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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지예은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사회적 협동조합인 ‘매점’ 운영 경험 기업의 가치, 사회적 책임 느꼈죠 

지예은 | 서울시립대 경영학부(서울 구로고) 

 

고1 때 진로를 빨리 결정해야 대학 진학이 수월하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엔 취업이 잘되고 선호도가 높은 학과라는 이유로 경영학과를 염두에 뒀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자연 계열보다는 인문 계열이 적성에 맞았다. ‘학교 협동조합’이라는 동아리에 가입해 학교 매점 운영에 직접 참여했다. 매점의 수익을 높이는 동시에 건강한 매점을 운영할 방안을 고민하면서 사회적 기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졌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지예은씨의 얘기다. 인터뷰 당일, 동아리 공연 연습이 있다며 몸집만 한 베이스 기타를 메고 강렬한 느낌을 전한 예은씨, 열정 가득했던 그의 고교 3년을 담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매점 운영하며 사회적 기업·창업에 관심 높아져

 

서울 구로고 매점은 다른 학교와 다르다. 개인 사업자가 수익을 위해 운영하는 매점이 아니라 교사 학생 학부모의 출자금을 모아 공동 운영한다. 그 수익은 모두 학생에게 돌아간다.

 

“처음엔 막연하게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 경영학과를 생각했어요. 경영학과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역량을 보여줄까 고민하던 중 우리 학교 매점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는 걸 알았어요. 관심이 생겼죠. 사회적 협동조합 동아리에 가입해 매점을 운영하고 매달 주주 자격으로 회의에 참여하면서 기업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기업은 이익 극대화가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매점을 운영하면서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배워갔어요. 매점에서 판매하는 물품도 달라졌죠.”

 

학교 협동조합 학생 이사 자격으로 월 1회 이사회에 참석해 물품을 주문하고 정리, 홍보 등 매점 운영의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했다. 이익이 적어지더라도 매점에서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판매하기 위해 관련 상품에 찾았고 같은 물건이라도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회사, 환경에 앞장서는 사회적 기업 중심으로 선택했다. 원하는 물품과 수량, 가격을 회사와 협상하는 것도 주주의 몫이다. 그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회의 때 리필 스테이션을 만들어 음식뿐 아니라 친환경 비누나 생필품 등을 판매해보자고 건의했어요. 환경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샴푸나 손 세정제를 대용량으로 구매해 학생들에게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거죠. 가정에서 사용하던 통을 가져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작은 행동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죠.”

 

 

사회와 환경문제 자각하고  해결 방안 고민했던 고교 3년

 

구로고에선 매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창업 기획 프로젝트인 스타트업 페스티벌이 열린다. 주제를 고민하던 중 마스크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단순히 마스크 쓰레기 문제만이 아니더라고요. 마스크를 버릴 때 줄을 끊어서 버려야 한다는 거 아시나요? 하루에 1개는 기본, 초기에는 2~3개씩 마스크를 사용했는데 우리가 버린 마스크 줄에 야생 동물들의 목과 다리가 걸려 위협을 받는다는 거예요. 관련 사진을 보고 엄청나게 놀랐죠. 문제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 마스크 줄로 인한 야생 동물의 피해를 알리고, 마스크 줄을 편하게 끊일 수 있는 작은 커터칼을 나눠주며 캠페인을 했어요. 끊어낸 줄을 재활용해 팔찌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사회 교과에서는 다양한 각도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사회·문화> 시간에는 최저 임금 인상, 동성결혼 합법화, 법인세 인하 효과와 문제점, 소득 불평등과 사회복지 등에 대한 신문 사설을 읽고 비평문을 작성하면서 사회문제를 다채롭게 바라봤다.

 

“<생활과 윤리>에서 공리주의적 자유시장 이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필요성을 배웠는데, 사회적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기업의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졌을 때라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감축하거나 플라스틱 절감을 위해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의 사례를 찾아 발표했어요. 그런 기업들을 찾아 열심히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일 같아요. 알아야지 많은 사람이 찾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테니까요. 서울우유 와플대학 델몬드오렌지 등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고 알고 있어요.”

