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회 과목 이수하며 이슈 보는 눈 키웠죠
최정윤 |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경북 우석여고)
어린 시절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다. 세월호 사건 당시 접한 오보 뉴스에 분노했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언론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회 문제를 다방면에서 읽어내는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 선택 과목을 이수했다. 방송부에 들어가 처음 해보는 기획 직무에 부딪혔지만 3년간 부장 역할을 하며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학술 발표 대회를 통해 여러 탐구 보고서를 제출했고, 그 내용을 다시 영상이나 카드 뉴스로 제작하기도 했다. 다양한 교내 활동 경험과 의사소통의 강점을 살려 면접을 준비했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바롬인재면접전형에 지원해 합격한 정윤씨는 지금은 누구보다 알찬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다.
취재 이수린 기자 darling@naeil.com
사진 배지은
세상 이롭게 하는 아나운서 꿈 사회 과목 선택으로 이어져
정윤씨는 고등학교 3년간 아나운서를 꿈꿨다. 정윤씨가 초등학생 때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 여객선에 타고 있던 학생들이 구출됐다는 소식이 오보였다는 걸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뉴스가 다루는 내용이 언제나 검증된 건 아니라는 깨달음은 바른 언론을 향한 열정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정의감에 불타올랐어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뉴스가 단독, 특종, 신속 보도에 눈이 멀어 정확성과 신뢰성을 잃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 언론이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꾸게 됐어요. 저는 예전부터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칭찬도 많이 받았는데요. 제가 가진 능력을 살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나아가 세상을 유익하게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죠. 좌우명도 홍익인간이에요. (웃음)”
어릴 때부터 뉴스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교과목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사회 과목은 실제로 우리 주변의 이슈들과 이어진다는 점이 좋았어요. 시사 문제를 파고들다 보면 이와 관련한 교과 개념을 찾아낼 수 있었죠. 전 <사회·문화> 과목을 제일 좋아했는데요. 이론을 습득하는 데 무게를 두는 다른 과목들과 달리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거나 토론하는 수업이 많아 흥미로웠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과목에만 몰입하진 않았다. 정윤씨는 모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사회 과목을 들었다. 2학년 땐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동아시아사> <한국지리>, 3학년 땐 <세계지리> <정치와 법> <윤리와 사상>을 선택했다.
“과목 선택에 특별한 기준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최대한 많은 과목을 들어보자는 생각이었죠. 하나의 과목을 깊게 파는 것도 좋지만 하나의 이슈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같은 이유로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철학>과 <국제관계와 국제기구> 수업도 들었어요. 폭넓은 분야의 공부는 실제로 다양한 관점을 만드는 연습이 됐죠. 예를 들어 전쟁으로 인한 난민 문제는 역사적 흐름을 통해 풀어나갈 수도 있고 국제 분쟁 안에서 이해할 수도 있는 것처럼요. <철학>은 <생활과 윤리>나 <윤리와 사상> 같은 과목과도 맞닿아 도움이 됐고요.”
<화법과 작문> <정치와 법> 통해 풀어나간 미디어와 인권의 관계
사회 이슈에 기울인 관심은 인권 문제를 향한 탐구로 이어졌다. 1학년 때는 학술 발표 대회에 참가해 ‘언론의 자유와 인간의 인격권 사이의 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언론이 무조건적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진실 규명이 안 된 사건을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기사로 발행하는 행위는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어기는 것처럼 느껴졌죠. 또 연예인 같은 공인들은 지나친 사생활 침해와 루머에 시달려 정신 질환을 앓고 때론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어요. 이런 사례들은 언론의 자유가 악용돼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정보 원천을 다루는 언론을 억압하지 않도록 주의하되, 명확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또 인격권을 침해하는 뉴스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카드 뉴스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죠.”
정윤씨는 2학년 때 미디어의 영향력을 돌아보는 실험도 진행했다. SNS를 통해 퍼져나간 가짜 뉴스를 의심 없이 믿는 댓글들을 본 정윤씨는 직접 가짜 뉴스를 제작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인식 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를 토대로 ‘SNS가 청소년의 사회 문제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작성했다. 3학년 <화법과 작문> 시간엔 ‘혐오 표현과 법적 규제’를 다룬 지문을 읽고 실제 법 조항을 찾아보며 <정치와 법> 과목의 자유 주제 탐구로 발전시켰다.
