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이수현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나태주 시인의 자작시 칭찬 국어 교사의 꿈을 키운 원동력 

이수현 |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경기 호평고) 

 

국어, 특히 문학을 좋아했다. 문학 작품으로 다른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음에, 그리고 그 작품들에 담긴 우리 사회의 이야기에 끌렸다. 시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읽으며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로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분석하곤 했다. 그런 분을 학교 강연회에서 만났고, 그분 앞에서 시를 발표했다. 수현씨의 자작시를 들은 나태주 시인은 감동 깊다는 평과 함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풀꽃 문구가 적힌 시집을 선물로 건넸다. 중3 때 일이다. 이 일을 계기로 수현씨의 국어 사랑은 더 깊어졌다. 국어국문학과 진로를 줄곧 꿈꾸었기에 본인이 공부하고 싶었던 다양한 작품을 만나 행복하다는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이수현씨를 만났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우리의 일상=문학의 소재, 매력적일 수밖에

 

수현씨는 사회의 모습,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은 문학을 좋아한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면 작품 속 사회와 주인공이 수현씨의 머릿속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현대문학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현재 살아가는 사회와 비슷해 공감할 부분이 있어서다. 

 

“작품을 글로 접하지만, 글을 읽으며 작품 속 세계를 머릿속으로 그려요. 사회 분위기, 경제 상황 등을 이해하면 작품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하죠. 그래서 현대문학이 더 좋더라고요. 작품 속 주인공의 삶을 간접 체험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 가족과 제 모습을 찾을 수 있거든요. 책을 덮는 순간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국어를 좋아했지만 국어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중3 때 나태주 시인을 만나고부터다. 수업 시간에 쓴 시를 나태주 시인의 강연회 때 발표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때 썼던 시의 제목이 <엄마의 후드티>였다.  

 

“방 한편에 있던 엄마의 후드티를 보게 됐어요. 나와 비슷한 나이 혹은 20대부터 입었을 옷이었죠. 지금은 목이 늘어나고 보풀이 일어났지만, 집에서 편하게 입는 그 후드티를 보니 엄마의 젊은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마음을 시에 담았어요.”

 

수현씨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특징이라고 전한다. 평범한 소재를 어떻게 시로 재탄생시키는지 감탄하며, 나태주 시인처럼 수현씨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시로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날 수현씨의 시를 들은 나태주 시인은 “너무 감명 깊다”는 평과 함께 <풀꽃>의 일부분을 적은 시집을 선물로 전해주었다. 그때의 설렘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교과목을 넘나들며 

우리 생활 속 국어 습관을 파헤치다

 

“<확률과 통계> 시간에 수학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을 기록하는 ‘수학일기’가 있었어요. 어떤 질문이나 주제를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건데 그때 생각했던 주제가 띄어쓰기였어요. 3학년 전 학생을 대상으로 구글 설문자를 통해 띄어쓰기 실태조사를 했고, 이를 통계 내 현대 국어의 띄어쓰기 개선 방안을 제시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보고서였어요.”

 

명사와 명사가 결합한 ‘모래시계’ ‘처럼’과 같은 격 조사, ‘데’ 같은 의존명사 등 실생활에서 틀리기 쉬운 사례들을 정리해 설문했다. 이때 물어봤던 내용이 ‘모래시계 VS 모래 시계’ ‘꽃처럼 아름다운 당신 VS 꽃 처럼 아름다운 당신’ ‘아무데나 VS 아무 데나’ 등이었다. ‘모래시계’는 92.7%가, ‘꽃처럼 아름다운 당신’은 79.1%가 선택해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 데나’는 뉴스에서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는 관형사, ‘데’는 곳이나 장소를 의미하는 의존명사라 띄어 쓰는 게 맞아요. 반면 ‘아무것도’는 ‘아무것’이 명사라 붙여 쓰죠.”

 

수현씨는 띄어쓰기 실태조사 결과를 확인하며 한글에는 규칙 외에도 예외적인 사항이 많아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언어와 매체> 시간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줄임말이나 문법 파괴 현상이 심각하기도 하지만 사회 변화에 맞춰 국어교육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언어와 매체>에서 문법을 배우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괴리가 있잖아요. 용어 자체도 어렵고요. 그래서 사실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면서 문법이 싫어 선택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했죠. 재미있게 공부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어간, 어미 등 처음엔 둘을 구분하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특성을 살펴 제 나름대로 풀이했죠. ‘어간’은 ‘어지간히 안 변해’, ‘어미’는 ‘너무 미친 듯이 변하네’ 처럼요. 그러고 나니 성적도 오르고 재밌더라고요.”