 

 

우리는 왜 스페인의 몬드라곤 같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없을까?

 

“사회적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페인의 몬드라곤을 알게 됐어요. 몬드라곤은 세계 최대의 사회적 협동조합이에요.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위치한 바스크 지역은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 사이에 있어 역사적으로 갈등이 많았던 곳이에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100개가 넘는 협동조합과 자회사를 거느린 최대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죠.”

 

예은씨는 우리나라에선 왜 사회적 협동조합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적어도 안정적으로 함께하자는 공동체 성격이 강한데 우리나라는 성장 위주로 빠르게 발전해오면서 기업의 최우선 목표가 수익일 수밖에 없었던 점에 착안했다. 단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대다수 회사는 인원 감축이나 정리해고를 우선순위로 두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임금을 줄이더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예은씨는 경영학도로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협동’ ‘다 같이 잘 되는 사회’를 꼽는다. 고교 3년간 다양한 활동을 하며 배운 것도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이었다. 

 

“학교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대입 전형으로 종합전형을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지나고 보니 묵묵히 따라가는 것보다 감투를 쓰고 나서서 일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어요. 저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고요. 처음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또는 취업에 유리하기에 경영학과를 생각했다면, 이후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을 운영하고 싶어 경영학과를 선택했어요.” 

 

예은씨는 몬드라곤을 알게 되면서 스페인에 가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때를 위해 고2 때 낯선 <스페인어Ⅰ>을 선택했다. 

 

“제2외국어 선택 과목에 스페인어가 있더라고요. 고민 없이 선택했죠. 성적만 생각했다면 중학교 때 배웠던 일본어를 선택했겠지만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스페인어는 처음 접했지만 스페인 여행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공부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고요. 서울시립대에 입학해 보니 스페인으로 교환학생 신청이 가능하더라고요. 머지않아 꿈이 이뤄질 것 같아 설레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수학>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과 도전 정신을 가짐, 자신과 동생의 관계를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의 방정식으로 표현한 시를 지어 발표해 친구들의 호응을 받음 <통합사회> 수업 주제나 교사의 질문을 깊이 탐구하고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줄 아는 학생임,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고, 다채롭게 구성하는 능력이 돋보임, 깊이 있는 내용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발표를 잘함

 

 2학년 

<수학Ⅱ>개념 습득이 빠르고 활용 능력이 출중해 학업 성취도도 우수함 <영어Ⅰ> 연쇄적인 소비를 유발하는 디드로 효과에 관한 영어 글을 잘 정리함, 특정 브랜드에 충성도를 보이는 디드로 효과 사례를 찾아보고, 장기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디드로 효과의 중요성과 마케팅의 필요성을 강조함 <세계지리> ‘초코파이로 알아보는 세계화 전략’에 대해 PPT를 제작함 

 

 3학년 

<영어독해와 작문>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은 결국 실패할 것이며 변화해야 한다는 영어 지문을 읽고 관련 제도와 정책을 자발적으로 심화 학습함 <생활과 윤리> 기업의 윤리경영에 관심이 많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 관련 내용을 발표함, 플라스틱 절감을 위해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 사례를 소개하며 사회적 협동조합형 기업을 경영하고 싶다고 밝힘 

 

 

 선택 과목 

 

▒ <생활과 윤리>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의견에 관심이 많아 선택한 과목이다. 현상에 대한 여러 사상가의 의견을 배우는 것이 좋았다. 수업을 들으며 사회적 책임이나 기업의 윤리경영에 관심을 두게 됐다.

 

▒ <사회·문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다양한 면을 배울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실제 신문 사설을 읽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토론 수업이 이뤄졌다. 주제를 정해 비평문을 작성하면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특히 소득불평등과 사회복지 제도에 관심이 생겼다. 

 

▒ <스페인어Ⅰ>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페인 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을 알게 됐고 궁금했다. 몬드라곤을 주제로 탐구하면서 협동조합이지만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시대적 배경과 이유, 우리나라 협동조합과의 차이를 살폈다. 추후 스페인 여행을 꿈꾸며 스페인어를 열심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