“혐오 표현이 법적으로 규제될 여지가 있다는 생각에 기사를 찾아봤어요. 혐오 표현 방지 조례가 부결된 사례가 있더라고요. 학술 자료를 통해 혐오 표현의 개념을 조사하고, 온라인 인식 조사를 실시해 혐오 표현이 사용되는 양상에 대해 분석했어요. 그런데 뉴스 기사의 댓글을 통해 혐오 표현을 접하는 비율이 71%나 되고 언론이 혐오 표현을 확대한다고 응답한 인원은 49.6%에 이르더라고요. 방송법과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등을 들어 언론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했죠.”
방송부 부장·발표 경험 통해 면접 준비하는 내공 길러
정윤씨는 3년간 방송부의 부장을 맡아 활동했다. 처음엔 희망했던 아나운서 직무가 없어서 당황했지만, 교내 홍보 영상물과 같은 단체 작업물을 기획 제작하고 부원들을 통솔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선생님, 부원들과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소통에 익숙해진 정윤씨는 수시에 지원할 때도 망설임 없이 면접을 보는 전형들을 선택했다.
“부장으로서 보낸 3년의 시간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힘을 길러줬죠. 다양한 사회 선택 과목 수업을 들은 것도 도움이 됐고요. 토론과 발표를 통해 제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많았거든요. 선생님들도 면접을 보는 편이 좋을 거라고 추천하셨어요.”
1학년 때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뒀던 정윤씨는 최대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업에 성실히 참여하고, 각 교과 선생님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본인의 진로와 관심 분야에 대해 알렸다. 성실하게 채워나간 학교생활은 면접을 준비하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면접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었어요. 예상 질문과 답안을 미리 작성해 달달 외우는 방식의 모의 면접은 제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대신 3년간 한 활동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보았어요. 꼭 필요한 게 있다면 키워드만 정리했고요. 학생부에 적힌 내용들은 모두 제가 진심을 담아 한 활동이었기 때문에 대답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죠. 서울여대 면접에서 예상 질문은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이런 방식으로 준비한 덕분에 모두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었어요.”
희망했던 대학의 언론영상학부에 진학한 지금은 만족스러운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다. 정윤씨는 언론영상학부 진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제가 했던 것처럼 최대한 다양한 공부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것만 배우는 건 대학 진학 이후에 충분히 할 수 있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배운 과목들은 전공에서도 도움이 돼요. 사고의 폭을 넓혀두면 하나의 주제를 봐도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또 언론영상학부에 진학하고자 하는 후배라면 생각을 말과 글로 정리해보는 경험도 중요해요. 과제 대부분은 리포트 형식이고, 발표나 토론으로 이뤄지는 수업도 많아 미리 연습해두면 도움이 돼요. 수행평가나 과제가 주어졌을 때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기회로 삼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사회> 사회 불평등과 차별 단원에서 배운 유리 천장의 개념을 활용해 직장 성차별 사례와 원인을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함 <철학> 플라톤의 국가론이 다루는 정치 아젠다에 대해 질문하고 이와 관련해 ‘독재 정치의 정당성과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함
2학년
<동아시아사> 주제 탐구를 통해 위안부 문제 등 동아시아 국가 간 역사적 갈등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음 <생활과 윤리>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로 갈등하는 디지털 교도소를 주제로 <사회·문화> 교과와 융합해 심화 탐구 보고서를 작성함 <국제관계와 국제기구>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이터통신 기자 사건을 조사함
3학년
<심화영어Ⅰ> ‘로봇이 쓴 뉴스 기사’라는 지문을 읽고 보도의 자동화 사례를 조사하고 언론 매체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로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듦 <사회과제연구> 독서 활동 후 남녀 갈등, 세대 갈등에 호기심이 생겨 양극화와 포퓰리즘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함
선택 과목
▒ <사회·문화>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아 선택했다. 실제 사례를 들어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과 개념과 이어지는 점이 유익했다. 토론·발표 수업이 많아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자리했다.
▒ <국제관계와 국제기구> 시사 문제를 보는 관점을 다각화하고자 선택했다. 경제·정치·안보 등 여러 분야의 국제 분쟁 사례들을 배우며 복잡한 국제 관계의 배경에 대해 익혔다.
▒ <윤리와 사상> 사상가들의 입장을 응용해 양극화, 혐오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려 했다. 공리주의자 밀의 주장을 들어 ‘표현의 자유’보다 인격권이 우선돼야 함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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