 

 

언어마다 정서 달라, 언어가 지닌 힘 있어

 

수현씨는 길거리 간판, 친구들의 문자 등 생활 속에서도 맞춤법이 틀린 글을 자주 접한다. 친구들이 잘못 쓴 글은 꼬집어 지적하기보다는 답장을 쓸 때 옳은 문장이나 단어를 넣어 알 수 있게 한다. 

 

“사실 언어가 주는 힘이 있잖아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줄임말을 너무 많이 사용해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할 때도 많아요. 반대로 제가 사용하는 단어를 친구들이 못 알아들을 때도 있고요. 언어의 위로와 유머, 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분명 있는데 안타깝죠.”

 

수현씨는 중학교 때 <라따뚜이>를 보고 불어를 선택했는데 고등학교 땐 중국 드라마에 빠져 <중국어>를 선택했다. 자막을 보면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왜 저 상황에서 저런 표정을 짓는지 이해가 안 돼 답답했다.

 

“고3 때 <인문학적 감성과 역사이해> 과목을 들었어요. 인공지능에 감정을 불어넣고 진화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도 결국 ‘언어’거든요. 과학기술이 날로 발전하지만 모든 기술의 기본은 결국 언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웹소설 시장이 확대되면서 <윤리와 사상> 시간엔 웹소설의 무분별한 표절에 대해, <중국어Ⅱ>에선 웹소설의 드라마화를 조사해 발표했다. 동아리에서는 ‘웹소설도 문학으로 인정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찬반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현씨는 간절하게 진학하고 싶었던 학과이기에 공부가 너무 재밌다며 웃는다. 다만, 직업 측면에선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국어 교사가 되고 싶기에 교직 이수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아나운서의 꿈도 꾸고 있어 복수 전공으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도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무엇을 향해 달려가게 될지 아직은 막막하지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좋아하는 국어 공부를 맘껏 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국어> 언어적인 재능이 많아 아는 것을 논리적이고 명료하게 말하는 능력이 뛰어남, 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줄거리 파악을 위한 역할극에서 상황에 맞는 어조와 성량을 보이는 등 실감 나는 연기를 펼쳐 높은 호응을 받음 <영어> 유창한 영어 발음과 자연스러운 속도로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발표함

 

2학년

<독서> 기득권층의 부정과 능력주의의 폐단을 <능력주의와 불평등>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함, 헌법 제31조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에 대한 해석을 논리적으로 진술해 높은 과제 집착력을 보임 <현대문학감상> 문학 작품을 자신의 삶 가운데서 편안하게 만나고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함

 

3학년

<확률과 통계> 3개 학급에서 ‘띄어쓰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통계를 냄, 학생들이 띄어쓰기 중 어려워하는 부분이 의존명사임을 분석함, 국어 문법 규정을 참고해 의존 용언의 원칙과 허용 규칙의 융통성 논리를 의존명사 관형사 수식 체언 구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함 <윤리와 사상> 웹소설의 무분별한 표절이 만연한 사회에서 윤리적 문제점을 밝히고, 웹소설 작가의 윤리 의식을 주제로 탐구 보고서를 작성함 

 

 

 선택 과목 

 

▒ <논술>  경기도교육청 교육과정 클러스터로 개설된 과목을 선택했다. 자유롭게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건 잘하는데 정해진 틀에 맞춰서 쓰는 것은 좀 힘들어서 선택한 과목이었다. 이슈화된 사회 문제나 롤스의 <공정성의 원칙> 등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시문을 해석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 <정치와 법>  법학에 관심이 많아서 주저 없이 선택한 과목이다. 스토킹 범죄, 여성 참정권 등 영화 소재나 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관련 법령을 조사했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데 반해 법 제도는 현실과 괴리감이 있음을 지적해 미래 사회에서의 법 제도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 <중국어Ⅰ·Ⅱ>  중국 드라마를 좋아해 선택했다. OTT 플랫폼이 다양해져 중국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언어가 주는 그들만의 유머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선택했던 과목이다. 

 

▒ <현대문학감상>  현대문학을 가장 좋아한다. 현재 우리의 정세와 가장 비슷한 시대의  작품으로, 글을 읽으면 그 시대를 머릿속으로 스케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눈앞에 펼쳐지듯 그 시대를 그려볼 수 있는 작품을 맘껏 만날 수 있어 선택했다.