파서 <과학과제연구>의 소논문 주제로 정해봤어요. 화학 약품을 체액으로 쓰는 가상 인체 로봇을 이용해 인체의 생리 작용을 구현한다면 동물 실험을 안 해도 되잖아요.”
마침 사용하던 화장품도 생산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뜻하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화장품이었다. 희영씨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을 찾아봤다. 줄기세포로 인간의 장기 구조와 유사한 조직을 만드는 오가노이드 기술과 생체모사 장기 칩 기술에 대해 알아보고 나서, 인간의 신체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로봇인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실험용 유사 인체를 만드는 방법을 제안했다.
또한 기술 발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동물 보호법에서 개정이 필요한 부분을 수정해보았으며 개인·기업·정부가 함께 노력하자는 사회적 합의안도 만들어봤다.
<생명과학Ⅰ·Ⅱ>에 이어 공동 교육과정으로 <고급생명과학>까지 이수
희영씨가 제일 좋아하고 깊게 공부한 교과는 <생명과학>이었다. 인천여고는 과학중점학교여서 과학탐구Ⅰ·Ⅱ 여덟 과목이 모두 개설돼 있다. <생명과학Ⅰ·Ⅱ>를 수강하고 나서 인천시교육청에서 공동 교육과정으로 개설한 <고급생명과학>까지 수강했다.
“<고급생명과학>은 스스로 원인을 유추하고 답을 찾아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어요. 자가 면역 질환에서 면역 체계가 이상 반응을 일으켜 자신의 신체를 공격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논문을 읽어봐도 이상 반응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더라고요. 대학에 가면 면역학을 좀 더 공부해서 이상 반응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1학년 <정보>와 2학년 <프로그래밍>에서 파이썬, 3학년 <정보과학>에서 C언어를 익혔다. 인천여고에선 과학탐구 Ⅱ과목 중 <정보과학>도 선택할 수 있어서 희영씨는 <지구과학Ⅱ> 대신 <정보과학>을 선택했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입학처로 입학 상담을 왔을 때 <생명과학> <화학> <물리학>과 함께 <정보> 과목들도 중요하게 본다고 하더라고요. 의도한 과목 선택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고등학교 교육 과정이 가려는 대학의 교육과정과 잘 맞았죠.”
고2 때부터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알아보며 준비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알게 된 것은 고2 때였다. 과학 동아리 친구들이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후 전해준 말을 듣고 궁금증이 생겼다. 그 무렵 어머니도 진로진학 교사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추천받았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저기에서 들으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곳으로의 진학이 더 나은 선택이겠다 싶더라고요. 유학 비용보다 저렴한 데다 영어로 전공 공부를 하고 유럽에서 공부할 기회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생명과학을 전공해 신약 개발을 하고 싶다는 제 꿈을 이루기에 딱 맞는 진로였어요.”
희영씨는 인터넷 검색을 시작으로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교육과정과 졸업 후 진로는 물론 동아리까지 알아본 후 마음을 굳혔다.
“저만큼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대해 여러 경로로 알아보고 결정한 학생은 많지 않을 거예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그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었어요. 무슨 과목을 어떻게 배우는지부터 가방에 무엇을 넣고 다니는지까지 알려주더라고요. 고2 겨울방학 때 대학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전공 탐색도 해봤어요.”
가족들도 희영씨와 함께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대해 알아봤다.
“고모가 겐트대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 대학 순위가 매우 높은 대학이라고 알려주셨어요. 한국에서는 겐트대의 세계 순위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니 이럴 때 제가 가야겠다 싶었죠. 아버지도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졸업생들이 적응력이 높다는 IT 업계의 평판을 전해주셨고요.”
희영씨는 작년 9월 온라인 원서 접수가 열리자마자 지원했고 생일날 합격 통보를 받았다.
“4학년 때 유럽으로 갈 생각을 하면 마음이 들떠요. 벨기에는 공용어가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지만 영어로도 소통이 잘된대요. 겐트대에 마음이 꽂히고 나니 와플,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벨기에와 관련있는 것이 눈에 자꾸 들어오더라고요.”
공부량은 많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4년 동안 240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이는 국내 대학의 130~140학점에 비하면 2배에 가깝다.
“공부량이 많다는 말에 입학 전 조금 겁을 먹기도 했는데요. 지난 학기에 수강한 모든 과목들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나니 그만큼 성취감이 커요. 정말 알차게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입학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는 할 수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자신이 해내기 나름이에요.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신약 개발을 하겠다는 제 꿈에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가까워지고 있어 참 만족해요. 제 꿈은 확실하거든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정보> 파이썬의 터틀모듈을 활용해 도형을 만드는 수업에서 효과적으로 알고리즘을 구현함, 엔트리와 피지컬컴퓨팅 도구를 활용해 센서로 작동하는 전등을 만들어 봄 <한문Ⅰ> 수업 중 배운 한자를 활용해 호를 타병(打病)으로 지어 균에 대항할 방법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임
2학년
<물리학Ⅰ> 약 봉지에 쓰여 있는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하시오’라는 문구가 자외선의 영향 때문인 것을 알게 되면서 신약 개발 연구원이 되면 보관이 용이한 약을 개발하겠다고 생각함 <지구과학Ⅰ> 극지방 빙하 연구에 보존된 고대 바이러스와 현대 바이러스를 비교해 새로운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봄
3학년
<생명과학Ⅱ> <생명과학Ⅰ>에서 배운 감수분열 이론을 토대로 핵치환 기술을 위한 난자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토의를 진행함 <고급생명과학> 다양한 자가 면역 질환의 발병 원인과 대표 치료 방법을 설명함 <정보과학> C언어 프로그래밍 프로젝트에서 데이터를 통해 약물 재창출 프로세스를 탐구함
선택 과목
▒ <고급생명과학> 고등학교와 대학 과정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과목이라고 느꼈다. 다양한 자가 면역 질환의 사례를 연구할 때 <생명과학Ⅰ>과 <생명과학Ⅱ>에서 배운 내용이 토대가 됐으며 세포 호흡과 광합성 등은 대학에 와서 배운 일반생물학에서 다시 나왔다. 인천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동 교육과정인 꿈드레를 이용해 수강했다.
▒ <지식재산일반> 신약 개발 과정에서 특허권을 출원하거나 저작권을 보호받기 위해 알아야 하는 내용이 궁금했다. 생활 용품 프로젝트 활동 등 가까운 일상생활에서부터 친환경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활동을 했다.
▒ <음악> 음악과 미술 등 예체능 교과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과목들이다. 뮤지컬도 좋아해서 <영어Ⅱ> 과목에서 <오페라의 유령> 원서 서평 쓰기를 했다. 예술에 대한 관심은 예체능 교과를 넘어 다른 과목에서도 드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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